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g의 수수께끼 - 인간의 뇌,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떠나는 여행
섀넌 모페트 지음, 신두석 옮김 / 거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의 환경은 하나의 과학, 기술적 패러다임에 의해 순식간에 변해버린다.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부터 이 세상은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전기'의 발견은 인간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였다.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은 곧 기존의 세상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을 향한 문이었다. 에너지는 인간이 가진 욕구 그 자체이며, 인간 집단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제 21세기가 되면서 또 다른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이 개념은 20세기 때부터 줄창 예견되었던 그러한 세상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화 세계'이다. 기존 근대적 과학의 산물인 에너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에너지 자체가 '정보'가 된다는 개념은 다른 기회에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구라는 공간을 떠나 머나먼 외계를 탐사하고, 우리의 공간안에 있지만 우주처럼 쉽게 갈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인 심해를 탐사하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내부적 탐사도 진행중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뇌'이다.

'뇌'라는 곳은 우리 다음 세대의 또 다른 패러다임이다. 이는 인간이 가진 '정보'의 수원지이다.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신 동력원'으로 활발히 연구중에 있는 기관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우주나 심해 탐사는 뒤쳐져 있을지 모르지만, 이 '뇌'라는 영역만큼은 결코 뒤쳐져서는 안된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인간 자체의 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거의 비슷한 출발선에 있다고 봐도 괜찮을 듯 싶다.

지난달에 읽은 책 『1.4kg의 수수께끼』(섀넌 모페트, 거름, 2007) 는 뇌의 일생과 더불어 저자가 만나보았던 '뇌과학'을 다루는 과학자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연구 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부적으로 만난 '뇌'를 시작으로 사람의 기억과 정신을 담당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뇌까지 간략하나마 두루두루 이야기한다.

예전에『바보의 벽』을 쓴 저자로 잘 알려진 '요로 다케시'의 『유뇌론』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도 물론 뇌에 관한 호기심에집어 든 책이었다.『유뇌론』은 주로 뇌가 가진 이중성(물질이면서 마음을 만들어내는, 이원론적인)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들어있었데 반해,『1.4kg의 수수께끼』에선 저자의 고찰보다는 뇌를 연구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연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연구를 통해 인간의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아가 뇌를 대하는 사회적 이슈(일명 뉴로마케팅이라 불리는)까지 그 영역을 넓혀 훑어보는 그런 책이다. 뇌와 관련하여 일반인이 접하기엔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뇌는 대략 1.4kg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이보다 작은 1.2kg이라는데, 뇌의 크기와 천재성은 큰 관련이 없다는 하나의 사실로 이해할 수 있다. 뇌의 무게가 1.4kg이라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무게는 이정도는 아니다. 좀 웃긴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자아'를 만들어내는 곳이 머리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면, 분명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머리 자체가 우리이기에 그 머리의 무게를 느끼는 신경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다. (어디서는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이 책에 따르면, 약 80%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뇌는 뇌척수액 때문에 그 유효 무게가 1.4Kg에서 60g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뇌 척수액은 뇌가 머리안에서 떠 있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같은 이유로 뇌가 두개골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기도 한다고 나와있다. 60g이라... 이 60g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두통기가 있을때면 머리의 무게감도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때도 있긴하다.

뇌가 마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음과 관련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보다는 예전에(2006년)  방영했던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KBS에서 '마음'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6부작으로 만들어 방영했던 적이 있다.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가 책으로도 나왔다.  제목 역시『마음』(이영돈, 예담, 2006) 이다. 나의 경우엔 다큐로 봐선지 책은 읽지 않았다.

그렇다면 뇌가 가진 또다른 중요한 기능은 뭘까. 물론 이것은 뇌의 지엽적인 기능이다. 마음을 만들어내는 기능에 포함되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바로 '기억'이라는 메커니즘일 것이다. '기억'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경험했던 감각과 느낌을 뇌의 어느 특정한 공간에 배열하고 분류하여 집어넣는 기능이다. 물론 끄집어 낼 수 있어야 이 메커니즘이 완성되어진다.

** 기억의 매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

우리의 기억이 매일 지워진다면 어떻게 될까. 심지어 지워지는 주기가 매우 짧아지면, 그래서 10초 정도된다면? 책에서는 이러한 기억에 관련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로 『첫 키스만 50번째』라 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드류 베리모어>가 사고로 뇌를 다쳐 아침에 눈만 뜨면 머릿속이 백짓장으로 변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불행을 <아담 샌들러>가 사랑으로서 극복한다는 코믹 로맨스물이다. <아담 샌들러>는 <드류 베리모어>의 기억을 매일 아침마다 엄청난 노가다를 통해 주입시켜 준다. '사랑'이 있어야만, 이러한 '노가다'도 할 수 있다는 내용쯤 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면 된다. 나의 경우엔 괜찮게 보았다.

