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함께 읽기
강준만 외 지음 / 돌베개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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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이란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이 거진 20년이 다 되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그분의 책을 어찌어찌하여 다 읽었단 걸 알았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앞부분은 신영복 독후감이고, 뒷부분은 인물론이다.

선생의 글 중 가장 뇌리에 남았던 것이 역시 <사색>에서의 체온 이야기였다. 여름엔 옆자리의 존재를 증오하게 된다는 몸의 진리 앞에 어떤 논리도 말이 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신영복 선생에 대하여 읽고 이야기한다.

왜 신영복 선생은 이렇게 하나의 현상으로 보일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일까?

신영복 선생의 글들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물에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는 무감어수 감어인 이야기와 <관계>론의 화이부동이다.

역시 이 책의 많은 이들이 화이부동의 논리와 무감어수 감어인의 깨달음을 반추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전제군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결코 <민주>도 <공화국>도 아니다.
미 제국주의 아래서 신음하는 분단된 자본주의 예속국 정도랄까?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 못하여, 툭하면 파병이고, 딱하면 경찰과 군인이 다 막아 선다.

시대가 변하여 신영복 선생도 교수를 하고, 정년까지 하였지만, 어느 장기수 어르신 말씀 마따나 <역사는 인간을 비껴가지 않는다.>는 말이 신영복 선생에게도 딱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만델라가 오면 장기수들의 평균치도 안 되는 지긋지긋한 서대문구치소의 나라.
88올림픽을 계기로 개량적으로 간첩(?)을 풀어주긴 했지만, 아직도 국가보안법의 서슬이 퍼런 나라.
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누구도 개혁에 관심이 없는 나라.

단일 민족, 단일 문화라는 우물 안 개구리 시야를 가지고 이주 노동자를 얕보고 깔보고 짓밟는 나라.

조화롭게 지낼 줄도 모르고(不和), 약자들을 자기와 같이 만들어야(同) 속이 풀리는 자본과 교회를 가진 나라.
웰빙 열풍으로 정신은 놓쳐 버리고, 오로지 몸보신과 성형 수술에만 매달려 몸짱이 되는, 그래서 거울에 비친 나(鑑於水)만 바라보며 나르시시즘에 빠진 나라.

그들에게 신영복 선생이 내리는 복된 소리는, 서양에서 주워온 낯선 유목민의 그것도 아니고, 내세를 앞세워 현세를 혹하게 하는 종교의 목소리도 아니고, 다만 우리가 흔히 듣던 익숙한 것들이었다.
조화롭게 살지만, 남을 억지로 같게 만들지 않는다는 화이부동.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볼 게 아니라, 남들, 사람들과의 관계에 나를, 우리를 비추어 볼 일이라고...

정부의 실책들을 비난하는 목소리, 집회, 시위의 현장에서 이제는 돌멩이, 화염병, 쇠파이프, 투쟁을 내려 놓자는 이야기가 많다. 이젠 좀 새로운 양식으로 의견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물리적 탄압은 독재 시절과 여전하여 국방부 소속 군인들이 내무부 소속 전경 부대에 들어와서 민간인과 대치하는 양상은 그대로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니 진지하게 고민할 일이다.

조건은 바뀌지 않았는데, 투쟁하지 말자는 것은 비겁한 일이고 도망가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바뀌었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투쟁!하고 팔의 각을 꺾는 일은 어전히 진부한 일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신영복 선생의 자세를 배울 일이다.  낮게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민중의 편에서 보는 일.

<화이부동>과 <무감어수 감어인>의 관계론을 화두로 만들어진 책이니만큼, 이 책을 읽으며 신영복 선생에게서 나온 세상보기의 은혜에 감사하며 학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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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의 역사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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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명작으로 게르니카를 꼽는다. 에스파냐의 독재자 프랑코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국민에게 폭격을 퍼붓는다. 독일 비행기로... 나는 피카소가 전쟁을 혐오해서 그 작품을 남겼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유럽인들은 검둥이나 노랑둥이들에게 폭격을 퍼붓는 일은 재미있는 일일 따름이었다.
게르니카가 충격이었던 것은, 그래서 피카소가 그렇게 놀란 것은, 그 폭격이 유럽인을 향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쏟는 폭탄들은 유색인종을 위한 레퀴엠이었던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가 기록한 학살에 대하여 저자 스벤 린드크비스트는 정말 많은 재료들을 스크랩했다.

그 스크랩들을 얼기설기 조합한 것이 이 책이다. 그 스크랩의 많은 부분은 소설이고, 많은 부분은 사실이다.

