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서. 

90년대 초반에 화제가 되었던 당시 서울대 사학과 김성칠 교수의 일기. 

한 나라의 정부가 그 국민을 속이고 도망쳐버린 수도에서 '인민 해방'의 대상이 되어 수모를 겪고, 다시 돌아온 정부 아래서 적반하장 격의 취급을 당하는 백성들. 

좌익은 무비판적인 교조화, 조직화 및 지도자 숭배에 빠져 정작 주체가 되어야 할 인민이 밀려나버리는 모습. 

우익(이라 쓰고 외세에 빌붙은 기회주의 세력이라 읽는다)은 무능과 부정부패, 황금만능에 빠진데다 좌익의 전략 전술을 따와서 그보다 한술 더 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작금의 정치공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싶다.  

민주화 세력에 의한 정권교체기 십년 동안 뒤에서 칼을 갈며 프로파간다로 국민의 의식을 호도한 끝에 정권을 재탈환하자마자 마치 그람시의 충실한 추종자라도 되어버린 듯,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전반에 걸쳐서 지난 정권의 인물들을 온갖 구실을 붙여 쫓아내고 자기 세력 심기에 광분하지 않았던가. 그 과정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흑색선전, 협박 등은 법치의 실종을 넘어서서 차라리 동네 양아치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국격. 나라의 위신과 품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나라의 기본 질서가 되어야 할 법치, 질서는 신라시대 육두품 마냥 성골들에게는 되려 무소불위의 면허가 되어버린 듯, 조소와 희화화의 대상으로 추락해버렸다. (역시나 경상도 정권이라 그런가?)

이런 세력들이 공동체의 영속과 안녕을 위한다는 자칭 보수니, 자유니 하는 이름을 내걸고 설치는 꼴이라... 보수는 외세에 대한 사대가 되었고, 자유는 경쟁만능, 시장만능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공자는 왜 그리도 正名을 부르짖었을까. 왜 소정묘를 단칼에 버히었을까.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는 사회는, 그렇게도 힘든 것일까... 

60년이면 두 세대가 지났건만,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입맛이 쓰다. 

예나 지금이나, 중도를 지키는 이가 발디뎌 설 곳은 위태위태한 외나무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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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참 괜찮은 책인데, 국내 소개는 한참 늦게 된 것이 아쉬운 점. 그리고 그것을 만회하려는 한국 출판사 측의 노력이 미약하기 그지없어 더욱 아쉽고.  

일본에서 1984년도에 출간된 책을 2009년도에 번역해서 펴냈다. 1984년. 어떤 해인가.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 뭐 이런 이야기가 아니고,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이제 겨우 정보통신혁명을 예측하던 무렵이다. 그것도 미국에서.  

앞부분에서 신문 스크랩 방법 같은 것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푹푹 나오고... 일본 도서관은 도서카드를 쓰는데 미국 가보니 컴퓨터 단말기 검색만 하면 되어서 참 편하더라, 우리(일본)도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 뭐 이러고 있는 거 보면 아, 옛날에는 참 고생이 많았구나 하는 측은지심이 드는 정도? 옛날에는 저 고생을 해가며 정보를 수집하고 책을 썼는데, 지금은 정말 행복한 거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오고.  

소니에서 나온 베타 막스(마츠시타의 VHS 방식이라는 비디오 테이프 녹화 재생 방식에 밀려 사라졌던 비운의 베타 방식을 쓰던)를 잘 쓰고 있다고 자랑하는 부분에서는 요새 애들이 비디오 테이프란 걸 알까 싶은 생각이 들고.  

이런 '시대와의 불화' 그리고 일본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한국 상황과 동떨어진 부분들을 한국 출판사 역시 의식했음인지 군데군데 역자주로 한국의 독자들에 대한 보충 설명이 들어가주기는 하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  

제대로 하려면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개정판이 나왔어야 하고, 그 개정판을 번역했어야 할 일이지만 지금도 각종 저술 스케줄로 꽉 차 있을 저자가 한국어판 독자들을 위해 20년도 더 된 책을 손보아서 내기는 힘들었을테고. 역시나 이 정도가 출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나 싶다. 꾸준히 국내에 소개해오고 있는 저자의 작품을 빼놓기는 그렇고, 출간하자니 조금 타이밍이 안 맞고... 고민을 거듭했을 출판사 편집진의 마음이 전해진다. (근데... 좀더 잘 하지...)  

역자가 서울대 종교학과 출신의 인문학 연구원이 아니라 현역으로 뛰는 저널리스트 출신이었다면 좀더 생생한 보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착각인가...)  

물론 소소한 테크닉에 관련된 부분이 아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많고, 다치바나 선생의 통찰력은 역시 세월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일독의 가치는 있다고 보여지고.   

 

 

1장 정보의 입력과 출력 | 9

일반론이 성립되지 않는 분야 | 10

오관五官의 정보수용 능력 | 12
대체 지적인 정보의 입력에 매일 얼마나 시간을 할당할 수 있을까? 신문이나 잡지를 제외하고 하나의 완결된 텍스트를 읽는 시간을 하루에 얼마만큼 낼 수 있을까? 그 시간에다 자신의 독서능력과 평균수명을 적용해본다면, 앞으로 남은 일생 동안 자신이 몇 권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기가 읽고 싶은 책 모두를 죽기 전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이 금세 명약관화해질 것이다. 13

정보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 | 15
필요한 것은 오로지 정신의 집중뿐이다. 그 이외에 어떤 훈련도 필요치 않다. 최대한 잡념을 떨쳐내고 눈앞의 문장에 정신을 집중한다. 그밖에 어떤 것도 시야에 담지 않고, 아무리 시끄러운 장소에 있어도 귀에는 어떤 것도 들리지 않고, 문장의 의미 이외의 사념은 머릿속에 전혀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면, 갑자기 놀랄 만한 속도로 눈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입력의 두 가지 유형 | 18

목적선행형의 독서법 | 20

입력과 출력의 균형 | 23
끊임없는 입력에 의해 축적되고 형성된 풍요롭고도 개성적인 지적 세계야말로 좋은 출력의 토양이다.
앞서 입력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출력에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두 시간이면 읽어치울 수 있는 얄팍한 책이라도 쓰는 입장에서는 100시간에서 200시간 정도는 걸렸을 것이다. 따라서 인생에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까라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입력과 출력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 배분할 것인가를 일단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2장 신문 정보의 정리 그리고 활용법 | 25

