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순 미술가족의 유럽여행
신하순 글.그림 / 성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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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사람이 해보지 못한 것을 했을 때나 보지 못한 것을 보았을 때는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여행기가 넘쳐나는 법이리라. 나 역시 며칠 안되는 짧은 여행을 하면서도 그걸 기록으로 남겨서는 그걸 또 그대로 나 혼자만 간직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아는 사람한테 혹은 여기저기 사이트에 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여행 못가서 안달나는 거나 여행기 써놓고 보여주고 싶은 거나 거기서 거기인 것을. 

  유럽의 캠핑장은 매우 훌륭하다. 1993년도 나도 유럽 캠핑 여행(단체)을 하며 언젠가는 우리 나라도 그 비슷한 게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문화라는 게 그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닌가보다. 역시 유럽인들은 확실히 놀 줄 아는 사람들이다. 자기네 땅이나 남의 땅이나 땅을 밟고 여유를 누리고 호기심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조상의 덕을 많이 본 후예답게 그들은 노는 것에 거침이 없다. 

  잘 놀 줄 아는 땅에서 유학을 했던 지은이와 그 가족의 여행기를 읽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는데 그 생각이란 것이 참 퉁명스러워지더라는 게다. 부러움의 다른 표현인가?  

 이 책은 미술을 주제로 한 여행기이라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인답게 구석구석 그림을 그려 넣어서 그림 감상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도 있다.  

  캠핑카 여행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닐텐데 여행이 참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틔우기도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거나 지인이다. 물론 그것도 의미는 있다. 그리고 유럽이라는 데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좀처럼 없는 데라는 것도 안다. 다 갖추어져 있지만 좀처럼 사람 냄새 맡기는 힘든 곳이 유럽이라는 것을 나도 여행을 통해서 알고있기는 한데 그래도 뭔가 부족한 걸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남편과 아내의 대화에서 남자는 늘 반말, 여자는 남편에게 존대말을 해야하는 것도 좀 짜증나는 대목이다. 그걸 반대로 표현한다면 걸작이 되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가정을 또 해본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들도 이 책을 많이 사주고 읽어주었으면 한다. 이들 가족의 여행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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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 플래닛 스토리 - 여행을 향한 열정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
토니 휠러, 모린 휠러 지음, 김정우 옮김 / 컬처그라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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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휠러. 여행 가이드북으로 세계를 평정한 인물, 배낭 여행족의 교주, 세계 여행의 전설적인 인물....온갖 수식어를 붙일만한 사람이 쓴 이 책은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완벽을 추구하는 듯한 론리 플래닛의 가이드북처럼 이 책 역시 치밀하고 내용이 방대하며 책의 두께 또한 만만치 않은데다 글씨까지 작아서 끝까지 읽어내기가 여간 만만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 여행의 꿈을 불러일으키고 실현 가능하게했던 토니 휠러 부부의 일대기인 이 책을 읽다보면, 이 토니 휠러라는 사람은 여러 사람의 몫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를 내 집 드나듯이 휘젓고 다니는 부분은 부러운 마음 이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나마 그런 여행 이야기도 짤막하게 줄거리만 적어서 그렇지 거기에 살 좀 붙이고 멋을 살려 쓴다면 이 책은 뻥튀기처럼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다. 읽다가 질려버리고 말 것이다. 

여행 중에 이 책을 읽다가 혀를 찼던 기억도 있다. 궂은 날씨 탓에 난방이 시원찮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나절을 꼼짝없이 뭉기적거려야 하는 날, 호텔은 커녕 야외 취침도 서슴지 않았던 이들 부부의 여행담을 읽으니 깊은 경외감마저 들었다. 여행에 대한 초인적인 열정을 읽으며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몇 십 년의 여행과 책 출판 및 사업 과정을 압축해놓은 이 책은, 이 책을 쓴 사람도 대단하지만 한편으로 이 책을 번역한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몸서리를 쳤을까 싶다. 그저 읽기만해도 때로 몸서리쳐지는 것을. 이 책을 읽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싶어서, 나는 뒷부분은 슬쩍 건너뛰며 읽어내려갔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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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거닐다 -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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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짓 혼자 조용히 머물다 오기에 교토만한 곳이 또 있을까. 

교토의 분위기. 그네들의 전통 복장인 기모노와 나무 샌들인 게다를 신고 거리를 따박따박 거닐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동네. 어쩌다 마주치는 게이샤의 이국적이고 초인공인적인 꾸밈새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동네. 골목에 자리한 상가의 소박한 간판들이 주는 아늑함 혹은 편안함.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자부심 강한 상점들의 빛 바랜 노렌. 짜임새있는 시스템을 갖춘 시내버스에서 느끼는 조용하고도 확실한 안전감. 세월이 흘러 10년만에 찾아와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곳. 어쩐지 이렇게 쓰니 교토는 무슨 사랑스러운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서 발길 닿는대로 거닐며 아무런 방해나 매인 일 없이 살아본다는 것은 말하자면 로망이 되겠지. 하고 싶어하는 것, 이를테면 산책이나 사진찍기, 스케치, 독서, 카페 순례 등을 하며 온전히 내가 내 친구가 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것. 이것도 은근히 꿈꾸는 로망이 되겠지.   

