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문고 책 몇 종 구경합시다.

 

최근 다시 출간되고 있는 이을호 선생의 [한글 논어], [한글 맹자]가 즈려밟힙니다.

 

그리고 [대학 중용] ... 아니지 [중용 대학]이로구나.

 

 

 

 

 

 

(알라딘 DB에는 박영사 [중용 대학]은 안 보이고

[정다산의 대학공의]라는, 명문당에서 1974년에 나온 책만 있군요.)

 

물론 다산 선생의 경학 저술들은 전주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국역 여유당전서]에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대학공의]뿐만이 아니라 [대학강의], [중용자잠], [중용강의보] 등도 함께...

다산 경학은 정말 엄청난 역작이죠...

 

 

 

 

 

 

 

 

찾아보니, [국역 여유당전서]의 經集 부분을 오종일 선생과 공역했던 박완식 선생이 최근에 [대학공의]와 [대학강의]를 묶어서 [다산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펴냈네요. [국역 여유당전서] 판의 개역판으로 사료됩니다.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던 책이었던지라, 너무나 반갑습니다.  조금 이름 있는 곳에서 나왔었으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을텐데... 전주대 말고 서울대나 고려대출판부였다면... 이번에 나온 천잠이라는 출판사도 낯선 이름이네요. 아마 앞으로 [다산 중용]이라는 이름으로도 한 권 나오겠죠?

 

 

옆에 보이는 건 아마도 서문문고로 보이는데 ...

 

이태백의 시를 ... 무려 신석초 선생께서 번역했습니다.

 

신석초 선생은 또 ... 무려 위당 정인보 선생께 한학을 배웠다는 ...

 

사실, 신석초 선생의 한시 번역물로 더 유명한 작업은

 

바로 [시경] 번역. 역시 서문당에서 나왔고...

 

 

 

영미권의 시경 번역으로 유명한 것이 에즈라 파운드의 작업이니...

 

미국과 한국의 대표 시인이 번역한 중원의 옛 민요들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참, 박영문고 맨 끝에 있는 낯선 일본 저자의 이름을 안다면, 당신은 근세 일본의학사에 기본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

 

 

 

 

 

 

* 위 사진 및, 사진에 보이는 책들은 한문 고전의 번역에 매진하고 계시는 정 모 선생님의 소장품입니다. 올재에서 나온 따끈한 [한글 맹자]를 자랑했더니 저 사진을 딱~ 보내서 기를 팍~ 죽이시는 분...

 

 

 

살아 있네, 살아 있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 초에 재출간되어 파란을 일으키며 매진되었던 이을호 선생 번역본 [논어].

어렵사리 구해서 보게 되었다. 

 

물론(?) 책은 못 구하고 ... 복사본으로 ㅠㅜ

 

 

 

 

 

 

 

 

 

 

 

 

 

 

1. 번역에 있어서 맛깔나다 못해 쫀득쫀득한 '조선말'의 아름다운 구사는 높이 살 부분이다. 어떻게 이런 번역을 5~60년대에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아, 이래서 수많은 [논어] 번역서 중에서 '최고의 고전번역'으로 꼽혔구나 싶다.

 

헌데... 그 아름다운 '조선말'이 '한국어' 사용자에게 썩 와닿지는 않더라.

우리가 잊은지 오래된, 생경한 순우리말 단어들이 튀어나오니, 대체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잘 안 가는 부분들이 생기게 된다. 마치 [토지]나 [혼불] 같은 19세기말~20세기 초를 다룬 대하소설을 볼 때처럼 국어사전이라도 하나 끼고 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아예 그러라고 [토지사전]인가도 있다는).

 

더구나 [논어]라는 책 자체가 문장이 짧고, 단어의 사용이 대단히 함축적인지라 '아름다운' '조선말'로 번역된 문장에 대한 원문을 보면서 '아, 이 번역문이 내가 알던 그 구절이었구나'라고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에는 번역문의 단어 해설을 포함한(!) 자세한 주석이 달리는 편이 좋을텐데, 그러려면 적어도 국문학 전공자와 한문학 내지 동양철학 전공자가 팀을 이뤄 전문적 편집작업을 해야 했겠지만... 

 

이런저런 고려 없이 일단 재출간 자체로 의의를 가지는 작업물이다 보니 언감생심(막말로, 2,900원짜리 책 아닌가!).

 

어쨌든, 지나치게 간결한데다 약간 번역문 핀트가 미묘하게 안 맞는 불친절한 주석만 가지고는 본문 해독이 상당한 고역이었다. (주석이 더 난해하다!) 

 

 

 

이런 정도의 번역은 오히려 다른 번역본과 원문을 통해 [논어]를 조금이나마 접해본 독자에게 알맞지 않을까. 결코 출판자의 취지처럼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접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논어]를 처음 읽는 독자를 대상으로 보급할만한 번역본은 되지 못한다고 본다. 위에서 말했듯이 저 아름다운 조선말을 잘 풀어주는, 친절하고 자세한 '한국어 주석'이라도 달린다면 모를까.

 

이을호 선생의 [논어] 번역이 '최고의 번역'인 것은 맞다.

단, 조선말 번역 중에서 최고, 그리고 최후의 번역.