스크랩북 | 26

‘록히드 사건’ 스크랩 | 28
정리하자면 긴요한 자료는 가공하기 전의 오리지널 상태 그대로 단순 검색이 가능하도록 원자료로서 보존해두라는 것이다. 자료를 가공할 때는 원자료를 쓰지 말고 복사한 걸 쓰도록 한다. 30

튜브 파일 | 32

목적 없는 스크랩은 그만둬라 | 36

작업 순서에 대한 조언 | 39

약간의 실용적인 주의사항 | 41

분류는 독자적으로 고안하라 | 42

현실에 입각한 분류 | 45
분류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면 매끄럽게 분류할 수 없는 항목의 출현은 번거로움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그렇지만 분류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목적은 지적인 출력에 있다. 그리고 보다 향상된 지적 출력을 위해서는 그러한 항목의 출현에 촉발 받아 사고의 틀 자체를 새롭게 생각해보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다. …이 정도까지 되면 분류는 이미 지적인 생산행위로 상승한다. 이때까지 행해온 것과 같은, 정보를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적인 분류가 더 이상 아니게 된다. 생각과 동시적으로 진행하며 발전해가는 동적인 분류가 된다.

분류는 지적 생산행위 | 47

칸막이를 이용한다 | 49


3장 잡지 정보의 정리에 대하여 | 51

방대한 분량의 잡지를 독파한다 | 52

기사의 보존과 카드작업 | 53
카드는 주제별로 분류한다. 앞서 신문 스크랩의 분류에 대해서 말할 때 이미 밝혔지만 분류는 자기 마음대로,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개인적으로 정보정리를 할 때 늘 유의하는 사항은 타인이 이용할 경우의 편리함 따위는 일체 고려하지 말고, 이것은 100퍼센트 내 전용이라는 대 전제 위에서 가능한 한 품이 덜 들고, 가능한 한 내가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배열하는 것이다.

‘오야 문고’의 독특한 분류법 | 54


일본의 2대 잡지색인 | 57

어느 ‘정리 마니아’의 희비극 | 58

목적과 수단의 전도 | 60

카드는 자신을 위해 만들어라 | 62

실물을 수중에 넣는 것의 장점 | 64
흥미를 끄는 기사를 색인에서 발견하고 그 기사의 복사를 의뢰함과 동시에 그 잡지 자체를 손에 넣어 해당 기사가 어떠한 목차의 맥락 안에 있었는지를 새삼 확인해보는 과정에서, 색인만을 봤을 때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상호비교하며 읽어봐야 할 중요한 기사를 발견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기사만이 아니라 그 호의 광고라든가 독자투고란에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있는 경우도 있다. 65

외국의 잡지기사 색인 | 66

행잉 폴더의 활용 | 69
어떤 작업에 돌입할 때 나는 일단 신문 스크랩이든 잡지기사 복사물이든 필요한 것을 이 폴더 안에 옮겨놓는다. 그밖에 다른 자료들도 어쨌든 모두 여기에 넣어버린다. 예컨대 뭔가 생각이 나면 그것을 메모해서 넣어두든가 나중에 이야기할 ‘재료 메모’나 차트 혹은 자료를 다양하게 가공한 것들도 여기에 넣어둔다. 메모란 그 속성상 보존하기가 어렵고 없어지기도 쉬운 것이지만, 이 폴더라면 쉽게 보관해둘 수 있다. 내가 이용하는 것은 B4형인데 이 사이즈를 고른 것은 양 페이지에 걸친 큰 기사들을 복사하여 그대로 여기에 넣을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71

 

4장 정보검색과 컴퓨터 | 73

『뉴욕 타임스 인덱스』 | 74

컴퓨터화 된 의회도서관 | 76

편리한 미국의 『정보자원 디렉토리』 | 78

자료 복사 | 79

녹음기와 메모 | 83

개인적 정보처리와 컴퓨터 | 86

 

5장 입문서부터 전문서까지 | 91

사전 준비 | 92

우선은 서점부터 돈다 | 93
시민의 독서생활에 있어서 도서관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절대 반대다. 공공기관에서 무료로 대형 식당을 여기저기 만들어 그곳을 시민들의 식생활의 중심으로 삼아야한다는 식의 어리석은 의견을 부르짖는 사람은 공산권에서도 소수일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 식사다. 자신이 읽을 책 정도는 스스로 골라 사고 늘 곁에 두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전문서점 | 94

없는 돈을 털어서 사라 | 96

입문서의 선택법과 독서법 | 97
첫째, 읽기 쉽고 알기 쉬울 것. 둘째, 그 세계의 전체상을 적확히 전해줄 것. 셋째 기초개념, 기초적 방법론 등이 깔끔하게 정리 및 제시되어 있을 것. 넷째 장차 중급, 상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해가면 되는지, 무엇을 읽으면 되는지가 제시되어 있을 것 등이다. 98

중급서에서 전문서로 | 100

읽을 가치가 없는 책 | 101
읽어나가는 중에 읽을 가치가 없는 시원찮은 책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 책은 바로 읽기를 중단하고 버린다. 그래도 애써 산 것이니 뭐니 해서 쩨쩨한 근성을 발동하여 무리하게 다 읽으려고 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게 좋다. 돈을 손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마저 손해보게 된다. 허접한 책을 사지 않을 수 있기 위해 지불한 수업료라 여기고 깨끗이 버리는 게 낫다. 102

처음부터 노트를 하지는 말라 | 103
책은 소모품임을 늘 염두에 두어 인색하게 굴지 말고 더럽히면서 읽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전문정보를 접하라 | 104


6장 관청정보와 기업정보 | 107

행정기구는 정보기관이다 | 108
일반적으로 관료들은 낯선 상대와 처음 만났을 때 상대를 낮추어 보려 한다. 이쪽이 얕보려야 얕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태도를 통해 확실히 보여주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 관료에게서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상대에게 납득시켜야만 한다. 첫째로 그 정보가 존재하고 있고 그것이 상대의 능력 범위 안에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점. 둘째로 그 정보를 비밀에 부칠 하등의 이유가 없고 공개되어야 마땅하다는 점. 109

