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나의 고전 읽기 3
김성은 지음, 장 자크 루소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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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르크스를 인용하며 남긴 유명한 격언.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왜 다시 루소를 읽어야 하며, 루소가 고전이 되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루소라고 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으면서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제네바를 여행할 때, 루소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은 루소의 사회 계약론을 시대적 배경에 맞춰 김성은씨가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어려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고전을 읽을 때 겪기 쉬운 <초점 잃고 길 헤매기>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로움도 있다. 그래서 고전을 어렵고 지겹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해 주는 것이 이런 책의 존재 가치다.

사회와 불평등의 성립,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계약>의 등장, 그리고 <일반 의지>와 입법, 정부의 존재와 종교에 대해 루소의 생각을 자세히 풀어 가는데, 그닥 어렵지 않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끔한 대목들이 많이 나온다.

빌헬름 라이히는 저서 <피시즘의 대중심리>에서 "가장 심하게 정치를 타락시키는 것은 스스로 비정치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소극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한 태도"라는 말을 했단다.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 진의 말이 생각났다.

국민이 줄고 쇠퇴해 가는 정부는 가장 나쁜 정부다. 아, 한국 정부는 정말 나쁜 정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의 개념 중, 가장 낯설면서 핵심적인 것이 <일반 의지>란 것이다. 일반 의지는 대중을 위해 항상 옳은 것, 곧 공화국의 <공화> 개념이다. 그의 이런 생각들은 그의 사후에 프랑스 대혁명에서 로베스피에르 들에 의해 널리 애송되지만, 그는 공화의 꿈을 꾸었을 따름이고, 공화국 시민이 되는 영예를 누리지 못했고, 오히려 기독교의 지나친 독선에 대한 비판에 대한 탄압으로 피곤한 생을 마친다.

인간은 원래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은 어디에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이것이 그가 사회계약론을 쓰고 에밀을 쓴 이유의 시작이다. 그는 인간의 입장에서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자유를 점점 잃어가는 자본주의 맹아의 시대에 이미 그는 자본에 예속되어가고 있는 인간의 자유를 구원하고자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의 글을 읽으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맹점을 경제적 입장에서 정리했던 것이고...

그가 이 글을 쓴 것이 어언 25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가 본 쇠사슬은 스스로 증식하여 점점 굵어지는 느낌이다. 세계화란 이름으로 온 지구가 하나의 쇠사슬에 매여져 가는 듯한 두려운 환영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고전이 오랜 시간 뒤에도 살아남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것을 읽고 나서 느끼게 되는 <자유 의지> 같은 것. <삶의 존재 이유>를 곰곰 사색하게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만 교육학적 저서로만 읽었던 <에밀>과 <사회 계약론>을 다시 읽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루소가 왜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곰곰 따져보게 되었는지를 어렴풋이 아우트라인 잡아주는 유익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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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6-08-3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이 말을 저는 이렇게 바꾸고 싶네요.
나는 인간이다. 우주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방학 잘 보내셨나요?



글샘 2006-08-3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방학 마치고 나니 바로 가을이 오는군요. 혜덕화님께서도 방학 잘 보내셨겠지요?
맞습니다. 모든 인간의 일은 나와 관계있고, 모든 우주의 일은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것이겠지요.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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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름 참 거창하다. ㅎㅎㅎ

제목도 참 멋지지 않은가. 무기와 병균과 철기가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 냈다는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온 세계로 번져 갔는데, 왜 어떤 지역의 사람들만이 경작을 하거나 가축을 기르고, 어떤 지역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농경에 성공할 수 없었는지를 곱씹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책이 700 페이지 가까운 두께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그 두꺼운 책이 그닥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다만, 좀 끈기가 요구되는 책이긴 하다. 그림도 별로 없고, 오로지 다이아몬드 머리에서 나온 말빨로 두꺼운 책이 가득하다.

유라시아 대륙은 온대 기후의 횡적 이동으로 농경과 문명 발달에 이점이 있었으며,
사하라 이남이나 아메리카처럼 종적 이동이 이뤄진 곳에서는 아무래도 지리적 조건이 문명이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를 수많은 인류학적, 과학적 고찰을 덧대가면서 설명한다.

언어에 따른 문자가 생기고, 정보의 정확한 전달을 통한 체계적 지휘 계통이 지배자들의 힘이었다는 것.

미국놈들이 지적 재산권 운운하는 권리를 휘두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가 있으려나.

이 책을 쓴 이유는 딱 하나다.

