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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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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가 주고받은 편지와 더불어 여러 저작에서 뽑은 글들이 함께 실려서 "한 권으로 읽는 소로우" 역할을 하는 책. 번역자가 간만에 명상 서적 편집자 시절의 힘 좀 발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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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다국적 기업체의 임원까지 올라간 저자가 어느날 문득 인생에 회의를 느껴 태국의 숲속 사원에 가서 수행을 하고, 환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법(?)을 펼치다가 죽음을 담대하게 맞이하는 과정이  잔잔하고 담담하게 펼쳐진다.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는 슴슴하다고 할까, 아무튼 좀 그럼(보잘것없어 보이고 슴슴하고 편한 그게 진짜배기이건만, 뭔가 있어 보이고 화려한 것에 홀딱 빠져서 미혹됨이 어리석은 중생들이긴 하다만). 서구권에서는 꽤나 새롭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은 내용인데, 누천년 불교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글쎄 ... 싶었는데 의외로 많이 팔렸는지 리커버 판도 나왔네? 


P.S. 태국에서 수도하는 생활을 영국과 비교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는 탁발하는 수도승들에게 공양과 보시는 기본이요 이를 통해 나의 공덕을 쌓는 것이라 생각하는 문화인데다가, 서양인 수도승들이 태국에서 수도하면 뭔가 태국 불교의 위대함(국뽕?!)까지 느껴지는지 더 잘 해주려고 하고, 로또 번호 알려달라고 하고 ... 으응? 

반면 영국에서는 미용실 앞에 스킨헤드 남자들 계속 서 있어서 영업방해 된다고 경찰에 신고. 흐음 ...


토마스 산체스의 삽화 감상하는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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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어판은 10주년 기념판이 나왔으니 나온지 제법 된 셈이지만, 얼마 전에 뒤늦게 찾아 읽었다. 암에 걸려 죽음의 고비에서 소위 임사체험을 하게 되면서 나와 우주, 시간과 공간 등등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우치게 된 저자의 경험담 되겠다. 아, 물론 임사체험 이후에 말기 암이 씻은 듯이 나아버렸기 때문에 저자가 (유명해져서) 이 책도 쓰고, 여기저기 강연도 하면서 잘 살고 계시고.











임사체험이라 하면 다치바나 다카시의 종합적 저술을 비롯해 수많은 수기들이 있는데(어릴 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꽤나 탐독했던 분야 중 하나임), 대체로 각 개인이 살아온 문화권에서 바라보는 생사관,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 등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지옥도 보고 천국도 보고 하다가 다시 돌아온다거나 ...









저자의 경우는 홍콩에서 자란 인도 출신이다 보니 임사체험 역시 내가 곧 우주요 우주가 곧 나라는, 아트만과 브라흐만이 하나더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경지를 노래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저자가 잠시 흘낏 보고 온 브라흐만의 자연스레 인도를 비롯한 동양권 수행자들의 오도송(悟道頌)과도 통하는 부분들이 보이고.
아, 이게 꼭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서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미국의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뇌출혈로 인해 좌뇌 활동이 정지되면서 "이런 제약에서 풀려나자 나의 우뇌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했다. 나는 더 이상 고립된 외톨이가 아니었다. 내 영혼은 우주만큼이나 거대했고, 드넓은 바다에서 흥겹게 장난치며 놀았다”라는, 역시 경지에 가까운 체험을 묘사하고 있다.









명상, 생사학(thanatology) 등의 분야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일독을 권함.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에 의사는 즉시 다른 선임 의사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죽음에 근접한 이 임사(臨死) 상태에서 나는 주변에서 돌아가는 모든 상황이 보통의 신체 상태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인식되었다. 내 몸의 오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정확하게, 신체 기관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마치 전혀 다른 종류의 인식 기관이 작동하는 것 같았고, 그것은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을 한 눈에 다 파악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 모든 것에 천천히 ‘통합되는‘ 느낌이었다. - P104

어떤 사람들이 언제 나에게 와서 무엇을 하고 갔는지 나는 모두 알고 있었다. 비록 육신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나는 시시각각으로 주변은 물론 멀리에서 일어나는 일까지도 하나하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 인지 능력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내가 의식 상태에서 신체 감각을 사용할 때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그냥 느껴지고 이해되는 듯했다.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까지도 파악되었다. - P106

의료진은 아주 신속하게 움직이며 모든 일을 긴박하게 처리하고 있었지만, 암묵적으로는 상황이 절망적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 운명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듯했다. 나는 세부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체적으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그러니까 전에는 결코 맛본 적 없는 엄청난 자유와 해방감을 빼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우와, 놀랍다! 진짜 자유롭고 가벼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렇게 기분 좋은 건 처음이야! 고무관도 없고 휠체어도 없잖아. 아무런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숨 쉬는 게 더 이상 힘들지 않아. 정말 놀랍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생명이 없어 보이는 내 몸에는 아무런 집착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을 담기에는 너무도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나는 자유로웠고 해방되었으며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 모든 고통과 아픔과 슬픔, 괴로움이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 무엇도 거칠 것 없이 완전하게 자유로웠고, 일찍이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 속에 있었다. 단 한 번도! - P108