정부간행물센터 | 110
정부간행물센터라는 곳은 간단하게는 소개할 수 없으리만치, 대단히 내용이 충실한 서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므로 한 번씩은 가보기 바란다. 가면 반드시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한다. 자기 눈으로 어디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보고 익숙해지는 것이 지름길이다. 111

자료의 신뢰성을 음미하라 | 112

관청의 정보 조작 | 113
조사 결과는 올바르더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이나 이용 방식이 잘못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볼 수 없는 숫자를 가지고 와서 통계에 의해 증명된 중대 사실이나 되는 양 제 주장을 펼치는 것은 흔한 잘못이다. 그 조사가 가진 여러 전제들(견본추출 방식)을 무시하고 이야기하는 것, 설문의 맥락을 무시하고 하나의 설문에 대한 답만을 뽑아내어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도 자주 저지르는 잘못이다. 악의적인 오용도 있지만 무지 때문에 저지르는 잘못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간파하기 위해서도, 자기 스스로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도, 사회조사, 여론조사, 통계 등의 기초적 방법론은 누구나 한번쯤 꼭 배워둘 필요가 있다.

관청정보에 접할 때는 언제나 이것은 어떠어떠한 행정목적에 어떻게 관계되는 정보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행정목적을 위해 현실을 왜곡한 자료는 아닌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하나하나는 모두 올바르지만 그 데이터 전부를 바탕으로 내린 특정 판단은 옳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사물의 일면만을 보고 채취한 데이터를 가지고 사물의 다른 일면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이 점의 음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거기에 무엇이 쓰여져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쓰여져 있지 않은가를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생각해보는 일이다. 무엇이 쓰여져 있지 않은가를 간파하는 것은 퍽이나 어려운 일이다. 수련을 필요로 한다. 115


업계단체와 거대기업이 가진 정보 | 116

‘NRI Search’ | 119


7장 ‘인터뷰 취재’에 관하여 | 121

들어야 할 것을 미리 확인해두라 | 122
“그런 식으로 너무나도 개괄적이고 포괄적으로 질문을 하시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무엇을 듣고 싶은지, 질문을 좀더 구체적으로 좁혀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떤 점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듣고 싶습니까?” 이렇게 되면 갑자기 말문이 막혀 제대로 된 질문이 나오지 않고 당황하는 사람이 있다. 실은 그 문제에 대해서 예비지식이 변변치 않기 때문에 개괄적이고 포괄적인 질문 대신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124

질문의 범주를 구별한다 | 125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묻는다는 것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질문할 때는 반드시 그 문제에 대해 자신도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던진 질문이 질문자에게 되돌아왔을 때 ‘질문하는 것은 질문받는 것’이라는 이중구조가 확연히 떠오른다. 무서운 상대와 맞닥뜨리면 어느새 누가 묻는 자고 누가 답하는 자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플라톤의 대화편이 그 전형적인 예다. 소크라테스에게 질문을 한 자는 역으로 그 질문에 대해 소크라테스로부터 힐문당하면서 결국 질문자 자신의 생각을 역으로 추궁받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물으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묻는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플라톤의 대화편 한두 편쯤은 읽어두어야 할 것이다.

기록 방법 | 128

비디오 기록의 활용 | 129

메모장 마련 | 130

첫째는 준비, 둘째는 상상력 | 131

체험한 사실인가, 전달이나 추측인가 | 132

내면적 상상력 | 134

논리적 상상력 | 136

거짓 논리를 간파하는 방법 | 137

종은 두드리기 나름 | 140


8장 출력과 무의식의 효용 | 143

입력과 출력 ‘사이’는 블랙박스 | 144

머릿속에서 발효되기를 기다려라 | 145

KJ법은 도움이 안된다 | 147

무의식층의 거대한 잠재력 | 149

무의식 아래의 능력을 키운다 | 151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까? | 153
어떻게 하면 무의식의 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양질의 입력을 가능한 한 다량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 이외의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으면 가능한 한 좋은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 그 이외에 왕도는 없다. 문장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문장독본 같은 것은 한 줄도 안 읽어도 좋다. 그런 것을 읽음으로써 얼마간이라도 문장력이 향상되었다는 사람을 나는 한 명도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을 본다. 손을 보는 가운데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무엇이 좋을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럴 때는 과감히 쳐내는 방향으로 손을 댄다. 매꺼럽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긴 문장이다. 그러니 우선 수식어(수식어구)를 덜어내고 연문, 복문은 단문화 하여,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 본다. 그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문장구조를 바꿔본다. 구체적으로는 주어를 바꿔본다. 주어를 바꾸면 문장 전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주어를 바꾸자마자 지금까지의 신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문장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일이 흔히 있다. 155

워드프로세서의 효용 | 156


9장 콘티형과 반짝형 | 159

콘티를 짜야 하는가 | 160

무無콘티파의 발상 | 161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 | 164

‘유레카’ 욕구 | 167

‘반짝 메모’를 한다 | 169

의미 부여는 의식적 작업 | 170


10장 재료 메모·연표·차트 | 173

‘재료 메모’ 작성법 | 174
쓰기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모은 재료들을 훑어본다. 그때 미리 준비해둔 메모를 본다. 이것이 ‘재료 메모’다. 이것은 간략하면 간략할수록 좋다. 나는 통상 원고지 뒷면을 이용하는데 그 한 장에 모든 것이 포함되도록 써놓는다. ‘한 장에’라는 대목이 중요하다. 메모에 눈길을 던졌을 때 전 재료가 일순간에 시야에 들어오도록 해두는 것이다. 참고로 내가 사용하는 원고용지는 2백자 원고지다.

‘서두’ 문제 | 176

재료 메모의 구체적인 예 | 178

재료와 메모를 연결하는 색인 | 181

‘연표’를 만들면 무엇이 좋은가 | 182
나는 어떤 경우라도 자료정리법으로는 다음 두 가지를 사용한다. 연표와 차트다. 자료 내용이 시간별로 배열되는 성격이라면 반드시 연표를 만든다. 지금 ‘연표’라고 말했지만, 자료 내용에 따라서는 시간단위일 때도 있고 날짜단위, 월단위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시간의 흐름을 포함하는 것은 모두 시간별로 배열해보는 것이다. 이 작업의 효용은 대단히 놀라운 측면이 있다. 두세 번 시도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누구나 알 수 있을 테니 우선 해볼 것을 권하는 바다.

