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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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 2015년 2월호 : 따뜻한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왠지 모르게 괜히 바쁘고 조급해지는 연초입니다. 올해는 이런저런 활동들을 조금 줄여보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해야 하니 역시나 쉴 틈 없이 흘러가네요. 그러나 『샘터』를 읽는 시간만큼은 가볍고 따뜻합니다. 2월의 『샘터』는 '시샘달'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는데요. '시샘달'의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이라고 하네요. 순우리말로 된 달 이름이 언제 들어도 참 예쁩니다.

 

 

  

 『샘터』에는 원래 기분 좋은 이야기가 참 많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마음에 들어왔던 따뜻한 소식들이 많았답니다. 마치 숙명처럼, 국립중앙도서관의 관장을 맡고 '도서관의 도서관'과 정보의 바다를 꿈꾸는 '임원선 관장'의 이야기와 이전에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샘터, 2014)라는 책으로 만나보았던 '십대들의 쪽지' 이야기, '사람을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고 문화로 가득 찬 '게스트 하우스'의 이야기까지.  역시나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제 눈을 사로잡네요.

 

 그리고 『나는 재미있게 산다』는 특집은 더욱 유쾌한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짧은 글은, 의사라는 일을 하면서도 어릴 적 꿈인 노래를 놓지 않고 즐겁게 밴드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승민' 님의 이야기였답니다. "헤비메탈은 지겹고, 2015년에는 모던록도 좀 하자"고 리더에게 외치는 마지막 말이 참 재미납니다 :)

 

 

 다양한 분야의 정리 방법을 알려주는 코너 『정리의 달인』에는 역시 쏠쏠한 노하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미루는 습관 때문에 저도 참, 가끔은 사서 고생하기도 하고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런 습관들도 '정리'라는 단어가 적용될 수 있었네요. 생각해보면 참 작은 것들이지만, 인생에서 이것저것 미루면서 보낸 시간을 합하면 정말 어마어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시간의 낭비, 이제는 조금 줄여나가야겠죠.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행복일기』. 이번 달에는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임수복 님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1983년 당시, 개발 지역이었던 천호동의 한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일했고, 지금까지 30년을 그곳에서 있었다고요. 이웃 주민들의 뒤통수만 봐도 누군지를 다 알아보고, 동네를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쭉- 보아왔고, '내 동'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텃밭에 나무를 심고 채소도 심는 경비원 아저씨. 중간 중간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빌미가 생길 때마다 동 사람들이 손을 모아 도우고, 계속 그곳에 있게 해달라고 서명하고 눈물을 지어서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12월에 마지막 근무를 마쳤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맘 좋은 경비 아저씨의 말투 그대로 담은 편지에, 아쉬움과 행복함을 바라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편지에, 저도 눈물이 핑 돌았네요.

 

 

  『샘터』를 읽다 보면 마음도 참 차분해지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도, 어떤 행복 에세이보다도 더 큰 (언뜻 보면 작아보이지만)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따뜻한 이야기가 많았던 시샘달의 『샘터』. 3월에는 세찬 추위는 날려버린 채 새초롬한 봄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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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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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김종광 글, 김옥재 그림 / 샘터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참 재미있는 어린이 동화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역사 동화입니다. 최근 역사에 관심이 부쩍 많아져서 역사 관련 책들을 뒤적이고 싶어진 터라,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네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초반 여정을 토대로 재밌게 이야기를 재구성한 동화입니다. 20여 권이나 되는 많은 분량의 <열하일기>를 아주 조금이나마 맛보는 식이지만, 그 시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잘 담겨있지요.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캐릭터 구성도 돋보입니다. '뚱선비'라고 불리는 '박지원', 아버지 대신 기행을 하게 된 나그네 소년 '장복이', 조선 당대의 유명한 인물들 (김홍도, 조수삼 백동수 등)도 등장합니다. 동화는 주인공 '장복이'가 쓰는 기행문의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열하일기>를 아이의 시선으로 축소해놓았다고나 할까요. (물론 상당한 부분이 작가의 창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귀여운 나그네 소년은 조선 사회의 모습도 그려내고, 생전 처음 보는 청나라의 이곳저곳을 보고 놀라워하며, 체면치레하지 않는 호탕한 뚱선비 '박지원'을 존경하면서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밥그릇을 들고 쭈뼛쭈뼛 다가갔다. 뚱선비는 수저로 쌀밥을 퍽퍽 퍼서는 창대 그릇에 채워 주고, 내 그릇에도 채워 주었다. 뚱선비의 놋그릇에는 쌀밥이 한 수저쯤 남았다. (...) 이걸 진짜로 먹어도 된단 말인가? 양반이 손수 퍼 준 쌀밥을 종놈이 먹어도 되는 것일까? 괴짜 양반님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괴짜인 줄은 몰랐다. (32p)"

