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시 한 편을 또 옮겨놓는다. 아마 20대 중반이나 끄트머리쯤에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실 시라는 건 핑계이고 순전히 마지막 구절 때문에 쓴 것이다. 한때 '탱자 가라사대' 같은 개그 코너도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곁다리로 떠올려본다. 

  

탱자나무 옆에서

탱자나무는 말이죠, 운향과에 딸린 갈잎 넓은 잎의 작은큰키나무라는군요. 작은큰키라는 것이 탱자나무가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탱자나무가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는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탱자나무의 줄기는 높이 2m쯤이고 녹색이며 모가 지고 5cm가량 푸른 가시가 나있다는군요. 그러고도 사전에는 몇 줄이 더 씌어 있는데요, 탱자나무는 5월에 잎보다 먼저 흰 다섯잎꽃이 잎사귀에서 하나씩 피고요, 가을에 직경 3-5cm의 둥근 장과가 노랗게 익는데, 향기가 난다는군요(아마 탱자향일 테지요). 그리고 또 탱자나무는 말이죠, 울타리 대용으로 흔히 심고요, 탱자나무의 열매는 약재로도 쓰고요, 또 탱자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에서 가꾼다고 하는군요(그리고 옆에 탱자나무가 그려져 있어요). 이것이 말하자면 탱자나무 일반에 관한 사전적인 지식인데요, 사실 이런 거야 아실 만한 분은 두루 아실 얘기가 아닐까요. 또 어지간한 국어사전이나 식물사전에서 ‘탱자-나무’를 찾으면 무척이나 자세하게도 설명되어 있을 텐데요, 그래, 왜 이런 자리에서 탱탱거리느냐고 불만이 많으시다면, 그저 더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왜 하필, “탱자나무 옆에서 울었단다”는 말이, 그렇게도, 제 마음을, 울리는 것인지요?

07. 12. 04.

P.S. 옮겨놓고 보니 초겨울에 어인 탱자 타령인가 싶다. '탱자'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또다른 시제(詩題)는 '탱자탱자'이다. 그게 어원적으로 '탱자'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차라리 이 계절과는 맞는 듯도 싶다. 더불어 탱자나무 옆에서 우는 팔자와 탱자탱자하는 팔자가 사뭇 대조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말하건대, '맨손'과 '맨션'이 있는 것처럼 세상엔 '탱자'와 '탱자탱자'가 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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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12-04 08:26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수유 2007-12-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서 탱자탱자 해야 할텐데...언제나 오려나..요.

로쟈 2007-12-04 13:33   좋아요 0 | URL
금방일 텐데요.^^

2007-12-04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4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학기 대학신문에 연재되었던 '21세기의 사유' 정리 인터뷰에 며칠전 응했다. 이메일과 전화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었는데, 시간상 충분하게 답변을 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아래 기사(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02)를 보니 내가 제일 많이 떠든 것으로 돼 있다(내가 제일 순진했었나 보다). 흥미로운 건 인터뷰 내용 일부는 내가 실제로 한 말이 아니라는 점. 나의 '배역'에 맞춰 더 추가된 대목도 있다. 그냥 '대본'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대학신문(07. 12. 03)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21세기의 사유’

그동안 『대학신문』은 ‘21세기의 사유들’이라는 제목으로 현존하는 사상가들이 현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봤다. 연재기획의 마지막회로 그간의 논의를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연재에서 다루어진 주요 사상가들이 만나고 갈라지는 지점을 짚어보고 나아가 철학이 사회와 맺어야 할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했다.

◆‘21세기의 사유들’ 연재에 대해 평가해 달라

진태원: 독자들에게 현대사상의 진로를 개척하고 있는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유익한 자리였다. 사상가 선별작업은 무난했지만 에티엔 발리바르나 지그문트 바우만 등에 대한 소개가 빠져 조금 아쉬웠다.

