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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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 2014년 12월호 : 벌써, 한 해를 맺는 달입니다.

  

 

  역시나, 각 달에 붙는 예쁜 이름을 얘기하지 않고는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12월은 맺음달. 12월에는 경건하고 행복감을 듬뿍 담는 크리스마스가 있기도 하지만, 제가 태어난 달이기도 하여 왠지 모르게 기분이 싱숭생숭한 달입니다. 언제부턴가 생일이란 것에 대해 별 감흥이 없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니 탄생, 시작이라는 의미의 생일이 12월에 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인 것 같다고도 생각됩니다. 한 해를 맺는 끝, 12월이, 삶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요. 한해의 쳇바퀴가 돈다면 1월을 처음 디딤으로 할지, 12월을 처음 디딤으로 할지 묘하게 고민되기도 하겠다고 문득, 떠올리게 되네요.

 

 

   이번 달엔, 맺음달이라는 12월과의 일치인지, '끝'과 '소멸', '부존재'와 관련한 글들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책들을 낭독하는 팟캐스트의 <네시이십분>. 팟캐스트를 들어볼까 해서 휴대폰 앱으로, 역시 책에 관한 팟캐스트를 검색해본 적이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참 책을 안 읽는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코너들이 많던지요. 아무래도 유명 출판사나 인물의 이름이 붙은 것들은 눈에 딱 보이는데, 쭉쭉 내려 지나쳐간 곳에 <네시이십분>이라는 코너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책을 말하는 팟캐스트라니, 정말 멋지지요.

  두 번째로 <흔적 찾는 여자 흔적 지우는 남자> 코너의 '그래도 죽음 곁을 지키리라'는 글. 범죄현장, 고독사, 자살 등의 특수 현장 전문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석훈 님.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남아있는 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남들이 꺼리는 일을 나서는 이 분의 삶이 참 존경스러움을 넘어서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현장을 갔다 오면 우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계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에 자신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일본의 미술가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이전에 잠깐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 이 사진을 보고선 조금 달라졌습니다. <소멸의 방>이라고 이름 붙은 이 작품은 원래 전체가 백색인 방이었는데, 관객들이 하나씩 붙인 스티커로 이런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이 방은 원래 고요한 백색의 세상이었을 것이다. 새해 첫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처럼 말이다. (...) 일상의 모든 것이 어떤 기대와 예감 속에 희게 빛났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커가 하나둘 붙여지는 동안 방은 원래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다."며 시간의 캔버스를 채우고 있다는 우리 삶을 표현하는 나희덕 시인의 글이 참 공감이 갑니다.

 

 

 

   면사무소에 작은 목욕탕이 딸려있다는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공공건축의 대가인, 정기용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고 하는데, 이 작고 협소한 목욕탕 때문에 다른 마을에서 원정대가 생길 정도라고 하네요. "건축이란 누가 지었나 보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을 가득 품은 장소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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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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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 자영업자를 위한 ‘가장 쉬운’ 장사 시리즈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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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손봉석 / 다산북스

매출은 손님이 가져오지만 이익은 회계가 가져온다

 

 

  

 어제 친구들과 하는 카톡에서 아주 잠깐 동안 자영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기승전치킨집'이라고 했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회사에 있든 결국엔 가장 만만해 보이는 치킨집 창업으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남의 밑에서 눈치 보며 일하는 것보다는 자기 사업을 마음대로 꾸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듯하다. 일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하면, 왠지 지금보다 많은 돈을 벌 것만 같은 생각도 들고, 조금은 덜 힘들 거란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에게 '불금'이 있다면, 자영업자들에게는 '월화수목금금금'이 있다. 일 년 365일 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의외로 신경 쓸 일들도 정말 많다. 체력 싸움을 하고, 사람들을 응대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받고 나면, 그중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돈 관리일 텐데, 이 '돈 관리'의 중요성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는게 큰 함정이다.

