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4 이문열 - 이문열 편 - 시대와 불화하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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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4. 이문열 / 스리체어스

시대와 불화하다, 한국 문단의 고집스러운 작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획기적인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이번 호 인물은 '이문열' 작가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라는 존재를 파악하는 이번 호를 무척이나 기대하면서도, 정작 '이문열' 작가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것이 없기에 낯섦이 함께 했다. 수많은 작품을 만나오면서 요즘엔 눈여겨보지 못한 한국 작가들, 그리고 한국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 작가와는 이상하게 인연이 되지 않았다. 작품의 제목들을 읊을 수는 있지만, 그 무게감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틀어줬던, 오래된 화면 속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장면들이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원고지와 글자들의 향연이 왠지 모를 황홀함을 선사한다. 『젊은 날의 초상』 초판이란다. 80년대 초반이었으니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것이다. 조금 일찍 태어났다면, 조금 일찍 문학에 빠져들었다면 그의 문학도 이미 느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다양한 문화계 인물들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조명하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발간된 '호' 마다 비슷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엮으면서도, 각기 다른 형식으로 항상 놀라게 한다. 이전 '심재명' 편에서 영화의 구성 요소들에 맞게 인물의 생애를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냈다면, 이번에는 글자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 신경 써 엮어낸 것이 보인다. (게다가 사진 마저 문자로 그려냈다! )

 다소 딱딱한 듯 보일지 몰라도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재미와 무게 면에서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이문열'의 문학 세계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자전적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다뤄냈다. 그의 작품, 자전적 대하소설인 『변경』, 『젊은 날의 초상』 등은 그의 삶과 맞물려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부친의 부재, 가정파탄, 연좌제, 등단, 이문열 신드롬부터 '시대와의 불화'까지 쉼없이 써내려간다. '시대와의 불화', 이번 호의 주제로도 쓰인 이 말은 작가 '이문열'을 이야기함에 앞서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동 문학이 주류를 이뤘던 80년대 한국 문단에서 발표한 『영웅시대』는 '시대와의 불화'의 시작이었다. 그 후 한국 문단의 대표 작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수 논객으로 주장을 확고히 했던 이문열 작가는 거친 비난을 받았다.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으로 들어간 것도, 한일 합방에 관련한 거침없는 발언도 문제가 되었다.

 

 많은 시민이 그를 손가락질했고, 일부 시민들은 '책 장례식'까지 벌였다. 그리고 박완서 작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을 저지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고 한다. 책 장례식이라, 상당히 놀랐다. 일단 그 시기에는 책과 작가에 관해서도 관심 자체가 없었으니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겠지만, 영정에 책 표지를 넣고 작품들을 불태우는 것은 온당치 못한 행동이었다. 개인적으로 문화계 인물에 대해서는 작가와 작품을 따로 보는 입장을 견지하는 편이라, 이문열 작가에 대한 외부적인 잡음으로 작품에 대한 평가까지 좌지우지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등장하는 Comparison에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한 외국 문학으로 『파리대왕』과 『동물농장』을 비교했고, 뒤쪽에는 현재 출간된 작품 『필론의 돼지』를 그래픽 노블로 각색해놓았다. 적나라한 그림체와 이야기의 강렬함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서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인터뷰와 평전식의 글로 깊게 만나본 '이문열'의 인상은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다. 그의 고집스러운 입장들과 여태껏 문제시됐던 발언들을 접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황당함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속뜻과 작가의 인생, 작가가 가진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점 등을 읽고 나니 어쩐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단지 시선과 견해가 다를 뿐, 그 시선을 고집하는 굳건함이 매우 강할 뿐이다. 서로 다른, 각자의 진영 안에서 뜻을 고수하고 강하게 주장할 수는 있지만, 속된 말로 비난하며 싸움터로 만드는 것은 온전치 못한 세상일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지금껏 내가 왜 쓰는가에 대한 물음에 공적인 답변을 하는 데 의지했던 입장은 분화사회였습니다. 문학이 정치를 부인하지 않고 정치가 문학을 억압하지 않는 사회, 문학이 경제를 단죄하지 않고 경제가 문학을 경멸하지 않는 사회, 문학이 학문을 비웃지 않고 학문이 문학을 무시하지 않는 사회, 그러면서도 조화롭고 풍요롭게 발전하는 사회 - 실현 가능성만 있다면 별로 나무랄 데 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저편보다 이편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편보다는 이편이 덜 싫었기 때문에 택한 것입니다. 내가 선택한 가치가 다른 가치에 종속하거나 수단화된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쓴다는 것을 평생의 일로 선택한 이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르는 자존심입니다. 이따금 맹목으로 느껴질 만큼, 극단적인 양상을 띠는 획일주의, 독선과 우둔도 싫었습니다. (93쪽)