이 영화에선 '10초 톰'이라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데, 말 그대로 기억력이 10초 정도 유지되는 인물이다. 책에서는 실제 이와 비슷한 HM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뇌의 오른쪽과 왼쪽의 측두엽에 있는 해마와 그 부근을 수술로 제거함으로써 이 사람은 말 그대로 기억력을 10초 정도만을 유지할 수 있다. 삶이 없는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현재 우리의 세상은 정보의 세상이다. 정보를 발굴하고, 가두고, 내보내는 이 모든 과정들이 과학과 공학의 이름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이 시대는 인간 군집들의 활동이 중요한 정보이다. 기업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원초적인 모습으로 다가간다. 이 원초적인 모습은 바로 마케팅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우리 자신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뇌안의 잠재된 의식을 깨운다. 이 책의 말미에서는 이러한 뉴로 마케팅과 그로 인한 신경윤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웹의 시대에는 우리의 클릭과 관련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메타데이터로써 기업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어떠한 상품을 사는 순간 우리가 처음 회원으로 가입했을 당시의 자료는 정보로써 중요하게 쓰인다. 우리의 나이라든지, 성별, 직업, 그리고 주로 사는 상품들. 이젠 이와 같은 것이 온라인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에서는 심지어 신랑감이나 신부감을 고를때 상대 집안측에서 뇌 사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신경질환이나 본인도 알지 못하는 성격을 뇌 사진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우리가 재미로 스티커 사진을 찍듯이 뇌사진도 그만큼 대중화가 되어질 수 있다고 책에서는 내다본다. 그래서 그 방편으로 신경윤리학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하고, 실제로 신경윤리학을 연구하는 이들의 소개도 있다.

이제 뇌는 국가적 역량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이다. fMRI라는 장비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가천의대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갈수록 뇌와 관련된 연구 사항들이 학문으로서 경제적인 면으로서 그 가치가 뛰어오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뇌에 대한 연구는 또 하나의 자원으로 점차 변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임>

1. 요즘 또 다른 뇌에 대한 책을 보고 있다. 그 책의 제목은 『시냅스와 자아』(조지프 루드, 소소, 2005)

'과연 우리의 마음은 단순히 시냅스의 공간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과한가?' 라는 이야기가 있을지 없을지는 더 읽어봐야 알겠다...

2. 우리의 뇌의 가용성에 대한 말들이 많다. 아인슈타이은 그의 뇌 몇 %를 써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일반인은 보통 뇌의 몇 %를 쓴다든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에 대한 자료로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씩 읽어보시기를..

** <The brain may use only 20 percent of its memory-forming neurons>

3. 작년 연말에 읽었던 책중에『글로벌 시대의 한국과 한국인』(이어령외, 아카넷, 2007) 이 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10명의 인사가 '경원대학교'에서 '지성학'이라는 강좌를 한 내용을 출판한 것이다. 그 중에 '뇌과학'과 'fMRI'라는 장비의 간단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가볍게든 진중하게든 어느쪽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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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스포일러가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보실 분은 이 글을 읽어보지 않으심이 현명하실듯...**


드디어 '김탁환'의 『열하광인』(2007, 민음사)의 마지막 장을 읽음으로써, 일명 '왕과 나' 트릴로지(trilogy)를  완결지었다.'왕과 나'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열하광인』을 내놓기 전에 붙인 '가제'로 알고 있다.(2편인 '열녀문의 비밀'에서 언급되어 있다.) 가제인 '왕과 나'를 내리고 결국 '열하광인'으로 바꿔단모양인데 이 3부작을 마땅히 가리킬 말이 없어 내 임의대로 '왕과 나'라 가칭해본다.(KBS의 '왕과 나'라는 사극과는 별개이다.)

여기에서 '왕'은 곧 정조대왕을 가리키고, '나'는 왕의 종친이자 의금부 도사인 이 책의 주인공 '이명방'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왕과 나'는 의금부 도사의 미션수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암행어사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정조와 이명방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3부작의 완결에 이르기까지 정조는 그 캐릭터가 뚜렷이 드러나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냥 흐릿하다.