사실이든 소설이든 바밍 bombing의 아래 화약 연기 속에 스러진 것들은 유럽인이 아닌 유색인종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충격적인 책이다. 원자탄에 스러져간 일본인들도 유색인종이란 죄로 그 폭격을 당한 것이다.

군사적 목표물이라도 민간인을 해치게 되면 폭격할 수 없다...는 조약은 각국의 반대로 국제법이 될 수 없었다.

어떤 소설에서 <만일 전쟁이 불가능해지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은 곧 인간의 멸절을 초래할 것이란 것이다. 안 그래도 자연 파괴는 인간의 멸종을 앞당기는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는데, 핵전쟁은 인간 뿐만 아니라 지구별의 생물종을 멸절시킬 능력이 충분하다.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에서 미군 비행기가 쏟아부은 폭탄으로 수백만이 죽었고, 북한 주민이 수백만이 죽었다. 그 폭격은 다시 아프간과 이라크로 이어졌다. 사막의 폭풍, 그 충격과 공포...

불타고 신음하고 울부짖는 공포의 도가니를 백색 인종 조종사들은 볼 수 없다. 그 모든 일들은 버섯구름 아래서 일어나는 저열한 유색 인종들의 일이었으니...

역사란 바라보고 싶은 것만을 적은 책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준 책이다. 미국에서 발견된 한국 전쟁 문서 중에 6월 전쟁과 낙동강 전선까지 신속한 후퇴, 접전과 인천상륙 까지가 시나리오로 계획되었다는 이야기를 읽노라면, 허허... 세상 사는 것이 도통 요지경 속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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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4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11-2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ㄷ님... 한국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시절이라 볼 수 있죠.
저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날들입니다만, 오늘은 푹 주무세요.^^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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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씨 강연을 듣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의식화 되는가를 이야기하다가, 선배를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다는 우스개를 한 적이 있다. 나도 선배를 잘못 만난 덕에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만...

툭하면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일본 극우들이 독도를 제것이라 떠들면 즉각적으로 국사 교육 강화가 나온다. 이제 파블로프의 개처럼 종만 울리면 침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국사책이 얼마나 편협되고 거짓말 투성이인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걸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쓰는 이 시간, 이번 토욜에는 처음으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이 치러 진다. 웃기는 일이지만, 웃을 수만도 없는 노릇.

한겨레에서 <거짓말>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진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연극배우 오지혜의 재치있는 사회와, 내가 좋아라하는 사람들의 강연, 그리고 이어지는 수준 높은 질의,응답까지, 이 책은 국사 교육의 강화 이상으로 지적인 힘을 길러주는 <지성의 파워 워킹>이라 할 만 하다.

정혜신의 심리학 강의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라는 그의 말은 그만큼 인간이 완전한 척 하려는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수구 꼴통들은 <모호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그의 말은 수긍이 간다.
너 친노니?
아니?
그럼 반노구나.
이렇게 명확하지 않으면 한국에 살기 힘들다.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 나오면 빨리 집에 가는 게 수다. 아니면, 끝없는 미궁에 빠지고 소인지 닭인지도 모르는 괴물한테 물려서 집까지 돌아오는 실타래를 놓치기 일쑤니깐.

김동광의 과학사회학은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알게 해 준다.
황우석 사태의 배경이 되는 심각한 학문적 부조리와 과학적 애국주의, 상업주의의 문제들을 속시원히 파헤치고 있지만, 너무도 애국적이어서 진달래꽃 아름따다 뿌리고, 그들은 난자를 제공함으로써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에 부응하려는 여인들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시스템 같으니... 이 대목을 읽다가 저녁 뉴스를 잠깐 보는데, 다시 서울대 수의대가 나오가 개새끼가 복제되어 뛰어 댕긴다. 결코 줄기 세포가 어디로 튈지, 국익에 보탬이 될는지,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불치병, 난치병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될 기미의 ㄱ자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다시 진달래꽃을 서울대에 뿌리려는가?

한홍구와 박노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이다. (박노자의 강연이 오늘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있었는데, 피곤해서 못 가고 말았다. 해콩샘이 갔을 테니, 정리해 달라고 해야쥐.ㅋㅋ) 박노자 씨는 오슬로에서 날아 왔으니 만날 기회가 드물어 오늘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한국의 이상한 국사책의 시작인 <단군>과 한겨레의 신앙에 대한 거짓말을 집어내고 있다.

법학자 김두식의 거짓말 권하는 사회에서는 솔직하게 한국 법조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 입학부터, 법관 말년까지 시달리는 콤플렉스를 털어놓는 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다 시원하다. '왕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는 그의 이야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거짓말 권하는 사회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 준다.

