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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옛날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해피엔딩은 만국 공통이다.
그래서~ 행복하게 자~알 살았답니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백설이에게 그렇게 잘 대해주었던 난쟁이들에게는 아무 관심없는
키 크고 백마탄 왕자만 밝히던 백설이는, 과연 그 남자를 따라가서 행복했을까?
어쩜, 백마탄 왕자는 백설이가 조금 지겨워지자,
벼룩시장에서 그 마녀가 갖고 놀던 '거울'을 사서 외치지나 않았을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냐?"
"네, 전에는 백설 공주님이었지만, 지금은 잠자는 숲속의..."
그럼 이 왕자 출신 아저씨는 다시 길을 떠나지 않았으려나?
그리고 혼자 남은 백설이는 이를 갈며 예쁜 여자를 해치는 마녀로 늙어가진 않았을래나?
한국 사회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랑'에는 개인의 감정만 뒤섞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속박이 들어있고, 가족의 바람이 들어있고, 사회의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소설가 소설'이자, '귀신 소설'이자, '애정 소설'이자, '심리 소설'인데...
어느 것 하나 성공하고 있는 분야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사회 소설'의 하나로 사랑을 드러내 보이지도 못한다.
김려령이 '완득이'에서 보여주었던 '입담'과 '완득이와 똥주 선생'이라는 개성 넘치는 인물 창조에 실패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사람을 죽이는 작가와 무조건 벗기는 작가에 대한 부분이다.
그 인물들은 완득이나 똥주처럼 살아있다.
그리고 며느리를 울궈먹으려 작정한 시어머니의 형상화도 조금 더 잘 되었더라면 성공할 뻔 했다.
그런데, 죽어버린 아내의 얼음같은 모습은,
주인공 역시 꽁꽁 얼려 놓았다.
거기다가 현실성없는 '영재'라는 인물과의 뜬금없는 사랑 이야기는 소설의 개연성을 놓친 작가가
억지로 얽어맨 이야기로 흘러 버리게 한다.
완득이란 소설에서 똥주가 부잣집 아들이고, 교회에서 다문화 일선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 어울리지 않듯,
이 소설에서도 작가가 잘 아는 부분은 컬러가 잘 도드라져 있지만,
왠지 흑백처리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많은... 아쉬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