소설 읽어가는 눈높이를 시종일관 왕의 신하인 이명방의 눈높이에 맞추어서인지 정조는 그리 특색있게 나오지 않는다. 작가가 왕의 의중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놓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작가야 직접 인물들의 내면까지 들어다볼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이 있음에도, 이 권한을 내려놓고 (작가가) 백탑파의 일원에게 논리적 성찰을 줌으로써 정조의 실체를 한꺼풀 덮어버린 듯 하다. 이 성찰은 이명방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앞서 트릴로지라 언급했는데 이는 소설 자체보다는 소설을 그려내려한 작가의 노력과 공들인 시간에 대한 나의 칭찬이다. 3편의 이야기를 무려 6년에 걸쳐(2년마다 하나씩 내놓았다) 풀어놓았으니, 작가의 말대로 소설속 인물들도, 작가도, 독자도 모두다 같이 늙어갔다. 물론 외국에서야 이런 구성이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극히 드물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공로를 높이 산다.

하지만 소설의 대미가 크게 와닿지 않아, 3부작의 완결이 그렇게 아쉬웠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행인지조차도 모르겠다.

소설의 무게가 한 곳에 쏠리지 못한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소설의 큰 축은 4개로 구분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들 4개의 축중에서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는 '왕과 나'라는 축이 있겠다. 하나는 정조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명방이다. 그리고 그 외 나머지 두개의 축은 노론이라는 축과 백탑파의 축으로 나뉠 것이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되기는 하나, 그 축에 쏠리는 중심은 사뭇 가볍다. 노론은 거의 등장하지도 않고, 오직 캐릭터들의 상상 저 너머에서 존재만 한다. 정조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역할 만 하고, 이명방은 그 메시지를 전해주는 역할만 한다. 사건이 이명방을 따라 일어나기는 하지만, 사실 사건과는 독립적이다.(소설속에서 아무때나 죽어도 된다. 결말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명방은 전체 스토리를 지배하고 있다. 좀 모순같기도. 이명방은 그냥 소설 속 장치일 뿐이다. 백탑파는 소설속에서 그 세력이 많이 약해진바, 백탑파는 단순 퀘스트일뿐이다. 주인공인 이명방을 성장시키는 미션수행이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사건해결은 이명방의 손을 빌리지도 않는다. 작가는 이명방의 행보에만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줌으로써, 독자에게 제대로 된 추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고 계속 알쏭달쏭하게 만든다. 사실 별것 없는 사건이고, 추리이다.

모든 캐릭터는 대립관계도, 공생관계도 아닌 좀 흐지부지한 관계이다. 특히 대립관계가 매우 약한게 흠인 듯하다.

전지적 시점을 가지고 있는 '김진'이라는 인물은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우는 존재이다. 하지만 앞의 2부작보다는 다르게 이번 3편에서는 그의 등장과 활약이 부자연스럽다고 할까? 내용 초반부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마치 작가의 강한 개입으로 뿐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독자들의 몰입을 더 기대할 순 있게지만, 너무 '한방'이다. 김진의 노력이 보이질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김진인데, 화면은 김진을 비치지 않고 엉뚱한데를 비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계속 이명방만 비춘다.) 독자가 화면밖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화면안에서 김진만을 애태우며 기다릴 수도 없다. 이야기의 구성이 조화롭지 못하고, 또한 임팩트가 분산되어버린다.

비록 김진이 사건을 해결은 하나, 역사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모든 갈등이 해소되어지지는 않는다. 이 해소되지 않은 사건의 마무리는 결국 이명방이 짓긴한다. 이명방은 주인공이지만(사실 주인공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김진을 부각시키려는 장치일 뿐이고, 김진은 주인공은 아니지만, 작가 자신을 위한 장치(갈등부를 빠르게 수습시키려는 장치)임을 고려하면, 이 둘의 조화는 앞선 2편보다는 좀 더 못하다. 같은 공간을 점유하는 둘의 행보가 많은 부분 생략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책의 분량도 사실 그 당시 조선의 배경이나 사상을 생각해서 보게끔 여유도 주지 않는다.

이 소설의 주제는 "군왕은 군왕의 편일 뿐이다" 라는 것인데, 군왕은 실종되어 있고, 결국 남는 것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대한 소개만이 남는다.

