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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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사람들이 산티아고에 대해 열광할 때 슬쩍 틀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뭘까. 그 길이 뭐 대단하랴. 길을 새로 닦는 것도 아니고 없는 길 만들어가며 모험에 나서는 것도 아니며 그저 유럽의 잘 다듬어진 길을 걷는 게 뭐 그리 대수기에 그렇게 야단법석일까, 싶었다. 사실은 지금도 이런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서 그렇지 내 몸만 건강하다면 까짓 그 길이 뭐 대수랴. 고비 사막도 아닌 것을. 가다보면 적당한 곳에 잘 곳 있지 먹을 곳 있지, 걷다보면 친구도 생길 것이고 걷는 데 이력도 붙을테고...물론 걷고는 싶다. 그러나 그 수준은 내가 늘 꿈꾸는 지리산 종주와 거의 같은 정도이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무수한 이야기보다, 그래서 나는 제주 올레를 만든 이 서명숙이라는 분이 참 대단하고 멋져보이는 거다. 이런 분 같은 길동무가 있다면 세상 어디엔들 가지 못하랴,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올 여름에는 제주올레를 걸어볼까나. 제주올레에 빠져 제주 이민을 가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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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나이의 힘 1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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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의 두 책을 동시에 읽고있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과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사람으로부터~>를 먼저 읽고 있다가 며칠 뒤에 <나는 이렇게~>를 마저 구입하고는 오며가며 곶감 빼먹듯이 읽어 나가고 있다. 어느 때는 <나는 이렇게~>인줄 알고 읽고 있었는데 책을 덮고보니 <사람으로부터~>였을 때도 있었다.  

사실 <사람으로부터~>는 맛보기로 본 몇 쪽의 강한 흡입력 때문에 읽게 된 책인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기대한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게되는 책은 단연 <나는 이렇게~>였다. 사람과의 관계 보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대비에 더 마음이 끌린다는 건 한마디로 나 자신이 그쪽 대열에 섰다는 반증이 되려나. 늘 사람과의 관계에서 허덕인다고 생각해왔는데도 말이다. 

이 리뷰를 써야 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한 문장이 있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좋다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192쪽) 

...어디서 죽든 마찬가지다. 고향에서 죽는다고 해서 무엇인가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외국에서 죽으면 돈이 든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요즘에는 그것도 준비해두면 간단하다. 자필의 화장 승락서를 휴대하고 다니면 된다. 그렇게하면 어느 나라에서건 화장하여 유골로 만들어준다. 유골이라면 운송비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항공 회사가 싼 가격으로 작은 상자에 넣어 일본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한참이나 혼자 웃었다. 유쾌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웃었다. 차라리 비행기 사고로 공중 산화하면 더 깨끗한 죽음이 될 수 있으련만, 역시 일본인은 죽음조차도 작은 상자에 담는구나, 하고.

그러나 다음 구절을 읽고는 나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았다. 마음에 안들거나 거슬리거나 불편하거나 할 때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거나 찡그리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명랑하게 행동하는 것은 세상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에 상처 받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센티멘탈리즘일 뿐이다.(52쪽)

 
   

 이쯤에선 다시 <사람으로부터~>로 돌아가야하지 않을까. 다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온 날 다음 구절이 또 가슴에 꽂힌다. 

   
 

 시력도, 청력도, 운동 능력도 모조리 잃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타인으로 하여금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위엄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일생 동안 무엇인가를 열심히 추구해온 결과일 수도 있고 별다른 재주가 없어도 겸허하게 타인에게 감사할 줄 아는 현명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78쪽)

 
   

 솔직히 말하면 이 두 책을 모두 완독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띄엄띄엄 대충 넘겨보며 그때 그때 생각에 잠겼을 뿐이다. 어느 때는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도 새로울 때가 있다. 이 책은 그저 친구 삼아 말벗 삼아서 생각날 때 마다 뒤적거리기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담배 맛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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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순 미술가족의 유럽여행
신하순 글.그림 / 성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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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이 해보지 못한 것을 했을 때나 보지 못한 것을 보았을 때는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여행기가 넘쳐나는 법이리라. 나 역시 며칠 안되는 짧은 여행을 하면서도 그걸 기록으로 남겨서는 그걸 또 그대로 나 혼자만 간직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아는 사람한테 혹은 여기저기 사이트에 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여행 못가서 안달나는 거나 여행기 써놓고 보여주고 싶은 거나 거기서 거기인 것을. 

  유럽의 캠핑장은 매우 훌륭하다. 1993년도 나도 유럽 캠핑 여행(단체)을 하며 언젠가는 우리 나라도 그 비슷한 게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문화라는 게 그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닌가보다. 역시 유럽인들은 확실히 놀 줄 아는 사람들이다. 자기네 땅이나 남의 땅이나 땅을 밟고 여유를 누리고 호기심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조상의 덕을 많이 본 후예답게 그들은 노는 것에 거침이 없다. 