앞으로 이을호 선생의 유려한 조선말 번역을 이어받아 '최고의 한국어 번역'을 써내는 것은 후학들의 몫으로 여전히 남아있고.

 

 

 

2. 번역의 관점 자체가 조금은 고루하다고 할까. 이게 이야기하자면 조금 복잡한데... 그냥 성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공자와 [논어]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 군데군데 부분적인 자구 해석에서 다산설을 가져오는 정도? 대단히 참신하다거나, 새로운 공자상을 제시한다거나 뭐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3. 이게 앞으로 전자책으로도 만들고 해서 보급한다고 하는데... 설마 지금 책 그대로 내지는 않겠지? 일단 이 책의 편집 자체가, 책의 구성과 전혀 맞지가 않는다. 현재의 체제로는 한 편 안에 평균적으로 백 개가 넘는 주석이 달리게 되는데(모두 스무 편이 있으니, 이천 개 가까운 주석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는 너무나 읽기가 불편하다. 더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조선말 번역에 대한 주석이 없이는 내용 이해가 조금 힘든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주석이 각주로 내려가지 말고, 번역문과 원문 바로 밑에 따라붙어줘야 한다. [논어]를 비롯한 많은 동양 고전 번역본들에서 하고 있듯이 말이다.

 

전자책으로는 한 화면 안에 한 구절에 대한 번역문, 원문, 각주, 평설이 함께 뜨도록 화면 구성을 해주는 편이 좋겠다.

한 절을 한 페이지씩 설정해서 화면을 밀면 다음 절로 나갈 수 있게...

각주는 본문에서 클릭하면 바로 팝업창 형식으로 열릴 수 있도록 링크되는 것도 좋겠고, 주석에서 비교 대조해보라는 구절들도 링크로 연결해주는 것도 좋겠고.

뭐 종이책보다 훨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줄 요약 : 소문이 왜 났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라는 느낌.

 

 

 

 

 

P.S. 전자책이 드디어 나오긴 했는데... 본문을 그대로 변환만 시킨 PDF 파일 이다. 제발 이렇게는 나오지 말았으면 하던 바로 그 방식으로...  ㅠ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 밖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경악스럽게도 이틀만에 판매용 4천 부가 매진되어버렸다는 1차분의 학습효과 덕분인지, 교보문고 매장에는 요거 한 번 사 보겠다고 길다란 줄이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에게 한 권씩만 판매.

 

간신히 마지막 남은 [한글 맹자] 입수하는데 성공. 나머지 책들은 냉정하게 패스. 

 

동시에,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서도 구매. 종류별로 3권 이상은 구매할 수 없도록 제한조치. 

 

그럼에도, 오후에 재접속하니 이미 매진. 

 

결국 '고리타분한' 인문학 고전 네 권, 각각 사천 부 가량이 하루이틀만에 매진 사례.

21세기 한국 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나?

동양 고전이 이 정도의 판매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텔레비전 강의까지 하시는 도올 김용옥 선생 말고는 ...

신영복 선생의 [강의] 정도?

 

이런 초반의 열풍은 언론에서 많이들 떠들어준 덕도 크겠지만,

상당 부분은 이름만 높았을 뿐 그동안 구하기 힘들었던

이을호 선생의 [한글 논어]와 [한글 맹자]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이기도 했을 것이다.

 

 

 

 

 

 

 

 

 

 

 

 

 

 

역시, 박영문고로 나왔었던 이을호 선생의 번역본을 재단장.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맹자요의]의 정신으로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지형 선생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감상평

 

1. 책날개 정도는 하는 편이 어떨까 ... 물론 문고판, 페이퍼백 컨셉이긴 하지만 ...

지금 분위기는 한정판으로 발매된 바람에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희귀본이 되어버렸는데 ...

막 모서리 닳아서 헤어지고 그러면 안 좋을 듯.

 

2. 번역은 좋다. [한글 논어]처럼 최상급이다, 는 평가까지는 못 내리겠다.

군데군데 약간 어색한 부분들도 보이는데 ... 그냥 번역문만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갸우뚱.

[한글 논어]의 경우 짧은 단편들이라 톡톡 튀는 찰진 번역의 느낌이라면, [한글 맹자]는 구수한 입말을 잘 살린 느낌.

 

3. 번역문도 군데군데 오자가 눈에 띄는데, 주석과 원문으로 넘어가면 이건 뭐 거의 재앙 수준.

비전공자가 교정을 봤다는 티가 팍팍 나는 초보적인 실수들이 좀 많다.

[맹자]에 대한 최초의 주석가인 '趙岐'를 '趙峻'으로 오기한다든지 하는 민망한 경우들.

(이런 오자의 경우는 전산입력을 하는 요즘에는 드물고, 활자인쇄 시절의 실수가 이번에 전산입력을 하면서 그대로 이어진 듯 한데, 당연히 1) 해당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 급의 2) 유능한 편집자가 걸러줬어야 하는 부분. 그런데 이걸 다 갖춘 인력이 많지가 않지...)  

 

4. 원문도 정말 무성의하게 그냥 형식적으로 실었다.