이렇듯 많은 부분에 있어서, 특히 추리라는 장르적 부분과, 역사성이라는 서사적 구도가 매끄럽지 못해, 캐릭터들의 특성을 많은 부분 중화시키기는 하지만, 흥미를 이어가고 있기는 하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그 흥미를 조금 갉아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열하광인』은 앞의 2편의 이야기들의 힘을 어느정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열하광인』을 독립적으로 보고 싶진 않다. 비록 '왕과 나' 트릴로지의 3부작의 마무리가 다소 미진하기는 하였으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이, 과연 몇 가지 에피소드를 가지고 한 시대의 풍경과 당시 인물들의 활약에 생명을 부여한 한국의 작가가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나의 경우에 있어서 2006년부터 읽었지만, 그 전부터 읽어왔던 독자들은 나보다는 더욱 애정이 깊으리라는 생각이다.

작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 시리즈의 (또다른) 시작을 장식하고 또 한국 소설계가 보여주고 있는 스펙트럼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화광 김진'의 가상인물을 바탕으로 한 '번외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특별판이라 해도 좋다. (나만의 거창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한국의 소설계와 작가 자신에게도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덧붙임>

1. 이 소설은 3부작이긴 하나 그 간극이 너무 떨어져 있다. 시간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 이는 분명 소설속 정조의 태도변화라는 중요한 역사적 배경을 (세가지 이야기만에) 도입시켰지만, 소설 속 양념으로 끝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의 마무리에서는 못다한 정조의 꿈을 정말로 꿈꾼 것 같이 만들어  '몽유소설 夢遊小說' 의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대단한 정치의 장이자 활극의 무대였던 그 당시 역사라는 공간을 밋밋하게 중화시켜 버렸다.

2. 다음 '김탁환'의 소설은 더욱 더 짜임새가 있었으면 한다. 재밌게 보았는데, 남는 게 그리 없다. 비록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3. 정말 '김진'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 조선판 홈즈도 나왔으면 한다.


4. 백탑파 그 첫번째 이야기에 대한 나의 리뷰(『방각본 살인사건』)

5. 백탑파 그 두번째 이야기에 대한 나의 리뷰(『열녀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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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래인가? (정확히는 '오늘은 미래를 위한 그 날인가?' 가 맞겠다)

무슨 철학적으로 심도 깊은 물음 같지만, 이것은 철학적인 물음이 결코 아니다. 문득 든 생각이다.

가끔 과학 뉴스를 보다보면, 예전 과학소설(SF 소설)속 에서나 등장하던 기술 관련 소식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학 뉴스마저도 의도치 않은 상황 속에서 보게 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어느정도는 설레발일 수 있는 기사도 꽤 많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학 소설의 지면 속이나 SF 영화의 영상속에서나 보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는 기술들이 현재 진행형인 나의 삶에서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런 관련 없는 먼 변방의 나에게까지 이같은 새로운 소식들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기술 개발은 시작되어왔고, 비록 기초적일망정 어느정도의 연구 성과도 분명히 나왔을 것이다. 어제 인공 지놈에 관련된 기사와 마주하게 된 나를 상기시키켜 보기도한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자연스레 제일 윗문장이 떠올랐던 것이다.

"내가 모르고 있는 오늘은 내가 예상하고 있는 미래(의 언저리 )이다."

대충 위의 물음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요즘 SF 장르의 『쿼런틴』(그렉 이건, 2003, 행복한책읽기)이 라는 책을 틈틈히 읽고 있는 중이다. 예전부터 읽으려했지만, 이유없이 고개를 먼저 드민 다른 책들과 만남을 하다보니 이 책은 이제서야 본다. 그래도 이 놈은 다행이다. 아직 나의 책읽기 리스트 맨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놈들도 부지기수이다.

아직 전부 읽지 않아 리뷰쓰기는 좀 그렇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고 있는 한가지 기술에 관해 언급해 보려 한다.

언급하려는 이 기술 또한 『쿼런틴』을 읽는 도중 우연히 들른 『Wired』라는 사이트에서 이 책에서 소재로 쓰인 기술의 초기 과정이 언급된 것 같아 속으로 놀랐다.(이 기술이 전적으로 어떤 식의 전개 과정을 밟을지는 아직까지 예단하기는 그렇지만...)

책에 묘사되어 있는 이 기술은 '모드 Mod' 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특별히 기술적인 사항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고, 이야기속에서 이 기술을 사람들이 왜 사용하고, 또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줄 뿐이다. 물론 '모드'는 이 책의 중심 소재가 되는 기술이다.

이 기술(모드)은 한마디로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환경 변화에 맞추어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종종 우스겟 소리로 일상에서 쓰고 있는 '열공모드'나 '우울모드'와 그 의미가 비슷하다.