 "독자들이 책을 선택할 때 일정한 양의 교양적 욕구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요구를 항상 기억하려고 애쓴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속에도 곳곳에 (그의 성격처럼 굳건히) 자리하고 있던 문학적 고민들을 만난다. 나는 이제 문학으로 그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

 

 

Written by. 리니

잡지, 매거진/ 인물 평전/ 격월간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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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터즈 - 눈만 뜨면 티격태격, 텔게마이어 자매의 리얼 버라이어티 성장 여행기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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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터즈』 레이나 텔게마이어 / 돋을새김

좌충우돌, 티격태격, 자매라면 공감할 거예요.

 

 

  책을 읽고 나서

 

 자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리고 있는 『씨스터즈』는 작가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 만화입니다. 사실, 읽기 전에는 그래픽 노블이란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림체나 글밥의 정도를 보면 가볍게 볼 수 있는 '만화'에 가깝습니다. 물론 만화와 그래픽 노블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지을 순 없겠지만요. 어쨌든 이 책의 표지는 참 귀엽습니다. 표정이 다른 두 스마일과 '씨스터즈'라는 제목, 뒤에 있는 "단 하루만이라도 동생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주세요!"라는 카피는 강력하게 눈길을 잡아끕니다. 언니, 혹은 여동생이 있는 여자분들이라면 아마도 살면서 많은 '티격태격' 에피소드가 있었을 겁니다.

 

 

  

 일단은, 작가의 가족관계와 저의 가족관계가 아주 비슷해서 퍽 공감이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화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첫째 '레이나'와는 반대로 저는 둘째고, 성격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왠지 모를 그들의 신경전, 그리고 그 분위기를 직감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언니는 어렸을 때 저한테 질투를 많이 했다고 막 괴롭혔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해요. 중학교 때까지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그렇게 많이 싸우지는 않았고, 오히려 고등학교 이후에 많이도 싸웠죠. 자매들의 공통점인 '옷' 가지고도 싸우고, 별거 아닌 거에도 싸우고, 진짜 심각하게도 싸우고 울고불고하고 말이죠. 그런데도 또 같이 다니는 게 웃기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은연중에 서로에게 영향도 많이 받았겠고, 저는 언니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했고, 얼굴과 성격은 다르지만, 목소리는 똑같고 생각하는 방향도 비슷하고 말이죠. 진짜 미울 땐 진짜 밉지만, 또 편할 땐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 자매 사이죠.

 

 

 

 

 만화는 엄마, 남동생과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난 두 자매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 '레이나'에게 여동생이 처음으로 생겼을 때의 이야기와 다른 내용이 번갈아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만화와 그림인데도 무척이나 시끄러운 기분에 적응하지 못했었는데 (가족들이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조금 지나니 세상 자매들도 뭐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웃음이 나더라고요. 읽다 보니 최근에 읽은 성장소설 『앨리스와 앨리스』가 생각이 났는데, 동생을 무조건 미워하는 소녀의 이야기와 그 심경 변화가 비슷한 느낌을 들게 했어요. 이 씨스터즈도, 사소한 것에 다투고 소리 지르고 티격태격하다가, 매우 사소하고 엉뚱한 순간에 멋쩍은 웃음을 짓고 마음을 이해하며 풀어지는 걸요.

 

 

 마치 물과 불처럼 싸우던 이 자매도, 시간이 흘러 변한 사촌들과의 사이에선 또 끈끈한 유대감을 다시 갖게 되는 부분은 정말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랑 언니도, 또래가 없는 친척 집에 갈 때면 서로를 의지하면서 꼭 붙어 있거든요. 일주일간의 자동차 여행의 끝, 부모님의 사이를 걱정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도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자매의 가장 좋은 점은,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도, 남들에게 부끄러운 말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것,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굉장히 가볍게 읽혔고, 때로는 이들의 애증관계로 인한 싸움에 미친 듯이 시끄럽기도 했지만, 자매의 갈등을 실감 나게 표현한 만화 『씨스터즈』. 이들의 멋쩍은 웃음에 왠지 모를 따뜻한 감정과 가족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 마지막엔 기분이 사르르 풀렸답니다. 물론 완벽하게 '해피!'는 아니지만, 언젠가 또 소리 지르면 또 신나게 싸울 걸 알고 있

지만, 이들은 가족이니까요!

