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자유 - 여행 중독자, 아시아에 가다
이지상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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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자' 이지상의 책이다.

그의 여행기는 꽤 많다. 처음 서너 권 까지는 책 제목을 기억에 남기며 읽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내 기억 밖이다. 음유시인의 노래처럼 읽히는 그의 문체 또한 내 기억력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하기도한다. 그런데 그게 또 묘한 매력이라는 데 묘한 점이 있다. 아무리 읽어도 질리거나 물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담백하고 조촐하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 부턴가 그의 책을 한여름 무더위에 읽게 된다. 물론 야외에서 읽으면 더 감칠맛이 나지만 뭐, 베란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읽어도 괜찮다.

단,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제 맛을 덜 느낄 지도 모른다.

오래된 여행자의 글은 읽는 사람을 오래된 독자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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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본 韓日通史
정재정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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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을 앞두고 읽었다.

이제는 여러 곳을 두루두루 살피는 것 보다 한두 곳에서 짱 박혀있고 싶다. 복작거리는 유명 관광지보다 동네 슈퍼 같은 곳에서 진열 상품을 꼼꼼히 살피거나 동네 아줌마들 장보러 나온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서 일본 여행을 앞두고 고른 여행지는 교토와 오사카.

지은이의 자부심이 얼핏 보이는 책 이름. 제목이 좀 거창하지만 책 내용으로 보건데 그만한 값을 하는 것 같다, 가 아니라 한다.

지금까지 은근히 한 편으로 제쳐놓았던 나라(여행지로서), 뭐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좀 알 것 같은 나라, 궁금한 것도 아쉬울 것도 별로 없을 것 같은 나라, 그러면서도 늘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라, 일본. 우리에게 과연 일본은 무엇인가, 같은 거창한, 감당 불가한 물음을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는 나라, 일본.

이 책은 이렇게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일본 여행을 결정한 사람들에게 알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던 나의 무지를 여지없이 드러내주었다. 나 같이 일본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이 읽으면 무지무지 재미있을 것이다.

교토에 가면 발걸음이 더 더뎌질 것 같다. 신사를 구경하더라도 먼 옛날 신라나 백제와의 관계를 더듬을테고 케이블카를 타더라도 그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데 들어간 한국인의 피와 땀을 떠올릴테니 말이다. 한편, 늘 한국임을 자각하며 여행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 반 걱정 반임을, 답사 여행이 될 것이 뻔한 이런 여행이 결코 내가 바라는 여행이 아니라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벌써 이런 책을 접한 자체가 편하고 쉬운 여행을 포기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ㅋㅋ

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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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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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살아보지 않고는 절대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콕 콕 집어내서 가차없이 도려내고, 속에 있는 말 펑펑 해대고,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통쾌할 정도로 신랄하게 꼬집는 이 작가, 참 재미있다. 악의없고 실없는 농담까지 구석구석 버무려놓았으니 이 작가는 참 여러가지로 사람 배꼽잡게 만든다.

"스웨덴에서 뭔가를 사먹는다는 건 가슴이 미어지는 경험의 연속이다."-p.186
그랬었다. 내게 유럽은 고물가의 가슴 아픈 기억만 남아있다. 기막힌 표현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넌즈시 힘을 줄 때는 머리 속 한 자락이 팽팽해진다.

p.201 나는 부유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주의를 견지했다는 점에서 스웨덴을 흠모하면서 자랐다.....스웨덴은 수년 동안 내게 완벽한 사회의 전형으로 보였다. 그 완벽성를 위해 치른 대가가 살인적인 물가와 즐거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삶의 방식이었다는 사실만 해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p.295 스위스의 아펜젤 이너호덴에서는 1990년까지 주정부 투표에서 여성이 배제되었다. 이들은 점잔을 빼고 무자비할 정도로 이기적인 성향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십만 명이나 데려오면서도 시민권 주는 것은 거부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스위스인들은 이렇게 해서 불경기일 때 실업 수당이나 의료 보헙 등 사회보장을 제공할 필요도 없이, 호경기에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런 방법으로 인플레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안락하고 쾌적하게 자국민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존경심은 들지 않는다.