그런데 소설속에서 쓰이는 '모드'라는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IT device에서 사용되어지는 '펌웨어 firmware'의 일종이다. 그러니까 'Bionic Software(or Firmware)'인 것이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SF적인 이 '모드'라는 기술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들과 결합되어 각자 고유 기능을 가지는 개인용(혹은 판매용) 소프트웨어이다. 아직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 어떤식으로 장착(혹은 인스톨)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펌웨어라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라 하였다. 또한 인간의 몸(특히 뇌)이 하드웨어이자 (인터페이스용) 소프트웨어가 된다. 이 모드는 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이 정해져 있어 판매된다.

가령...이 책에서 나온 몇가지 모드를 살펴보자면...

암호비서 (뉴로컴, $5,999) 모드는 뇌신경의 배선을 수정함으로써, 수신한 무선 신호를 뇌에서 자체적으로 신호를 해독하고, 그 결과물을 시각과 청각 중추에 직접 전달한다. 또 반대로  한마디로 도청을 할 수 있는 수신기(reciver)이다. 따로 몸에 장치를 지닐 필요가 없다. 어떻게 심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뇌와 일체이다.

야간 교환수(액슨, $17,999) 모드는 위의 암호비서 모드의 진보적 기술로 뇌 자체적으로도 파장을 방출하기에 이러한 미세한 파장마저도 미연에 방지하여 도청을 막을 수 있고, 또 따로 해독을 하지도 않아 신호를 받아들이는 지연 시간을 줄인 모드이다.

이 밖에도 '앙상블'이라는 '충성 모드'라든지, '보초 모드', '강화 모드' 등... 여러 모드가 소개되어 있다. 대충 '모드'라 불리는 이용자에게 특화된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이 올 것이다. 특화되었다 함은 이용자가 모드의 사용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가령, 너무 우울하여 기분을 좋게 하는 모드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면, 사용자는 기분이 좋은 이유를 이 모드의 사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니까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드들은 서로 피드백되어 신체의 변화를 모니터하고 있으므로 과용하였을시 사용자가 스스로 다른 모드로 전환한다든지 끌 수 있게 되어 있다. 개인에 따라 사용 이유와 빈도수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물론 기업이나 정부에서 spyware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은 하진 않겠다.)

자.. 이제까지는 『쿼런틴이 라는 소설속 이야기였다. 물론 영화속에서도 등장한다. 가령 '매트릭스'에서는 네오가 빨간 알약을 먹고 실제 세계로 돌아와 가상 세계에서 대항할 힘을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 모드를 통한 훈련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이 네오의 뇌와 장치를 연결하여 '쿵푸 잘하는 법'을 다운로드 받는 장면이다. 이 예도 또다른 모드 사용의 예일 것이다. 그러니까 교육용 모드...^^

마찬가지로 '매트릭스' 자체는 모드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뇌와 직접적인 물리적 링크를 설정하여 이 링크를 통해 아바타를 가상 세계로 투입시켜 전투한다는 내용이지 않은가. 비록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가 죽으면 실제 세계에서도 죽음을 맞이하고, '매트릭스 1편'의 경우에서는 가상 세계에서 실제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공중전화'라는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 후속작인 '리로리드 Reloaded'에서는 '공중전화'에서 휴대전화(삼성폰)로 진보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이것들은 작가가 가진 첨단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어제 'Wired'라는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이런 상상력을 실제로 실용화(?) 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학문마저도 생겼음을 알았다. 이 학문의 이름은 'connectomics'이다. 딱 보더라도 'connection (or connectivity)'가 떠오른다. 웹상 어딘가에서는 우리말로는 '연결체학'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었다.

이 학문은 뇌과학(neuro-science)과 네트워크(network)의 만남의 결정체이다. 뇌안의 모든 시냅스를 매핑시켜 회로도와 같은 '다이어그램 'diagram'을 통해 그 기능을 하나 하나 알아본다는 것이다. 이 다이어그램을 'connectome'으로 칭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소설 『쿼런틴』의 '모드'기능은 뇌안의 시냅스의 자체적 재배선(rewiring)을 통한 강화 기술임을 볼때, 아직까지는 요원하지만 인간의 신경학적 질병의 요소를 파악하는데 좀 더 시간이 단축되어질 것 같다. 기사에서는 자폐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쪽에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나와있다.

이 연구는 생명공학과 의학분야에서 또다른 활약을 보이고 있는 지놈(genome) 연구(이미 지놈 지도는 완성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와 같은 또하나의 거대한 축을 이룰 것이다. 기사의 본문중에서도 이렇게 나와있다.

