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진이랍시고..이럴 때 황해도 출신인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참, 개갈나다"(멋대가리 없다 혹은 폼 안난다 혹은 별 볼일 없다...의 뜻)  

카메라에서 손을 뗀 이후로 어쩌다 카메라를 잡으면 카메라가 나를 압도하곤 한다. 숫제 카메라가 나를 놀려대는 느낌이다. 하여튼 찍긴 찍었다. 

델리의 캐롤박에서 구입한 티셔츠인데 문구가 재미있다. 

"Life is...All Give And Take. I Give Orders. You Take Them."   개학 날짜가 다가와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나는 이옷을 입고 교실에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 개갈난 사진이다. 그러나 문구는 정말 재미있다.

"This 'T-SHIRT' is FREE! Pay only for the label & this 'T-Shirt' comes along with it. (이 티셔츠는 공짜다. 이 라벨값만 지불하면 이 티셔츠는 라벨과 함께 따라간다.) 

뒷목덜미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또 이렇게 쓰여있다. 

Be Cool - Wash in Cold Water   

Be Strong - But Use Mild Detergent  

Be Hot - But use Cold Iron  

Be Happy - You've Bought A Lovely 'T'Shirt!

티셔츠 하나에 이렇게 정성이 듬뿍 담긴 라벨을 보신 적이 있는지.....라벨을 보고 이렇게 유쾌하게 웃어본 적이 있으신지.. 

 

인도 사람들은 말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험한 히말라야 자락을 돌고 돌때 언뜻언뜻 나타나던 작은 노란색 표지판을 보고는 얼마나 유쾌했는지 모른다. 주요 내용은 험한 산길을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것인데 하나같이 유머러스하고 재치가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게다가 어떤 문구는 시구처럼 각운까지 맞추고 있었다. 예를 들어, 'If you sleep, your family weep.'(당신이 졸면서 운전하면 당신 가족이 눈물을 흘린다) 그 앙증맞고 재치있는 표지판을 하나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게 아쉽다면 아쉽다. 혼자 감상하기가 정말 아까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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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안내서에 소개된 글이다.

“델리 대학...세계 대학 순위 8위에 빛나는 인도 제일의 대학...특히 인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다는 스테파노 꼴리지(Stepano College)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델리 대학 내에서도 최고의 단과 대학으로 인정받는 곳으로, 특히 인문학부의 학문적인 성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가 여행안내서의 위의 소개에 혹해 델리 대학을 찾아간 날은 섭씨 기온 42도였다. 가만히 조용히 숨만 쉬고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델리의 유명한 곳은 이미 섭렵한 뒤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딸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델리 대학을 둘러싼 자연 환경은 한눈에 보기에도 최고의 수준이었다. 사방 푸른 정원에 잘자란 수목들. 모든 게 널찍하고 평화롭고 조용하다. 재래시장인 찬드니 초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역시 이 나라도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 인도답지 않은 쾌적한 교육 환경이다.


여름 방학이 한창인 우리와는 학제가 달라서,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건물 외관은 훌륭하지만, 빈틈없이 학생들로 꽉 찬 강의실은 작고 비좁고 어둡고 답답해 보였다. 에어컨은커녕 천장에서 선풍기만 몇 대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전 시간에 사용한 칠판을 교수님이 손수 지우고 계시네그려.


순간, 이 보다는 널찍하고, 에어컨 나오고, 불빛 환하고, 빔 프로젝터 빵빵 터지는 우리 학교의 교실이 떠올랐다. 이 인도의 명문 대학의 시설과는 비교도 안 되게 훌륭하다. 이곳이 땅이라면 우리는 하늘이다.


이들의 실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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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8-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안은 그런 모습이군요! 델리 대학 앞이 그나마 델리에서 가장 모던한 곳이던데,,, 모던해 보이는 여학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 여름에 가셨나봐요. 전 겨울에 가서 날씨 참 좋았었어요. ㅎㅎ

여튼 인도 얘기만 나오면 그냥 못지나갑니다요.;;
친구가 라닥에서 지금 커피숍을 하고 있어서 아래 글이 더 반갑기도 하고요. ^^

nama 2010-08-1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워낙 조용한 곳이라서 댓글이 무척 반갑네요.
델리 대학에는 지난 7월 23일에 갔었지요.