이현우: 연재된 10명 모두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유럽대륙 인물이 8명에 달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선정된 인문(*인물)이 지나치게 서구에 편중돼 있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9:1이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현준: 내년에 서울에서 세계철학대회가 열린다.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획은 최근 실용주의 및 물질주의적 합리성이 확산되면서 발생한 인문학 위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금의 대학생은 공교육의 위기와 값비싼 사교육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 대학에 진학한 만큼 자아성취욕구와 현실적 실용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앞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것이 모두 철학의 힘이며 인문학이 지니는 장기적인 가치다. 이번 기획을 통해 철학에 대한 독자들의 인문학적 관심이 깊어졌기를 소망한다.

◆10명 사상가들의 지적 지형도를 그려본다면

이현우: 슬라보예 지젝을 중심으로 몇 가지 부분을 짚어볼 수 있다. 지젝은 주디스 버틀러나 조르지오 아감벤,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안토니오 네그리 등과 교분을 갖고 있었고, 또한 서로 협력하는 만큼 충돌했기 때문이다.

조현준: 젠더에 관해 지젝과 버틀러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다. 버틀러는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권력의 심리양태』에서 지젝의 지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비판한 반면 지젝은 『까다로운 주체』에서 거꾸로 버틀러를 비판한다. 버틀러는 사람들이 두 개의 성별만을 ‘연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성별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젝은 구조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별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버틀러의 입장에서 보면, 지젝이 현실의 여성이나 동성애자가 겪는 억압을 해결하려는 성의 정치학에는 관심이 없고 현실의 억압상태를 설명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이현우: 버틀러는 젠더에 대해 역사적으로 형성된 개념일 뿐 젠더의 ‘근원적’ 진리는 없다는 식이지만 지젝은 그 역사성 자체가 진리라고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버틀러의 퀴어(queer) 이론은 다신교, 지젝의 정신분석학은 유일신교다. 유일신교가 ‘신과 자신’과의 차이를 보여주듯 지젝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말하기 때문이다.

조현준: 지젝은 인간의 보편심리를 도출하려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하고 버틀러는 보편 문법이 역사적인 ‘권력 역학’ 속에서 사후적으로 구성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하는 푸코의 계보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다. 결국 그들의 사상이 상충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서로 입지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현우: 지젝과 네그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지젝은 네그리의 저서 『제국』의 서평을 썼다. 지젝은 서평에서 네그리의 현실 진단의 충실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지역공동체에 대한 강조 등의 처방이 실제적으로 얼마나 실천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윤수종: 학자에게 처방까지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네그리는 다양한 사회운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회가 나아갈 긍정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비록 어려울지라도, 다양한 자율운동이 국가의 지배구도를 깰 수 있는 유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현우: 한편 지젝은 바디우와는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바디우는 『성(聖) 바울』에서 유물론적 시각으로 새로운 ‘바울 읽기’를 시도했고 지젝은 『죽은 신을 위하여』에서 이를 지지한다. 지젝은 바울을 레닌에 비유하면서 기독교의 ‘사랑’은 지배이데올로기에 종속돼있는 개념이 아니라 혁명적인 개념이라고 말한다.

홍기숙: 바디우에게 바울은 마르크스보다는 레닌, 프로이트보다는 라캉에 가까운 이미지다. 그런 맥락에서는 바디우와 지젝이 확실히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바디우의 논의가 여러 각도에서 전개되는 반면 지젝은 바디우의 생각을 특히 정치학의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각 사상가의 시각에서 한국의 정치현실을 바라본다면

진태원: 랑시에르라면 한국사회를 ‘기득권자들의 노골적인 금권적-엘리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로 볼 것 같다. 그는 아직도 정당한 자기 몫을 배분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미등록이주노동자, 혼혈인 등도 해당된다. 이들과 함께한다는 연대의식을 국민 모두가 갖출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지금의 한국사회에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이현우: 지젝도 비슷한 지적을 할 것 같다. 그는 『이라크』 등의 저서를 통해 국민이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위해 다른 계층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은 바 있다. 그에 의하면 국민이 민주주의를 운영하고 유지하려면 영토와 자본, 문화 등 많은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비용은 민주주의에서 특정 계층을  배제함으로써 마련된다. 따라서 지젝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한 배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한다.



