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하서명작선 82
장 폴 사르트르 지음, 강명희 옮김 / (주)하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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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란?

 

실존주의는

2차 세계대전의 반동으로 나온 유럽의 실천주의 사상이다.

 

이념이라는 이름은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을 시체로 만들었다.

 

앙가주망(영어로 engagement)은 현실 참여로 읽히지만,

근본은 국가나 전체주의에 대한 반항, 저항이다.

 

그런 관념을 '본질'이라 부른다.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

 

국가라는,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을 죽이지 말라는 실존주의의 비명.

 

나의 과거는 커다란 하나의 구멍에 불과했다.

 

내가 나의 인생에 관하여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나는 책에서 읽은 것같이 생각된다.(120)

    

인간 개체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가 이어진다.

 

아마도 사람이 자기 얼굴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나의 얼굴을 알 수 없는 것은

내가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일까?(35)

 

일반적인 인간이란 없다.

인간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나는 미래를 본다. 미래는 거기에, 길 위에 놓여 있어,

현재보다도 약간 희미할까 말까 할 뿐이다. 미래가 실현되어야 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실현되어 봤자 무엇이 더 보태어질 것인가.

아까는 저기에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있다. 나는 내가 현재에 있는지 미래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나는 미래와 현재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59)

 

그래서 1968 자유로운 혁명 시기와

반전 운동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안에는 혼돈과 참여가 혼재한다.

 

나는 말에 의지해서 몽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다.(63)

 

나라는 존재를 무시하는 세계의 흐름과,

나라는 실존의 작은 비명과 회의의 대결.

 

 

 

오늘 김정은과 트럼프는 종전을 향해 가는 악수를 나눈 역사적인 날이다.

본질의 횡포에 실존이 희생되는 날들에 대한 종언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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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보 프랑스어 레슨 (책 + CD) - 사전없이 스스로 익히는
열린기획 엮음 / 학일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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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언어는 없겠지만, 최초보를 쉽게 풀어 놓은 불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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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아직 행복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곰돌이 푸 시리즈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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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시리다면... 아무 생각없이 조용히 읽을만한 책. 많은 걸 바라지 말고, 밝은 색상의 그림과 긍정적인 멘트들에 마음을 잠시 내주어도 좋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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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와 이저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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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저벨은 딸 에이미와 살고있다.

아버지는? 하는 의문을 계속 품고 읽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야 의문은 풀리면서 긴장은 해소된다.

남들에게 감춰야할 것 같은 비밀 따위, 세상엔 없다.

 

딸 에이미는 우울했겠지만 그녀에게 로버트슨 선생이 있었고,

그 사실은 지금 옆에 놓인

잇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살냄새가 밴 쿠션처럼 느껴졌다.(232)

 

올리버 키터리지만큼의 통찰은 없지만,

장편 치고는 제법 긴장감을 놓지 않게하는 맛이 있고,

여성스러운 그의 문체에서 위안을 받게 하는 문장을 만나 좋았다.

 

크로커스, 데이지, 스위트피, 루핀, 티머시... 끝도 없이 등장하는 꽃들도 화사했다.

마치 꽃들이 주인공이고 그 곁에서 실종되어 유골로 발견되는 아이도 있고,

젊은 아이들은 성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할지 모르고...

어른들은 서로 다른 고민으로 삶을 버거워하는 사소한 모습을 전개해 보여주는 것처럼...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 나아간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다.

누군가 친절을 보이면 그것을 받아들여 최대한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어둠의 골짜기는 혼자 간직하고 나아가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언젠가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에이미는 아직 어려서 무엇을 참을 수 있는지 혹은 참을 수 없는지 아직 몰랐고,

이 자리에 있는 세 엄마에게 어리둥절한 아이처럼 말없이 매달려 있었다.(508)

 

그래서 이 책은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에게 읽혀도 좋겠고,

자식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른들에게 읽혀도 좋겠다.

 

이 세상 어떤 사랑도 끔찍한 진실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그대로를 물려준다는 진실을.(522)

 

살아보면 그런 것을 알게 된다.