 

 

 

Written by. 리니

만화, 그래픽 노블/ 가족, 성장/ 영미 만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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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3 심재명 - 심재명 편 -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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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3. 심재명 / 스리체어스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획기적인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이번 호 인물은 '심재명'이다. 지금도 항상, 영화보다는 책이 우선인 터라 '심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명필름'이라고 말하니 "아-" 소리가 절로 나왔더랬다. 명필름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영화 제작사이며, 심재명과 이은 부부가 공동 대표로 있다. 이름만 들으면 대부분 아는 유명한 영화들 <접속>,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그리고 최근에는 <카트>가 있다. 흔히들 말하는 '역대 최다 관객'이나 한국 영화 TOP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고, 제목만으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작품들이 많다.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 속 '화장'이란 작품을 토대로 만든 영화 <화장>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사실 '명필름'이라고 해도, 대단하다는 느낌까지는 안 왔던 게 사실이었다. 제작된 영화를 쭉 살펴봤을 때 이어지는 비슷한 느낌은 있으나, 왜 충무로의 영화 제작사 중 돋보이는 곳인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본문 구성 중 첫 번째로 나오는 (아주 심플하게 표현된) 업적들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최초'라는 말이 매우 많았다.

 

 한국 영화 최초 PPL을 넣었던 <결혼 이야기>

 국내 최초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외국 노래를 사용한 영화 <접속>

 최초로 영화 홈페이지를 만들어 마케팅한 <조용한 가족>

 국내 영화사 최초로 마케팅 비용의 일부를 인터넷 펀드로 모집한 <해피엔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관객 220만 명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

 

 '최초'의 가치가 어디까지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영화의 제작과 마케팅에 있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명필름'의 행보는 굉장히 주목할 만하다.

 

 

 

 

 문화의 한 예술 장르로서, 확고한 자리를 만들어온 이번 호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더욱 독특한 구성과 디자인으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심재명'의 인생을 영화적 기법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시놉시스 - 숏 - 앵글 - 미장센 - 조명과 색채 - 렌즈와 필터 - 움직임 - 음향과 음악 - 편집 - 시나리오 - 이데올로기 순으로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표현된다.

 

 

"언니가 '사랑의 집' 빌려 달래요."

 같은 반 친구에게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빌려 읽던 재명은 매번 손을 벌리기 민망해 네 살 아래 여동생을 앞세웠다. 카메라는 어린 재명의 떨리는 눈과 주름 잡힌 콧등, 마른침을 삼키는 목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이어지는 필로우 숏 Pillow shot. 노란 풍선을 들고 뛰는 아이와 그 뒤를 따르는 부부를 극단적인 롱 숏으로 보여 준다. 붉게 저무는 하늘과 하늘을 사선으로 가르는 비행운. 영화 내용과 무관한 정경을 담은 필로우 숏은 영화에 여백을 주고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오스 야스지로 감독의 대표적인 숏이다. (45p) 

 

 단지 이번 호의 인물이 '영화인'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인생을 이렇듯 절묘하게 표현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가난했던 '심재명'의 어린 시절과 남자로 가득했던 충무로에서 강단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서울 극장 기획실의 '미스 심',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기획자로서 성장과 고난을 좌지우지한 대표 '심재명'의 인생까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영화적 기법을 간간이 설명해나가면서 삶의 흔적을 꼼꼼하게 찍어나갔다. 이후 이어지는 구성에는 우리나라의 '명필름'과 비교될만한 영국의 <워킹 타이틀> 제작사 에피소드가 등장했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이용하여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심재명'의 인터뷰와, 공동대표이자 배우자인 '이은'의 인터뷰에서는 제작자란 어떤 사람인지,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상업영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명필름의 영화적 화두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편집 요구가 많다는 항간의 소리에 대하여, '제작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으로 어느 정도 자신의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는 강단 있는 모습도 드러났다. '영화적 과잉'을 줄여내도록 노력하는 탓에 '명필름'의 영화가 어느 정도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 것은 수긍이 갈 만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다니 (게다가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 서울대 공원을 탈출한 곰 이야기라고 하니 영화적 성향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무척이나 기대된다.

 

 

 

 충무로에서 소신과 강단이 있는 여성 기획자로서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심재명'이라는 인물에 새삼 존경심이 어리며, 20주년을 맞이하는 '명필름'의 다음 행보도 호감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

 

내화면의 공간 바깥에는 언제나 외화면이 있다. 우리의 능력이 태부족하여 외화면의 영역을 직접 비추지는 못하더라도 그곳에 사람과 풍경이 있음을 함께 긍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화면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만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장이 열리리라 믿는다. 내화면과 외화면은 상호작용하며 프레임을 해체하고 영화적 서사를 완성한다.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15p, 편집자의 서문)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을 소개하면서 꼭 한번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남다른 문장이 늘 독자를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일정한 규칙이 있는 구성이지만, 매번 놀라곤 하는 이유는 멋진 디자인뿐만 아니라 눈을 즐겁게 하는 글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꼼꼼하고 멋들어진 매거진이자, 한 권의 책이다.