나종석: 회슬레는 국가단위의 민주주의를 부정한다. 보편주의자인 그는 전세계 60억 인구가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가치 아래 모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세계공화국’이 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좀 더 넓은 단위의 민주주의체제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조영일: 한국정치의 다른 문제에 눈을 돌려보자. 우리사회에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정책을 앞세우기보다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기 일쑤다. 정치무대 배후에서는 소위 줄서기가 횡행하고 있고 박스 가득 정치자금이 오고간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선거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낭비에 해당한다. 이를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본 가라타니 고진은 고대 그리스처럼 선거에 추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대에 철학은 무엇이어야 할까

홍기숙: 철학은 그 시대를 담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 적어도 철학자라면 항상 이 시대의 정치, 문화를 비롯한 사회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과 ‘여기’를 중요시하는 바디우의 생각이면서 동시에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나종석: 그런 맥락에서 철학과 환경의 관계를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유효한 환경철학은 생태계 속 모든 생명체의 가치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심층생태주의다. 인간의 가치도 단지 한 종(種)으로서의 가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 다르면 인간이 멸종하더라도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게 된다. 회슬레는 이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며 인간중심주의와 심층생태주의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소에는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면서도 갈등상황에서만큼은 위계질서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조영일: 한편 세계적으로 지식생산구조가 변화하는 조짐이 감지된다. 대학을 벗어난 공간에서 철학적 논의가 이뤄지고 수준 높은 강의가 인터넷 상에 공개되는 현상들이 모두 이러한 움직임들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학문을 하는 새로운 방식이 출현할지도 모르겠다.

이현우: 대학은 특수한 정치공간, 소수 엘리트계층 배출공간으로서의 성격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그간 지녔던 독자적인 지식생산구조조차 허물어지는 판국이다. 대신 기업체 등의 의뢰를 받아 그들의 구미에 맞는 지식결과물을 생산하는, 이른바 ‘대학이 자본주의의 물결에 잠식당하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더 이상 한국에서 유효한 철학적 담론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조영일: 이제는 철학이 소수의 전문적 지식인들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문학평론가면서  철학적 사유들을 내놓는 가라타니 고진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외국철학자의 용어를 어떻게 번역할까 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이제는 모두가 자신의 학문의 틀을 벗어나 다른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할 때다.

이현우: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더불어 현대사회에서는 사유를 하는 사람의 범주를 구획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 다니엘 데넷, 스티븐 핀커 등 대중적인 과학자는 물론, 시인과 작가 등 모든 사람이 사유주체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개별적으로 이뤄진 인터뷰를 좌담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인터뷰 및 정리: 문승기 기자, 이진환 기자)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나종석(연세대ㆍ철학과 강사), 윤수종(전남대ㆍ철학과 교수), 이현우(서울대ㆍ노어노문학과 강사), 조영일(문학평론가), 조현준(한국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진태원(서울대ㆍ철학과 강사) (가나다 순)

07.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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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12-0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책읽고 싶어지게 만드네요.^^

로쟈 2007-12-03 13:13   좋아요 0 | URL
제가 주로 하는 일이죠.^^;

마늘빵 2007-12-0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분은 이제 한국에 돌아오셔서 강의 나가시나보군요! 알라딘에 계시는 로쟈님 말고 다른 분. 인터뷰 재밌게 읽었습니다.

로쟈 2007-12-03 13:13   좋아요 0 | URL
네, 활발하게 활동하시더군요.^^

2007-12-03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12-03 23:22   좋아요 0 | URL
제 경우엔 철학책을 문학책처럼 읽는 편인데요. 문학적인 철학자들을 좋아하고요(사르트르나 데리다 같은).^^
 

오늘처럼 흐린날에(원고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있어서 바깥 날씨가 정확히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어울리겠다 싶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은 노래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그룹 키노(리더가 '빅토르 최'이다)의 '슬픔'(Pechal)이다. 여가수 젬피라가 키노에 대한 오마주로 부른 '슬픔'과 번갈아가면서 듣는다. 키노의 노래는 마지막 콘서트(1990) 실황이다.