어메리칸 인디안, 아프리카 흑인, 오스트렐리아 원주민들이 <떨어진 종>이기 때문에 뒤처진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들이 백인들의 지배를 받고 멸종 위기까지 이른 것은, 백인들이 똑똑하고 우월한 인종이어서가 결코 아니라는 것.

그것은 단지 지리적 요인에서 기인한 문명의 발달, 그 총, 균, 쇠와 문자, 식량, 가축과 관련된 풍족한 생활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것을 밝히려는 책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이스라엘이란 앞잡이를 이용하여 서남아시아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미국이란 백인들의 깡패 종주국은 <역사>도 없고, <지리적 이점>도 없으면서 오로지 <전쟁을 통한 기회주의적 통치술> 하나로 세계를 주름잡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오만한 미국의 앞에선, 시커먼 니그로들이나, 무식하고 잔인하기만 한 원주민들, 아시아의 누런 인종들은 더럽고 추접기 짝이 없는 저질 인종들일 것이다.

히틀러처럼 명백하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조선에서 탱크에 몇 놈 깔려 죽으나 레바논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나, 이라크의 포로들을 희롱하며 놀거나... 모두 동네 개가 차에 깔려 죽은 일보다 못한 일들일 것이다.

이론적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책을 읽으면서, 이론과는 전혀 합치되지 않는 세상을 둘러 보면서 그저 마음이 허전하고 허허롭고 쓸쓸하다. 이라크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피와 눈물이 흐르는 <초생달 지역>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란 종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아름다운 이론처럼, 인종간의 차이는 지리적 요소에 의한 사소한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며, 백년도 전에 잭 런던이 쓴 소설처럼, <형제 인류애 시대>가 올 날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그의 <안나 카레니나> 비유는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다. 성경을 인용한 것도...

부름을 받는 자는 많다. 그러나 선택당하는 자는 적다.(그래, 스님되는 이도 많고 수녀도 많지만... 세상엔 정말 수도자가 많지만, 목적을 이루는 이는 적다. 마음 공부는 인생의 충분 조건이 아니라, 필요 조건으로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행복한 가정은 다들 거기서 거기로 보인다. 그렇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모두 다르다.
그렇다. 행복은 정말 많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엮인 베네딕트 통과 같은 것이다. 어느 하나가 조금 모자라도 바로 표가 난다. 누가 아파도,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워져도, 공부를 못해도, 실직을 해도... 열 손가락 중, 하나만 아파도 사람은 아프다고 하듯이, 불행한 가정이 되는 이유는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지만, 그 집엔 그것이 전부다.

자연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집단도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 부족한 것, 그것때문에 늘 남들보다 뒤처지고 남들에게 멸시받게 되었던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적 소양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통섭consiliance이 이뤄지는 글을 읽은 느낌은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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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2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두꺼운 책이군요. 이 책 한 권 읽을려면 이번 여름 다 가겠는데요. ㅠㅠ
저도 인류학쪽으로 관심이 많은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같은 저자의 제3의 침팬지도 재밌습니다.^^

쩡발 2014-11-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께에 압도되어 사두고 읽진 않았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도전정신이 생기네요!

글샘 2014-11-2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두꺼운책은 부담스럽죠 ㅋ

ddoddony 2014-12-22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DOLTOP 2015-05-1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할 의무 같은게 생기네요..ㅎ!!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정문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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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대답은 이 책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총을 쏘는 일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인간이 다른 인간의 심장을 겨냥해서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인가.
군대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을 사냥하라고 총을 맡기는 일은 얼마나 징그러운 일인가를...

다행히 내가 군에 있던 시절엔 베트남이나 이라크와는 엮여있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아직도 이라크에 파병되어있는 자이툰 부대원들 중에는 혹시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몇이나 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주 반성한다.

수업 시간에 틈나는대로 아이들에게 전쟁의 무서움과 무식함의 공포스러움을 가르쳐 주고자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온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금할 수 없다.

다음 학기 부터는 무조건 아이들에게 세뇌를 시켜야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터에 나가선 안 된다고. 상대방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총을 들어서도 안 되고, 누굴 죽여선 결코 안 된다고...

이 책을 사 둔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바쁜 정신으로 읽기엔 좀 복잡한 책이라 생각하고 묵혀 두었는데, 주말을 이용해서 정문태 기자의 서늘한 말발에 동화되어 내쳐 읽게 되었다.

예전부터 종군기라자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전선을 누비며 <군인>으로서 전쟁을 편향되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종군기자라는 이름을 거부하고 <전선기자>라는 이름을 쓴다.