 

Written by. 리니

잡지, 매거진/ 인물 평전/ 격월간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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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적나라한 결혼생활 - 전4권 적나라한 결혼생활
케라 에이코 지음, 심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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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적나라한 결혼생활』 케라 에이코 / 21세기북스

아따맘마 작가의 결혼 4부작(신혼편, 3년째, 7년째, 결혼편)

 

 

  ▒ 책을 읽고 나서.

 

  참 귀여운 책을 만났습니다. 알록달록한 표지에 귀여운 그림, 그리고 '적나라한'이라는 표현이 왠지 음흉하게 재밌는 에피소드를 까발리고 있을 것 같은 만화. 이 책은 <아따맘마>라는 만화로 유명한 '케라 에이코'의 신작입니다.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고 있는 책이죠. '케라 에이코'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신혼편, 3년째, 7년째, 결혼편으로 나누어 4부작으로 만화를 펴냈습니다. 결혼편은 시리즈의 네번째지만, 이 시리즈의 프리퀄로서 '케라 에이코' 부부가 결혼을 다짐하고 결혼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내용은 약간씩 다르지만 네 권 모두 비슷한 분위기이기도 하고, 에피소드 형식이라 각각의 책을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만 딱 골라서 읽어도 되고요. 그치만 결혼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는 저는 그 변화를 알고 싶어 순서대로 읽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신혼생활,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하는 행동도 모두 다른 두 사람이 가족이 되면서 일어나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결혼이랑은 아직 거리가 먼 제 상상으로는 '신혼'생활이라면, 왠지 아직도 관리를 하고 있고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이 책에서는 부부가 어느 정도 '자신을 놔버린' 상황부터 등장합니다. 두 사람의 규칙이 아직 존재하고 있지만 점점 그 규칙을 지키는 것이 느슨해지고, 뭐 이런 일상들이 등장하는데요. 귀여운 캐릭터에 적나라한 모습들이 더해지니 픽- 하고 웃으면서 보게 됩니다.
 
 

 
 특히나 '신혼편'에서는 부부들의 설문조사 페이지가 많이 실려있었는데요. 가사를 분담하는 부분, 부부싸움의 빈도, 남편(혹은 부인)을 길들이는 법에 대한 그래프 등이 나와 있습니다. 이걸 보면 참 재미있어요. 결혼을 하지 않은 입장에선 공감이 가지 않지만, 재미있는 표현에 웃음이 나더군요. 부부싸움으로 일어나는 행동들을 그려놨다든지, 배우자의 기분 나쁜 정도를 나눠서 (답답기 - 부글기 - 억울기) 기분 풀어주는 법을 그리고도 있고요.
 
 

 

 
 
 제가 볼 때 제일 '적나라한' 편은 2편, '3년째'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케라 에이코' 부부가 서로 장난치는 모습도 담겨있고, 투닥거리면서도 작은 애정행각을 하는 모습도 등장하고요. 그림이 귀여워서인가요, 이들 부부 참 귀여워요.
 

 
  절대 빈말은 해주지 않는 남편. "아내분 만화 아무 데도 안 팔던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정너에 촌철살인을 해주는 순박한 남편분입니다.
 
 

 

 
 
 조금 더 원숙해진 결혼생활을 다룬 3편, '7년째'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자신이 남은 음식을 말없이 먹어주는 남편에게 감동을 받는 모습, 과한 애교는 아니지만 적당한 터치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털을 뽑아주고 수염을 밀어주는 (ㅋㅋㅋ) 등의 적나라한 일상도 역시 포함됩니다.
 
 

 

 
 그리고, 3편에서 남편 만화가 등장합니다! 집요할 만큼 깔끔을 떠는 부인 '케라 에이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진짜 남편이 그린 건지 모르겠지만, 남편의 시각에서 보는 만화가 등장하니 또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 대신, 너무 짧아서 싱겁긴 하지만요 ^^;
 
 
 

 
 가장 재밌게 본 편은 4권, '결혼편'인데요. 아무래도 '결혼생활' 보다 '결혼식'에서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잖아요. 결혼식은 이곳저곳 많이도 볼 수 있지만, 결혼 생활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선 알 수 없으니까요. 프로포즈에서부터 신혼여행까지를 다룬 이 책에서는 '케라 에이코'도 처음이어서 우왕좌왕 방황했던 결혼식 준비과정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드레스 고르기, 상견례, 하객 연락하기, 두근거리고 정신없는 결혼식 당일까지! 역시나 만만치 않은 적나라한 '결혼' 준비를 세세하게 그려놓은 걸 보고 약간 겁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두 부부가 참 행복해 보여서 결혼에 대한 호감도 더욱 생겨났답니다.
 