‘차트’ 만드는 법 | 185

 

11장 문장표현 기법 | 191

문체는 옷에 불과하다 | 192

아첨과 독선 | 194

문장을 쳐내는 훈련 | 197

독자와의 공유지식 | 199

‘충족이유율’ | 202


12장 회의하는 정신 | 207

‘안전한 확증’ | 208
직업적 회의의 경우는 비록 사실일 거라는 직감이 드는 것마저도 일단은 의심해보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어떤 정보에 대해서도 혹시 저것이 거짓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그리고 확실히 해두기 위해 자신이 얻은 정보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한다. 소위 ‘안전한 확증’이다.…일반적으로 1차 정보에서 멀어질수록 정보의 질은 떨어진다. 특히 1차 정보와 2차 정보 사이의 낙차落差, 2차 정보와 3차 정보 사이의 낙차는 심하다. 즉, 자신이 현장에 있던 경우와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부터의 전달 정보밖에 얻을 수 없는 경우의 낙차,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경우와 그 내용을 전해 듣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경우의 낙차는 꽤 큰 것이다.

정보의 낙차 | 210

객관적 1차 정보의 함정 | 211

부분으로부터 전체를 연역하는 오류 | 213

정보관리와 정보차단 | 215
현대사회의 주요 부분을 구성하는 거대조직은 관청이든, 기업이든, 그 밖의 어떤 조직이든 간에 모두 철저한 정보관리를 행하고 있다. 홍보담당자가 있어 조직 바깥에 널리 알리고 싶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유포하는 한편, 조직 바깥으로는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저널리스트를 비롯하여 조직 밖에 있는 누군가가 알고 싶어 왔을 때 이것저것 알아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그만 물러나길 바라는 역할이다. 홍보담당자를 경유하면 그 자체가 이미 정보의 차수를 한 단계 늘리고, 게다가 그것이 정보를 은폐하고 싶어하는 질 나쁜 매개자이기 때문에 정보의 질은 뚝 떨어진다. 216

출처와 동기의 음미 | 217

오리지널 정보에 접근하라 | 219

버벌 저널리즘 | 221

정보의 SN비를 향상시키는 노력 | 223
버벌 저널리즘이 정보의 신뢰도가 낮은 저널리즘의 한 전형이라고 한다면, 또 하나의 전형은 침소봉대 저널리즘이랄까, 간단히 말해서 나무를 보고 숲을 그리는 수법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예는 외국의 어느 지방에서 살던 사람이 자기 신변의 사소한 체험으로부터 그 나라 전체를 논하는 책을 쓰는 부류다. 자기의 체험이 그 나라 전체를 논하기에 족할 만큼 풍부한지 어쩐지 따위는 추호도 의심해보지 않는다.

추론 면에서의 오류는 ‘전제 수립 방식’, ‘논리 전개’, ‘결론 유도 방식’, 이렇게 세 단계 중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곳은 ‘전제 설정 방식’ 쪽인데 이 사실은 기억해둘 만한 값어치가 있다. 그렇지만 전제 수립 방식의 어디에 오류가 있는지는 그리 간단히 찾아지질 않는다. 그릇된 전제가 은폐된 전제 안에 있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추론이든 표면상에 드러난 전제 이외에 무수한 은폐된 전제들을 갖고 있다. 거기에 오류가 있을 경우, 그것이 은폐된 것인 만큼(그러므로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발견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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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출처는 불명확한 이런 글이 있다 : 

 

시카고 대학은 인류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였다는 미국의 석유재벌 존 록펠러가 세운 학교다. 이 대학은 설립년도인 1892년부터 1929년까지 소문난 삼류학교였다. 미국에서 제일 공부 못하고 가장 사고 잘 치는 쉽게 말해 집에서 내놓은 학생들이 주로 입학했던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학교가 1929년을 기점으로 혁명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놀랍게도 1929년부터 2000년까지 이 대학 출신들이 받은 노벨상이 무려 73개에 이른다. 도대체 1929년도에 시카고 대학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29년은 로버트 허친스라는 사람이 시키고 대학에 총장으로 부임한 해다. 그는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그는 설령 바보일지라도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철학고전 읽기)을 충실히 따른다면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이 그랬던 것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인재로변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시키고 대학을 세계 명문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품고서 '시카고 플랜'을 도입했다. 시카고 플랜이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인 철학 고전을 비롯한 각종 고전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시카고 플랜이 시행되자 그동안 책이라고는 베게로나 사용해왔던 시카고 대학생들도 철학 고전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위대한 고전 100권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에 인이 박히도록 읽어댄 고전의 수가 30권 50권을 넘어서자 점차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위대한 고전 저자들의 사고 능력이 그들의 두뇌 깊은 곳에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고 마침내 100권째에 이르자 그들의 두뇌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노벨상의 찬란한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 얼 쇼리스는 기본적인 학교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노숙자 빈민 출신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을 실시했다. 아니 맛보게 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철학 고전 학교를 열고 플라톤의 저작에 나오는 대화법을 사용해서 그들에게 윤리학 논리학 예술 문학 등을 강의 했기 때문이다. 얼 쇼리스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두뇌는 나날이 변화했다. 그들은 놀랍게도 전부 대학에 진학했고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이상.

고전의 힘을 수치로 잘 보여주는 (노벨상이라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거의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는 상의 수상자 명수와 잘 엮어서) 글이다. 일단 허친스라는 이름은 어디서 많이 들었다 싶더니... 모티머 아들러, 찰스 반 도렌 등과 함께 브리태니커 (지난 세기까지 권위와 위용을 자랑하다가 한 방에 훅~ 갔던 바로 그 백과사전!) 에서 만든 "그레이트 북스 Great Books" 시리즈의 간행위원으로 이름을 본 기억이 나고... 그러고 보니 아래에 나오는 목록은 대부분 이 시리즈에 포함되는 것들이다. 시리즈 한 질 사면 다 해결되는 상황. (아직까지 시판되는지는 잘 모르겠고, 헌책방에 가면 자주 보이는 책이다. 아쉽게도, 몇 년 전에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놓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닥 많이 아쉽지는 않지만. 이유는... 아래의 거창한 목록을 보시라. 이거 언제 다 읽고 앉았겠는가.)  

