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장면 보러 김포 가고 싶다고 했더니 김포에 사는 친구가 사진 찍어서 보내주었다. 아직도 멀쩡하게 붙어 있다고. 암, 그래야 맞다. 나는 선생 시절 눈 앞에 있는 학생한테서 이런 말도 들었다. "좆나", "시팔" 이 말을 듣고 어떡했냐고? 그냥 없던 일로 해버렸다.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 않았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자식이 부모에게 욕할 수도 있고, 학생이 선생한테 쌍욕을 던질 수도 있다. 애건 어른이건 화가 나고 짜증이 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상대방 염장지르는 말을 하고 싶은 법. 저걸 강제로 철거하고 처벌하면 그건 아주 졸렬하고 볼품없는 얕은 수가 된다. 그냥 견디는 수밖에. 저게 민심이구나, 내가 욕 먹고 있구나...잠시 반성하며 견디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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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2003년에 나온 걸 몰랐다. 그때쯤은 이미 홍신자 열병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홍신자 열병?




인생은 선배, 나이는 후배였던 동료교사가 어느날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언니 결혼할 때 되게 미웠어. 실망했었어."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엉? 왜? 무슨 말이야?" "언니, 홍신자 좋아했잖아....." 물어보니 그분처럼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나 어쨌다나. 그러면 그때 적극적으로 말렸어야지. 설득도 하고 호소도 하고. 제대로 잡아줬어야지. 이 말은 못했다. 실망했다는 말이 가슴에 턱 걸려서 대응할 말을 못찾고 있었다. 흠, 자네도 홍신자 열병을 앓았었구먼. 몰랐네.








<나도 너에게....> 이 책을 끝으로 홍신자를 졸업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따금 거울에 비친 내 알몸을 보게 되면 여전히 홍신자가 떠오른다. 바로 제1회 죽산예술제 때문이다.






저 사진 밑의 작은 글씨, '1회 죽산예술제의 오프닝 작품은 카와무라 나미코의 누드 워킹 퍼포먼스였다.' 저 장면을 직접 내 눈으로 본 게 이렇게 평생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다. 1995년쯤인가?

초여름, 밤바람 살랑거리는 초저녁에 야외에서 개최된 공연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카와무라 나미코는 당시 60세 정도였는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살이 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균형잡힌 몸매였는데 60세에 저런 몸매가 가능할까 싶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자연스런 모습이 될까? 그 이후로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볼 때마다 저 누드 워킹이 떠오르곤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야 카와무라 나미코의 이름을 <나는 춤추듯...>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홍신자를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그분의 열정과 도전,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조금은 닮고 싶다. 나는 어떤 순간을 살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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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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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나온 시집. 날 선 시어詩語에 베일 듯...(요즘 읽고 있는 이라영의 <말을 부수는 말>이 사실은 더 날카롭고 선이 굵다.)

 

 

한국의 정치인

 

                                         최영미

 

대학은 그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기업은 그들에게 후원금을 내고

교회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병원은 그들에게 입원실을 제공하고

비서들이 약속을 잡아주고

운전수가 문을 열어주고

보좌관들이 연설문을 써주고

말하기 곤란하면 대변인이 대신 말해주고

미용사가 머리를 만져주고

집 안 청소나 설거지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도대체 이 인간들은 혼자 하는 일이 뭐지?)

 

 

 

 

 

시대가 변해도 세월이 흘러도 살아남을 명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저 씁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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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11-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있어요! (하긴, 이 시인의 시집 다 가지고 있긴 하네요 ^^)

nama 2022-11-06 16:32   좋아요 0 | URL
이런 시집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이런 우연한 만남도 좋은데요.
 

나도 책탑을 쌓아봤다, 일괄 구매한 헌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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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새
정찬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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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를 몇 번 보아야, 장국영의 죽음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생각해야, 난징대학살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야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가볍게 읽기 시작해서 묵직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 뒷표지에 실린 소설가 김연수의 명문을 뛰어넘는 리뷰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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