 

 

 

  한양에서 평양,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연경에 가기까지. 지금이야 다양한 방법으로 편안하게 많은 여행지를 볼 수 있지만, 수일에 걸친 나그넷길 끝에 놓여있는 목적지를 발견하는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신진 문물이 가득 차 있었던 세계의 다른 곳을 체험하는 보람이라니, <열하일기>는 정말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와 용기로 가득 차있었을 것 같습니다. 엄청난 분량과 '고전이라는 두려움'에 <열하일기> 구경도 못 해본 저는, 아이들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웃음을 띠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어려운 단어들의 해석도 나와 있어 꽤 어린아이들과 읽기에도 참 좋을 것 같네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소년 장복이 이야기와 함께 재밌는 역사 공부 어떨까요? 

 

"나그넷길 동안 내 머릿속이 얼마나 알차졌는지 내 가슴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아무도 몰라줘도 괜찮다. 무사히 연경에 닿고야 말았다는 기쁨과 보람만으로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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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1 이어령 - 이어령 편 - 내일을 사는 우리 시대의 지성,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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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1. 이어령 / 스리체어스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예술적인 평전 잡지

 

 

  엄청난 책을 만났다. 엄연히 말하자면 매거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격월간지이지만,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두꺼운 양장으로 장식된 한 권의 책과도 같다. 이름 그대로,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평전 식의 잡지다. 다양한 잡지들을 만나보았지만, 한 인물을 소재로 한 권을 다 채우는 형식은 (개인적으로) 처음 본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라는 이름이 언뜻 보면 평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굉장히 독특하다. 잡지에 광고는 하나도 없고, 정말로 한 인물의 삶으로 책 한 권을 채우기에 충실히 하고 있다. 진심 어린 글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서문부터 남다르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창간호를 장식한 인물은 '이어령'이다. 사실 난 '이어령'에 대해 잘 모른다. 유명한 이름과 그의 저서 몇 권의 제목만 들어봤을 뿐, 정확하게 그의 인생을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대표지성'이라고 불리며, 젊은 시절부터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수많은 문학에 대하여 비평을 하고, 언론계를 주름잡았고 장관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88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을 기획한 인물이라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다. 그의 80평생을 한 권의 책으로 다 설명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그의 인생과 철학을 함께 전달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보인다.

 

 전기라고 해서 역사적인 기록을 진부하게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형식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떼어내어 한 장 한 장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국사에서 '이어령'이라는 이름이 빛을 발했던 순간들을 중요한 사건만 짧게 언급하고 있으며, '문학 논쟁' 부분은 작가별로 나누어 그가 생전에 비평하고 물었던 부분을 정리해두고 있다. 문학 평론가로서 냉철하게 평가했던 부분들이라 많은 구설에 올랐을지도 몰랐겠지만, 이 부분에서 '이어령'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 또한 '이어령'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정리해놓은 부분도 있는데, 칭찬이 반이고 갸우뚱한 반응이 반이다. 한 인물에 대한 주관적인 반응과 찬사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퍽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이것은 '이어령'이 주인공인, '평전'인데도 말이다.