"저는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생긴 기득권이 있다면 통일을 위해서 다 버릴 각오가 돼 있습니다."하는 새터민 김형덕의 말은 진실성이 뚝뚝 떨어진다. 통일에 대한 담론들이 가지는 거짓말의 혐오감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한국 국민이 정말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분야가 통일이 아닐까 한다. 남한이 북한보다 나을 것도 쥐뿔도 없건만, 늘 퍼주기 운운 하면서 생색만 낸다.

여성학 강사라는 정희진은 페미니스트가 제일 무서워하는 페미니스트라고 할 정도로 '여성만 주의자'는 아니다. 여느 페미니스트들이 갖는 단점이, 여성은 피해자이자 약자이고 소수자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폭력과 우월에 대하여 혐오감을 갖는 극단적인 말들만 늘어놓는 반면, 그는 <경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새로운 경계를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단점 중 하나인데, 정희진의 여성학은 페미니즘을 감싸안으면서 한단계 뛰어넘는 담론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성적 소수자와 약자를 무시하는 거짓말들. 그들을 구경거리로 삼는 정상인(?이라고 착각하는)들의 거짓된 시선들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라풀 비드와이란 평화운동가를 모시고 인도에 관한 거짓말들에 대해 듣는다.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이 읽은 인도는 신비롭고 정신의 온기로 가득한 철학가의 나라였다. 한국에 소개된 인도가 그런 느낌을 주는 데 가장 기여한 이는 류시화씨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한국인들도 인도로 많이 갔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가난한 인도만 있을 뿐, 영혼은 없더라는 기행으로 가득하다. 오지혜씨는 오히려 인도가 깨끗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일부만 본 이야기리라. 또, 인도는 IT 강국이라는 말도 오해란다. 인도도 여느 나라처럼 물질적이고, 비슷하게 종교적일 뿐이란 것.

어떤 분야에서든, 신화는 존재한다.
나는 국어 교사로서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글을 잘 쓸 것이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자신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교과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편견에서 신화가 시작되고, 결국은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들이 횡행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하나가 <공론화 하기>, <토론하기>에 익숙해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뒷담화가 제일 무서운 문화, 그래서 지연, 혈연, 학연, 나중엔 주연으로나마 위로받으려는 어리석음 뒤에는 <솔직하지 못함>으로 가득하다는 것. 그래서 뻑하면 <솔직히> 같은 말을 습관처럼 되뇌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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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11-2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책을 말하다'에서 처음 접한 박노자씨의 목소리,
직접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너무 반가웠지만 왠지 조금은 실망이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목소리가 아니었거든요..
베컴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랄까..
아, 그렇다고 박노자씨를 싫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이책도 요즘 관심이 갔었는데,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글샘 2006-11-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박노자씨 강연 갔던 분들께서 모두 목소리 이야길 하시더라고요.
이런 책, 저도 참 좋아 합니다. 꼭 읽어 보세요.
 
이라크에서 온 편지 - 2003 바그다드, 전쟁과 평화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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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에서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포화가 퍼붓는 동안 이라크에서 <인간 방패,  휴먼 쉴즈>로 활동했거나 <이라크 평화 위원회>로 참가했던 분들의 편지글들이 처연하게 펼쳐진다.

사진도 렌즈를 깨끗이 닦아 연출된 각도에서 찍은 것들이 아니라, 급히 뚜껑을 열고 철컥철컥 찍어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희구하는 사람들 속에서 오랜 전쟁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라크 사람들의 건조한 삶이 오히려 더 슬펐던 책.

이 책을 왜 그렇게 두꺼운 종이로 찍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누워서 보기엔 무거웠던 책.

이미 이라크는 함락되었지만, 아직도 자이툰 부대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머무르고 있다.

난 연속극을 잘 안 보지만, 내가 좋아라하는 강유미가 나온다기에 '칠공주'를 보게 되었다.

설칠이로 설치는 이태란이 군인인데, 연애가 삐끗하자 돌연 <이라크>로 파병을 지원하겠다는 말을 했다.

순간 난 "저런 미친 년" 하면서 마구 욕을 퍼부었다. 아들 녀석과 아내가 나를 오히려 미친 놈처럼 쳐다봤지만, 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이라크가 연애질하다가 도망갈 정도로 안전한 데란 말인가?

그래서 지금 레바논에도 파병을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에 주면 얼마나 준다고 <퍼주기> 논란을 벌이는 것들이,
미국에 그저 <바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국익이라고 하면 '자발적 복종'의 정신이 철컥, 생겨서 <자기 계급을 배반한 의식>이 발동되는 것일까?

