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서평단 알림
전사들 -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사들의 '이기는 기술'
프랭크 맥린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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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는가. 휴일 TV 스포츠 프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흥미진진할 것이다. 식구 중 누군가 켜놓은 스포츠 중계를 보진 않지만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할 수 없이 곁눈질이라도 눈에 담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역시 그만한 인내와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스파르타쿠스, 코르테스, 도쿠가와 이에야스, 아틸라, 리처드, 나폴레옹.

세계사의 한 무대를 주름잡았던 걸출한 인물들에 관한 이 책을 손에 쥐고 있는 내내 나는 흡사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어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부문이 있다면 내게는 스포츠 분야다. 내 몸을 써야하는 스포츠가 아닌 보는 것으로 즐기는 스포츠는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그저 눈요기 이상은 아니라는 이 고정관념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 것이다.

이 영웅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스포츠의 규칙들을 속속들이 알고 관람에 임하는 고도로 훈련된 스포츠광과 같은 열의와 열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지나치게 자세하게 서술된 이야기에 맞부닥뜨리면 도망가고 싶고 얼른 뒷장으로 넘어가고 싶은 충동에 몸살이 나기도 한다. 스포츠 중계에 절대로 빠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영웅들의 이야기에도 절대로 몰입하지 못하리라.

알라딘 서평단에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라도 이 책을 접하지 못할 테니 한편 고맙고 한편 죄송스럽다. 내 역량(이랄 것도 없지만)이 요것 밖에 안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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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학교 - 탄자니아의 사람.문화.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구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에서 살아보는 일, 이 자체로는 특이한 경험이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거나 아무나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과감하게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부러움을 사고 남을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 아프리카가 아닌 북극이나 남극 어디의 배경이 깔렸다고해도 마찬가지이리라.

아니 부러움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갰다. 아침 출근 때 아파트 단지내에서 내 옆을 스쳐가는 가벼운 등산복 차림의 동네 아줌마들을 볼 때마다 한없이 부러운 마음이 드는 나로서는 아프리카에서의 삶이란 분명 질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여행이란,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모은 돈으로 배낭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의 그것과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내게는 더더욱 부러운 일이다.

내가 (가능하면)퇴근 때마다 운동삼아 돌아오는 습지생태공원. 몇 십 만 평의 들판에 출렁이는 갈대와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벼과 식물들, 갈대와 숨바꼭질하는 여러 종류의 억새, 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카멜레온 같은 함초, 갯벌에 숭숭숭 구멍을 내고 들락거리는 부지런한 게들. 맨발로 걸으면 밀가루를 밟는 듯한 소금반 흙반의 마른 갯벌의 오솔길.그런데 이 너른 들판에 지금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포크레인과 각종 대형 트럭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더니 그 너른 들판에 무성하던 온갖 생명들을 다 쓸어내면서 땅을 개간(?)하는 중이다. 새로운 공원을 만든다고 그런 난리굿이다.풀 숲에서 살고 있던 그 많은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공원 내에서 동식물을 채취하면 벌금 10만원"을 물린다는 플래카드의 경고에 눈치보며 채취했던 쑥과 민들레와 해당화 꽃잎.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들 거였다면 그런 경고는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을 오늘도 질겅질겅 씹으며 공원을 돌아나왔다. 누구는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즐기는데 겨우 동네의 생태공원이나 돌면서...

기왕 아프리카에 갔으면 좀 더 치열하게 사는 모습 좀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한테 읽힐 수 있을텐데. 귀중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단순 여행자의 정보 보다 좀 나은 정보와 사실의 소개 이런 거 말고 말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쉽겠는가. 몇 년 씩 동네 생태공원을 돌면서도 내 생각이란게 만날 거기서 거기고 개발에 몸서리치며 사라져가는 뭇 생명들을 보면서도 딱히 분노 한 번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나는 이 책을 집어들면서 그런 기대를 했었나보다. 이렇게 실망하는 걸 보면.

