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도의 열두방향 - 박정석 세계여행 에세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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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우선으로 치던 흥미진진한 시절은 이미 지나버렸고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일상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스럽고 자질구레한 각종 경험들뿐이다. 물론, 중독만큼 피로한 것을 나는 여태 몇 알지 못한다.-112쪽

태양 아래 누워...나는 골치 아픈 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어느 기호학자가 쓴 문명 에세이와 반세기도 더 전에 프랑스에서 저술된 미학서적 한 권을 가지고 있었다....짐을 최소화해야하는 장기 여행이라면 ...이런 책들이 훨씬 실질적이다. 얇아도 아주 오랫동안 읽을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회계입문이나 법률서적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175쪽

진부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 그 과정에서 진부함을 느끼고 조용히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내 나이쯤 되면 어떤 것이 괜찮은 삶인가 시간을 들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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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베드카르 - 인도 불가촉천민 해방자.현대 인도불교의 중흥자
디완 챤드 아히르 지음, 이명권 옮김 / 코나투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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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의 회복은 억합하는 자들에게 구걸하거나 그들의 양심에 호소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오로지 줄기찬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128쪽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제 발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134쪽

교황 앞에 담대하게 나서서 "그대 역시 실수투성이의 인간이로다"하며 교황무오설을 비웃고도 남을 만한 반역자들에게 세상은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306쪽

종교가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인간이 종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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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티베트 여행 에세이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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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의 글은 아름답습니다.

가슴을 저리게하는 실종된 여행자 이야기. 이른 새벽 어둠을 뚫고 서너 시간을 허위허위 걸으며 찾아간 조장터 이야기. 카일라스 순례에 잠시 나섰다가 눈물 쏟은 이야기. 풀어내는 이야기마다 가슴을 촉촉하게 젖게합니다.

여행은 고행같아야 울림이 큰가봅니다.

몸살이 나서 한시간은 책을 읽다가  한시간은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한시간은 책을 읽기를 되풀이하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일상은 일상, 여행은 여행.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일상을 여행하듯, 여행을 일상 삼아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대로 살았던 대가는 몸살과 열병이었습니다.

이 <열병>처럼 제대로 된 여행을 하며 제대로 된 열병를 앓고 싶어집니다.

여행기를 읽는 나만의 이유- 책을 쓴 여행가의 여행을 도와주고 싶어서지요. 이 책을 여러 친구들에게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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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이방인
김성희 글.사진 / 북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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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밑줄만 긋다가 끝나기도 한다.

내 목소리를 더하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기 때문에 조용히 밑줄만 그을 뿐이다.

그런데 어떤 책은 밑줄을 긋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책도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렇다.

모로코 여행기가 책으로 나온 것이 드물다보니 내심 기대를 했는데, 온실 속의 화초 여행기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모로코의 아주엘로스 사장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렇다.

보석 디자인이라는 전문 분야에 있으니 차라리 모로코 보석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 전문적으로 들려주었으면 이렇게 허기지진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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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서평단 알림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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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이 청소년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나는 작년에 내가 담임을 맡았던 한 아이를 계속 떠올렸다. 입학식 날부터 주먹을 휘둘러서 나를 적잖이 긴장시키더니 일년 내내 그 주먹으로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어 담임으로서 선생으로서의 내 무능을 일깨워 주었던 녀석. 그 녀석한테 맞고도 담임인 내게 말을 할 수 없었던 아이들. 보복이 두렵고 담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감도는 학급의 묘한 분위기. 설득도 훈계도 징계마저도 전혀 소용에 닿지 않는 상황.

 

 

그럴 즈음 미국의 교육 전문가 루비 페인 박사의 기사를 읽었다. (2007.6.12 한겨레신문)


대부분 중산층 출신인 교사들은 빈곤층 학생들의 의지부족․능력부족․태도불량 등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속수무책을 하소연한다. 그러나 페인은 이것 역시 ‘계급적 특성’의 일종으로 교사들은 가령 저소득층 학생들이 싸움을 일삼는 것은 싸움이 그들에겐 중요한 생존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싸움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교사의 역할은 이들에게 ‘빈곤층을 벗어나 중산층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화이트칼라 직업을 얻고 싶으면△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언어 습관을 익히고 △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버리는 등의 습관을 익히도록 교육하라는 얘기다.


얘기는 그럴 듯한데 이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싶었다. 아이의 눈빛에서 희망을 읽어 내고 싶은데 소통 두절 상태에 빠진다.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온갖 타이름과 훈화, 조언, 설득은 일방적인 지시 내지는 잔소리의 영역에 머무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과연 ‘빈곤층을 벗어나 중산층이 되고 싶’어할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화이트칼라 직업을 얻고 싶’어할까? 학교 시스템에서는 이 아이들을 자극시키거나 성적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지 못한다. 성적에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못한다. 아, 이 무능함과 막막함이라니......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장애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완득이. 새롭고 재미있는 캐릭터인 담임이자 사회 선생인, 똥주. 이들을 둘러싼 우리의 보잘것없고 서러운 이웃들. 우선 재미있고 유쾌하다. 잘 읽힌다.

   그러나 이런 점은 너무 쉽고 안일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몇 군데 있다.

먼저 똥주는 교회에 다닌다. 똥주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하는 완득이는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교회를 찾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내 몸을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내 몸을 잘 움직여줄 수 있는 체육관을 찾았다.’고 말한다. 체육관이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허나 싫어하는 사람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기 위해 가는 교회라도 교회에 나갈 정도라면 희망을 품은 아이다. 그러나 현실의 주먹짱은, 내가 알고 있는 주먹짱은 절대 이런 생각하지 않는다.

   똥주 선생. 외국인 근로자의 인간적인 대접을 위해 교회 건물을 사들여 운영하고 생활은 옥탑방에서 한다는 설정. 이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가. 악덕 기업주인 아버지의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나 속죄라고 보기도 그렇고, 희생정신이 투철한 천사표로 단정하기에는 그 인물됨의 깊이가 부족해 보인다. 또 교회건물을 댄스 교습소로 전환한다는 것도 이야기이니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정윤하. 완득이의 여자 친구. 야한 만화 사건으로 범생이였던 남자 친구가 전학 간다는 부분. 정윤하의 부모가 어떻게 작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 이런 일로 전학을 간다는 설정은 정말 설득력이 약하다. 이보다 훨씬 약발이 센 사건에도 아이들은 웬만해서는 그냥 버텨낸다. 아이들이 웃을 일이다.

   그러나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통통 튕기는 듯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밝고 희망적이어서 좋다. 소설 속에서나마 그래도 인간의 착한 구석을 드러내주어 이 팍팍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위로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한낱 이야기일지라도. 비현실적인 설정에 비해 너무 앞서가거나 오버하지 않는 잔잔한 마무리는 작가의 숨고르기와 피로 같은 것이 느껴지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글쎄 이 주인공들의 삶에 어떤 다른 대안이 있을까 싶다.

   책을 덮으며 풀리지 않는 현실적인 고민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의 주먹짱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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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나무 2008-04-2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읽고, 주제넘게 몇 자 남깁니다. 역시 현실과 소설에는 괴리가 있지요? 저도 며칠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그래도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현실에 발 디디고 있는 희망이라서 그런지.. 선생님의 주먹짱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의미라서, 힘들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것 같아요. 잘 이겨내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