일단 구두점이 없다. 다행히 가끔씩 띄어쓰기는 해주셨다. 

물론 해야 할 곳을 안 하거나, 안 해도 될 곳을 한 경우들이 많고.

유일한 구두점은 曰(왈) 뒤에 붙은 쉼표인데, 이것도 한 경우도 있고 안 한 경우도 있고.

한 경우와 안 한 경우도 무슨 ... 원칙에 따랐다기 보다는 어디는 하고, 어디는 그냥 빼먹은 느낌.

 

5. 평설 부분은 나름대로 이을호 선생의 목소리인데, 주석과 함께 몰아넣기 보다는 본문으로 올려서 번역문 뒤에 넣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폴로기아] 및 [크리톤], [심포시온] 등등이 수록되었고, 이미 언급했듯이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판의 분책이라 볼 수 있다.   대본으로는 고색창연한 Benjamin Jowett 의 영역본을 사용했다. 조우현 선생이 작업할 당시에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21세기에 영역본, 그것도 19세기 영역본의 중역본이 다시 나오다니 ...

 

 

이런 상황이니 혹시 구매를 못 하였다 하더라도, 플라톤 대화편의 입문서 정도의 위치인지라 너무나 많은 번역본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걱정 마시라. 물론 박종현 선생의 원전 번역을 첫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제목부터가 [변론]이라고, 좀더 적합하게 바뀌었지 않은가.

 

 

 

 

 

 

 

 

 

 

 

이 책이야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지만, 번역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바로 그 주요섭 선생이 언제 이런 번역서를 내셨나... 나름 이을호 선생 못지않게 찰진 번역일 듯 하다. 재미있게도, 주요섭 선생이 코리아헤럴드의 전신인 코리안리퍼블릭 이사장을 지냈었다고. 꼭 이런 이유 때문에 선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 역시나 올재 판을 구하지 못하셨을 당신을 위해 : 

 

 

 

 

 

 

 

 

 

 

 

 

 

2005년도에 나온 서해문집판은 올재 [정치학]의 번역자로 친숙한 라종일 교수의 번역. 아름다운 도판들이 눈길을 끌고, 주석을 찬찬히 보면 분명히 라틴어판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도에 나온 을유문화사판은 같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의 번역. 이 책 아니면 접하기 힘들 다양한 관련 사료들과 자세한 해제가 돋보이는, 공이 많이 들어간 역작이다.

 

 

 

 

 

 

 

 

 

 

 

 

 

 

 

폴 터너 교수는 영문판 펭귄 문고에서 원래 라틴어로 쓰인 이 작품(1516년)을 현대 영어로 새로 번역했는데, 2008년도에 나온 한국어판도 이 새로운 영어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그러니까 기존의 무수한 번역본들과는 저본이 다른 셈. 자세한 주석은 덤. 펭귄의 역량은 기본적으로 이런 정도다. 올재, 보고 있나?

 

 

자, 이제 끝판 대장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 영국인인 토마스 모어가 당연히 [유토피아]를 영어로 썼을 것이라는 생각인데, 사실 당시의 유럽 공용어였던 라틴어를 놔두고 불완전한 지방어였던 영어를 썼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 수많은 [유토피아] 판본은 모두 원저가 발표된지 40여 년 뒤에 나온 랄프 로빈슨의 영어판(1551년) 등을 저본으로 삼아와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드디어(!) 라틴어판 원전 번역이 소개되었다. 주인공은 그동안 별다른 히트작을 못내던 문예출판사. 이제부터 [유토피아]의 결정본은 바로 이 책이다! 앞으로 올재 클래식스에서도 영문판 펭귄 문고나, 문예출판사 원전 번역본 정도의 의미있는 작업물이 나오길 기원한다. 

 

 

 

 

 

 

 

 

 

 

 

 

 

 

 

 

 

대박이다. 실제로 보니 정말 두껍다. 5백 쪽 이상의 분량.

이전에 민문추에서 나온 것 말고는 다른 판본도 없다.

이번 출시분의 진짜 완소 아이템은 바로 이 책이다 ! 

 

 

 

 

 

 

 

 

 

 

뱀발 내밀어라 ▼  

 

장서가의 변명 Apologia Bibliophilia

 

워낙 언론에서 주목한데다, 한정판으로 나온 물량이 이틀만에 매진되는 사단이 나고 보니 인터넷 서점 등의 중고 코너에는 벌써부터 이 시리즈가 정가의 열배, 스무배 가까운 가격으로 나와 있다. 물론 파는 이가 그렇게 부른다고 하여 덥석, 사지는 않겠지만들. 이런 모습에 혹자는 지나친 폭리이다, 고상한 선의를 무시한 악질적인 매매행위이다 등의 비판을 하는 모습이 올재 게시판 등지에서 목격된다. 물론 애시당초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해 염가로 팔자는 취지의 서적을 대상으로 지나친 영리추구를 하는 모습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헌데 이를 어쩌나. 어린 시절에는 부산 보수동 헌책골목에서, 머리가 굵어지고서는 서울 시내 전 지역의 헌책방을 섭렵하며 책을 수집했던 내가 보기에 이건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절판본, 희귀본의 경우에 정가의 수십배 내지 수백배까지 나가기도 하는데, 몇 만원 정도는 애교 수준. 올재 클래식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찌 보면 자랑스럽고 좋지 아니한가. 책이 출판사에서 매긴 가격의 열배 스무배로 팔린다는 것은 달리 생각해 보면 출판사에게는 무한한 영광(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의 출판사라면 그걸 영광이로소이다~ 하고 앉아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하필이면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펴내었으니, 그냥 영광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모습을 바라볼 밖에).  