지은이는 보름 남짓한 여행에 집필 기간이 열 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 열 달이라는 기간은 분명 교토 여행의 무한 반복이었으리라. 여행이 그러했듯 집필 또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본, 이라는 의식에 붙잡혀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교토 박물관 옆, 잡풀이 우거진 채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방치된 듯한 선조들의 귀무덤에 가 본 사람이라면, 혹은 더 심하게는 그 무덤에 꽃 한 송이 올리고 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해 볼 사람이라면 절대 이 책을 집어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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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모명숙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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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라인홀트 메스너 

현대의 전설적인 모험가. 

그가 쓴 책을 읽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차분하고 관조적인 글이다. 아마도 예순을 넘긴 나이 때문이 아닐까싶다. 젊은 시절에 쓴 책을 읽으면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p. 41  발로 걸어서 다니고 싶었던 것이다. 독자적으로 제 발로 걸어간다. 이것이 내가 길을 떠나는 전제 조건이었다...오프로드 자동차와 헬리콥터의 공중 지원이 생긴 후로 어떤 식으로든 고비 사막 횡단은 실행 가능해졌고, 나처럼 조건을 달지 않는 게 가소로운 짓이 되었다. 오늘날은 기술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그 기술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려고 한다.  
p. 55  나는 형이 떠난 후 예전에 형과 함께 주었던 닭 모이를 처음으로 혼자서 주었을 때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울먹였다. 
p. 95  나는 회상을 통해 아버지에 대해 커다란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아버지는 전쟁 시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빌뇌스에 머물렀다. 원래 내키지 않는 삶을 오래 산다는 것은 자기의 백일몽을 좇는 것보다 더 어렵고 결국 더 용감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마흔 살이 되어서 그것을 아주 다르게 생각했던 일이 기억난다.  
p. 199  중부 유럽에 사는 것이 아무리 좋아도, 나는 광활한 지평선에 대한 중독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집이 있는 주발 성의 담에서 추락한 이후에도 지평선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병적인 방랑벽 때문에 도저히 가만히 머물 수가 없었다. 여행했다고 해서 내가 더 노련해지거나 현명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돌아다닌 것 때문에 더 늙고 몸만 뻣뻣해졌을 뿐이다. 

다른 때에 이 책을 읽는다면 다른 구절을 옮겨 적었을 지도 모른다. 책 뒤 표지에 있는 아름다운 글 같은 것.  이를테면 ' 마음 속에 있는 사막 한가운데' 같은 표현. 그러나 나는 이런 식의 표현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차라리 등반 길에 사고로 잃어버린 형제에 관한 이야기나 어린 시절의 형 이야기가 더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마음 속의 사막이란 아무리 드러내고 싶어도 타인은 알 수 없지 않을까. 혼자서 그저 읖조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몇 주 동안 홀로 사막을 걸어가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묵묵히 그리고 힘겹게 걸어가며 자신에게 말을 걸거나 옛 생각에 빠져들거나 명상에 접어들거나 아니면 사막처럼 텅 비게 되지 않을까. 이런 내면의 세계는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겠는데 그러고 싶은데, 대신 이 위대한 모험가가 쓴 책을 통해 대리경험을 해보는 수 밖에..... 

여행이랍시고 며칠만 돌아다녀도 눈에 띄게 늙어가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몸으로 체험하는 나이가 되었다, 나도. 여행 중에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놀랐으니까. 그래서 나는 "여행했다고 해서 내가 노련해지거나 현명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 솔직함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도저히 가만히 머물지 못하게 하는 그의 방랑벽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하고, 감히. 

만약 내가 사막을 여행한다면 나도 이 모험가처럼 "가소로운 짓"을 하고싶다. 너무나 잘 짜여진 밥 잘 먹여주는 여행 대신, 내 두 발을 혹사해가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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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그림 여행 나만의 완소 여행 2
최수진 글 그림 사진 / 북노마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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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 위에서 힘이 솟는 사람이잖아." (p.168) 

이 책은 누구에게 잃히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여행 기록을 남길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닐까 싶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책은 나름 완성도를 갖춘 것 같다. 손으로 직접 그려 넣은 그림들도 앙증맞고 사랑스럽고 이쁘다. 감각을 자극하거나 생각을 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요소는 적어서 좀 아쉽지만 그건 그만큼 연륜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거니까 그것까지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p.98) 고무나무 숲 ....고무나무. 은행나무나 가시나무에 비해 이름이 낭만적이진 않지만 음악 하는 분들,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세요...... 

위 아래 고무나무 그림 사이에 삽입된 위 글은 글 자체로는 별 것 아니지만 고무나무 숲을 그린 그림 속에서는 울림이 있는 말이다. 직접 그 페이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참 사랑스럽다.

앞서 말했듯 울림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상큼하고 톡톡 튀는 맛은 일품이다. 이를테면, 

(p.81) ...완벽했다. 적어도 사고의 전환이 있기 전까지 이 방은 완벽했다. 전환은 회전문처럼 몇 단계를 거쳐 일어났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한 칸-어둠 속에서 통나무를 오르내려야 한다는 것!-, 형광등에 파닥대는 거대 나방의 물결에 또 한 칸, 게다가 창문 틈으로 계속 진입하려는 모습에 다시 한 칸.....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여행이 중심이고 그림은 나중인 전반부와 그림 작업과 기록을 목적으로 한 여행기인 후반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후반부에 비해 전반부가 자연스럽고 여행의 흐름을 따라 읽어 나가는 맛도 좋다. 여행 보다는 일(작업)이 앞서는 여행기는 여행이 주는 일탈이나 우연 보다는 인위적이고 계획적 혹은 목적적이라서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할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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