저도 인도에는 여러번 갔었지만 여전히 인도 얘기 나오면 그냥 못지나간답니다.
라닥의 커피숍이라...레에서는 호텔에서만 나흘을 보냈지요..라닥이라...
 


인도의 라닥 지방을 유명하게 한 사람 중의 한사람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이다. 그의 책 <오래된 미래>가 청소년 필독도서로 자리 잡기도 했는데, 하여튼 라닥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의 이 책을 읽고 가거나 들고 간다. 나도 예전에 이미 읽은 책이지만 여행 가방에 챙겨 넣었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공사장의 흙무더기 같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산으로 에워싸인 레(라닥 지방의 수도)는 이미 외국인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동네가 되었다. 이미 나부터가 그런 여행자 중의 하나가 되어 레를 오염시키고 있었으니 레에 머무는 나흘 동안 얼굴이 붓는 고산증과 더불어 묵직한 돌덩이를 하나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말만 들어도 정겨운 자급 경제라는 용어. 이들은 병풍처럼 둘러싼 고산 꼭대기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젖줄 같은 물로 세심하게 물길을 내어서 황무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서로 얼굴 붉힐 줄 모르며, 서로 도와가며 늘 웃는 얼굴로 살았다는, 전설 같은 동네가 바로 이 라닥 지방이다. 지금은 낯선 이에게 던지는 “줄레,줄레”(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말)라는 인사말에서 그 희미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자급자족의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그냥 두지 못해, 호기심 찬 눈빛을 번득이며 오늘도 여행자들은 라닥 지방을 휩쓸고 다닌다. 라닥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소위 문명이라는 세례를 받고 옛 모습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던지고 있다. 나는 뭘 보려고 왔나?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려고 왔나? 이 그림 같은 삶의 원형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관찰자가 되어 세상 저 바깥쪽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쓰레기를 하나 보탤 뿐이다. 




(위 사진)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말로만 듣던 오아시스가 이런 모양임을 금방 깨닫게 된다.  

 

 

(위 사진) 레의 한 호텔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이다. 새벽에 이 풍경을 바라본다면 틀림없이 외계라고 착각할 것이다. 세계의 비밀을 품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별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달빛 어린 그 기막힌 풍경을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만 살짝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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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왼쪽은 비행기에서 나눠준 간식 봉지, 오른쪽은 눈알만한 청포도 사탕. 

라닥 지방의 수도 레(해발 3,505m)에서 찍었다. 그곳 사람들의 말대로 15%의 산소가 부족한 곳이어서인지 과자 봉지도 이렇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렇다면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은 50대 이후인 사람들은 오히려 고산증에 덜 걸린다는 게 맞는 말인지, 약간의 두통 외에는 이렇다할 증세를 못느끼는 우리 내외와는 달리 중2짜리 딸아이가 시름시름 앓다가 급기야 자리에 눕고 말았다.(물론 나 역시 과자봉지처럼 얼굴이 퉁퉁 부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영 낯설기만 했다.)

구토, 설사, 온몸 저림 등등 나중에는 열 기운까지 합해져 일정에 들어있는 판공호수를 포기하고야 말았다. 차로 넘을 수 있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길인 창라(5320m)를 넘어 가는 일정이었다. 

 

 

 

 

 

 

 

 

 

 

 

 

