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저편 행복한 섬 동화는 내 친구 50
제임스 크뤼스 지음, 이유림 옮김, 프란치스카 비어만 그림 / 논장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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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구나 한 번 쯤은 이 세상 모든 생물이 서로 친구가 되어 소통하고, 다툼도 전쟁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꿔 보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유토피아,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가상의 공간(섬)을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려 놓은 작품이다. 책의 서문을 보면 이 이야기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볼거리들이 넘쳐나고, 맛있는 음식, 근사한 놀이 공간, 그림을 그리면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등 마법 같은 일들이 펼쳐지는 '바람 저편 행복한 섬'. 폴리포파야, 산타칸테, 주주, 핀토레토 등 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행복한 섬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이곳을 방문한 선장 일행의 모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다보린 선장은 항해 중에 만난 율리 아줌마, 생쥐 필리네, 갈매기 네 마리를 배에 태워 주고, 함께 항해를 하던 중 어떤 힘에 이끌려 행복한 섬에 도착하게 된다.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떠다니거나 헤엄쳐 다니는 이 섬에서는 모든 사람과 동물이 착하고-먹고 먹이는 천적관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어떤 약을 먹으면 사람과 동물들이 말이 통하게 된다. 커다란 케이크 안에 뚫린 터널 속으로 진짜 기차가 다니고, 수영장, 놀이터, 얼음 사탕으로 된 스케이트장이 딸린 강당도 있다니 이런 곳에서 노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이 모두 행복한 섬이었으면 좋겠지만 영영 그런 행복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나'의 말에 선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이 세상에서는 절대로 그렇게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해도 행복을 그려 볼 수는 있어야죠. 행복을 찾으려면 행복이 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배를 안전하게 몰기 위해 선원에게 북극성이 필요하듯 우리에게는 이런 낙원의 그림이 필요합니다."-(p. 133) 바로 이 문장 속에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가 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황소개구리가 낸 수수께끼와 행복한 섬의 역사를 들려주는 노인과 생쥐 필리네의 대화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이 섬에는 왕이나 황제, 군주도 없으며 대통령도 없다. 대신 이름-동물들 이름 옆에 독일명을 적어 놓았음. 일종의 언어 유희?-의 철자에 따라 번갈아 다스린다. 음악 소리로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붓으로 그린 것이 현실로 나타나며, 동화 속 주인공과 실존 인물(안데르센, 헨델 등)도 등장한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신기하고 다채로운 일들이 펼쳐지는 이 섬에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며, 이런 이상향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이 생긴다. 끝으로 우리 아이들이 그려내는 행복한 섬에서는 어떤 신기하고 즐거운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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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8-2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이가,,아영이 성이 뭐냐구 물어요..참 뜬금없죠??ㅎㅎㅎ
뭐 이유는 친한 친구가 아영이니깐,,궁금해서..ㅎㅎㅎ
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요즘은 꼭 필요한 책 말구는 책 하나 제대루 못읽었네요..
몰 이리 바쁜척인지.원..
그나저나,,님 이사준비는 잘되고 계세요??
혹시..무슨 리모델링 같은거 하세요??아이구..제가 도움 될 페퍼를 좀 올려야하는데...
이사관련해서 말에요..참 느낀게 많았는대..이번에...
암튼 가능한 빨리 페퍼 올리겠습니다~~
님 행복한 저녁 되시구..이사 전에 너무 진 빼지 마세요,,,

아영엄마 2007-08-2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은 최요~ 이름은 아영이지요~ ^^ 저도 이사 준비 시작해야지 싶어서 마음이 앞서긴 하는데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서 혼란스럽네요. 자동이체 해지를 언제 하는 것이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리모델링 같은 건 안하고, 도배 장판도 안 바꾸고 들어갈까 싶은데 남편은 하자고 그러고,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총으로 일제와 싸우고 글로써 독재와 싸운 장준하 - 한국인편 1 위대한 도전 1
김옥선 지음, 김형준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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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위대한 도전 시리즈(외국 인물)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출간된 것은 한국인 편이다. 첫 번째로 다룬 인물은 '장준하'로 일제 시대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총을 손에 들었으며, 나라가 해방된 뒤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펜을 들고 글로서 독재에 맞선 이다. 시간 순서대로 들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의 삶에 일어났던 중요한 순간들을 생동감 있게 조명하고 있는 형식으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독립운동가, 언론인, 정치가로 자신의 삶을 바친 장준하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다.

 자신이 옳다는 신념을 내세우고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지지하다가 종교계의 탄압으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이단행위를 않겠다고 서약)한 것을 생각해보라.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주관을 내세우고 소신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장준하는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종교적인 믿음(기독교 집안)과 후손들에게 못난 조상이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를 이겨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비를 털어 "사상계"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등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운다. 