 

Homer: The Iliad, The Odyssey
The Old Testament
Aeschylus: Tragedies
Sophocles: Tragedies
Herodotus: Histories
Euripides: Tragedies
Thucydides: History of the Peloponnesian War
Hippocrates: Medical Writings
Aristophanes: Comedies
Plato: Dialogues  

Aristotle: Works
Epicurus: "Letter to Herodotus", "Letter to Menoecus"
Euclid: The Elements
Archimedes: Works
Apollonius: The Conic Sections
Cicero: Works
Lucretius: On the Nature of Things
Virgil: Works
Horace: Works
Livy: The History of Rome
Ovid: Works
Plutarch: Parallel Lives; Moralia
Tacitus: Histories; Annals; Agricola; Germania
Nicomachus of Gerasa: Introduction to Arithmetic
Epictetus: Discourses; Enchiridion
Ptolemy: Almagest
Lucian: Works
Marcus Aurelius: Meditations
Galen: On the Natural Faculties
The New Testament
Plotinus: The Enneads
St. Augustine: "On the Teacher"; Confessions; City of God; "On Christian Doctrine"
The Song of Roland
The Nibelungenlied
The Saga of Burnt Njál
St.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ca
Dante Alighieri: The New Life (La Vita Nuova); "On Monarchy"; The Divine Comedy
Geoffrey Chaucer: Troilus and Criseyde; The Canterbury Tales
Leonardo da Vinci: Notebooks
Niccolò Machiavelli: The Prince; Discourses on the First Ten Books of Livy
Desiderius Erasmus: The Praise of Folly
Nicolaus Copernicus: On the Revolutions of the Heavenly Spheres
Thomas More: Utopia
Martin Luther: Table Talk; Three Treatises
Francois Rabelais: Gargantua and Pantagruel
John Calvin: 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Michel de Montaigne: Essays
William Gilbert: On the Lodestone and Magnetic Bodies
Miguel de Cervantes: Don Quixote
Edmund Spenser: "Prothalamion"; The Faerie Queene
Francis Bacon: Essays; The Advancement of Learning; Novum Organum; The New Atlantis
William Shakespeare: Poetry and Plays
Galileo Galilei: Starry Messenger; Dialogues Concerning Two New Sciences
Johannes Kepler: The Epitome of Copernican Astronomy; Concerning the Harmonies of the World
William Harvey: On the Motion of the Heart and Blood in Animals; On the Circulation of the Blood; On the Generation of Animals
Thomas Hobbes: Leviathan
René Descartes: Rules for the Direction of the Mind; Discourse on Method; Geometry; Meditations on First Philosophy
John Milton: Works
Molière: Comedies
Blaise Pascal: The Provincial Letters; Pensées; Scientific Treatises
Christiaan Huygens: Treatise on Light
Benedict de Spinoza: Ethics
John Locke: Letter Concerning Toleration; Of Civil Government;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Thoughts Concerning Education
Jean Baptiste Racine: Tragedies
Isaac Newton: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Opticks
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Discourse on Metaphysics; New Essays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Monadology"
Daniel Defoe: Robinson Crusoe
Jonathan Swift: "A Tale of a Tub"; Journal to Stella; Gulliver's Travels; "A Modest Proposal"
William Congreve: The Way of the World
George Berkeley: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Alexander Pope: "Essay on Criticism"; "The Rape of the Lock"; "Essay on Man"
Charles de Secondat, baron de Montesquieu: Persian Letters, Spirit of the Laws
Voltaire: Letters on the English Nation, Candide, Philosophical Dictionary
Henry Fielding: Joseph Andrews, Tom Jones
Samuel Johnson: "The Vanity of Human Wishes", Dictionary, Rasselas, Lives of the Poets
David Hume: Treatise on Human Nature, Essays Moral and Political, 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Jean-Jacques Rousseau: On the Origin of Inequality, On Political Economy, Emile, The Social Contract
Laurence Sterne: Tristram Shandy, A Sentimental Journey through France and Italy
Adam Smith: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The Wealth of Nations
Immanuel Kant: Critique of Pure Reason, Fundamental Principles of the Metaphysics of Morals, Critique of Practical Reason; The Science of Right; Critique of Judgment, Perpetual Peace
Edward Gibbon: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Autobiography
James Boswell: Journal; The Life of Samuel Johnson, LL.D.
Antoine Laurent Lavoisier: Elements of Chemistry
Alexander Hamilton, John Jay, and James Madison: The Federalist Papers
Jeremy Bentham: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 Theory of Fictions
Edmund Burke: 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
Johann Wolfgang von Goethe: Faust; Poetry and Truth
Jean Baptiste Joseph Fourier: Analytical Theory of Heat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The Phenomenology of Spirit; The Philosophy of Right; Lectures on the Philosophy of History
William Wordsworth: Poems
Samuel Taylor Coleridge: Poems; Biographia Literaria
Jane Austen: Pride and Prejudice; Emma
Carl von Clausewitz: On War
Stendhal: The Red and the Black; The Charterhouse of Parma; Stendhal
Lord Byron: Don Juan
Arthur Schopenhauer: Studies in Pessimism
Michael Faraday: Chemical History of a Candle; Experimental Researches in Electricity
Charles Lyell: Principles of Geology
Auguste Comte: The Positive Philosophy
Honoré de Balzac: Le Père Goriot; Eugenie Grandet
Ralph Waldo Emerson: Representative Men, Essays, Journal
Nathaniel Hawthorne: The Scarlet Letter
Alexis de Tocqueville: Democracy in America
John Stuart Mill: A System of Logic; On Liberty; Representative Government; "Utilitarianism"; The Subjection of Women; Autobiography
Charles Darwin: The Origin of Species; The Descent of Man; Autobiography
Charles Dickens: The Pickwick Papers; David Copperfield; Hard Times
Claude Bernard: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Experimental Medicine
Henry David Thoreau: "Civil Disobedience"; Walden
Karl Marx and Friedrich Engels: Capital; The Communist Manifesto
George Eliot: Adam Bede; Middlemarch
Herman Melville: Moby Dick; Billy Budd
Fyodor Dostoevsky: Crime and Punishment; The Idiot; The Brothers Karamazov
Gustave Flaubert: Madame Bovary; Three Stories
Henrik Ibsen: Plays
Leo Tolstoy: War and Peace; Anna Karenina; What is Art?; Twenty-Three Tales
Mark Twain: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The Mysterious Stranger
William James: The Principles of Psychology; 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 Pragmatism; Essays in Radical Empiricism
Henry James: The American (novel); The Ambassadors
Friedrich Wilhelm Nietzsche: Thus Spoke Zarathustra; Beyond Good and Evil; The Genealogy of Morals; The Will to Power
Jules Henri Poincaré: Science and Hypothesis; Science and Method
Sigmund Freud: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Introductory Lectures on Psychoanalysis; 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 New Introductory Lectures on Psychoanalysis
George Bernard Shaw: Plays and Prefaces
Max Planck: Origin and Development of the Quantum Theory; Where Is Science Going?; Scientific Autobiography
Henri Bergson: Time and Free Will; Matter and Memory; Creative Evolution; The Two Sources of Morality and Religion
John Dewey: How We Think; Democracy and Education; Experience and Nature; Logic; The Theory of Inquiry
Alfred North Whitehead: An Introduction to Mathematics; Science and the Modern World; The Aims of Education and Other Essays; Adventures of Ideas
George Santayana: The Life of Reason; Skepticism and Animal Faith; Persons and Places
Lenin: The State and Revolution
Marcel Proust: Remembrance of Things Past (the revised translation is In Search of Lost Time; the original French title is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Bertrand Russell: The Problems of Philosophy; The Analysis of Mind; An Inquiry into Meaning and Truth; Human Knowledge, Its Scope and Limits
Thomas Mann: The Magic Mountain; Joseph and His Brothers
Albert Einstein: The Meaning of Relativity; On the Method of Theoretical Physics; The Evolution of Physics
James Joyce: "The Dead" in Dubliners;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Ulysses
Jacques Maritain: Art and Scholasticism; The Degrees of Knowledge; The Rights of Man and Natural Law; True Humanism
Franz Kafka: The Trial; The Castle
Arnold J. Toynbee: A Study of History; Civilization on Trial
Jean-Paul Sartre: Nausea; No Exit; Being and Nothingness
Aleksandr Solzhenitsyn: The First Circle; Cancer Ward 