  

  

 한 인물의 기록을 재구성하기에 있어,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구체적인 것들보다도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뜻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법한 타인의 역사를 전달하기에 '매거진'이라는 매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전권에 걸쳐 명사의 삶과 철학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와 감성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져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라는 매거진 측의 말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은유법을 쓰고 기호학을 하고 신비평을 하는 것은 문학의 기본이 언어이기 때문이에요. 문학은 언어 예술이잖아요. 미술가에게 색채가 뺏고 음악가에게 음을 뺏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죠. 신분증에 유효기간이 있듯 언어에도 유효 기간이 있어요. 이승만 박사의 포고문 같은 정치적 언어가 지금 무슨 의미가 있어요? 문학은 플래카드처럼 고발하는 언어가 아니에요. 유효 기간이 없는 언어죠. 지금도 호메로스를 읽잖아요." (89p)

 

 평소 젊은 세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열정과 지성 '이어령'의 모습 너머에, 내가 속한 세대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을 접하면서 그의 인생과 철학을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홈페이지 http://biographymagazine.kr/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격월간지이며, 인터넷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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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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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2015년 1월호 : 새해의 시작을 산뜻하게.

 

  2015년 1월이라고 적혀있는 '샘터'를 보니, 왠지 한 해가 너무 후다닥 지나간 것 같아 조바심이 나서, 연말이 돼서야 가볍게 펼쳐 읽어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의 12월호와 달리, 이번 호는 왠지 산뜻하고 즐겁게 시작하는 것 같아, 다가올 새해가 기다려지기도 하고 두근두근 설레기도 합니다. 1월인 '해오름달', 엄청난 인파에 새해 일출을 보러 갈 엄두도 안 나니, 이번에도 집에서 가족들과 카운트 하며 한 해를 보내기로 합니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샘터』 이번 호는 재밌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책장 칸 칸마다 책장 꼬리를 달아 놓고, 카운터에는 맥주와 커피, 그리고 간식거리가 즐비해 있고, 독서카드 등으로 책을 보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북바이북 서점'. 베스트셀러가 잔뜩 늘어서 있고 북적이는 대형서점과 다르게, 이곳은 정말 소소하고 뜻밖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복합 문화공간을 꿈꾸고 있다는 '북바이북'에 저도 한번 가보고 싶군요.

 

  '행복일기' 코너에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우편 만화인데요. 만화를 그려서 출력하고, 일일이 봉투에 넣어 독자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우편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최진요' 작가님.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시대착오적인 행위가 외려 재밌게 느껴져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똑똑똑, 만화 배달 왔습니다." 우편으로 받아보는 만화란,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정말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우체통을 열어 확인하는 설렘까지!



  

  '나희덕' 시인이 전해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읽고선, 새해에 다가올 일들에 대한 일종의 예방 주사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의 반복을 통해서 우리는 기뻤다가 슬펐다가 우울했다가를 반복하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찝찝해지는 나쁜 뉴스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1년 내내 어떻게 좋은 소식만 볼 수 있겠어요. 나희덕 시인은 "새해엔 좋은 뉴스를 만나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숨어 있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이라며 덕담을 남겨줍니다. 맞습니다.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죠. 새해에 즐거운 일들만 생기기를 소망하지만, 그 밖의 다른 일들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작은 행복으로 바꿔나간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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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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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날개달린 연필 / 샘터