 

왜 이런 작태가 벌어질까. 정리 좀 해보자.

요즘 말로 '사기'(사기캐릭!)에 가까운, 완벽한 이력을 가진 명망가의 야심찬 프로젝트.

각종 언론을 통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공짜로 누린 엄청난 홍보 효과.

고매한 이상과 대의명분까지 덤으로.

더구나 웃기는 것이, 정작 책은 널리 보급은 되어야 하지만 너무 많이 팔려서도 안되는 (어쩌라고?!) 말도 안 되게 역설적인 숙명. 

 

이건, 희귀본으로서의 완벽한 조건이다.   

 

앞으로도 올재 클래식스의 가격은 더 오를 일만 남았다. 잠재력이 매우 풍부한 우량주인 셈이다. 아니 IT 혁명 때의 코스닥 주식이나 2000년대 초반의 중국 주식, 아니 그 옛날 네델란드의 튤립 뿌리 수준이다. 물건을 산 그 다음날로 열 배가 되어 있다니... 

 

당신에게 자본이 있다면 올재 클래식스에 투자하라 !  

 

  

누군가 말했던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이렇게 말해보자.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헌책방 업계에서 '나까마'라 불리는 이들, 헌책 애호가, 장서가들이 한국 출판계에 다시 오기 힘들 이런 '대박 아이템'을 놓칠 리 없다. 여기다 대고 고상한 목적으로 펴내는 책을 악용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자 맹자가 살던 시절에도 다 그랬다. 세상의 이치야.  

 

사유재산도 없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어 쓰는 이상사회는 그야말로 유토피아, 어디에도 없는 곳. 우리나라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 그 중에서도 제일 저질인 약육강식의 천민 자본주의. 자신의 소유물을 정당한 수단으로 판매한다는데 이를 제지할 방도는 더군다나 없다. 왜 하필이면 이런 데서만 이상을 내세우시는가, 오직 이윤이 있을 뿐이다(何必曰義 亦有利而已矣) ! 

 

말 나온 김에 한 마디 하자. '정가'의 수십 배의 가격을 치르고 책을 사는 행위가 터무니없어 보이는가? 그래봐야 몇 만원이다. 왜 책 한 권에 몇 만원씩이라면 그렇게 화들짝 놀라시는가. 한 권에 수천만원, 수억원을 줘도 못 사는 책들도 수두룩하다. 나에겐 '원가'의 수백, 수천 배의 가격을 치르고 값비싼 수입 화장품이니 모모 브랜드의 가방 따위를 사는 행위가 더 터무니없어 보인다. 1억원 짜리 피부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으신다는 분들의 행태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다. 믿고 싶지가 않아서. 하룻밤 술값으로 기백만원씩 쓰기도 하는데, 두고두고 평생의 지혜를 살찌워줄 책에 쓰는 돈이 뭐 그리 아까운가. (오해하지 마시라. 물론 이건 궤변이다. 책이 매진되자마자 득달같이 인터넷 중고서점에 책을 내놓은 '나까마'에게 지불한 돈은 책을 만드느라 수고한 이들에게 절대 돌아가지 못하고, 만든 이들의 고상한 목적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 맞다. 차라리 올재에 그 돈을 기부하고 책을 받는다면 뿌듯하기나 하지, 이건 뭐...)    

 

새로 책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려 꼬박꼬박 책을 사보겠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당신부터가 이제부터 꼼짝없이 고전 애호가, 장서가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이런 세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셨으니 앞으로 부지런히 책 나올 때마다 사모으시도록. 그리고 행여 다음 기회에 책을 못 사게 되더라도 너무 열불내지는 마시도록. 올재에서 나올 책들은 워낙에 유명한 고전들인 덕분에, 꼭 올재 판이 아니더라도 대개는 다른 수준 높은 다양한 판본들이 있으니. 그러라고 내가 다른 판본들도 열심히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고.

 

여기에 대해 올재에서 할 수 있는 일? 없다. 지들이 무슨 공정거래위원회도 아니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어떻게든 좀 해결을 하긴 해야 할 것이다. 처음의 취지는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나까마'들로 하여금 희귀본을 싼 값에 더 많이 매입하도록 도움을 주기나 하고, 기껏 책을 펴내면 발매 하루, 혹은 이틀만에 절판되어 버리니 정작 책을 봐주었으면 하는 이들은 미처 다 못 사게 되고. (꼭 사려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해야 되고 말이다!)  

  

 

 

올재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라면... 뭐 이런 것들이 있겠지. 