  "It is to neuroscience what genomics is to genetics. Where genetics looks at individual genes or groups of genes, genomics looks at the entire genetic complement of an organism. Connectomics makes a similar jump in scale and ambition, from studying individual cells to studying swaths of the brain containing millions of cells."

대충 훑어보면, 유전체에 관련된 연구(유전체학)는 유전자 연구(유전학)의 완결로 이어지고(혹은 유전체와 유전자 연구의 관련성), 이는 '연결체학 connectomics' 과 '뇌과학 neuroscience' 의 관계와 같은 것으로 본다. 즉, 개개의 세포에 대한 연구가 이런 수백만 세포로 구성되어있는 뇌의 부위별 연구로 이어진다는 그런 의미이다.(뇌는 총 5가지 lobe의 구역으로 이루어져있다. 전두엽과 같은, 흔히 '--엽'이라 부른다.) 결국 뇌를 연구한다는 것은 모든 세포들의 기능을 알 수 있음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이런 환원주의적 연구는 결국 microscale에서 macroscale로의 jump를 의미한다. (의역이 충만한...이 해석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 학문의 추구점은 뇌의 여러 신경 배선들의 결합에 의한 뇌기능 연구이다. 곧 이는 소설속에서 시냅스의 재배선에 따른 '모드'사용에 대한 언급으로 봤을때 'connectomics'가 그 토대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모드'라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뇌의 신경학적 회로에 대한 기능을 알아야 하며, 이를 임의로(물론 의미를 지닌 재배선이다) 경로를 바꿔줌으로써 인체는 그에 맞는 육체적, 정신적 강화 혹은 보완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아무튼, 이런 첨단 뉴스속에서 SF 소설에 쓰인 소재를 봤다고 호들갑떨며 설레발치는 것일수는 있지만 무언가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여러분이 알 수 없는 저 너머의 오늘 이런 연구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고는 있었는가?

의외로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단돈(?) 몇 천달러에 말이다.

인공 지놈 개발에서 시작된 뉴스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 엉뚱한 포스팅을 하게 만들었다.



<덧붙임>

1. 사실 이런 비슷한 소재는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었다. 대부분 기억의 조작과 관련된 소재일 것이다. 예로, 『크림슨 리버』로 유명한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늑대의 제국』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또 무슨 책이 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영화로는 '기억'이나 '뇌신경 조작'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아무래도 『프레데터』가 아닐까 한다. 그들의 강력한 무기중 하나가 바로 '모드'를 바꿔가며 상대를 탐색할 수 있는 장비이다. 그들은 팔뚝에 장비를 연결하여 심지어 '투명모드'까지 만들어낸다. 하지만 좀 거리가 있기는 하다.

2. 요즘 보고 있는 또다른 책이『1.4kg의 수수께기』라는 책이다. 1.4kg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뇌이다. 뇌에 관해서는 앞으로 조금씩 꾸준히 보려한다.

3. 사실 『쿼런틴』에 서 '모드'라는 소재는 그리 큰 소재가 아니다. 물론 책의 흐름과 깊은 관계는 있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소재는 '양자역학 Quantum machenics'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적이라는 의미의 한계를 좀 더 미시적으로 깊게 파고들어 소설화한 것인데, 이는 이 책을 읽은 다음 리뷰를 쓸때 언급하고 싶다. 물론 아는 것은 없지만.