이 책은 (내가 신청해서) 도서관에서 구입해 놓은 책인데 빌려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여행가의 책은 그 여행가의 다음 여행을 위해서 적극 팔아줘야한다는 내 나름의 구입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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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 디자인 여행 1
박우혁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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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밑줄 친 단 하나의 문장.

p. 251  하루에 여덟 시간 동안이나 선 채로 작은 글자의 조각들을 바라보던 기억은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스위스 바젤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의 유학기라고 해야 하나 스위스 여행기라고 해야 하나.

 

내가 96년초에 가 본 스위스 바젤은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박물관 아니면 미술관이었다. 그 당시 취리히와 인터라켄 그리고 바젤을 갔었는데 왜 바젤에 갔었나 하는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별 정보없이 갔던 곳인데 뜻밖에 미술관, 박물관 등이 널려 있어서 무척 놀라웠던 기억과 그 후로 이 도시가 내내 여운으로 남아 있어서 다시 한 번 간다면, 아니 이 도시를 보러 꼭 다시 가야지, 하는 곳이 바로 바젤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세상은 늘 나 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많은 법. 바젤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이 있고 책도 썼다기에 얼마나 궁금했던지. 누구는 생각만 있고 그리워만 하는 데 누구는 온 몸을 담근다. 부럽다.

디자이너가 쓴 책이라 눈이 호사를 한다. 항공권과 각종 티켓 사진은 초보 여행자의 그것처럼 신선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곳의 디자인을 얘기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글이 좋으면 사진이 시원찮아도 책이 맛깔스럽고 멋진데, 사진이나 그림이 좋고 글이 시원찮으면 느낌이 반감된다. 문자 중독증 때문이겠지 싶다, 아마도.

몇 시간만에 쉽게 읽히는 책. 중간에 볼 일 보러 잠깐 책을 편 상태로 엎어놨더니 마치 부록편처럼  뒷부분의 몇 십 페이지가 우수수 떨어져나온다. 잘 차려입은 멋장이의 속옷이 밖으로 비어져 나온 것처럼 흉물스럽다.

타이포그라피의 세계. '글자를 이용한 모든 종류의 디자인 행위'가 타이포그라피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것은 그래도 재미있고 새롭다. 그런데 딱 그것뿐이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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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유재현 온더로드 1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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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시아를 제대로 혹은 바로 보기 위한 것인데 뒤집으면 미국 똑바로 보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p. 87  킬링필드.....1978년부터 이루어진 대대적인 숙청으로 1만 5천여 명에 가까운 인명이 툴슬렝에서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44개월 동안의 민주캄푸치아 새대는 이 밖에도 2백만 명의 크메르인들이 목숨을 잃은 킬링필드는 오욕의 시대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이 수치는 오로지 반공주의의 산물이며, 실제로는 70~80만 명이었고 대부분의 사망자가 미군의 폭격과 전쟁으로 인한 농토의 황폐화, 농업 노동력의 극적인 감소에 따른 아사자였다. 또한 툴슬렝과 킬링필드는 1979년 캄보디아를 침략한 베트남의 선전 도구였다.

