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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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소중히 여겼던 추억.

무언가를 좋아했던 추억.

사람은 그런 기억들에 의해 지켜지며 살아간다.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은

서글프리만큼 간단하게 검은 손을 등에 짊어지게 된다.(74)

 

알바로 핑크색 토끼탈을 써야했던 일.

판타지면서 삶의 비의를 슬몃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미미여사의 소품들로 꾸려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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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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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 광고에,

누구는 복잡해서 안 하고,

누구는 복잡해서 00증권을 한다고 하면서,

아이러니를, 아, 이러니~ 란 감탄으로 바꾸는 게 있었다.

 

미로라는 30대 탐정의 이야기.

로즈 가든의 미로는 청소년이고,

미로의 시점이 아닌 고딩 수준의 남자애 히로오의 눈으로 그려진다.

미로의 쿨해보이는 상처.

인생이란 어떤 정답도, 오답도 없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과정이다.

 

나는 그 지점을 힐끗 보며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부인의 외도는 증명하지 못했는데,

밝혀낼 수 없다고 저어했던 유미의 애정은 분명하게 확인했다.

그 마음 또한 찰나의 감정에 불과하다.

인간의 마음이란 증명할 수 없다.(166)

 

부인은 외도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를 했는데,

다른 조사를 하다 보니 동성애를 느끼는 사람이었고,

유미라는 중국계 술집여자의 순정을 불신했더니

애정은 확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어차피 소설은 실제 인생은 아닌, 실험이자 시험이다.

극단까지 가보는 것도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

 

스스로 삶의 이유를 찾기 힘들 때,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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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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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ies and gentleman...이라는 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양반 마님네들... 정도의 계급 사회의 용어였던 탓이다.

한국이야말로 계급 사회가 강하고 오래 지속되었음은 요즘 뉴스, 갑질 운운에서도 증명된다.

 

조선의 '선비'는 '절개'로 표상된다.

국화나 매화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의미의 상관물이었는데,

그래서 서정주가 '내 누님같은 노오란 국화'를 말하자, 웬 누님? 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 것이다.

 

당연히 모스크바의 '신사'라면,

귀족 문화 만연했던 구 러시아의 문화적 면면을 유지하려 애쓰는 한편,

완전히 변해버린 세상에 대해서도 배신해서는 안 된다.

 

그가 그토록 인상적이었다고 하는 카사블랑카의

잔을 바로잡는 모습은,

자유를 찾아 서방 세계로 망명하는 모습의 '가짜 신사'와는 배치된다.

마치 조선의 노론들이 일제 강점기에는 천황 폐하의 백작, 자작들이 되었다가,

미군정기와 소련 군정기에는 또 그 앞잡이 노릇을 한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그것은 이 소설의 작가가 미국 자본가 세계의 일원이가 때문이다.

 

'젠틀맨십'이나 '선비 정신'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금화 몇 닢 떨궈 주면 굽신거리는 것으로 인간을 판단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싸구려 정신이다.

 

호모 사피엔스 종이 저지른 해악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높은 정신 세계 그곳에 '신사도'나 '선비 정신'을 두고 싶다면,

그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세계에 대한 꼿꼿한 자신의 철학을 견지하는 것에 있다.

 

물론 스탈린의 철권 통치 시절이나 중국의 문화혁명기,

'귀족 - 신사 - 학자' 계층의 몰락은 비극적이었다.

하지만, 그들 계급은 혁명 이외에서는 몰락한 적이 없었다.

한국의 '교육 열풍'의 근원 역시 그들의 승승장구에 있다.

 

미국 자본가 편인 작가가 러시아 혁명 100년을 이런 소설로 비웃는다면, 좀 씁쓸하다.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는 “1막에서 권총이 나왔다면 3막에서는 그것을 쏘아야 한다."는 플롯의 긴밀함을 강조했다.

작가는 거기 충실하다.

 

한편 말리 극장에서는 안나 우르바노바가

회색빛 가발을 쓰고서

체호프의 <갈매기>에 이리나 역으로 출현하고 있었다.(648)

 

그러던 와중에 정전이 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소련 핵 발전의 시발이 되던 시간.

 

그 회색 가발은 마지막에서 빛을 발한다.

 

방의 한쪽 구석 2인용 탁자에는

회색빛 머리를 한 호리호리한 몸매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717)

 

체호프의 '권총론'은 주인공의 탈출 과정에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소설의 재미는 논리보다는 감정에 더 치우치는 게 아닐까?

아무리 섬세한 고증을 한다 해도,

아무리 긴밀한 플롯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었다 해도,

러시아 사람들의 고통을 반영하지 못하는 '모스크바의 신사'는

미국에서 '신사'로 취급하고 싶어하는 가짜 논리가 너무 개입한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그가 책다운 책이라 생각한 '몽테뉴 수상록'과 '안나 카레니나'가 시종 등장하는 부분은 즐겁다.