 

1. 판매부수를 늘린다. 보급용 도서에 한정판이 무슨 말이냐! 전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볼 수 있게, 몇 만 부 씩 찍어서는 미친년 떡 돌리듯이 팔아제끼는 것이다. 더이상 희귀본이 아니니 '나까마'들이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몇 년 뒤에는 다른 전집들처럼 헌책방 한 구석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겠지. 하지만 한정판 발행이라는 방침상 이는 절대 불가.   

 

(왜 책을 보고 싶은 독자들의 바램을 외면하냐고? 그 바램, 그대로 들어줬다가는 한국 출판업계는 괴멸하게 되니까. 사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이 가능했던 것은 각종 기업체의 후원과, 서적의 가격 결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통업체의 배려 덕분이다. 그나마 비영리 사단법인이란 곳에서 고상한 목적으로 딱, 4천 부만 팔겠다고 하니 그냥 보고 있는 거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에서, 후원이 아닌 계열사 밀어주기 식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건 시장질서를 문란시키는 '덤핑'이라는 불공정 거래이며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동네 구멍가게가 다 죽어나가듯, 대기업에서 마음 먹고 이런 일을 벌였다면 영세한 가내수공업 형태를 못 벗어나고 있는 한국의 출판업계는 멸망해버릴 것이다! 만약 올재에서 계속 [한글 논어]를 단돈 2,900원에 판다면 [논어]를 펴내던 다른 출판사들은 자기네 책을 절판시켜야 할 것이다. 새로운 번역서 같은 것은 앞으로 출판되기 힘들테고. 그러면 우리는 이을호의 [한글 논어] 말고는 다른 번역본이 없는, 참으로 척박한 출판 문화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2. 책의 수준을 확, 떨어트린다. 영미권의 페이퍼백처럼 저질의 갱지를 쓴다든지, 70년대에 대충 일본 책 베껴서 잡탕으로 펴낸 형편없는 중역본을 가져와서 알뜰하게 재활용 해준다든지. 내가 '나까마'니 뭐니 하며 약간은 비하하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 이들은 출판업계의 사정에 대해 빠삭하게 꿰고 있으며, 인문학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높은 감식안의 소유자들이다. 올재에서 이딴 식으로 별볼일 없는 책들을 자꾸 만들어낸다면, 그들은 올재에 대한 관심을 뚝 끊을 것이다. 지금도 정체불명의 번역자들만 골라서, 아무도 안 사주는 책을 자꾸 펴내는 이상한 전집이 몇 종류 있는데, 사정을 조금 아는 장서가는 이런 류에는 눈길도 안 준다. 하지만 이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 

 

3. 가격을 올린다. 솔직히, 아무리 후원을 받니 어쩌니 해도 현재의 가격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가격이다. 2,900원? 길거리에 파는 별똥별이니 천사표니 하는 커피 한 잔도 못 사 먹는 돈이다. 아무런 경제적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그냥 상징적인 수준의 가격이니, 수집가들은 앞뒤 안 재고 부담없이 사재기나 하게 되고, 안그래도 희귀본인 책들에 오히려 아우라를 덧씌우는 결과를 낳는다(정가는 얼마인데 나는 열 배를 받고 팔았다, 누구는 스무 배에 샀다더라, 뭐 이렇게 말이다. 열 배라 해봐야 얼마 하지도 않으니, 자기들끼리 희희낙락하기에 딱 좋다. 한 점에 십원 하는 고스톱 느낌?).

 

이럴 거면, 그냥 조금만 더 올리시라. 다른 문고판들이랑 비슷한데 조금 더 저렴한 정도로. 해서 그 돈으로 훌륭한 번역가에게 의뢰도 하고, 좋은 편집진도 상주시켜서 권위있는 번역본도 펴내주고 하자. 언제까지 옛날 번역본들 뒤져가면서 '발굴'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지금 올재에서 '발굴'하고 있는 한 세대 전의 번역본들은 일본어판 베끼기나 원문 누락, 대리번역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을호 선생처럼 참신한 원전번역을 아름다운 한국어로 딱, 한 경우가 그리 많지 못하다는 말. 

 

단순 계산으로, 책값을 2,000원만 더 올려서 그 돈을 번역자에게 지급한다면... 꽤 많은 일급 번역가들이 앞다투어 올재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작금의 일부 비정상적인 중고가 형성은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더 올려도 된다는. 맨큐 교수의 경제학 강의 시간에 뭐 이 정도는 다 배우셨을테니...   

 

인간적으로, 지금 책값 2,900원이 3,900원이 되나, 4,900원이 되나 다 거기서 거기다(더 넘어가면... 조금 생각해 봐야겠다^^). 어차피 볼 책이면 아무리 값이 나가도 다 보게 되어 있다. 책값이 비싸서 못 사본다고? 정말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사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책에 돈 쓰기가 아깝다는 소리일 뿐이다. 

 

지금처럼 인쇄비도 못 건지는 낮은 가격을 고수하다가는, 당신들이 사줬으면 하는 가난한 이들은 영영 올재 클래식스를 구경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책 좀 사볼까, 하기도 전에 벌서 책이 동나는데 어떻게 하나? 이상한 말 같지만, 가난한 이들이 올재를 볼 수 있으려면, 책값을 좀더 올려야 한다. 그래야 지금같은 유한계급들의 묻지마 식의 사재기도 수그러들 것이고. 역설적이지만, 할 수 없다.