p.153  중국의 베트남 난민...은 1975년 베트남의 통일 직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19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 전후 정점에 달했다. 난민 상태로 길게는 30년을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30만을 헤아리는 중국의 베트남 난민은 현재 광둥, 윈난, 푸젠, 하이나, 장시, 광시 등 6개 지역에 분포된 194개의 난민정착지에서 30년의 세월을 거주하고 있다....지금도 여전히 난민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실은 중국과 베트남 중 어느 나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심으로 애쓴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p. 173  마약 문제....는 미국의 군사적 간섭에 활용되어왔던 단골 빌미 중의 하나였다. 예컨대 파나마, 콜롬비아, 예전의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들은 마약 단속을 앞세운 미군의 침입에 속수무책이었으며, 심지어는 대대적인 공습조차 피할 수 없었다. 미국의 허수아비였던 파나마의 노리에가는 용도가 폐기되었을 때 마약을 빌미로 미군의 손에 끌려가 미국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p.185   1980년대 중반 코카인을 미국의 대중적인 마약으로 만든 것은 결국 미국 자신이었다. 골든 트라이앵글이 전세계 아편 생산의 60~70%에 이르는 대규모 산지로 발달하게 된 기반을 조성한 것도 미국이었다. 프렌치 커넥션과 손을 잡고 헤로인을 전쟁터에 끌려나온 미군 사병들과 나아가 미국 본토로까지 배급한 장본인 또한 미국이었다. 아프카니스탄이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인가? 그런 미국이 40년 동안 끊임없이 부르짖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p.206  막사이사이...미국이 아시아에서 발탁했던 인물들, 예컨대 이승만과 응오딘지엠에 비교한다면 (그는) 그 중 최고의 인물로 손색이 없었다....조지프 에스트라다와 함께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단 두 명의 평민 중 하나였다...그는 완고하고 강직한 친미 반공주의자였다.그는 식민지 지주계급이 토지개혁에 저항하며 농민들을 살해하고 수탈했던 필리핀을 군사적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예속시킨 미국을 외면했다. 그는 공산주의가 농민들 속에 뿌리를 내린 이유를 무시하고 공산주의를 군사적으로 섬멸하는 데 앞장선 맹목적 파시스트였다. 그는 본질적으로는 그의 전과 후에 존재했던 필리핀의 대통령들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대만의 2.28(얼얼빠)에 관한 부분을 읽다가 좀 부끄러웠다. 대만에 지우펀 혹은 주펀이라고 발음하는, 바다와 섬이 무척 아름답게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곳이 있다. 영화<비정성시>를 이곳에서 찍어서 더 유명해진 곳인데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즐비하고 곳곳에 자리잡은 고풍스러운 찻집 또한 매력적이어서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며 홀짝이는 차 맛은 정말 대만 여행의 백미였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렇게 한 대만여행은 겨우 반쪽짜리 여행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의 5.18보다 더 모질고 질긴 38년간의 침묵을 지켜온 2.28 (양민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이다. 벼르고 벼르는 영화 <비정성시>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가지 더, 아시아 여행은 그 땅에 씌어진 비밀스럽고 해묵은 역사와 이름 모를 민중들의 희생을 모른다면 제대로 된 여행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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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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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현대판 전설로만 여겨졌던 짐 로저스의 여행. 승용차로 세계일주하기.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약혼녀, 촬영과 기록을 담당한 수행원까지.

3년간 116개국 15만2000마일이라나.

세계를 손에 쥐고 한 나라 한 나라 정치, 경제, 역사 등을 분석해가며 진기하고 낯선 것들을 겁없이 만져보고 먹어보고 경험해 보는 것,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다.

무엇보다도 그의 여행 방식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떤 나라를 가면 그 나라의 투자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실제 투자도 한다는 것, 심지어는 투자한 나라를 재방문하여 (마치 수금하러 다니는 것처럼) 이미 개설한 계좌들을 정리도 한다니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인가 싶다. 제목 그대로 그는 캐피탈리스트답다. 경제 전문가의 세계일주기답게 이곳에 등장하는 나라에 대해 분석하는 그의 글을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심지어 이런 글도 있다.

p.427 나는 오늘날 파라과이를 바라보면서 이 나라가 차라리 존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100여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기를 한 권으로 쓴 것이라 너무나 단편적인 얘기들이 많다. 허나 그 많은 얘기를 그래도 그나마 단 한권으로 정리한 것은 다행이다. 이 책 읽는 것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자유무역주의, 세계화를 부르짓는 부분에서는 캐피탈리스트의 진면목이 여지없이 드러나지만 미국에 대한 비판은 나름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나로서는)거시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의 다양한 관점을 따라 이 책을 읽다보면 끝내 이런 혼란으로 마감된다. 도대체 이 책은 여행기야, 비지니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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