전쟁이라는 것은 '국가'로 위장한 정부가 저지르는 가장 극단적인 정치행위임에도 '국가'와 '정부'를 동일시하면서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기자들을 비판하면서, 기자들이 정부의 정치 행위를 거드는 것이 <애국심>이 아님을, 전선에서 본 그대로를 쓰는 일이, 민중의 편에서 기술하는 일이 올바른 일임을 그는 밝히는 과정인 것이다.

91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환상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고, 가장 비열하고 가장 비인도적인 전쟁으로 기록해야할 걸프전을 모든 언론은 침묵했다. 그리고 국제 언론은 대이라크 경제 봉쇄로 백만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눈을 감았다. 전선기자 없는 전쟁은 그렇게 일방적인 피의 잔치가 되고 만다.

"미군은 모든 전쟁에 참여하지만, 미군은 언제나 정의롭고, 미군은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다."

이것이 미국의 본질이다. 군산 복합체의 나라. 전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탄의 나라. 미국.

그 본질과 실체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악마의 그림자처럼 폭탄이 있는 곳, 전쟁과 전투가 있는 곳엔 얼른거리는 미국의 전투기, 항공모함, 군인들, 그리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학살의 흔적들을...

베트남과 버마, 이라크와 코소보, 라오스와 캄보디아, 아프간과 카슈미르, 팔레스타인과 인니의 자유아체운동, 발리 학살까지 악마들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다가왔다 화약 냄새 풍기며 사라져 갔지만, 남아있는 이들에게 공포의 추억은 영원히 남아있다.

이 책을 과거로 읽는다면 세상은 영원히 악마인 수퍼맨이 일 초에 지구를 일곱바퀴 하고도 반을 도는 곳이겠지만, 이 책이 우리의 미래로 읽힐 때, 세상에 수퍼맨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평화를 외치는 유일한 길은, 미국에 반대하는 길 뿐이다.
전선기자 정문태는 그래서 전선에서 사진을 찍고, 죽음과 삶을 꼭 끌어안고 달리고 또 달린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존경스러운 기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다. 정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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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문태 그 사람 글은 어떨 땐 무섭더라구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비극의 현대지도자
서중석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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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배웠던 한국 현대사에는 이승만 대통령, 김일성(나쁜 의미의) 수령, 박정희 대통령, 통일의 선구자 백범 김구 선생...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대학 들어가서 처음 읽은 '해방 전후사의 인식'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여운형> <김규식> 등이 등장해서 김구나 이승만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맡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이승만은 나쁜 놈이었다.

박정희로 들어가면 장준하가 등장하는데, 박정희의 무덤에 침을 뱉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그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며, 조봉암에 대해서는 정말 알기 어려운 것이었다.

조각조각 삐뚤어진 역사 지식을 퍼즐 맞추듯 짜맞추곤 있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많다.

이 책에선 여운형, 김규식, 김구, 조봉암, 장준하에 대해서 깊진 않지만, 많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익히 알고 있던 인종들이라서 이 책에선 새로울 건 없었다.

건국 준비에 앞장섰던 여운형과, 남북 분단을 막아 보려던 김규식 선생을 읽으면서, 역사에서 <만일~>을 대입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구 선생의 초기 우익적 행동은 그의 '백범일지'에서 읽을 수 있던 방향성 없음을 느끼게도 한다.

이즈음 미국이 악랄하게 드러내는 신 식민주의, 신 자유주의 신 보수주의, 신 제국주의 속셈을 이미 수십 년 전에 간파한 사람들이 모두 제거되는 역사는 비극 그 자체였다.

특히, 조봉암의 사회민주주의와 진보당, 민족의 길을 보여준 제 3의 길을 제약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외 환경은 한반도에 내려진 저주의 그림자로 비쳐진다.

장준하가 우익 필진으로 시작했단 것도 새롭다면 새롭다.

아직도 <지역 의식> <색깔론>으로 일컬어지는 한반도 특유의 [냉전 구도]는 언제든지 한국 정치에 <괴물>을 등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 눈에는 너무도 선연히 보이는 식민지 침탈의 한미 FTA 협정을 두고, 지켜보자는 둥, 실익을 노릴 수 있다는 둥, <중립>을 지키는 듯이 보이는 자들은, 이미 식민주의자들의 편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중립을 표방하는 자들에겐 항상 기득권이 있어왔던 것이 역사의 진실이었으니 말이다.
방패에 찍히고, 깨지는 민중의 목소리가 언제 그른 적 있었던가?
아웃사이더들의 비명이 진실로 밝혀 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협정에 관한 비밀을 3년간 지키고, 향후 50-70년간 영향력을 미칠 중요한 협정을 정부에 맡겨 두라는 속편한 사람이라면... 참 좋겠다.
내가 이승만 박사를 최고의 민족 지도자로 여기고,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눈물 흘리는 바보 멍청이 였으면 차라리 행복하겠다.
장준하, 조봉암 따위 이름은 아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아직도 박정희의 독재를 기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총독부 건물을 자료관으로 남길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서울 시청을 멀쩡하게 잘 쓰고 있는 사람들.
왠지 온통 모순 덩어리로 보이는 기득권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나라를 미국으로 합치려는가?하고.