 

  

4. 자, 이도저도 안 된다면, 마지막 대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예 올재 홈페이지에 따로 아나바다와 사고팔기 장터를 열자.  

 

 

내가 가진 다 본 책을 희망하는 책과 교환해서 돌려 보는 아름다운 올재만의 전통을 만드는 것이다.

정말 책이 보고 싶은데 금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앞으로 나올 예정이라는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전자기기마저 없다면!) 이런 식의 돌려 보기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현실적으로는 각종 도서관 및 문고 등에 더 많은 보급을 해서 접근성을 높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진짜 그대들의 모토처럼 "지혜를 나누는" 행위 아니겠는가.  

 

교환이 아니라 팔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올재 재단에 기부하게 하자. 화끈하게 경매 같은 방식도 재미있겠다. 이왕이면 경매 수익금에서 정가 및 택배비를 제외한 나머지 차액을 모조리 기부하는 자선 경매로. 그리고, 이런 기부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다음 번에 책 나올 때 이름도 좀 실어주고 뭐 그런 거 있쟎은가). 다른 인터넷 중고서점 등에다가 올재 책을 올려서 파는 행위는 뭔가 찌질해 보이게. 눈치 보이고 손가락질 받게.

값은 얼마든지 주고서라도 책을 사겠다는 사람은 좀더 쉽게 책을 구할 수 있고, 책을 판 사람도 올재에 기부했다는 뿌듯한 느낌을 받고. 그러다가 여기에 재미 붙여서 다른 단체에 기부도 좀 해보고, 뭐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에 고전 독서 열풍 뿐만 아니라 건강한 기부 열풍도 좀 불러주고 하면, 좋쟎아?

 

올재여, 지혜를 나누자. 세상을 바꾸자 ! 

 

뱀발 오무려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막 7장]이라는 한 권의 미국 유학기로 단숨에 90년대 중고생들의 로망이 되었던 홍정욱.

 

 

 

 

 

 

 

 

하지만 수구적 색채가 짙은 정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최근까지의 행보는 200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약간의 실망으로 다가왔을 터.

 

이제, 다시 발행인으로 돌아온(그는 정치인 이전에 신문사의 사주였다. 물론 그 이전에 처녀작으로 화려한 데뷔를 했던 필력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그가 내놓은 야심찬 기획,

 

올재 클래식스.

 

 

 

 

(지혜를 나누자, 세상을 바꾸자.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지혜를 나누기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겠다.

 

 

예술과 문화 속에 담긴 교양을 널리 나누겠다.

 

 

소외계층과 청소년들을 위한 나눔에도 힘쓰겠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올재의 꿈"의 대강이다.

 

 

한때(지금 그분의 정치적 성향이나 소속이 여전한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단 별다른 흠결도 없으신 분이 불출마 선언까지 하셨으니, 한때라고 하자) 수구 정당에 몸담았던 전직 국회의원의 행보라기엔 너무나 아름다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우리가 맨날 욕해대는 그쪽 '잔치'의 그분들 중에 어디 이런 고매한 이상을, 박애정신에 입각하여 펼치시는 분이 계셨던가 말이다.

 

(홍정욱 씨,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가 하바드 숨막히는뒷태숨마쿰라우데 졸업생에게 기대했던 거라구!)

 

더구나 삼성 같은 굴지의 재벌을 비롯한 각계의 지원과 재능기부를 받아 저명한 고전들을 권당 2,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보급한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건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지 싶다.

 

70년대에 유행했던 삼중당문고, 박영문고 등의 저명한 문고판의 명맥을 다시 부활시키는, 아니 당시 숱한 문고판들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 영미권의 펭귄 문고에 버금가는 '지혜'의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1.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린 시절 동네 서점에 들러서 처음 샀던 책이 문고판으로 나온 김동인의 소설 [운현궁의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박영문고의 책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비롯해서 몇 권 샀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때 좀더 미리 사놓을 걸...

2.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필두로 해서 얼마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전집 열풍을 타고 한국에도 펭귄 문고가 소개되고 있는데, 대단한 파급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영문판의 아우라가 번역본이 되는 순간 사라져서일까.)

 

앞으로 시리즈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이 땅의 문화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기를,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선구안을 심어주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자, 그럼 시리즈의 분석을 해보자.

 

 

먼저 한글 논어. 2012년 1월에 나온 첫번째 시리즈에서 이슈의 중심(혹은 사재기의 메인 타겟)이 되었던 책.

 

 

 

 

 

 

 

 

 

 

 

 

 

이을호 선생의 번역본은 한때 추억의 박영문고로 나왔었고, 가장 최근에는 벌써 십년이 훨씬 전인 2000년도에 이을호 전집에 포함되었던 판본이다.

 

 

 

 

 

 

 

 

 

 

교수신문에서 각종 고전 번역서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최고의 고전번역을 찾아서]에서 당당히 최고의 [논어] 번역서로 손꼽힌 책이었지만 절판된 70년대의 문고판이나 엄청난 분량의 전집을 독자들이 손에 넣기는 너무도 힘들었던 것. 역시나 하루인가 이틀만에 매진 사례를 일으키며 올재클래식스의 당당한 시작을 알렸다고 할까. (이거 어떻게 구해야 하지...)