그 국익에는 가진자들의 이익은 들어갈는지 몰라도, 한국 민중의 이익은 없다.
설칠이가 이라크를 가든 지옥을 가든, 연속극 보는 사람들은 알 바 아니지만, 80년부터 이란-이라크 전쟁을 7년인가 했고, 애비 놈 부시가 걸프 전때 '사막의 폭풍' 작전을 펼쳤고, 아들 놈 부시가 '충격과 공포' 작전을 펼치는 데가 이라크야.

<폭격의 역사>란 책을 보면, 유럽 놈들은 지들 사는 땅에는 그렇게 지랄같은 폭격을 하지 않는다지.

일본도 황인종이 사는 땅이어서 원자탄이 떨어졌던 거야.

그리고, 이라크도 아시아기 때문에, 황인종이 사니깐 무차별 폭격이 가능하단 거지.
동남아시아와 베트남, 북한도 마찬가지였고 말이야.

어떤 이는 편지로 징그러운 한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도 썼어. 파병할 경우...
그런데 벌써 파병은 끝났으니깐, 한국 국적을 포기했을려나? 포기하고 싶다고 포기할 수 있을까?

남의 나라 전쟁에 이런 저런 이익을 앞세워서, 그리고 무뇌아같은 군인들을 돈 준다고 꼬드겨서 보낼 수 있는 쪽팔리는 나라에 사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나를 한없이 작고 보잘 것 없게, 왜소한 영혼으로 만드는 외로운 책이었다.

주인 잃은 손 하나엔 아직도 온갖 힘줄, 핏줄들이 길게 엉겨 있었지만, 쌍꺼풀 깊어 인상 좋아 보이는 이라크 아이들, 그 소년 소녀들의 티없는 웃음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 끈적거림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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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1-1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고 나서 보니 이런 기사가 보인다. 성당에도 안 다니는 내가 성호를 그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분신자살로 이라크 전에 대항한 미국 예술가
[온라인비] “우리를 용서하시오” 홈페이지에 자살노트와 부고 남겨

▲ 길에서 시위 중인 말라치 리처. 그는 2003년 3월 20일 반전 시위 중 체포되기도 했다.

(서울=OnlineBee) 이승은 기자=미국 중간 선거가 치러지기 4일전인 11월 3일 아침. 시카고의 오하이오 스트리트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고 사망했다. 현장에 남겨진 쪽지에는 "살인하지 말지니라(Thou Shalt Not Kill)"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쓰여 있었다.

경찰은 닷새가 지나서야 그의 신원을 밝혀냈지만 ‘로컬 재즈와 즉흥 뮤직 커뮤니티(local jazz and improvised music community)’의 회원들은 그 사람이, 그들의 커뮤니티의 오랜 후원자인 ‘말라치 리쳐(Malachi Ritscher 52)’라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음악가인 말라치 리처는 그 지역에서 실험 재즈 공연 기록가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자신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훌륭한 공연이나 예술작품, 사진들을 요약해 소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예술가였다. 특히 그는 반전 항쟁에 자주 참여했으며 지난 2003년 3월에는 길 모퉁이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경찰에 체포가 되기도 했다.

말라치 리처의 웹사이트(Chicago Rash Audio Potential www.savagesound.com)에는 분신 자살 현장에서 발견한 쪽지보다 훨씬 긴 글들이 남겨져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직접 써서 올린 장문의 자살 노트(www.savagesound.com/gallery99.htm)와 부고 (www.savagesound.com/gallery100.htm). 두 글 모두 그가 이라크 전쟁으로 깊은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이 자살의 동기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명 선언(Mission Statement)’이라는 이름의 자살 노트를 통해 그는 “소위 우리의 지도자라고 불리는 그자야말로 진짜 테러리스트이며 오사마 빈 라덴보다도 더 많은 죽음을 몰고 왔다”고 역설하면서 “우리가 당신들에게 한 짓을 사과한다. 우리 나라가 일으킨 폭력과 혼란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라는 말로 속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또한 “나라와 신의 이름으로 전쟁에 보내져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는 젊은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무너진다”면서 이라크 전쟁에 대해 느끼는 괴로움에 대해 호소했다. 글의 마지막에서 그는 “나는 이제 두려움 없이 하나님께로 갑니다. 여러분의 미래는 오늘 여러분이 선택하는 것에 달려있습니다”라고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전했다.