 

 

이 녀석이 Britannica Great Books 총서 되겠다. 간혹 살림살이 좀 되시는 분들 중에는 집구석에서 굴러다니는 이 녀석을 보신 분들도 있겠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전체 목록이 나옵니다 ^^)   





 

  
위에 언급된 분들의 책을 살짝 한 번 훑어줄까?  

Books of Motimer J. Adler, Charles van Doren & Robert Hutchins : 

(독서의 기술,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둘 다 How to Read a Book 의 번역서.)


 

 
  


 

 

 

언급된 얼 쇼리스의 책 :  

 

 

 

  

번외로.... 

미국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교양교육의 대강을 알 수 있는 책 : 

 

 

  

 

교양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이로는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를 빼놓으면 안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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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 사상 전집류는 삼성당(삼성출판사), 을유문화사, 대양서적, 휘문출판사, 삼중당(이 곳은 일본 이와나미 문고를 연상시키는 포켓판 문고로 유명했던 곳이지만...) 등에서 (거개는 일본어판 중역본이거나, 조금씩이나마 일본어판을 참고하던) 책들을 쏟아내던 70년대쯤이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헌책방 등에 가보면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총서들이다.) 

이념의 시대였던 80년대와 대중문화의 시대였던 90년대를 지나 경박단소하게 명멸하는 인터넷의 시대 쯤이 될 듯한 2000년대의 말미에 들어와서 각 출판사들마다 새로 기획되는 전집류들을 보면,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가도 싶고... 

그 단초는 아무래도 '저거 될 리가 있어?'라는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히트를 기록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되시겠다.  

전통의 을유문화사에서 가만 있으면 안 되지. 방대하고 충실한 목록을 자랑하던 기존의 전집은 지금의 눈으로 봐도 탐나는 수준이었던지라, 한때 장서가들이 헌책방에 나오는 족족 사가곤 했더랬다. 대표적으로 한두 가지만 예를 들자면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같은 책은 1979년도에 민희식 선생 번역으로 나왔던 을유판 전집 이후로 새 번역본이 나오게 되기까지 '무려' 사반세기가 걸렸고, [겐지 이야기]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뭐 이런 완소 아이템들로 꽉 찬 목록을 자랑하던 을유문화사였으니, 새 문학전집 기획은 말하자면 "왕의 귀환" 정도라고 할까?  

 

2. 

함께 기획하고 있는 세계사상고전 총서 또한 탁월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원래 이 세계사상고전 총서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물론 이 역시 1969년도 즈음에 (북케이스 딸린 양장본으로) 나와주고, 1983년도에 갈색의 (약간은 촌스러운 장정의... 주제에 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반양장으로 새로 나왔던 세계사상전집의 전통을 잇는 기획이다. 

 

프레이저의 명저를 동경대 박사 박규태 교수가 번역한 [황금가지]가 그 효시이고... (옛날에는 김상일 번역으로 해서 [황금의 가지]라는 약간 일본스러운 제목이 달려서 나왔었다.)

 

 

    

 

(기존 한겨레 판이나 까치 판과 달리, 프레이저 경이 직접 13권짜리 원저에서 축약한 맥밀란 판을 저본으로 했다고 한다.)  

 

서양 고전 중에서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같은 책은 번역자의 이름만으로도 다시 읽고 싶게 만들어주는 책. 필자가 접했던 범우사 판본도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고 보니 [유토피아]가 원래는 (당시 유럽 세계의 공용어였던)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영어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아서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 뭐 그런 번역자의 노트가 있었던 기억이 날듯 말듯 하는데, 설마... 이번 번역본이 라틴어 원전 번역씩이나... 될까?  

... 싶어서 확인해 봤더니 라틴어 원전 번역은 아니지만 (그랬으면 대문짝만 하게 광고했겠제...) 당시 유럽의 이상향 관련 자료, 토마스 모어의 관련 서한들을 모아놓은 (아마 국내 초역에 속할 희귀한 자료들이다) 부록이 딸려 있어 상당히 유용할 듯 싶다.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의 번역.)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곽복록 번역에서 홍성광 번역으로 바뀌어 나왔다. 사실, 일본의 영향으로 '데칸쇼'니 하며 데카르트, 칸트와 동급으로 대접받던 시절의 쇼펜하우어는 아닐 터인데, 또 대단한 해석상의 견해차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번역을 새로 할 정도라니... 출판사가 이번 기획에 작심했다는 소리. 