 

  사실 나는 엄마의 장사를 도우면서 돈 관리 또한 맡고 있는데, 하루하루 조금씩만 시간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서포터즈를 통해 받은 이 책에 많은 기대를 했더랬다. "매출은 손님이 가져오지만, 이익은 회계가 가져온다."라는 이 책의 슬로건이 강렬했다. 시간과 모든 노력을 투자해도 수중에는 돈이 없는 가게, 그리고 손님은 조금 덜해도 돈을 많이 벌어가는 가게의 차이는 이 '숫자 싸움'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는 이름도 유명한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를 쓴 사람이고, 제주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은 '회계'와 관련하여 장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해나갈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책인데,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너무나 머리 아플 (그리고 공부를 해본 사람에게도 머리 아플 ;;) 회계 상식을 너무나도 쉬운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손님이 없어도 망하지 않는 가게', '잘 되는 가게는 손님이 일한다', '돈 없이 장사하는 방법'등 다양하다. 실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이야기들,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입보다 지출에 집중해야 한다던지, 가격과 인건비, 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쉽게 정리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을 보다가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을 발견했다. "회사에서 잘릴 위험보다 장사가 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안정적이고 고생을 덜 할 것 같은 자영업에도, 은근히 큰 위험이 있다. 모든 노력을 쏟고, 많은 것을 준비하고, 사소한 것들까지 ​공부해야 되는 것이 자영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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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2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2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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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2』 채유리 / 북폴리오

 1권과 2권 사이에 생긴 시선의 변화!

 

 

 

 

 

 고양이 체온을 닮은 만화, 웹툰 『뽀짜툰』1권을 봤을 때와 지금은 참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바로 저희 집에 새 식구 둥이가 들어왔다는 것!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도 이런 반려동물들 (고양이도 좋아해요!)을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뭔가 그들을 바라보는 눈이 바뀐 것 같아요. 조금 더 애착이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고, 길냥이들을 봐도 무언가 연민이 더 생겨난 것 같아요. 그리고 『뽀짜툰 2』를 읽으면서 키우는 동물은 다르지만 뭔가 공통점도 느껴졌고요. :)

목욕하고 귀 소독 한 후에 스트레스받는 모습도 참 비슷하고 ㅋㅋ 일 저지르고 쳐다보는 그 묘한 눈빛도 생각이 나고 ㅋㅋ 어느새 동물의 배변... 냄새를 맡는 것도 일상이 되고.. ㅋㅋㅋ

 

​  비록 반려동물로 강아지와 함께 하고 있지만, 고양이도 참 좋아한답니다. 안기고, 재롱떠는 건 덜하지만 이 만화를 보면 얘네들도 은근히 애교가 많고 주인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키우는 동물은 다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반려인들의 모습은 다 같은 것 같아요. 블로그 이웃님들 중에서도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 있어, 가끔 올라오는 사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지요. (그렇지만 우리 강아지는 산책 나가다가 만난 길냥이에게 생전 처음 듣는 소리로 공격적인 비명을 질렀다는.. T.T)

 

 

 

 

  1권에서도 그랬지만, 고양이들의 일상과 함께 반려인들의 책임감을 다시 한번 주지시키거나, 인간이라는 이름 하에서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보는 시선들도 많이 그려집니다. "어떤 것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지만, 싫어한다고 해서 함부로 짓밟을 권리는 없다."라는 말이 와 닿아요. 작가는 4마리의 고양이를 기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변화된 것 같아요. 뱀이라는 동물은 무서우니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를 뉘우치기도 하고, 동물들을 잔혹하게 죽이면서까지 얻는 따뜻한 털옷은 포기할 줄 알게 되고요.

  ​『어린왕자』에 나왔던 '책임'에 관한 말은, 반려인들이 그들의 반려동물과 함께 삶을 살아갈 때, 끝까지 기억해야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귀여운 에피소드도 많아서 보는 맛이 있네요.