다른 일행들이 판공호수에 발을 담글 무렵 우리 가족은 이틀에 걸쳐 레에 있는 정부 운영 종합병원을 드나들었다. 첫날, 2루피(1루피=약26원)를 내고 진찰을 받은 후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가서 10루피어치 약을 사서 딸아이에게 먹였다. 열은 가라앉는 듯했는데 밤새 몇차례 설사를 했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구토증세가 가라앉지 않아서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진찰비를 다시 낼 필요가 없단다. 어제 받은 처방전을 그냥 들고가서 진료를 받으란다. 인도의 사회주의에 대한 확실한 예를 딸아이에게 설명해 줄 좋은 기회였다. 터무니없는 진료비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미국의 의료제도와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이 무료에 가까운 진료는 오바마도 따라오기 힘들지 않을까.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라닥인들 사이에서 딸아이의 순서를 기다리자니 몇 명의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말을 걸어온다. 딸을 가리키며 나이를 묻는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어떤 젊은 엄마는 고작해야 20살을 넘겼을까말까. 그 틈새에 처녀같은 소녀가 앉아있으니 헷갈릴 수밖에. 외국에 나오면 만 나이를 써야할 것 같아서 어제 진료권을 끊으며 13살이라고 했더니 다름아닌 소아과로 우리를 보냈던 것이다.

딸아이는 이렇게 고생한 덕분인지 보름새에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다. 비싼 돈들여가며 뺀 살이니까 이후부터는 관리를 잘하려무나, 딸내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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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북극과 더불어 세계 3대 극지 중의 하나라는 히말라야. 그 세계의 한  끝을 만나고 왔다. 그러나 그것이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의 두 다리로 직접 걸어갔다면,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가능한 일이라면 뭐 자랑할 만 하겠지만 사실, 내가 그곳에 닿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많은 도움과 손길이 필요한 일이었다.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고개라는 탕그랑라(해발5,360m)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가 타고 있는 지프차의 운전기사에 대한 절대적인 의탁과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 높이까지 길을 닦고 포장하는 일에 종사한 무수한 사람들의 노고 없이는 절대 가당치도 않을 일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길을 닦느라고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너무나 까맣게 그을려 이목구비도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10대로 보이는 어린 사람들도 많다. 누구는 그렇게 피땀 흘려 길을 닦고, 누구는 이렇게 냉방이 잘 된 지프차에 앉아 혹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자동차 추락 사고에 겁먹으며 벌벌 떨고 있다.


천 길 낭떠러지의 벼랑 길을 구비구비 자동차로 달리는 기분. 그건 차라리 공포에 가깝다. 강원도 한계령이 해발 920m이니까 약 6배 정도 곱한 기분이라면 설명이 될까. 비좁은 천 길 낭떠러지 도로 위에서 맞닥뜨리는 추월이나,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위해 도로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경우에도 오금이 저리긴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끝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그 아찔함에 차라리 눈을 질끈 감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생각에 빠져드는 방법 밖에 없다. 만의 하나 운전기사의 찰나의 실수로 자동차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면...저 아래에 처박혀있는 차량 신세가 되었을 터. 누구의 모토처럼 '여행하다가 죽어버려라'의 장렬한 문구처럼 장렬한 죽음이 될 터. 살 빼고 싶은 사람은 이 험준한 산맥을 한 번 넘어보시길...강추! 

  

  

 

 

 

 

 

 

 

 

 

히말라야 산자락을 휘감아 돌면서 감정의 소용돌이는 극에서 극까지 넘나들었다. 극지가 주는 저 끝모를 극과 극을 사진 몇 컷과 문장 몇 개로 정리하자니 너무나 미흡하고 개운치가 않다. 4~5천 미터급의 준봉들이 내 눈높이와 나란히 달릴 때는 목이 메어오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그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산들은 태초의 세상 모습이거나 혹은 지구 멸망 후의 마지막 모습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통해 둘러 본 히말라야이긴하지만. 

그런데 정말 용감한 사람들도 있었다. 30대 초반쯤의 어떤 미국인 커플은 오토바이로 그 험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주유소에서 마주친 그들을 보고 비명처럼 한마디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You are great!" 뉴욕에서 왔다는 그들의 시퍼런 젊음이 너무나 눈부셨다. 그렇게 얼마쯤 달리니 이번에는 자전거 커플이 눈 앞에 들어왔다. 이번엔 남편이 유리창을 내리며 그들을 향해 비명을 지른다. " Awesome!!!"

이렇게 글을 덧붙여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히말라야 자락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라고 다짐하듯 여행을 마쳤지만 말이다. 온갖 세상사에 대한 시름을 한방에 날리며 원초적인 세계의 한 끝을 살짝 보여주었던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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