 

친구란 모름지기 서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217)

 

이런 대목도 즐겁다.

친구나 부부 사이에 서로를 비판하려 들거나 정확히 평가한다면, 늘 부딪칠 일만 생길 터이니...

 

우정의 지속 시간은 결코 시간의 흐름에 좌우되는 게 아니다.(524)

 

그럴 수도 있으나 그런 말에 수긍할 때는 그들의 우정이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어졌을 때 등장하는 것이고,

이런 말을 앞에 두면서

미 대사관의 리처드와 이어지며 망명하는 것을 두고 신사의 도리라 한다면...

억지논리다.

 

추방은 인류의 탄생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국외가 아니라 자국 땅으로 추방하는 개념을 터득한

최초의 민족이었다.(266)

 

이런 것도 유럽 사람들의 사상이 반영되어있다.

그들의 망명, 추방은 이웃 나라를 전전하는 것이 되기 쉬웠으나,

중국이나 조선 같은 곳에서는 자국 내 추방이

중앙에서 변방으로의 추방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나의 민족으로서

우리 러시아인들은

우리가 창조한 것을 파괴하는 데

기막히게 뛰어난 재주가 있다는 걸 증명해 왔다네.(456)

 

남의 대륙에 쳐들어가서 원주민 천만 명과 천만 마리의 버팔로를 살육하고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은행국에서 할 말은 아닌 듯 싶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농노들의 나라의 혁명을 두고

이런 비아냥을 던지는 것은 건방지고 치졸하다.

 

언제부터인가 재즈라는 예술 형식이 그의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말았다.

재즈는 본질적으로 사교적인 친화력을 가진 듯했다.

약간 방종스러우며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것부터

즉흥죽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쾌하고 우호적인 성격을 띠었다.

더군다나 재즈는 어디에 있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으며,

얼마간 장인의 자신감과 견습생의 미숙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 같았다.

이런 예술이 유럽에서 유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할 사람이 있을까?(344)

 

미국 문화는 유럽 문화의 아류로 출발했다.

당연히 유럽의 클래식 음악이 주류였으며, 재즈와 흑인 영가들은 완벽보다는 즉흥과 미숙에 가깝다.

귀족 사회가 무너지고 시민 사회가 되면서 바뀌는 문화의 풍토다.

 

하기야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문화 우월주의자의 특권이다.

마지막 부분은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의미 아니었나  싶다.

 

--------어색한 곳 몇 군데

 

그리고 1954년의 모스크바에는

잠깐 정전이 된 동안, 최소 30만 개의 시계가 멈추었고...(647)

 

내가 살아온 70, 80년대에도 태엽 시계가 대세였는데... 이런 부분은 의아하다.

 

그리고 작은 오류지만, 132쪽의 라프는 RAPP가 아니라 RAPF가 맞다.

그것이 일본의 NAPF로 건너와 한국의 KAPF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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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 러시아어 첫걸음 (본책 + MP3 CD 1장) - 누구나 쉽게 배우는, 발음 + 회화 + 문법
이혜경 지음 / 동인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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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문자는 유럽의 일반적 알파벳과 상당히 다르다.

필기체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필기체 역시 어렵다.

 

알파벳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혀 없어

인터넷에서 알파벳 쓰기를 몇 강 찾아 듣고,

이 책의 글자들을 읽는 연습을 조금 했다.

 

어학의 초보는 어려워지면 포기하게 되는데,

그걸 인식해서인지, 이 책은 간단한 회화를 앞에 실어 두고,

좀더 깊은 설명은 본문으로 수록해 두었다.

 

글자 읽는 훈련을 하는 중이어서,

아직 회화에 익숙하진 않지만,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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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디노의 램프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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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소설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글들도 있는데,

복수의 천사가 재미있고,

대성당은 재건축은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아이러니를 위한 행복한 공간이 있고

야유를 위한 가혹한 공간이 있습니다.(152)

 

니체의 말이라는데, 세계화의 역설이나 환경의 파괴를 이어놓은 구절에 등장한다.

행복한 삶의 아이러니 이면에는 가혹한 야유의 삶이 이어진다.

 

당신은 식물도, 당신 자신도 돌보지 않는군요.

방부제와 색소, 향신료를 잔뜩 넣은

유전자 변형 식품만 있어요.

당신은 늘 독을 먹고 삽니까?(166)

 

세풀베다의 글에는 환경이 녹아있다.

남미의 정글과 전장을 누빈 그의 세포에 환경이 각인되었으리라...

 

나무는 자란다.

그리고 기다린다.(211)

 

세상은 달지도 쓰지도 않다.

나무처럼 그저 거기 존재하는 것이다.

 

알라디노의 램프를 비벼봐도

새로운 뾰족한 수는 없다.

가혹한 공간보다는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공간을 망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니...

 

세풀베다의 글들의 맛을 여럿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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