3인칭의 시점으로 직접 써 내려간 자신의 부고에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언급되어 있다. 그의 본명은 마크 데이빗 리쳐(Mark David Ritscher)로 1954년 디킨슨에서 태어났다. 말라치라는 이름은 80년대 초반에 시카고로 온 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왕래를 끊고 사는 아들과 두 손자가 있고, 지인들은 많지만 친구는 거의 없다. 자신의 부고를 직접 쓰는 이유도 진정으로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말라치 리처의 죽음은 ‘시카고 인디 미디어(chicago.indymedia.org)’ 등의 비주류 매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음악 전문 사이트, 각종 토론 사이트, 그리고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은 이런 사건을 주류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네티즌들이 그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순교”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반대로 “단순한 정신 병자의 비극적 말로”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라치 리처의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알려진 지금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순교자, 테러리스트, 영웅, 정신병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왔다. 하지만 말라치는 자신을 ‘영적인 전사’로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다.

▶말라치 리처의 홈페이지의 게시된 두가지 글

Mission statement (http://www.savagesound.com/gallery99.htm)
Malachi Ritscher - out of time (www.savagesound.com/gallery100.htm).

dongurang@onlinebee.net 입력날짜 : 2006-11-16 (02:55)
 
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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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지옥>을 이야기한다. 조승우가 돈에 불을 지르고, 김혜수가 살인을 사주한 것이 들통나고, 그 와중에 손등을 찍힌 아귀같은 괴물은 조승우가 돈을 따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지옥은 영화 속에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이란 해괴한 나라에는 3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불법 인간>이다. 인간이면 인간이지 불법 인간은 뭔가. 법적으로 허가받고 태어난 인간도 있던가?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서 합법적이고,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부탄, 네팔, 태국에서 온 순박하고 큰 눈의 그들은 이 땅에서 태어나지 못했고, 산업연수생이란 저임금의 <불온하기 짝이 없는 일본놈들의 짝퉁 법률>에 의해 밀수입되고 있으며, 이 땅의 빌어먹을 <평화로운 민족, 남을 한 번도 침략할 능력이 없었던 민족성>은 그들에게 갖은 폭력과 야만을 자행하고 있더란 말인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마는, 이 알량한 나라가 IMF라는 미국의 세례를 입은 후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란 미명하에 들어온 수십만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노동현장에서 70년대 우리 선배들이 당했던 피해를 고스란히 답습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언론은 그들의 소식을 애써 외면하며 발전하는 조국의 모습만을 앞장세웠고, 그들의 권익 투쟁은 늘 공산주의를 이롭게하는 이적행위였고, 불온하기 그지없는 말많은 빨갱이들의 짓거리였다.

이제 그 자리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짓밟힌 인권이 있고, 그것을 유린하며 단물을 빨아먹는 자들이 한 가정의 자상한 아버지 표정을 짓고 퇴근을 한다. 노동자들의 기숙사 문을 잠근채...

간혹 어린이 대공원 같은 곳에 가면 삼삼오오 놀러 나온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비싼 놀이기구를 탈 돈을 쓸 수 없는 듯, 우리 아이들은 물고기에게나 던져주는 용도의 뻥튀기를 나눠먹으며 놀이기구 타는 아이들을 보며 즐겁게 이야기한다.

재작년 고3 아이들 수능 마치고 인권 단체에서 운영하는 이주 노동자의 현실 프로그램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만난 사람들의 노력이 얼마나 힘든 것이었을는지... 그간 잊고 살았다.

한국인조차 품어주지 않는 가진자들의 법률, 가진자들의 국회, 가진자들의 국가에서 여권과 외국인등록증마저 빼앗긴 그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는 차가운 멸시와 범죄자를 바라보듯 바라보는 흰 눈자위 뿐이었다.

한국의 사장들에게 그들은 곧 돈이고, 공무원들에게 그들은 처리 대상이고, 뭔가 가로고치면 추방의 대상이며 조금만 소란스러워도 불법을 자행하는 체류자들에 불과하다. 여차하면 정신병원에 6년4개월을 행려병자로 처박아 버릴 수도 있는,  한국에서 태어나 처벌받지 않는 쥐새끼보다도 못한 신세인 것이다.

불법천국 대한민국이 제발, 제발 인권에 대해,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해 <수직>적이지 않은 잣대를 들이대면 좋겠다. 장유유서나 부자유친 같은 수직 질서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나눌 수 있을 때 지옥은 비로소 천국으로 가는 다리를 놓게 되는 것이 아닐까?

미국이란 나라가 가진 착취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는 지옥의 복사기를 파괴할 열쇠는 이란주씨처럼 낮은 곳에서 힘써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힘에서 그 싹이 트는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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