 

 

 
​  이 부부는 여자 측에서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고 하는데, '케라 에이코'의 열의 넘치는 프로포즈에 전혀 거절할 수 없었던 남편... ㅎㅎㅎㅎㅎ
 "매일매일같이 있고 싶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같이 살자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 정말 멋지죠 :)
 요즘엔 여자 공감 만화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적나라한 결혼생활』시리즈는 더욱 유쾌하고 귀엽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결혼을 안한 저에게는 아직 낯선 모습,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지만, 작가가 워낙 재밌게 그려내선지 키득거리며 즐겁게 읽었고요. "이렇게 재밌게 살고 싶다-" 하는 바람도 조금 생겨났어요. 특히나 '결혼편'에서는 우리나라와는 살-짝 다른 일본의 결혼 문화까지 만나볼 수 있어서 또 신선했고요. 아마도 기혼자분들이라면, 아니면 결혼 생활을 꽤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눈물 나게 웃기고 엄청나게 공감 가는 에피소드를 발견할지도 모르겠어요 ㅎㅎㅎㅎ
 
 

Written by. 리니

일본 만화/ 아따맘마 / 결혼생활/ 공감만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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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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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월간 『샘터』 2015년 4월호

벚꽃 핀 표지에 기분도 활짝 -

 

 

 

 ▒ 책을 읽고 나서.

 

 봄, 하면 온통 분홍 빛깔 천지인 벚꽃길이 생각납니다. 어느새 음악 차트에는 '벚꽃엔딩'이 스르르 올라왔고요. 날씨도 부담스럽지 않고 몸도 가뿐한 봄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계절이 아닐까 싶어요. 샘터 4월호, 잎새달의 표지를 보니 저도 벚꽃길에서 한껏 분위기를 타고 있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봄봄봄, 날씨는 벌써 봄을 맞이했지만, 꽃들이 만발한 거리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 봄처럼 따뜻한 이야기가 제일 먼저 저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강아지에 '미쳤다'라고 할 정도로 반려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요즘, 딱 공감하는 에세이가 이번 호에 실렸답니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라는 저서를 쓰고 그린 '김병종' 작가의 글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찡해졌어요. 16년 세월을 함께 보낸 반려견 '자스민', 그리고 강아지가 알려준 사랑과 무조건적인 신뢰……. 때로는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가르쳐주는 반려견들은 참 고맙고 소중한 존재지요. 사람보다 짧은 인생을 사는 강아지들이라 가끔은 슬프지만, "지상의 모든 사랑은 이별로 끝이 난다"는 작가의 말에 이 소중한 시간동안 더욱 사랑을 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고요.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의 '흰구름 러브레터'가 이번 호부터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투병 생활을 함께 했던 '분홍빛 타월'은 수녀님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때로는 눈물도 나게 하는 정겨운 사물이라고 해요. 문득 『시인의 사물들』이라는 책이 생각이 나는데, 이해인 시인의 사물들은 바로 이 '분홍빛 타월'일 것 같아요. '리나'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편지를 남긴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언제나 참 다정하고 따스합니다.

 

 

 

 

 

 "화낼 때 얼굴도 신경 써라"라고 말하는 '얼굴 읽는 남자' 코너는,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이 화를 낼 때, 얼굴을 신경쓸 수가 있을까 싶지만, 관상에서는 화를 낼 때의 입모양을 주시하는 모양입니다. "화를 낼 때 좋은 상이 들어서기는 어려우나", 그나마 좋은 상은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살짝 나와 덮어주는 모양 혹은 입을 앙 다무는 모양이라고 하네요. 화를 낼 때, 감정에만 휩쓸렸지 얼굴 표정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 글을 보니 내가 화낼 때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지더라고요. 화가 나더라도 자신의 표정을 다시 한번 신경 쓰는 습관, 바로 좋은 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지만, 표정을 관리하는 습관이라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이번 호에선, 성석제 작가가 연재소설로 함께 하게 되었네요. 낯선 곳에서의 만남을 그린 첫 번째 글이 다음에 나올 이야기를 궁금하게 합니다. 연재소설로 더욱더 풍성해진 이야기를 담고 올 5월 호가 기대되는군요.

 

 

 

 

 

 

Written by. 리니

월간지, 잡지/ 샘터 출판사/ 좋은글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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