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 디자인 여행 1
박우혁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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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밑줄 친 단 하나의 문장.

p. 251  하루에 여덟 시간 동안이나 선 채로 작은 글자의 조각들을 바라보던 기억은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스위스 바젤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의 유학기라고 해야 하나 스위스 여행기라고 해야 하나.

 

내가 96년초에 가 본 스위스 바젤은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박물관 아니면 미술관이었다. 그 당시 취리히와 인터라켄 그리고 바젤을 갔었는데 왜 바젤에 갔었나 하는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별 정보없이 갔던 곳인데 뜻밖에 미술관, 박물관 등이 널려 있어서 무척 놀라웠던 기억과 그 후로 이 도시가 내내 여운으로 남아 있어서 다시 한 번 간다면, 아니 이 도시를 보러 꼭 다시 가야지, 하는 곳이 바로 바젤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세상은 늘 나 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많은 법. 바젤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이 있고 책도 썼다기에 얼마나 궁금했던지. 누구는 생각만 있고 그리워만 하는 데 누구는 온 몸을 담근다. 부럽다.

디자이너가 쓴 책이라 눈이 호사를 한다. 항공권과 각종 티켓 사진은 초보 여행자의 그것처럼 신선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곳의 디자인을 얘기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글이 좋으면 사진이 시원찮아도 책이 맛깔스럽고 멋진데, 사진이나 그림이 좋고 글이 시원찮으면 느낌이 반감된다. 문자 중독증 때문이겠지 싶다, 아마도.

몇 시간만에 쉽게 읽히는 책. 중간에 볼 일 보러 잠깐 책을 편 상태로 엎어놨더니 마치 부록편처럼  뒷부분의 몇 십 페이지가 우수수 떨어져나온다. 잘 차려입은 멋장이의 속옷이 밖으로 비어져 나온 것처럼 흉물스럽다.

타이포그라피의 세계. '글자를 이용한 모든 종류의 디자인 행위'가 타이포그라피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것은 그래도 재미있고 새롭다. 그런데 딱 그것뿐이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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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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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현대판 전설로만 여겨졌던 짐 로저스의 여행. 승용차로 세계일주하기.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약혼녀, 촬영과 기록을 담당한 수행원까지.

3년간 116개국 15만2000마일이라나.

세계를 손에 쥐고 한 나라 한 나라 정치, 경제, 역사 등을 분석해가며 진기하고 낯선 것들을 겁없이 만져보고 먹어보고 경험해 보는 것,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다.

무엇보다도 그의 여행 방식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떤 나라를 가면 그 나라의 투자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실제 투자도 한다는 것, 심지어는 투자한 나라를 재방문하여 (마치 수금하러 다니는 것처럼) 이미 개설한 계좌들을 정리도 한다니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인가 싶다. 제목 그대로 그는 캐피탈리스트답다. 경제 전문가의 세계일주기답게 이곳에 등장하는 나라에 대해 분석하는 그의 글을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심지어 이런 글도 있다.

p.427 나는 오늘날 파라과이를 바라보면서 이 나라가 차라리 존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100여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기를 한 권으로 쓴 것이라 너무나 단편적인 얘기들이 많다. 허나 그 많은 얘기를 그래도 그나마 단 한권으로 정리한 것은 다행이다. 이 책 읽는 것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자유무역주의, 세계화를 부르짓는 부분에서는 캐피탈리스트의 진면목이 여지없이 드러나지만 미국에 대한 비판은 나름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나로서는)거시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의 다양한 관점을 따라 이 책을 읽다보면 끝내 이런 혼란으로 마감된다. 도대체 이 책은 여행기야, 비지니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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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자유 - 여행 중독자, 아시아에 가다
이지상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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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자' 이지상의 책이다.

그의 여행기는 꽤 많다. 처음 서너 권 까지는 책 제목을 기억에 남기며 읽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내 기억 밖이다. 음유시인의 노래처럼 읽히는 그의 문체 또한 내 기억력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하기도한다. 그런데 그게 또 묘한 매력이라는 데 묘한 점이 있다. 아무리 읽어도 질리거나 물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담백하고 조촐하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 부턴가 그의 책을 한여름 무더위에 읽게 된다. 물론 야외에서 읽으면 더 감칠맛이 나지만 뭐, 베란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읽어도 괜찮다.