내가 보는 동물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매일 동화책에서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동물들이 아이들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을 때 얼마나 신기할까요? 책 속에선 아주 조그마했는데, 자신보다 몇 배 몸집을 가진 동물이 걸어 다니고, 먹이도 먹고, 하품도 하니까요. 아이들은 동물들을 만져보고, 먹이를 주는 체험만으로도 참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강원도 여행에서 본 양떼목장이 기억이 납니다. 리조트의 공기 좋은 하늘 공원에서 양 수십 마리가 걸어 다니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이 뛰어놀기에 참 작은 공간이긴 했지요. 아이들은 떼로 몰려가서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 많은 동물과 함께 있다는 것에 들떠서 돌아다녔어요. 어릴 때 보던 돌고래와 물개 쇼 우리에 갇혀있는 호랑이, 아쿠아리움 속의 상어 또한..... 우리들을 즐겁고 놀라게 해주었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에서는 네 마리의 동물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고향이라곤 본 적이 없는, 동물원에서 태어나서 동물원에서 자라온 왕따 호랑이 '천둥', 사육장에 갇혀 나는 법을 잊어버린 두루미 '갑돌이', 자신의 주인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는 코끼리 '산이'와 고향에 가고 싶어 사람에게 반발하는 코끼리 '꽁이'입니다. 이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요? 넓디넓은 초원을 뛰어다니고, 높은 하늘을 누비며 날아야 할 동물들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심심한 구경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고향에서도 코끼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죠. 상아를 얻어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포획을 있는 힘껏 피해 다니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이 동화책에서 참 안타깝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앞에는 주인공 동물의 정보와 함께 멸종 위기 등급이 나타나 있습니다. 피치 못할 자연의 변화로 인해 종이 없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많은 동물이 인간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었지요. 동화 속 코끼리가 외치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우린 코끼리고 저들은 인간일 뿐."이라고요. 변해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인간들과 동물들은 서로 두루두루 공존할 순 없는 걸까요? 어쩔 수 없다면 그들을 사랑하고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생각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잊지 마, 넌 호랑이야』는 동물의 본성을 잊고 동물원 속에서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들과 공존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에 관해 묻습니다. 그들은 왜 우리 속에 갇혀 있는지, 왜 힘없이 쭈그려 있고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여주질 않는지, 내가 보고 있는 동물이 원래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런 시각의 변화를 통해서, 동물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동물들 (길냥이, 비둘기 등)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 또한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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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라니, 얼마나 그리던 곳이었던가? 꿈속에서라도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고향, 한 번만이라도 마음껏 달려 보고 싶었던 고향. 이제 곧 그곳으로 가게 된다니 천둥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철창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아저씨의 눈은 슬퍼 보였다. 천둥은 영문을 몰랐지만 그저 좋았다. 그런데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정신도 더 희미해졌다. 잠시 후, 커다란 쇳덩어리가 큰 소리를 내며 상자 쪽으로 다가왔다. 쇠로 만든 기다란 팔이 천둥이 든 상자를 들어 올렸다. 상자가 공중에 떠올랐다. 한 번 덜컹 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졌다. 천둥은 곧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 "큰 쇠 동물에게 잡힌 걸까? 밤이 된 걸까?" (14p, 못생긴 호랑이, 천둥)

캄캄한 어둠이 온 세상을 뒤덮었지만 바람만은 시원했다. 뻣뻣하던 날개 근육이 부드럽게 펴지고 목은 여느 때보다 길게 늘어났다.

갑순이 말이 맞았다. 하늘을 난다는 것, 그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얼마나 날았을까? 주위가 어슴푸레 밝아 오기 시작했다. 재운이가 소리쳤다.

"이제 돌아가야 해, 날이 밝아 오고 있어."

"알았어."

갑돌이는 불빛이 반짝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갑순아, 이제 시작이야. 내년 봄을 기대해. 우리의 고향 자룽 습지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어.` (89p,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꽁이야,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

"왜? 왜 그래야 하는데?"

꽁이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왜냐고 묻는데......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왜, 왜일까요? 아, 이제 생각났어요. "왜냐면, 인간은 우리의 주인이니까."

내 말을 들은 꽁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슬픈 눈은 처음 보았어요.꽁이는 코를 축 늘어뜨린 채로 조용히 말했어요.

"아니야, 절대 아니야."

"아니라고?"

"그래, 아니야. 내 말을 믿어. 인간은 코끼리의 주인이 아니야."

"그럼 누가 우리의 주인인데?"

"산이야.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우린 코끼리고 저들은 인간일 뿐,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121p,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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