뽀짜툰 1권의 리뷰도 함께 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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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된다는 것
제프리 A. 코틀러 지음, 이지연.황진숙 옮김 / 학지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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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된다는 것』 Jeffrey A. Kottler / 학지사

 상담자, 그들도 사람이다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만 같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사소해보이거나 깊은 아픔들을 안고 있을 수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우울, 고독, 가족이나 사람들 간에 소통되지 않는 것들,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문제들과 고민들... 만약 그런 문제들이 초기에 해결되지 못한다면 더욱더 깊은 고통 속으로 침잠해들어갈 수도 있다. 그들이 자신의 이상과 문제를 어느샌가 느끼게 될 때,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 때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상담자'일 것인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그리고 단순한 위로보다 더욱 전문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담자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인 불안과 아픔을 기대고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란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담자에 관한 부푼 기대가, 내담자들에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내담자들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전지전능함을 가지고 있다거나, 상담자들은 정신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거나, 내담자 자신과 같은 사람이기보다는 사적인 감정이 없는 전문적인 사람일 거라 생각하는 것이 그 예이다. 「상담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시선과 실제 상담자의 모습에 대한 괴리감을 떨쳐주면서, 제목 그대로 상담자들의 직업적 삶을 거리낌 없이 알려주고 있다.

 그들, 상담자 역시 사람이다. 그리고 상담자라는 직업은 어느 직업만큼이나 어렵고 적성에 따르는 일이다. 내담자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기다리는 행위는 정말로 많은 노력을 요한다. 그들은 내담자의 감정에 정서적으로 빨려 들어가 헤어 나오질 못하기도 하고, 사적인 감정과 전문성 사이에서의 중심을 잡으려고 끝없이 시도한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여러 내담자들에 대한 각기 다른 감정이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상담자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상담자로서, 그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거론한다. 그러한 내용을 통해서 상담자라는 직업에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과는 또다른 어려운 차원의 문제가 녹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 이라는 주어가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이 상담자인 저자가 또 다른 상담자에게, 혹은 상담자가 되고 싶어 하는 초심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쓴 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위화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단락별 글들은 흥미롭게 잘 읽히는 편이다(심리학에 아주 조금 관심 있는 일반인 독자의 개인적인 시선에서 그렇다). 그러나 책의 몰입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지지는 않는데, 다소 전문적인 정보를 다루고 있어 강의서나 학문서를 단숨에 읽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심리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고르지는 않을 테니, 넉넉한 시간을 잡아 조금씩 읽어나간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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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정말로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가장 충격적이고 끔찍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쏟아 놓는 사람들과 하루 온종일 한방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경험한 학대 경험, 고통 그리고 절망감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우리를 기만하고 조종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담자들은 인간의 정서에 둔감해지고, 격렬한 정서를 과다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경계선을 확고히 유지하고 느끼는 것을 멈추는 것을 배운다. 그러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할 때조차도 내담자와의 접촉은 때때로 우리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우리를 깊이 뚫고 들어올 때가 있다. (35p)

우리가 믿고 바라는 것과 상관없이 상담을 하는 것은 무수한 무작위의 개인적 변인에 의해 의미 있는 영향을 받는 의심할 여지없는 인간 비즈니스다. 내담자를 일관성있게 대우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갸륵할지 모르지만 상담자는 기이하고, 편향되고, 오류가 있으며, 그릇된 판단을 하고, 현실을 왜곡하기 쉬운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 훈련, 지도, 감독을 받고, 연구와 자기 분석을 한다 해도, 상담자는 거의 익명의 한 개인이 아니며, 절대적으로 안정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모든 것을 다 알지도 못하며, 내담자가 기대하는 창조주도 아니다. (80p)

완벽주의는 내담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상담자에게도 역시 영향을 끼친다. 만약 내담자에게 보유주는 이미지처럼 우리가 여유롭고 유능하다고 정말 믿고 있다면, 우리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알고 있는 것, 이해하고 있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자신에게 정직해진다면, 우리는 자기 회의로 가득 차서 거의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절충적 입장은 우리는 역량을 가장하고 있으며, 이런 곡해는 때때로 내담자를 위해 필요하지만 단지 가장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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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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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양인자 / 샘터

올바른 자아와 긍지를 갖게 하는 어린이 동화집

 

 

 간혹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담백한 생각이, 어른들의 계산적인 생각보다 정답과 가까이할 때가 있습니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고, 어떤 문제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정답을 내놓으니 어른들은 가끔 뒤통수를 딱- 맞은 듯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지요. 어린이 동화들도 참 비슷한 느낌입니다. 깊은 생각과 교훈을 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거든요.