  잘 놀 줄 아는 땅에서 유학을 했던 지은이와 그 가족의 여행기를 읽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는데 그 생각이란 것이 참 퉁명스러워지더라는 게다. 부러움의 다른 표현인가?  

 이 책은 미술을 주제로 한 여행기이라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인답게 구석구석 그림을 그려 넣어서 그림 감상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도 있다.  

  캠핑카 여행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닐텐데 여행이 참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틔우기도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거나 지인이다. 물론 그것도 의미는 있다. 그리고 유럽이라는 데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좀처럼 없는 데라는 것도 안다. 다 갖추어져 있지만 좀처럼 사람 냄새 맡기는 힘든 곳이 유럽이라는 것을 나도 여행을 통해서 알고있기는 한데 그래도 뭔가 부족한 걸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남편과 아내의 대화에서 남자는 늘 반말, 여자는 남편에게 존대말을 해야하는 것도 좀 짜증나는 대목이다. 그걸 반대로 표현한다면 걸작이 되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가정을 또 해본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들도 이 책을 많이 사주고 읽어주었으면 한다. 이들 가족의 여행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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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 플래닛 스토리 - 여행을 향한 열정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
토니 휠러, 모린 휠러 지음, 김정우 옮김 / 컬처그라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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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휠러. 여행 가이드북으로 세계를 평정한 인물, 배낭 여행족의 교주, 세계 여행의 전설적인 인물....온갖 수식어를 붙일만한 사람이 쓴 이 책은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완벽을 추구하는 듯한 론리 플래닛의 가이드북처럼 이 책 역시 치밀하고 내용이 방대하며 책의 두께 또한 만만치 않은데다 글씨까지 작아서 끝까지 읽어내기가 여간 만만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 여행의 꿈을 불러일으키고 실현 가능하게했던 토니 휠러 부부의 일대기인 이 책을 읽다보면, 이 토니 휠러라는 사람은 여러 사람의 몫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를 내 집 드나듯이 휘젓고 다니는 부분은 부러운 마음 이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나마 그런 여행 이야기도 짤막하게 줄거리만 적어서 그렇지 거기에 살 좀 붙이고 멋을 살려 쓴다면 이 책은 뻥튀기처럼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다. 읽다가 질려버리고 말 것이다. 

여행 중에 이 책을 읽다가 혀를 찼던 기억도 있다. 궂은 날씨 탓에 난방이 시원찮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나절을 꼼짝없이 뭉기적거려야 하는 날, 호텔은 커녕 야외 취침도 서슴지 않았던 이들 부부의 여행담을 읽으니 깊은 경외감마저 들었다. 여행에 대한 초인적인 열정을 읽으며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몇 십 년의 여행과 책 출판 및 사업 과정을 압축해놓은 이 책은, 이 책을 쓴 사람도 대단하지만 한편으로 이 책을 번역한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몸서리를 쳤을까 싶다. 그저 읽기만해도 때로 몸서리쳐지는 것을. 이 책을 읽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싶어서, 나는 뒷부분은 슬쩍 건너뛰며 읽어내려갔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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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거닐다 -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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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짓 혼자 조용히 머물다 오기에 교토만한 곳이 또 있을까. 

교토의 분위기. 그네들의 전통 복장인 기모노와 나무 샌들인 게다를 신고 거리를 따박따박 거닐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동네. 어쩌다 마주치는 게이샤의 이국적이고 초인공인적인 꾸밈새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동네. 골목에 자리한 상가의 소박한 간판들이 주는 아늑함 혹은 편안함.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자부심 강한 상점들의 빛 바랜 노렌. 짜임새있는 시스템을 갖춘 시내버스에서 느끼는 조용하고도 확실한 안전감. 세월이 흘러 10년만에 찾아와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곳. 어쩐지 이렇게 쓰니 교토는 무슨 사랑스러운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서 발길 닿는대로 거닐며 아무런 방해나 매인 일 없이 살아본다는 것은 말하자면 로망이 되겠지. 하고 싶어하는 것, 이를테면 산책이나 사진찍기, 스케치, 독서, 카페 순례 등을 하며 온전히 내가 내 친구가 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것. 이것도 은근히 꿈꾸는 로망이 되겠지.   

지은이는 보름 남짓한 여행에 집필 기간이 열 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 열 달이라는 기간은 분명 교토 여행의 무한 반복이었으리라. 여행이 그러했듯 집필 또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본, 이라는 의식에 붙잡혀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교토 박물관 옆, 잡풀이 우거진 채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방치된 듯한 선조들의 귀무덤에 가 본 사람이라면, 혹은 더 심하게는 그 무덤에 꽃 한 송이 올리고 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해 볼 사람이라면 절대 이 책을 집어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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