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생이 자식 교육의 성공으로 확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많은 영향을 끼치긴 하더군요.
수능 시험 후 등급 예상점수가 올라온 날부터 수시합격자 발표되던 날까지
시험을 치른 당사자인 아이보다 저희 부부가 더 많이 우울한 나날을 보냈더랬습니다.
수시는 상향 지원하는 거라지만 혹시라도 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합격권에 들만한 학교도 한 두군데는 썼으면 싶었습니다.
그렇긴해도 지금껏 혼자 힘으로 공부해 온 아이인데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학교 지원 역시 아이의 소신을 최대한 존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학원이나 과외를 안해온 마당인지라 논술 준비도 방과후 수업으로 대비를 했구요.
그런데... 막상 논술시험을 봐보니 생각보다 어려웠고, 수능시험 결과는 생각외로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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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이어 수학B(이과생)도 쉽게 출제되었다는, 이른바 물수능 기사를 시작으로
등급별 예상컷과 아이가 가채점으로 알고 있는 자기 점수를 비교해 보니
까딱하면 수능 최저 등급(대게 두 과목:수학, 과탐 중 하나 필수 포함- 2등급 이상)도 못 맞춰
수시 넣은 것이 모두 물거품-논술을 잘 봐도 불합격됨-이 될 판이더군요. ㅠㅠ
영어도 하나(3점)를 틀리는 바람에 2등급으로 내려 앉는 것은 확정.
가장 뼈아팠던 건 쉽게 출제되었다던 수학을 못 보는 바람(4개 오답?)에 4, 5등급을 예상해야 할 판.
이과는 수학 점수가 특히 중요-가중치 들어감-한데 과탐까지 불안한 점수.
수능 날 저녁 때부터 기분이 급격하게 처지고 다음날까지도 의욕이 사라져
하루종일 아무 일도 하고 않고 누워만 있다 이러면 안되지 싶어 일어나긴 했어요.
아이도 마음을 다잡기 어려웠는지 공부에서 손을 놓은 듯
학교 기말고사도 하루 하루 공부해서 대충 보는 모양새이고,
수능 뒤 논술을 하나 더 봐야 하는데 대비도 안 하는 것 같고... 참 답답하더이다.
속상한 마음에 아이에게 논술시험 보러 가지 말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엄마의 그런 구박과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큰애는 꿋꿋하게 시험을 보러갔구요.. ^^*
정시는 어디에 써야 하나 고민하느라 남편이나 저나 잠도 설치고 한숨을 달고 지냈어요.
(한 곳은 일찌감치 불합격, 학교장 추천 넣은 곳은 내신이 2.5~8 정도라 1차에 불합격..)
새삼 인서울이 참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며 포털에서 백분위며 표준점수로
합격할 만한 학교들을 검색해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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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수능 성적 통지표가 나왔습니다. 언수외과탐 24231
한숨이 절로 나오는 성적표였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학교별 수시 최저 등급은 충족.
그리고 12/6일 수시합격자 발표날...
이미 기대감은 사라졌지만 실낫같은 희망을 가지고 아이더러 확인해 보라고 했죠.
2시가 넘어도 조용하길래 저는 저대로 안방에서 크게 낙담하고 있는데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
"어, 이거 맞나? 진짠가?" 그러면서 보여주는데, ㅈㅇ대 합격증..
둘째까지 달려와 보고는 셋이서 얼싸 안고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마음 다스리러 근처 등산 둘레길에 나간 남편에게는 합격증을 카톡으로 날려주었는데
돌아와서 그러더군요. 웃음도 나왔다가 눈물도 났다가 정말 기쁘더라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두 번째 경험한다 하니 남편도 공감하더이다.
부모 마음에 흡족할만큼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아 늘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자기 힘으로 공부해 고등학교 3년동안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고,
수능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SKY급은 못되도- 대학에도 합격해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힘든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잘 헤쳐나가길 바래야죠.
셋째 키우느라 컴에서 멀어지면서 알라디너분들과도 많이 소원해졌는데
큰 아이 합격 소식으로 알라디너 님들께 안부도 전할겸 해서 페이퍼 하나 올리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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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및 변경 소식..
오늘(12/12) 최초합 때는 불합격이었던 ㅅㄱㄱ대에서 2차 추가 합격 연락이 와서 학교 변경했어요.
(예비 번호도 안 주는 학교라 안되려니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본 건데 정말 기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