이 책의 단점은 사 보기엔 지나치게 비싸단 거다. 하드 커버에 1만7천원. 나같은 곁다리 독자들은 도서관에서 아니면 절대 사보지 않을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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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식민지, 한미 FTA
이해영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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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가끔씩 읽고 있던 참에, 피디 수첩에서 한미 FTA를 다뤘다. 황우석 이후, 매스컴이 가야할 길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영 왈, FTA가 아니라 <한미 FTA>라고 명확히 해야 한단다. 옳다. 지금 문제시 되는 것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간의 골치아픈 문제다.

그런데, 한미 FTA의 문제점은 마찰력 없음이다. 형식적으로는 경제적 협상인 듯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정치적 예속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협상의 결렬은 한미 동맹 파탄이라는 <공미주의 恐美>를 반복하고 있다. 이건 숫제 냉전 시대의 간첩단 사건 이상이다. 예전엔 꿈에 인민군이 쳐들어왔다면, 이젠 미국놈들이 쳐들어올 판이다.

1986년 한미 지적 재산권 협정에서 전두환 정권은 대내적 정당성 기반이 허약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 <주권이 있는 두 나라 사이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양보를 했다는 글을 보면서, 이십 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나아 졌는지 돌아 보면 무섭기만 하다.

이제 냉전의 시대는 갔지만, 경제 전쟁, 경제 식민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나 한반도는 미국과 북한의 <열전>의 가능성도 아주 높은 지역이다.

정부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고...

이해영씨는 정부의 <IT 중심의 고용없는 성장 JOBLESS GROWTH은 빈부 격차만 양극화 시키고 심화 시킬 뿐>이라고 결론내린다. 무서운 일 아닐까?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고용이라니... 공무원 신분인 나조차도 두려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선배를 모시는 후배의 친절한 자세로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 백년 만의 을사 오적이라 할 만한 일이다.

과연 이 사태가 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며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의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말을 들으면 그들의 장밋빛 미래를 정말 믿고 싶어진다. 개방이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말이다. 제2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자료로 봐서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지옥일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아들에게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눈물나는 일이다.

자유무역 FT은 강자를 보호하는 대미종속을 강화할 따름이다.
고도의 협상 전문성을 가진 미국의 치밀한 준비, 국익에 대한 명료성, 의회와 업계 협상자의 공조, 북핵의 압박과 영어..같은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한계를 노정하는 한미 FTA를 저자는 바둑 초단이 9단에게 4점을 깔아주고 대국을 시작한 형국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영화, 약값, 쇠고기의 4가지 선결 조건을 상납하듯 미국에 바친 한국 협상단.
이제 나도 미제 자동차를 신나게 타고 다닐 길이 열렸다. 배기가스를 뿡뿡 뿜어내면서...
수퍼맨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소생을 아이맥스 영화로 보면서 최민식의 밥맛없는 얼굴에 침을 뱉는 자랑스런 미국인이 될 수 있겠다.
한국산 저질 유사 약품에서 벗어나서 미제 엑스타시에 몽환적인 미래를 맡겨도 아름답지 않은가?
광우병 걸린 소새끼가 간혹 있겠지만, 우리에게 미제 쇠고기는 풍족한 영양가를 제공할 것이다.

호주는 국가-기업간 제소를 금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미국의 일정에 맞춰서 하루 빨리 도장을 찍어주고 징그런 미소를 짓는 새끼들의 낯짝을 보는 일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법적으로 미국이 무조건 승리하는 정의로운 날이 우리 눈앞에 있다.

저자가 절차적 흠결이라고 잡는 사소한 것들은 정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이제 공청회도 마쳤지 않은가.

아, 내년부터는 7월 4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자. 당당하게 독립 기념일에 우리도 쉬고 싶다.
종속 기념일에 편안하게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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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7-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회에만 가면 국민의 소리를 못 듣는, 못 들은 척하는 정치인들!!
그들에게 보청기를...ㅠㅠ

비로그인 2006-07-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 FTA, 요즘은 조용한데... 정말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