 

  어린이 동화집 『껌 좀 떼지 뭐』는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제목과는 다르게 의외로 깊은 상징이 깃들어 있는 책입니다.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동화집은 네 개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네 개의 동화는 개인적으로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껌 좀 떼지 뭐』와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는 규칙과 억압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어른들에 대한 지혜의 한 방을, 『북 치는 아이』와 『천왕봉』은 흔히 말하는 '힐링'을 아이들에게 선사해줍니다. 특히나 『껌 좀 떼지 뭐』라는 동화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교실, 학교, 그리고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권력구조를 귀엽고 개성적인 소녀 주인공과 함께 맛깔스럽게 풍자해주거든요. 

 

  책에 수록된 동화들은 아이에게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자아와 긍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주인공들은 아이들 다운 고민을 하고, 밉지 않은 잔머리를 굴리고, 가끔은 속마음과 다르게 투덜대기도 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에 그저 따라가기만 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어 참 보기 좋습니다. 이 짧은 동화집은 귀엽고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있어 그저 가벼운 것으로 보일지라도 의외로 무거운 생각들을 불러낼 수 있네요. 스스로 이런 생각들을 끄집어 내고 부모와 대화할 수 있는 초등학생 저학년 이상의 아이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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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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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를 잡아가도 당장 봉사 활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 명 더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저 병아리 같은 2학년 아이는 나를 원망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잡아야 한다. 한 명이 두 명을 잡으면 두 명이 네 명을 잡아야 하고, 다시 여덟 명을....... 이러다가는 우리 학교 아이들 모두 봉사 활동을 하며 서로 잡고 잡아야 할지 모른다. 이런 걸, 계속해야 하는 걸까.

지금 이 순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예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껌, 껌만 있으면 막혔던 수학문제가 풀릴 때처럼 고민이 사라질 때까지 질겅질겅 씹을 텐데. (28p, 껌 좀 떼지 뭐)

"북......주세요."

준호도 북을 쳤다며 자랑했다. 꽹과리보다 북이 더 좋다고 했다. 승학이도 다시 북을 치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승현이의 청을 거절할 용기가 없는 건지도 몰랐다. 승학이는 북과 북채를 받고 징 옆에 앉았다. 승현이도 북을 가지고 와 승학이 앞에 앉았다.

덩. 덩. 먼저 승현이가 오른손으로 북을 쳤다. 승학이는 그 소리를 받아서 왼손으로 북을 쳤다.

덩. 덩. 승현이가, 다시 승학이가 소리를 받고 북을 쳤다. 이어서 양손으로 둥. 둥. 짧게 툭툭 끊어지는 북소리가 승학이의 마음에 노크를 하는 것 같았다. 대답을 하듯 북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겨드랑이에서 팔을 떼고, 가장 큰 원을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해." 승현이는 양손으로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했다.

승학이는 오른손과 왼손의 시간 차를 이용해서 덩과덕 소리가 나도록 했다. 그리고 힘을 줄 때와 힘을 뺴 부드럽게 칠 때를 구분했다. 승현이 말대로 큰 원을 그리듯이 북을 치니, 그 반동으로 전체적인 손동작도 커졌다. 승학이는 팔을 들어 올리면서 손목을 살짝 비틀었다. 첫날 보았던 승현이의 힘 있고 사뿐한 춤사위를 떠올리자, 승학이 팔에도 힘이 실렸다. 탄력을 받은 북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빨라졌다. 멀리 멀리 울려나갔다. (63p, 북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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