 

 

 

 

(오른쪽은 90년대 초반에 가로쓰기로 판갈이를 해서 '세계의 사상' 총서로 다시 나왔던 곽복록 번역본.)  

 

3. 

동양 고전 분야에서는 한때 삼성당 세계사상전집(권덕주 번역) 및 대우학술총서(1991)로 나왔었던 강유위의 [대동서]가 대우학술총서 번역자에 의해 새로 번역되어 나왔고. (출판사의 경영이라는 입장에서는 한편 독점시장의 확보가 되겠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의 독점시장이라면 한편 모험이기도 할 터이다. 오빠가 격하게 사랑한다!)  

 

 

 

  

 

동양 고전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四書일 터인데,

먼저 [맹자]부터 보자. 번역자 이름이 어째 낯익더라 했더니, 당대 중국에서 괜찮은 번역서로 이름높았던 저 양백준의 [맹자역주]를 저본으로 했다고. 어라, [맹자역주] 번역서는 중문출판사인가 하는 데서 한 번 나왔었쟎아? 맞다. 이번 을유 판은 중국어 음독에 대한 주석 부분을 삭제하고 새로 개정한 판본이라고 한다. (물론 저작권 관련한 문제는... 해결했겠지?) 

 

 

 

 

 

 

[논어] 역시 기존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던 차주환 선생 번역본을 재단장하지 않고 과감하게 양백준의 [논어역주]를 저본으로 해서 새로 펴냈다. [논어역주] 역시 중문출판사에서 종전에 나왔던 적이 있다. 차주환 선생의 [논어]는 다른 출판사에서 둥지를 튼 듯 하고.

 

 

 

 

 

 

[순자]는 기존 김학주 선생 번역본을 미미하게 수정하는 선에서 재단장해서 펴냈고... 

 

 

 

 

(이운구 선생 번역본도 있다. 몇몇 구절들만을 비교해 본 바, 이운구 선생의 번역이 조금 더 자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하시라.) 

 

 

기존에 최인욱 번역본으로 나왔던 [고문진보]는 김학주 선생의 번역본과는 번역과 주석 등에서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인데 (번역도 비슷하고, 주석도 비슷하다. 물론 김학주 선생의 해설 부분은 빠졌다만. 비슷한 저본을 참조한 것일까? 이 둘의 공통분모, 소위 "Urtext"는 무엇일까? 기회가 되면 한 번 김달진 선생의 번역본을 살펴봐야 되겠다.) 편집에서 원문과 번역문을 나란히 배치했다는 점에서 가독성이 높아서 앞으로 많이 선택될 듯 하다. (전통문화연구회 판본도 원문과 번역문을 나란히 배치하고, 한 걸음 더 나가 조선시대 문집들에서 뽑아낸 주석을 달아놓았다.)  

 

 

 

 

(명문당의 지나치게 꽉꽉 채우는 답답한 편집과 시대에 뒤떨어진 표지 디자인은 정말 책을 사고 싶지 않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펴내는 책들마다 일관되게 이런 식이라는 점. 즉, [고문진보]로 예를 들자면 가운데의 양장본은 그나마 새로 디자인을 했는지 좀 나은데, 흔히 신완역 시리즈로 나오는 가장 오른쪽 같은 반양장본 디자인은 색감이나 디자인의 구성, 폰트의 선정 등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저런 촌스러운 디자인의 책들이 뭉터기로 들어앉아서 서가 한 구석을 가득 채운다고 생각해보라. 서재가 많이, 아주 많이 암울해지는 거다. 왼쪽의 을유문화사 디자인만 하더라도,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高雅한 향취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연예인으로 치자면 걸 그룹 아이돌 중에서는 서현, 아나운서 중에서는 김주하 정도? )   

 

 

 

의외로 [노자]가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당대 중국의 노자철학가 진고응의 주석서를 번역한 바 있는 역자가 새로 발굴된 곽점초간본만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했기 때문이다. 즉, 기존 [노자] 판본을 번역한 것이 아니고 곽점 유적지에서 발굴된 초간들 중에서 기존 [노자]에 해당되는 문건들을 번역한 것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번역서들이 흐드러지게 펼쳐진 상황이니... 용의 꼬리가 될 바에는 뱀의 머리가 되겠다고 했던가. 참신한 발상이고 시도이다. 박수를 보낸다. 다만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곽점초간본은 기존 유통본 [노자]나 마왕퇴 백서본에 비해 분량이 작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곽점초간본을 번역에 반영한 책으로는 이석명의 번역서 [백서 노자]가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왕퇴 백서도 반영했고, 물론 기존 유통본은 당연히 들어가고.)  

 

이런 백서, 죽간 등의 현대 고고학적 발견의 성과물을 반영한 것은 [주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이건 또 [백서주역]을 나란히 실어놓고, 번역까지 따로 하셨다. 

물론 번역자의 자세한 주석은 기본. 

역자도 후기에서 언급했지만, 백서본과 기존 통용본의 차이나, 뭐 이런 것을 좀더 심도 깊게 파고든 성과물이었다면 학계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번역자는 이택후의 [중국고대사상사론]을 번역한 정병석 선생. 

 

 

 

 

 

대체 세계사상고전 담당 편집자 분이 뉘시길래 이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기획을 하시는 것일꼬...  

 

 

이 참에 다시 종전의 세계사상전집 목록을 훑어보니, 새 단장을 해서 나온다면 희소성으로 인해 환영을 받을만한 책들이 조금 보인다. 에라스무스의 [광우예찬](흔히 '우신예찬' 정도로 소개되는)은 최근의 조류에 발맞추어 라틴어 원전 번역으로 새로 나올 수 있으면 좋겠고...  

 

 

 

 

(기존 을유판 [광우예찬]. 다른 르네상스 시기 저작들과 합본. 

오른쪽은 최근에 나온 격언집. 만화와 함께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추보: 이후에 나온 격언집의 역자의 라틴어 원전번역본, 이보다 불과 몇 달 전에 나온 최초의 라틴어 원전번역본, 불문학 전공자 두 명의 번역을 추가한다.) 

