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지식 습득 수준으로 접하던 미술 작품들을 좀 더 폭넓게, 그리고 깊이 있게 접하게 된 것은 엄마가 되어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다. 딱히 미술 쪽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터라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미술관에 직접 가서 루브르에 전시되는 미술품이나 샤갈, 르네 마그리트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볼 일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미술관에 가서 미술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 정보도 없이 가는 것보다 아이들이 그림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미술 교양서 등을 통해 기본 지식이나 정보 등의 바탕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생생한 역사화에 뭐가 담겨 있을까>는 미술 평론가인 이주헌씨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썼다.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 시리즈 세 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보니 앞서 출간된 시리즈 두 권에도 관심이 간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앞으로 보게 될 그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화는 어떤 그림일까요" 라는 제목 하에 역사화의 의미와 역사, 역사화의 관심사 등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끝에 한국의 역사화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 본문 글도 차분하면서도 간결한 문장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본문은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양 종교의 근간이 되는 성서 속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은 그림, 역사 속의 인물이나 사건을 담은 그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각 그림마다 그에 관한 종교 지식이나 시대적인 배경, 문화 등의 기본 지식과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특징이나 행위, 상징성 등에 대해 짚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딱딱하게 그림 위주로만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한 편 한 편 읽는 재미가 솔솔~ 하다. 혹 교양서라 아이가 재미없어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었는데 책을 보고 난 아이가 무척 재미있었다고 하니, 이 책을 알차게 보았던 나로서도 권한 보람이 있어 흡족하다. ^^
화가 별로, 혹은 시대 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미술 교양서도 접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서양의) 종교나 신화, 역사 등의 주제별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이다. 본문의 구성을 설명하자면, 책장 왼쪽에는 설명할 그림을 크게 싣고 오른쪽에는 공간을 나누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을 작은 크기로 하나 더 소개해 놓고 있다. 두 개의 그림을 보며 같은 주제라도 화가에 따라 다른 형식, 다른 시선으로 표현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하단에는 그림을 감상하는데 유용한 지식이나 보충설명도 작은 크기의 글 상자에 담아 놓았다.
뒤에 본문에 나온 그림만 작게 따로 실은 <그림 찾아보기>와 화가들에 대해 짧게 설명해 놓은 <화가 이름 찾아보기>가 실려 있다. 알찬 지식과 쉬운 문체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주헌씨가 앞으로 서양 미술의 주요 장르(정물화 등)의 책들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니 기대하고 기다려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