단,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제 맛을 덜 느낄 지도 모른다.

오래된 여행자의 글은 읽는 사람을 오래된 독자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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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본 韓日通史
정재정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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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을 앞두고 읽었다.

이제는 여러 곳을 두루두루 살피는 것 보다 한두 곳에서 짱 박혀있고 싶다. 복작거리는 유명 관광지보다 동네 슈퍼 같은 곳에서 진열 상품을 꼼꼼히 살피거나 동네 아줌마들 장보러 나온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서 일본 여행을 앞두고 고른 여행지는 교토와 오사카.

지은이의 자부심이 얼핏 보이는 책 이름. 제목이 좀 거창하지만 책 내용으로 보건데 그만한 값을 하는 것 같다, 가 아니라 한다.

지금까지 은근히 한 편으로 제쳐놓았던 나라(여행지로서), 뭐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좀 알 것 같은 나라, 궁금한 것도 아쉬울 것도 별로 없을 것 같은 나라, 그러면서도 늘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라, 일본. 우리에게 과연 일본은 무엇인가, 같은 거창한, 감당 불가한 물음을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는 나라, 일본.

이 책은 이렇게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일본 여행을 결정한 사람들에게 알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던 나의 무지를 여지없이 드러내주었다. 나 같이 일본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이 읽으면 무지무지 재미있을 것이다.

교토에 가면 발걸음이 더 더뎌질 것 같다. 신사를 구경하더라도 먼 옛날 신라나 백제와의 관계를 더듬을테고 케이블카를 타더라도 그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데 들어간 한국인의 피와 땀을 떠올릴테니 말이다. 한편, 늘 한국임을 자각하며 여행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 반 걱정 반임을, 답사 여행이 될 것이 뻔한 이런 여행이 결코 내가 바라는 여행이 아니라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벌써 이런 책을 접한 자체가 편하고 쉬운 여행을 포기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ㅋㅋ

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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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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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살아보지 않고는 절대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콕 콕 집어내서 가차없이 도려내고, 속에 있는 말 펑펑 해대고,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통쾌할 정도로 신랄하게 꼬집는 이 작가, 참 재미있다. 악의없고 실없는 농담까지 구석구석 버무려놓았으니 이 작가는 참 여러가지로 사람 배꼽잡게 만든다.

"스웨덴에서 뭔가를 사먹는다는 건 가슴이 미어지는 경험의 연속이다."-p.186
그랬었다. 내게 유럽은 고물가의 가슴 아픈 기억만 남아있다. 기막힌 표현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넌즈시 힘을 줄 때는 머리 속 한 자락이 팽팽해진다.

p.201 나는 부유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주의를 견지했다는 점에서 스웨덴을 흠모하면서 자랐다.....스웨덴은 수년 동안 내게 완벽한 사회의 전형으로 보였다. 그 완벽성를 위해 치른 대가가 살인적인 물가와 즐거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삶의 방식이었다는 사실만 해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p.295 스위스의 아펜젤 이너호덴에서는 1990년까지 주정부 투표에서 여성이 배제되었다. 이들은 점잔을 빼고 무자비할 정도로 이기적인 성향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십만 명이나 데려오면서도 시민권 주는 것은 거부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스위스인들은 이렇게 해서 불경기일 때 실업 수당이나 의료 보헙 등 사회보장을 제공할 필요도 없이, 호경기에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런 방법으로 인플레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안락하고 쾌적하게 자국민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존경심은 들지 않는다.

p.335 오스트리아는 발트하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며, 세계인의 의견에 과감히 맞서 발트하임과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자국의 용기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발트하임이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는 사실과 전범으로 공식 기소된 인물이며, 예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몹시 구린 그의 과거를 눈감아주면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배짱은 가히 전투적이다. 발트하임과 같은 인물을 지지하는 국민이라면 특별한 사람들임에 틀림없으니 오스트리아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유럽 문화에 몸담고 있는 빌 브라이슨이야 그렇다치고, 아시아에 살고 있는 나는 과연 그처럼 아시아를 경험하고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을까. 비빔밥 비비듯 비벼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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