 그 과정에서 부패 언론인이라는 오명을 쓰는 바람에 독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기도 하고, 정권의 횡포로 잡지가 계속 반품되는 탄압을 당하기도 하지만 장준하는 이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박정희 정권에 맞서 옥중에서 출마하기도 하는 등 정부의 독재와 민주주주의 타도 행위에 글로 맞서 싸웠던 장준하의 삶은 '우리 시대의 빛나는 등불'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본 우리 아이들이 용기와 끈기를 가지고 자신의 신념과 목표를 실천에 옮긴 사람으로 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이야기 속의 위인들"이라는 코너를 통해 심훈, 김준엽, 김구, 백낙준, 문익환 등의 인물에 대해서도 그 사람의 업적과 장준하와의 관계 등에 대해 책 한 쪽 정도 분량으로 소개해 놓고 있다. (한국인 편은 만화와 퀴즈가 실려 있지 않음) 본문 뒤에는 장준하가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실어놓았다.

 -  장준하가 아내될 사람을 만나 -자신이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한 남자의 아내,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이 진짜 여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미국 유학을 만류하는 장면의 대사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실제로 그랬는지, 아니면 글쓴이의 창작인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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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7-08-15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주주의.. 오늘 화려한 휴가를 봐서인지.. 더 와닿네요. 사상이나 생각을 바꾸는 것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모두 어려운 일인데.. 희생의 댓가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모르겠기에. 슬프네요. ㅠ_ㅠ
 
마녀들의 전쟁 1 - 제1부 늑대족의 피
마이떼 까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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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한 소녀가 자기 일족이 마녀임을 알게 되고 사라진 엄마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동화이자 판타지 소설이다. 총 3부 6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에 해당하는 1,2권에서는 작품의 기반이 되는 마녀들의 계보와 대마녀를 비롯한 마녀 일족의 예언, 아나이드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주변 일족들과의 갈등과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기반은 본문 앞에 실린 '마녀들의 전쟁 계보'로 이와 관련된 마녀들의 역사는 제 6장 '오드와 옴의 전설'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오디시'는 자신의 영생과 불멸과 욕망을 쟁취하는 쪽에 능력을 쓴다면, 치유 능력을 지닌 '오마르'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인간들에게 사랑과 지식을 베풀며 살아간다. 오디시는 불멸을 유지하기 위해 오마르의 아이들의 피를 빠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디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 쪽에 가깝다. 대마녀는 옴의 후손(오마르쪽)에게서 붉은 머리의 선지자가 태어나 전쟁을 끝내리라는 예언을 남기는데, 이야기는 대마녀 시대에서 수천 년이 흐른 뒤의 비행기, 컴퓨터가 존재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아나이드는 한창 외모에 예민한 열네 살의 소녀로 머리는 좋지만 키 작고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따돌림을 당하고 놀림감이 되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지는 사건을 통해 자신이 마녀의 일족임을 알게 되고, 선지자로 지목된 엄마 셀레네를 구해내기 위해 마녀 입문식을 치른다. 혼란스러운 과정들 속에서 억제되어 있던 자신의 본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는 아나이드.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어떤 능력이 주어진다면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위해 그 능력을 쓰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겠는가. 아나이드는 마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자 일족에게 금지되어 있는 주문을 써서 문제를 일으킨다. 아나이드를 질책하는 '어떤 마녀도 묘약이나 주문을 써서 우정이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라는 말은 저자가 이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아닌가 싶다. 엄마와 자신의 종족을 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과 난관이 기다리는 길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아나이드의 모습에서 가족을 향한 애정과 믿음, 청소년기에 겪는 반항 심리와 갈등 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앞부분은 끄리셀다 이모 할머니처럼 조금 산만하게 진행되는 감이 있지만 1권의 1/3을 넘어서서 아나이드가 자신이 마녀임을 알게 되는 부분으로 접어들면 몰입이 되면서 재미를 더해간다.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큰 딸아이(초등 5)가 좋아할만한 류의 작품이다 싶어 읽어보라고 권해주었다. 며칠간은 들은 듯 만 듯 뜸을 들이더니 두 권을 연달아 읽고 나서는 3권은 언제 나오느냐고 수시로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곤 한다. 아이의 희망대로 빠른 시일 내에 2부 출간 소식이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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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어요. 추천^^

2007-08-12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3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3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3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향기 2007-08-2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거 같아요. 우리 애도 판타지소설 무지 좋아하는데 한 번 읽어보라 권해야겠네요^^
 
슬픈 미루나무 봄봄 어린이 1
심상우 지음, 김수경 그림 / 봄봄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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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형무소는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대표적인 탄압기관으로, 1992년에 예전의 모습을 복원(감옥, 유관순 굴, 사형장)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나는 아직 가 본 적이 없지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가면 두 그루의 미루나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불리는 이 두 그루의 나무에는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의 아픔이 스며 있다. 이 책은 이 두 그루의 미루나무를 소재한 동화로 총 세 부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서대문형무소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둥지를 지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까치 부부 누리와 여리가 등장한다. 뱀에게 새끼를 잃은 까치 부부는 안전한 장소를 찾아 도시로 날아오고,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 너머로 보이는 나무를 향해 날아 오른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바로 그 나무들-큰 미루나무 가람이와 작은 미루나무 아람이-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집을 지어도 되느냐고 부탁하는 까치 부부의 부탁을 들어 준 가람이는 봄을 싫어하는 아람이를 깨워주는 조건으로 부탁을 들어준다. 