 

 

 

"참된 인물은 사람이 서근서근하고,

되잖은 것들은 언제나 찌뿌드드하다."

 

요즘 나오는 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찰진(!) 번역이 해방 직후의 조선땅에서 나왔다는 사태를 대체 어찌 해석해야 할까. 더구나 주자의 [논어집주]가 아닌 정약용의 [논어고금주]를 바탕으로 한 번역이라니. 이을호 선생의 번역은 조선 문명의 마지막 기운이 모인, 그야말로 '정화'가 아닐까.

 

 

 

 

 

 

 

 

(오래전에 전주대출판부에서 여유당전서 번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논어고금주]가 나왔긴 하지만, 입수하기는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한다. 최근에 새로운 번역본도 나왔다.)

 

 

 

 

 

그에 비하면 플라톤의 [국가]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아직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인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판을 가져왔다던지, 전공 학자의 권위있는 원전 번역본이 널리 보급되었다던지 하는 사정으로 인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덩달아 매진된 것은 역시나 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힘.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에서 [국가]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함께 나왔던 것을 1차와 2차로 분책해서 새로 낸 셈이다.  

 

 서광사에서 나온 박종현 교수의 번역본은 대표적인 원전번역. 물론 가격은 올재 클래식스의 열 배 가량이니, 일반적인 교양 독자라면 더 가벼운 선택을 해도 충분할 듯. 원전번역으로 읽으면 물론 더 좋고! 문고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펭귄 문고 및 최근에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옥스포드 문고판도 함께 감상해 보자.

   

 

 

 

 

 

 

 

 

 

 

 

 

 

그래, 책 좀 본다는 사람이면 집에 한두 권은 사서 꽂아두게 마련인 바로 이 삼성 세계사상전집 시리즈 말이다.

물론 조우현 선생이나 라종일 선생의 번역도 교양서로 읽기에는 무난한 번역이고, 더구나 [정치학] 같은 경우는 최근에 천병희 선생의 원전 번역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선책이었지만, 뭔가 서양 고전 부분이 약간 기운다는 느낌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런 '느낌'의 실체는 이을호 선생 번역본이 너무 군계일학이어서일 것이다. 경학사(經學史)에 길이 남을 걸출한 대학자가 저술한 권위있는 주석본을 저본으로 삼은 아름다운 우리말 번역서가 어디 흔한가. 원본이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이 고대 헬라스어가 아니라 당시로는 제2의 모국어나 마찬가지였을 한문이었으니 '원전 번역'은 당연한 선택이겠고(물론 당시에도 일본어 중역본은 판을 쳤지만).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올재 현상의 실체는 이을호의 재발견이다, 라고.

 

 

 

이제 갓 시리즈를 기획하고 시작하는 입장에서야 기존 번역본의 판권을 사서(혹은 기부받아서?) 펴낸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겠고, 좋은 번역본이지만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들을 발굴하여 널리 보급한다는 지금의 일차적인 방향(이라기 보단 불가피한 선택?)도 너무 좋다. 요즘 같은 시절에 대체 어떤 인문 고전 번역서가 발간 이틀 만에 초판 4천부가 매진되느냔 말이다. 어떻게 수십년 전에 나왔던 책을, 수십년 전 가격에 버금가게 구할 수 있느냔 말이다.

 

자그마한 바램은... 앞으로는 정말 '최고 수준의 완역본'이라는 목표에 걸맞는 참신한 국내 초역본 등이 많아졌으면 한다(2,900원짜리 보급판에 거는 주문은 29,000원짜리 전문 학술서 못지 않네그랴!). 브리태니커 총서, 펭귄이나 이와나미 문고의 명성은 선구적인 편집자의 기획 아래 학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권위있는 번역본들을 꾸준히 축적해온 데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뭐, 2,900원짜리 보급판 올재 클래식스의 수준이 높아지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통큰 기부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리고 1차분의 마지막으로 최치원의 고운집.

 

 

 

 

 

 

 

 

 

 

 

 

 

 

 

 

 

 

몇 권의 산문집, 시집 등이 산발적으로 나와 있었고, 최영성 선생의 두 권 짜리 전집이 나왔다가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상태... 이 정도라면 고운집, 상당한 가치가 있는 책인데?

사실 최치원 선생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원조 한류 아이돌... 이라고 하면 무리수일려나 ^^    

 

 

 

 

 

 

한국 고전들은 앞으로도 민문추, 지금의 한국고전번역원 자료를 활용할 것으로 보이고, 약간은 솔출판사의 나랏말쌈 총서와 비슷한 성격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상당히 접하기 힘든 편에 속해왔던 민문추 자료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아질 듯 하다.