금수저나 흙수저라고 툴툴거리는 소리를 하지만,

재산은 불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성향이라든가 기질은 유전자에 실려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리처드슨 처럼 철없는 교사가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으려 시를 들먹이고, 멋진 말을 인용하는 구절에서,

교사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세계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연약한 것인지,

어른들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최근에 그녀의 '루시 바턴'을 읽고 심심했던 터라,

이 책의 성과에 반가웠다.

올리버~ 만큼의 성과가 담긴 책을 더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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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꽃말을 읽다
안상학 엮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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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에 '밴드'가 깔려있는데,

초등, 고등학교 동창회, 반창회 소식을 간혹 전해듣는다.

초창기엔 꽤나 열심히 글을 올리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요즘 시들하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꼭지 하나가 '모까'라는 밴드다.

 

꽃이나 나무, 풀의 이름을 몰라 사진을 찍어 올리면

온갖 전문가, 고수들이 그 이름을 알려준다.

처음 듣는 외국종 풀들도 많고, 이름도 다양한데,

간혹 아름다운 이름들도 알게 되고, 궁금증이 풀려 유익한 밴드란 생각이 든다.

 

요즘 한창 피고지는 핫립세이지나, 황금달맞이꽃,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를 떠오르게 하는 클레우스란 식물도 만났다.

아파트를 돌다가 찍어올린 태산목 꽃에도 사람들이 금세 이름을 붙여 준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꽃만한 것도 없다.

다양하기가 그럴 수 없고,

향기와 아름다운 자태가 그러하고,

묵묵히 웃지도 말씀도 없으나 생김이 다른대로 모두 향기롭다.

 

황홀한 절정은 오르는 과정이 출실하고 내리는 과정이 성실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인생은 화병에 꽂아둔 꽃이 아니다.

꽃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를 알뜰하게 살피는 마음이 동반될 때 향기와 빛깔을 더욱 소중하게 보듬게 되는 것.(133)

 

그래서 시를 갈무리하고

멋진 생각들을 첨언한다.

좋은 글들이 많다.

 

시는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에 대한 깨달음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처했을 때

자가 격리와 자발적 소외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그러안는다.(139)

 

엄원태의 '강 건너는 누떼처럼'을 읽으며

'이 시는 전폭적이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고통스러워보이는 현실 역시 삶이므로,

그것을 그려 보여주는 것이 전폭적인 지지의 이유다.

 

아주 좋은 난해시는

문자와 문장 앞에 진퇴양난이고

아주 좋은 이해시는

속뜻과 여백에 들어서는 속수무책이다.

난해시는 길이 보이지 않는 무중이고

이해시는 여러 갈래 길이 저마다 뚜렷해 아연하다.(103)

 

신문에 연재한 글들이라는데,

신문에서 이런 글을 만나면 하루는 행복할 게다.

 

난해시든, 이해시든 간에 '아주 좋은'이 조건부다.

 

유홍준의 '오므린 것들'을 읽으면서 그의 시를 '상형 문자'라 부른다.

 

유홍준의 주특기인 '상형 문자'가 빛나는 시다.

형상을 보고 삶의 숨결을 끄집어내는 솜씨가 참으로 유감없다.(87)

 

둥글다는 건/ 공 같다는 것이 아니라/ 툭,/ 트였다는 것.(오서산, 장철문)

 

김해자의 '데드 슬로우'에 덧붙인 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큰사랑의 탄생 지점이 나타난다.

바로 지배이데올로기의 반대쪽에서 태어난 것.

서로 사랑하는 것을 제거해온 것이 지배쪽이요,

서로 사랑하며 살자고 움직여온 것이 지배를 받는 쪽.

시에 큰사랑이 깔린 것을 보면

시의 생산 지점을 알 수 있다.(25)

 

서안나의 '병산 서원'의 첫구절은 멋지다.

 

지상에서 남은 일이란

한여름 팔작지붕 홑처마 그늘 따라 옮겨 앉는 일.(16)

 

사는 일도 그렇고,

자연의 일도 그렇고,

시를 읽는 일도 그렇다.

 

꽃은 매번 피는 것 같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한 결과이고,

금세 지는 듯 하지만, 열매맺음에는 변함이 없다.

 

꽃을 보면서 즐거워만 할 수 없듯,

자연을 보면서 읊은 시들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졸기도 하면서 한나절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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