4.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환원주의는 앞으로 과학적 체계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이 포스팅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그래도 위와 같은 연구(뇌의 신경 회로를 매핑시켜 지도로 만든다음 재배선을 통해 각기 신경학적으로 어떤 기능을 보일 것인가 하는 연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IT 혹은 NT 그리고 물리학과 접목하여 기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물리적 세계만을 기술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이는 곧 nano라는 미시세계로 접근인데 앞서 '덧붙임3번'에서 언급한 '양자적' 세계 또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학문이 곧 자신의 범주를 넘어서버리고 있는 지금, 과연 A와 B의 합이 A와 B의 성질과는 전혀 다른 C가 나왔을때도 환원주의가 가능할까? 이는 신경 회로의 재배선은 곧 전혀 다른 의미의 기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간과 99%의 유전자가 같다해도 결국은 그 본모습은 '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론을 포함한 모든 학문을 버무려버릴 수 있는 양자적 세계에서 환원주의는 어떻게 표현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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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 오파비니아 3
마이클 J. 벤턴 지음, 류운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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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드라마들 중에서 'X-File'이라는 유명한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오컬트적이며, 미스터리하고, 어느면에서는 몽환적이다. 이 드라마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난다(사실은 두 에피소드이다. 두편이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 에피소드는 '여섯번째 멸종'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 기생하고 있는 인간 사회가 만약 멸종을 당한다면 이는 여섯번째의 지구 생명체의 멸종에 포함됨을 의미한다. 물론 이 드라마의 성격상 여섯번째 멸종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멸종'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 멸종은 외계로부터의 멸종이다. 또한 이 드라마의 성격상 '갑작스런 혜성 출돌에 따른 멸종'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이 드라마에 따르면 외계로부터의 원인은 바로 외계인이다.(혹시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이 있을 수 있기에, 좀 더 풀어쓰자면 외계로부터 날아들어온 바이러스는 곧 인간을 숙주로 삼아 인간을 지배한다. 영화 '에일리언'이나 '인베이젼'과 유사하다. ) 그리고 멀더와 스컬리는 이러한 외계로부터의 인위적, 작위적 멸종상을 직접 경험하고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 외계인에 의해 멸종된다는 이야기가 극적(혹은 드라마적, 드라마같은)이라면, 앞서 언급한 '지구 내부적 환경 변화' 이를테면, 온난화라든지 냉각화라든지 하는 것들은 좀 더 현실적일까? 또 혜성 출동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작년에 구매해서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가 이번에 읽은 책은 지구 생물체의 멸종이라는 어둠속에 묻혀있는 지구 생물체의 X-File을 다룬다. 이 책의 이름은 『대멸종』(마이클 J. 벤턴, 2007, 뿌리와이파리) 이다. '뿌리와이파리'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지구 생명체의 진화와 역사를 다룬 '오파비니아'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만약 앞으로도 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면, 또 그것이 여섯번째에 해당된다면, 머나먼 과거에 있었던 다섯 멸종은 과연 언제, 어떻게 일어난것일까?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 멸종과는 그 시간 간격이 엄청남에도 과연 지금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또 우리의 인류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를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하나씩 그 틀을 짜나간다. 다섯번 멸종 했다면, 언제 멸종 하였나? 이 질문에 지구 역사의 시간틀을 세우고, 그 시간틀을 잡기 위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알려주고, 그 기준을 왜 그렇게 잡았는지 즉, 시간의 흐름속에서 지구 격변의 과정은 어떤식으로 자취를 남겼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아쇠(trigger)를 당겨본다. 손가락만 까닥 했을 뿐인데, 누군가 죽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공룡을 포함한 과거의 수많은 생명체가 그렇게 멸종당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지구에서 발생했을 법한 진행 과정에 대한 가장 세련된 추측이라는 것이다.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현상을 앞으로 있을 법한 것으로 가정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발생했던 것을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와 통계로써 미래에도 다시한번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이미 양성의 질병 인자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 우리는 그 잠복기에 있다.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앞서 시간틀을 잡는다고 하였는데 이 의미는 다름아닌 숨겨진 시간 간격에 대한 명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대부분을 할애하는 '페름기 말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다섯번의 멸종중에서 가장 참혹한 멸종이다. 그 당시 생물종의 90~95%의 멸종을 했으리라 예측한다. 참고로 혜성이 떨어져서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시대의 지구 생명체의 숙청은 50%정도로 보고 있다고 나와있다.

사실, 이 책은 시간틀을 잡고(왜 페름기로 명명했는지), 그때 당시의 공간을 분석한다(다른 이름이 붙여진 시기와는 지구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가령 암석의 재질이나, 공기의 구성성분등을 분석하고 가장 중요한 생물의 다양성을 화석을 통해 연구하여 그 당시의 대세가 무엇인지를 상상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단순한 멸종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역사 또한 설명한다. 이 부분이 쉽지는 않다. 어느정도는 전문적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각각 불리우는 이름들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렇게 분석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내놓음에도 사실, 대멸종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페름기 말의)대멸종이 있었다는 것을 이젠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페름기말에 있었던 격변의 현장을 인지한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학계에서 내놓는 '대멸종'의 의견은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분분하다. 혜성과의 충돌부터 온난화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이 개별적일수도 포괄적일수도 있다.