나는 내 몸에는 아무런 집착도 느끼지 않았지만, 저 움직임 없는 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드라마에는 깊은 감정적 끌림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나를 잃을 거라는 생각에 깊이 절망하는 대니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여보 내 말 들을 수 있어? 제발 들어봐! 내가 멀쩡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하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에 감정적으로 집착하는 그 순간, 아직 펼쳐지고 있는 더 큰 그림이 있고 더 원대한 계획이 있다는 듯 내가 움직여 뒤로 물러선다는 걸 느꼈다. 모든 것이 완벽하며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깨달음이 들자 그 상황에 대한 감정적인 집착이 거두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감정이 거두어지자, 내가 점점 확장되어 모든 공간을 꽉 채우더니 마침내 나와 다른 모든 것 사이에 아무런 분리가 없는 지경까지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있었다. 아니 내가 곧 그들이 ‘되었다.‘ 나는 가족과 의사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완벽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들이 물리적으로는 병실 바깥 꽤 먼 곳에 떨어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대니의 겁먹은 표정이 보였고 그의 두려움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 순간 내가 그가 된 것 같았다. - P110

더 멀리 확장되어 갈수록 나는 내가 이 경이로운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 점점 더 익숙해졌다. 사실상 그게 특이한 것이라는 인식조차 없어졌다. 이제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워졌다. 나에게 행해지는 치료 과정 역시 여전히 세세하게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 바깥세상에서는 내가 혼수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가 물리적 환경에서 떨어져 나와 계속해서 멀리, 더 멀리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계속 넓어져서 훨씬 더 넓은 의식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전에 육체적 삶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이것은 기쁨에 더해, 환희와 행복감이 무한히 솟아오르는 감정이라고밖에는 설명하지 못하겠다. 병들고 죽어가는 내 몸에서 풀려났다는 기쁨, 병이 내게 준 그 모든 고통에서 풀려났다는, 환희에 넘치는 해방감이었다. - P112

이 다른 세상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바깥쪽으로 더 넓어져가면서 모두이자 모든 것이 되어가는 동안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변 환경에 대한 감정적 집착이 점점 떨어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오로지 장대하고 영광스러운, 무조건적 사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나를 둘러쌌고 내가 계속해서 모든 걸 놓아가는 동안 나를 꽉 감싸주었다. ‘조건 없는 사랑(unconditional love)‘이라는 말은 사실 이 느낌을 결코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이 표현은 너무 남용되어 그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끌어왔던 육체와의 싸움이 마침내 나를 거머쥐던 손아귀를 풀었고, 그렇게 나는 이 아름다운 자유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내가 ‘물리적으로’ 어디 다른 데로 갔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내가 ‘깨어났다(awakened)’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아마도 악몽에서 마침내 깨어난 것이리라. 내 영혼은 마침내 자신의 장엄한 진짜 모습을 깨닫고 있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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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달력 전반에 대한 고찰














경도의 보급판이 해상시계로 추정됨





























조선 시대의 앙부일구, 혼천의 등에 대한 연구서















서운관 관련 연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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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 대우학술총서로 나왔던 길희성 교수의 인도철학사.

이 책을 읽으며 광대한 인도 사상에 눈을 뜨게 되었더랬다. 간명하게 요점을 짚어주는 개설서의 역할에 충실한 책. 무려 35년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해서 보니,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등의 손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처음 나온 1980년대 초에 비해 우리 학계의 글쓰기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고 특히 요즈음 젊은 세대는 대부분 한자를 전혀 배우지 않았거나 거의 읽지 못하는 실정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이 수정 작업을 하였다. 문장 구조를 가능한 단순화했으며,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한자를 모두 없애고 처음 혹은 한참 지나서 잊을 만한 경우에만 한자를 병기했다. 또한 인도 고전어인 산스크리트어(범어)의 사용도 최소한으로 줄여 가독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연구자의 편의를 위해 인명, 저서명, 개념어 등에는 산스크리트어를 병기했다. 아울러 일부 명료하지 못한 내용을 바로잡고 보충하는 작업을 했다. 더불어 참고문헌 목록에 우리나라 학자들과 일본 학자들의 대표적인 단행본 연구서들을 추가했다.

(중간에 한 번 표지를 간 개장판이 나왔는데, 그때는 내용에는 손을 대지 않았나 보다)

길희성 교수 책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었던 콜러의 책도 원서 2판을 반영한 개역판이 새로 나왔구만. (아니 근데 가격이 ... ) 지금이야 라다크리슈난의 방대한 저작을 비롯해서 여러 종이 나왔지만, 예전에는 저 정도가 다였다우. 약간 얇은 편인 하인리히 짐머 책 정도가 더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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