  세 번째 이야기는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온 할아버지가 함께 온 두 손자에게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 순사들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죽은 증조할아버지와 형무소 시설에 대해 들려준다. 할아버지는 다시는 그런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원을 빌며 과거를 회상한다. 마지막으로 본문 뒤에 한 장 분량으로 서대문형무소를 소개하는 글이 서대문형무소, 통곡의 미루나무와 사형장, 유관순 굴을 담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큰 아이는 전에 학교에서 체험학습 형식으로 서대문형무소에 다녀온 적- 벽관 등의 고문시설도 보고 감옥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고-이 있어서인지 관심을 보이며 이 책을 보았다. 아이가 언제 다시 한 번 이 곳에 가보자고 하는데 가기 전에 작은 아이에게도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까 싶다. 70여쪽 정도의 저학년 동화로 한지를 찢어 붙은 그림이 인상적으로 파스텔 톤의 색감과 한지의 느낌이 잘 살아 있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 개인적으로 까치 부부의 이야기의 비중을 조금 줄이고 형무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별점은 아이의 의견에 따라 정함.(내 별점은 3.2 정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크게보기 | 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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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2007-08-10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책일 것 같아요. ^^

울보 2007-08-1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고 계시지요,,

아영엄마 2007-08-1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소재는 마음에 드는데 내용이 조금 더 충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울보님.. 님도 류와 함께 더위 잘 넘기고 계시죠? ^^

비로그인 2007-08-1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기 가실때에는 시간을 잘 확인하고 가셔야 할 듯 싶어요. 왔다가 그냥가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프레이야 2007-08-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책제목이 풍기는 느낌과는 다른 책이군요. 추천^^

아영엄마 2007-08-1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님~ 넵! 검색해서 정보 찾아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
혜경님~ 추천씩이나...^^* (통곡의 미루나무~ 했으면 더 관련 있는 제목으로 보였으려나요? 하긴 저는 이 책 볼 때까지 그런 것도 몰랐어요)
 
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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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부문 수상작으로 혼전 임신을 한 여고생의 혼란과 두려움, 이를 외면하는 엄마와 선생님의 나약한 모습을 그린 작품. 과거에 비해 요즘 청소년들은 육체적으로도 빨리 성숙하고, 성에 관련된 문화에도 일찍 노출되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앞서 접하고 있다. 학교나 단체에서 성교육을 행하고 있기도 하지만 단편적인 지식만 습득할 뿐 성관계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개인에게도 큰 상처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갉작갉작갉작..
주홍이, 엄마, 선생님. 이 세 사람은 모두 쥐를 두려워한다. 사물함 속의 쥐, 냉장고 속의 쥐, 몸 속의 쥐... 세 사람 모두 끊임없이 갉아대는 쥐의 존재를 떨쳐버리고 싶지만 진실을 직면할 용기가 없어 이를 애써 외면한다. 발령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주홍의 담임선생님은 쥐 소리가 들리는 사물함을 열어 볼 용기조차 없다. 그런 소심함 탓에 선생님은 끝내 주홍이의 마음을 열어주지 못한다. 

 아이가 앉았던 자리까지도 닦아 내야 성에 차는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주홍의 엄마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산이라는 선택을 한 미혼모이다. 비록 출산을 선택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지만 그 과정과 삶을 결코 순탄치 못하였을 것이란 건 미혼모에 대해 냉담한 시선을 보내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간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탑처럼 위태위해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는 딸의 임신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주홍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양호선생님이다. 주홍이는 양호 선생님과의 문답에서 자기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자기는 잘못되었다고...
 
 <쥐를 잡자>는 주인공의 혼전 임신, 낙태, 자살 등을 통해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 성에 대해 취약한 청소년들의 처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출산이나 낙태, 이 두 가지 다 청소년이 감당하고 받아들이기에는-또한 그 부모들도- 힘든 일이며 둘 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말로 치닫는 결말은 혼전 임신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 듯 하다. 주홍이가 필요로 했던 관심과 애정을 주지 못한 엄마나 선생님의 모습은 잠시 길을 벗어난 청소년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작품에서 주홍이가 어떻게 해서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작품 어디쯤에서 한 번 쯤은 언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과 달리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이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누구에 의해, 어떤 상황으로 주홍이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보다는 임신에 대해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소녀의 불안감과 절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 한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상징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에게는 어려울 듯 싶어 나만 읽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읽어보라고 권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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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8-10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이 아주 자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용의 청소년 소설이었군요. 결국 아이들 성교육도 부모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다 보면 편해지지 않을까요?

아영엄마 2007-08-10 20:06   좋아요 0 | URL
저도 게임 이름을 책이름으로 지어서 조금 생뚱맞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책에 내포된 의미를 잘 잡아낸 제목인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7-08-1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왜 주홍일까 싶어요. 주홍글씨가 연상되네요.

2007-08-10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