 

[근사록]에다가 宋秉璿이 지은 [근사속록]이라는 책까지 합본해서 나왔던 것도 꽤 괜찮은 기획으로 보인다. 근사록은 몇 종의 번역서가 나왔지만, [근사속록]은 유일한 번역본이 될 것이므로.  

 

 

 

 

참신한 기획으로 야심차게 나오는 을유문화사 세계사상고전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아쉬워지는 책이 한 권 있다. 

한때 을유문화사에서 나와서 MBC 느낌표 도서로 선정되면서 꽤나 잘나갔던 김원중 선생 번역의 [삼국유사]. 

 

 

 

 

출판사를 바꿔 민음사에서 참으로 어여쁜 장정-왼쪽에 베이지색으로 보이는 책등 부분은 가죽 느낌을 주는 특수 재질이다. 실물을 보면 매우 공들인 장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으로 새로 나오면서 원문이 책 뒤로 왕창 빠지는 변화가 있었는데, 최근에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가면서는 아예 원문이 빠져버리고(아니 이런 발칙한! 민음사는 각성하라~) 방대한 두께에 걸맞지 않은, 약간은 부실한 보급판 페이퍼백으로 나와서 애서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흠, 어쩌다 보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시종일관 화두가 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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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도 연애도 마음뺏기인데…심리학에 길을 묻다

매일경제 | 입력 2009.07.03 15:05 
 

마케팅은 구애(求愛)의 과정이다.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래서 '디자인 경영'이니 '환경경영'이니 하는 외피를 씌운다.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들일 뿐이다.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이 국민 저항에 부딪힌 것은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지 못한 이유가 크고,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면이 크다. 역시 '마음의 전쟁'에서의 패배였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분야에서 펼쳐지는 경쟁은 결국 유권자ㆍ소비자ㆍ시민들을 상대로 한 '마음 빼앗기 경쟁'이다. 경쟁이 단순하던 시절에는 피아를 구별하는 '거대담론'만으로도 승리가 가능했으나 경쟁의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세심한 마음 읽기'가 필요해졌다. 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여자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심리학'이 학문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사회 곳곳에 부는 심리학 열풍

=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하루종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평일 낮임에도 비를 피해 찾아든 사람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은 바로 심리학 코너. 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 있는 목록에도 '심리학이 서른살에 답하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 초콜릿' 등 심리학 도서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경제ㆍ경영 베스트셀러의 상위권도 '야성적 충동' '넛지' 등 심리학과 경제학이 결합된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북마스터 전지혜 씨(28)는 "9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심리학 관련 서적이 대중의 관심을 받은 때는 없다"고 말했다.

심리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서점만이 아니다. 최근 대학 캠퍼스의 심리학 개론 수업은 자리가 없어 못 들어갈 지경이다. 서울대 심리학 개론 수업(계절학기 포함 총 21개) 수강인원은 연간 1000명을 훌쩍 넘는다.

김명언 서울대 교수는 "요즘 수강신청 때 가장 빨리 마감되는 것이 심리학 관련 과목"이라며 "특이할 만한 점은 조기 유학생이나 유학파 중 상당수가 귀국 후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는 디자이너 외에도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함께 일한다. 이곳에서 심리학은 디자인과 소비자가 소통토록 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서강대는 최근 조긍호 심리학과 교수를 교학 부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6월 27일 취임한 이종욱 총장은 "조 부총장은 심리학자로 학문 간 융합, 이른바 통섭(統攝)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조 부총장은 "심리학은 태생적으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융합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사회구조나 시스템 등 추상적인 거대담론에서 찾지 않고 개인의 행동과 마음 등 심리학의 구체성에서 찾기 시작한 경향 때문이다. 최근 심리학은 마치 전염병처럼 다른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고 전통 경제학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경제현상을 심리학이라는 창을 통해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심리학이 험난한 세상에 통섭의 다리로 제대로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 왜 '심리학' 인가?

= 한때 '시크릿' '에너지버스' 등 자기계발서 붐이 일었던 서점의 빈자리를 심리학 책들이 급속히 채워가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심리학 그 자체를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론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심리학을 여러 현상과 상황 등에 접목한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심리학은 정치, 경제, 사회,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학문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심리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하반기 이후 출간된 심리학 관련 서적은 100종이 넘는다. 75종의 교양심리 서적 외에 경제와 재테크 관련 심리학 서적도 많다. 전대미문의 국제 금융위기에 대한 해답을 심리학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들이다.

심리학 열풍에 대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스로 자기 살길을 찾는 과정'으로 풀이했다.

그는 "사람들이 심리학에 열광하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현대인이 불안한 것은 비합리, 불확실성 등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기존의 지식인과 이론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명언 교수는 '현실성과 재미'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그는 "과거 우리 사회는 거대 담론을 얘기하고 구체적으로 개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며 "심리학은 그런 부분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특히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해석은 심리학 책을 찾는 일반인들의 심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교보문고에서 만난 김기원(50), 송병순(43) 씨 부부는 "늦은 나이지만 심리학 공부를 새로 시작해보려 한다"며 "최근 국론 분열과 사회적 이념적 갈등으로 혼란스러운데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을 먼저 아는 것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위기의 본질을 꿰뚫다

= 기존 주류 심리학은 학교라는 담장 안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탐구하는 학문이 연구실 안에 갇혀 지낸 결과 학문으로서 심리학은 대중과 괴리될 수밖에 없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사회 제반 현상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행동은 늘 합리적일 수만은 없다"며 "부조리하고 불분명한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실과 불투명의 시대' 속에서 심리학은 현실의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 경영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과 합리적 인간에 대한 맹신자였던 신고전주의 경제학과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위기는 바로 이런 인간의 본성과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돌린 심리학자들에겐 곧 역전의 기회가 된 셈이다.

주류 경제학의 맹점을 파고든 사람은 바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다. 그는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자신의 심리학 연구 결과를 경제학에 응용했다.

황상민 교수는 "우리나라 대중도 외부의 눈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됐다"며 "자신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근원적 욕구의 중심에 심리학이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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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09-08-09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자기 살길을 찾는 과정'으로,'학문 간 소통의 가교 역할' 때문에 활용 심리학이 인기를 끌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