 

동양 고전 1, 서양 고전 2, 한국 고전 1 의 균형잡힌 구성. 좋은 기획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_- 2012-07-1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홍정욱씨는 쑴마쿰라우데 아닌걸로 알고있는데요......수정 바랍니다.
답변은 이메일로 써주세요

비로자나 2012-07-1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그랬나요?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숨마쿰 어쩌고 해서 시끌벅쩍하게 홍보하다가 나중에 그냥 쿰라우데 라더라, 뭐 이랬던 기억도 어렴풋이 나네요. 워낙 오래된 일이라 ^^ 제가 친히 그걸 다시 찾아볼 만큼 대단하신 분도 아니고, 졸업식때 우수상 받았냐 최우수상 받았냐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고 ... 관련자료나 명백한 물증 등등은 관심 있으신 분들이 알아서 찾아보시는 걸로. 수정과 답변은 여기에 바로 달아드리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논어.

 

동양 문명권에서, 문자로 남겨진 저작물 중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어왔고, 그 중의 많은 사람들은 수백, 수천, 심지어 수만번을, 외우다시피 했을 책이 아닐까. 

 

그런만큼 여러 학자들의 주석들이 남겨져 있고, 지금도 중량감 있는 전문서에서부터 가벼운 에세이까지, 관련서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논어의 경우 특히나, 이천오백여 년 전 중국 산동지방의 입말과 현대의 괴리에서 비롯된 구문상의 모호함으로 인해 해석상의 논란이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는데, 간혹은 본인이야말로 기존 학계의 오류를 광정하고 논어 해석의 새 지평을 열었노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저자가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는 제도권에 속하지 않고 재야에 은둔한 이인달사이거나 학자 중에서도 관련 전공이 아닌 경우로, 고리타분한 학계의 관행을 한바탕 성토한 뒤, 따라서(?) 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혹은 아니기에) 그간 이 분야를 고고히 정진한 자신이야말로 논어를 제대로 이해하였노라는 레파토리를 읊어대는 분들이시다. 제목과 표지에서 뭔가 강력한 포스를 풍겨주시는 것은 필수. 때로는 죽이니 살리니 하는 살벌한 제목을 갖다 붙이시기도 하고.

 

그러면 또 이야깃거리만 찾아다니는 얄팍한 기자들은 이런 부류들은 꼭 빠지지 않고 기사화해주시고, 어리숙한 독자들은 대단한 신문에 기사로도 나오셨으니 뭔가 있나 보다 하고 사보고... (독자들의 인터넷 서평 문화가 발달하고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든 요즘에는 이런 일이 많이 줄었지만.)

 

 

 

사실 처음에 [새번역 논어]라는 책을 보았을 때, 이 책도 그런 재야파인가 싶어서 슬쩍 훑어보고는 서재 한 켠에 밀쳐 놨었다. 주석이 상세한 것도 아니고, 해석도 내세우는 것처럼 딱히 새로운 면도 없는 것 같고...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는데, 별 거 없으려니 하고 무심히 펼쳐 보았다가 책장을 덮을 때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 해석과 자신의 해석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몇몇 단편의 해석이 상당히 참신한 면이 있었다. 계속 읽어나가니 그 참신함은 폭넓은 연구자료의 섭렵에 근거를 두고, 공자의 정신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 격조있는 참신함이었다. 우리의 성현께서도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 말씀하신 바 있지만, 저자는 폭넓은 학식과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罔'과 '殆'의 위험을 뛰어넘어 매우 독특한 색깔을 가지는 역작을 펴냈다. [논어의 발견]은 이런 옹골찬 논어 번역에 바탕을 둔 해설서이니만큼 어떤 논의가 펼쳐질지 기대된다(아직 안 읽어봤다).  

 

 

 

 

  

 

 

 

 

 

 

(양장본으로 구성된 번역서와 해설서가 버거울까 봐 휴대용도 나왔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번역서에서는 이런 심도있는 논의까지 다 커버하게 마련인데, 발간 당시 무명이었던(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저자가 굳이 번역서 따로, 해설서 따로 펴냈어야 했나 하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은 참신한 번역에 비해 그에 대한 보충설명이 너무 소략하다. 친절하게도 [논어의 발견]의 해당 섹션을 찾아보라는 안내는 있지만, 어지간한 애독자층이 아니고서는 해설서까지 사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만약 독자들이 한 권의 번역서에서 참신한 번역과, 여기에 대한 심도있는 해설까지 함께 접할 수 있었다면 독서 시장의 판도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1999년도에 초판, 이후 십년만인 2009년에 개정판이 발행되었다가 현재 출판사의 사정으로 구하기 힘든 처지가 된 책이니 아마 다음번에는 출판사를 갈아타서 나오지 싶은데, 이런 부분도 고려해 주시길.

 

(그간 절판되어 아쉬웠는데 드디서 새로 개정판이 나왔다.

[논어의 발견]에 이어 [공자의 발견]이라는 신간까지 ...

[논어의 발견]은 그대로 두고, 새로 신간을 내는 쪽으로 했나보다.)

 

 

 

 

 

 

 

 

 

 

 

 

 

 

 

 

 

아무튼,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통쾌한 번역서 이후 오랜만에 보는 "진취적"인 저작이었다.

(참, 저자는 우리가 흔히 좋은 뜻으로 쓰는 '進取'라는 논어에서 유래된 단어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

 

 

 

 

 

 

 

 

 

 

 

 

 

미야자키 선생도 그렇고, 이수태 선생도 그렇고, 역시 비전공자의 시각이 더 참신해버리는 이 사태를 어이해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