p.335 오스트리아는 발트하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며, 세계인의 의견에 과감히 맞서 발트하임과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자국의 용기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발트하임이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는 사실과 전범으로 공식 기소된 인물이며, 예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몹시 구린 그의 과거를 눈감아주면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배짱은 가히 전투적이다. 발트하임과 같은 인물을 지지하는 국민이라면 특별한 사람들임에 틀림없으니 오스트리아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유럽 문화에 몸담고 있는 빌 브라이슨이야 그렇다치고, 아시아에 살고 있는 나는 과연 그처럼 아시아를 경험하고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을까. 비빔밥 비비듯 비벼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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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서평단 알림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로저 마틴 지음, 김정혜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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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라딘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게 된 책이다.

제일 만만해 보이면서도 뜬구름 잡는 듯한 비현실성 문제 해결 제시로 책 읽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온갖 자기계발류의 서적들. 이런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에 깔고 이 책을 읽자니 적잖이 힘겹고 지루하고 답답하다. 책을 받아들고 난감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고 일단은 흥미로운 제목에 끌렸다.



p.77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세상을 개선하기 위한 도전을 즐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명한 사람들을 찾아내 통합적인 사고라는 공통점을 읽어낸다.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자택일의 트레이드오프에서 벗어날 것, 진짜 창의적인 해결책은 단순화나 전문화가 아닌 복잡성에서 나온다는 것, 창조적 사고의 3가지 조건, 창조적 리더들은 자신과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는 것등을 여러 사례들을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보기 쉽게 요약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p. 134 어떤 선택을 하든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을 경우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노라고 항변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치유할 수 방법이 바로 “통합적인 사고”라고 역설하는데 나름 공감은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사람들의 성공담에는 쉽게 근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게 썩 와 닿지 않는 부분도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는 세상은 그것도 일등을 꿈꾸는 세상은 얼마나 숨 막히고 재미없는 세상인가. 그래서 이 책은 일등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일등에는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별 매력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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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 근대 망령으로부터의 탈주, 동아시아의 멋진 반란을 위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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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53. 평남국 - 중국 최초의 이슬람 국가

두문수(1823-1872)가 따리에서 병사를 일으켜 운남성의 대부분을 거의 20년간 통치하게 될 평남국을 건국.....평남국 이야기는 현재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운남 계통의 회족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역할을 한다.....중앙과 주변의 차별을 극복하고 동아시아 문화의 여러 요소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평남국 건국을 계기로 형성된 회족의 융화적인 정체성에 주목해볼 만하다.

p.69-76  너희가 톨스토이를 아느냐....톨스토이의 핵심사상: 병역거부와 국가주의에 대한 절대적 반대...친일 성향의 신예 개화파가 톨스토이의 탈근대적 대안을 추상화하고 종교화해서 병역거부, 국가에 대한 불복종 호소와 같은 그의 정치 사회적 핵심 사상을 빼버린 것이다.

p.222 잊혀진 공산주의자의 향기-김명식

p.229 영웅 최재형의 잊혀진 전설

p.236 회색 괴짜, 변영만을 아십니까? 

김명식, 최재형, 변영만 ...... 관심이 간다. 내가 이렇게 몰랐다니.....

p. 247  야누스처럼 다른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진 '민중'이 체제에 대한 환상이나 가부장적인 습관들, 시장 질서를 당연지사로 매도하는 각종 왜곡된 '상식'들, 그리고 체제 안에서 신분 상승의 욕망을 버리고 혁명 주체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역사적 준비 기간과 특수한 계기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살벌한 체제 하에서 민중이 순응적인 자세를 취해도 그들의 저항적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결국은 "못살겠다!"라는 함성이 터질 때가 오는 것이다.

p.368  '착한 사람' 예로센코...돈키호테의 정신과 근대적인 세계 무정부 혁명가의 의식이 동시에 내재해 있었던 사람...천재이자 기인이면서 동화작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사람....후대 사람들이 그에게 배워야 할 것이 명예와 안정된 생활을 팽개치고 인류애의 길을 선택한 그의 용기, 그리고 세계 민중을 인종이나 민족으로 나누려 하지 않았던 세계 혁명가의 정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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