이책을 쓴 저자는 지구 내부의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물론 확실히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면도 보여준다. 혜성과의 충돌을 보는 시각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충돌후 발생되는 이리듐의 양이 확실히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주장하는 학자들마다 그 양이 다르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을 하게 되는데, 그 당시 지구 남반구의 대륙의 이동과 지각변동부터, 바닷속에서 잠자고 있는 메탄가스의 배출(혹은 고체상태로 얼어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용해)이나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같은 기후적 요인까지 모든것을 싸잡아 이 모든것이 순차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일으남으로써 대멸종이 발생되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현재 기후의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인간 손에 의해 자행되는 여섯번째 멸종'을 우려하는 것으로 결말을 낸다.

얼마전에 '지구를 식히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클릭..)

이 기사에는 몇가지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리려는 인위적인 실험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는데, 『대멸종』에서는 반대로 이런것들이 방아쇠로 작동하여 '그 당시 대멸종'을 유발시켰다고 보면 된다.

가령, (거칠게 예를 들자면) 기사에서는 철(Fe)을 이용하여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하여 이산화탄소를 소비시키자는 내용이 나와있는데, 이는 반대로 어떤 방아쇠로 인하여 플랑크톤이 대량 사멸함으로써 바닷속 생태계에는 차례차례 생태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바닷속 생물의 멸종으로 이어진다.(이 메카니즘도 육상의 사멸과 연계되어 있어 약간은 복잡하다). 또 기사에서 보여주는 지구를 식히는 다른 예는 '이산화유황'을 이용한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지구를 냉각시킨다는 생각이다. 대멸종 프로그램은 이와는 반대로 이산화유황이 발생하여 지구를 냉각시켜 빙하기로 만드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이산화황의 발생 원인은 대규모의 화산폭발이거나 혹은 혜성 충돌로 인한 지각 변동과 그에 따른 화산폭발로 보면 된다. 이는 결국 지구를 빙하기로 이끌며 해수면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다시금 해양 생물의 멸종을 이끌어낸다. 또한 화산폭발에 따른 또 다른 작용으로 산성비를 뿌림으로써 육상 생물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구 환경및 생태계 균형의 깨짐은 멸종으로 직행하는 KTX 티켓을 끊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뉴스가 나오는 것이다.(이것도 클릭)

과학 분야, 특히 고생물학이나 지질, 생물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대멸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다만 한가지 아쉽다면, 가격이 비싸고 중간에 지루할 수도 있다는게 흠이라면 흠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책속의 사족 다 떼고, 몇가지 지구의 대멸종으로 가는 빠른 길(메카니즘)만 알아두어도 괜찮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인간의 운명은 사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여러 물리학자들이(스티븐 호킹을 포함한) 좀 더 먼 미래의 후손들의 외계 진출을 품어보지만, 현재의 우리로서는 결국 Amor Fati(아모르 파티) 뿐일수도.

 


 

<덧붙임>

1. 이 글 초반부에 'X-File'의 에피소드를 잠깐 언급했다. 이 에피소드는 7시즌의 3-4에피소드인데(아마도), 두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조금 더 긴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룬다.  첫 에피소드 제목은 앞서 이야기한바와 같이 'The Sixth Extinction'이고, 두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이 글 제목인 'Amor Fati'이다.

2. 이 책을 읽는다면, 역시나 '뿌리와이파리'에서 펴낸 '오파비니아' 시리즈 나머지것들도 보면 좋을 듯 하다. 현재 '리처드 포티'의『삼엽충』까지 총 네편의 책이 나와있다.
       

3. 역시나 이 책을 읽는다면, NHK 다큐멘터리 『지구 대진화』를 우리말로 해서 더빙하여 방영한 KBS의 『경이로운 지구』라는 다큐멘터러리를 보는 것이 제일 좋을 듯 싶다. 이 다큐는 현재 DVD로 판매하고 있다. 총 6개의 에피소드(2 set)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에도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혜성 충돌과 관련된 동영상이 있으므로 잠깐 맛보기로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포스팅 제목 : <인간이 가진 눈(目)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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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 해 동안 저의 레이더에 잡힌 읽고 싶은 책 리스트입니다.

한권 한권 혼신의 힘을 다해 주워담고 있습니다. ㅎㅎ..


15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 교향곡 1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8년 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5년 08월 10일에 저장
구판절판
수학으로 우주제패- 수학이 밝히는 광활한 우주의 신비와 낭만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정미애 옮김 / 살림Math / 2008년 8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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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4년 09월 18일에 저장

로마제국 최후의 100년- 문명은 왜 야만에 압도당하였는가
피터 히더 지음, 이순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11월
34,000원 → 30,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00원(5% 적립)
2014년 08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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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로 마스터하는 2차세계대전 : 태평양 전선
이동훈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4년 07월 1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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