-키노의 '슬픔' http://www.youtube.com/watch?v=Qi042YL9ZOI, 아니메 버전은 http://www.youtube.com/watch?v=-aO3EdHtrXM, 그리고 윤도현 밴드가 리바이벌해 부르기도 한 키노의 대표곡 '혈액형' http://www.youtube.com/watch?v=1HKXMBfDxR0. 빅토르 최가 주연을 맡기도 했던 영화 <바늘>에 삽입된 '혈액형'은 http://www.youtube.com/watch?v=dFUUTE58nDQ.

-젬피라의 '슬픔'은 http://www.youtube.com/watch?v=ukyvI_T9zpA, 내가 좋아하는 젬피라의 노래는 '안녕' http://www.youtube.com/watch?v=ba14p-hic3I.

07. 12. 02.

P.S. '슬픔'이란 주제로 얼른 생각나는 시들은 정현종의 시편들인데, 그 중 가장 코믹한 것은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란 시이다(사진은 모스크바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안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알았다고 깔깔거릴 것도 없고
낄낄거릴 것도 없고
너무 배부를 것도 없고
안다고 알았다고
우주를 제목소리로 채울 것도 없고
누구 죽일 궁리를 할 것도 없고
엉엉 울 것도 없다
뭐든지간에 하여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그게 활자의 모습으로 있거나
망막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거나
풀처럼 흔들리고 있거나
그 어떤 모습이거나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나는 '슬픔'이 사람으로 붐비는, 지랄 맞은 인문학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활자의 모습으로 있거나 그 어떤 모습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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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12-0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너무 좋네요. 삼 년 전에 여의도역 공중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린 슬픔이 다시 환생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러시아어가 이렇게 매력적이군요. :)

로쟈 2007-12-02 23:46   좋아요 0 | URL
'러시아제' 슬픔입니다. 노래들이 요란하지 않아서 제 취향에도 맞습니다.^^

2007-12-03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12-03 23:23   좋아요 0 | URL
내가 사랑했던 도시여 안녕, 이런 식입니다. 맘에 드신다니 저도 좋군요.^^

소경 2007-12-03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 찾으려 검색하다 보니, 진짜 '전설'로써(빅토르 최 중심이지만) 그룹에 대해 읽을 것이 많네요.

로쟈 2007-12-03 23:24   좋아요 0 | URL
'전설'이자 '신화'죠. 아직도 추모하는 팬들이 많은. 저도 그의 전기를 갖고 있습니다...
 

인문학 번역 문제에 관해 몇 마디 적을 일이 있어서 자료들을 뒤적이다가 몇 년전 교수신문에 게재되었던 기사를 옮겨놓는다(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6707). 얼마전에 재발견한 이 기사는 '전담번역의 세계'를 다룬 것으로 예전에 발마스님이 알라딘 공간에 옮겨놓은 적이 있다(모스크바에 있던 때인지라 나는 참견할 수 없었다). 나는 나대로의 코멘트를 이미지들과 함께 몇 개 붙여두고자 한다. 버전-업인 셈이다.

교수신문(04. 11. 08) 전담번역의 세계

전담번역자는 한 저자의 책을 도맡다시피 해서 번역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알베르 까뮈 하면 김화영 교수, 베르나르 베르베르 하면 이세욱 씨 등이 떠오르듯, 전담번역이라는 키워드로 번역서의 세계를 엿볼 경우 우리는 번역문화에 깃든 어떤 새로운 풍경과 열정을 만나게 된다. 학술서의 경우 전공자가 전담번역자가 돼야 마땅하지만, 우리의 경우 비전공자가 순수하게 저자에 매혹돼 전담번역자로 깃발을 꽂을 경우도 많다. 학술서와 대중교양서로 나눠 전담번역자들의 면면과 특징, 해외사례 등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프랑스인들이 접할 수 있었던 건 시인 보들레르 때문이었다. 파리에 가 온갖 정보를 수집해 번역할 정도로 그는 포에게 심취해 있었다. 앙드레 지드 역시 번역에 정력을 쏟았다. 세익스피어, 괴테, 타고르를 프랑스에 소개했던 게 그였다. 한국에선 ‘알베르 카뮈’ 하면 김화영 고려대 교수를 떠올릴 것이다. 카뮈 전집을 번역했는데, 정확한 미문으로 사랑받아왔다. 미셸 투르니에의 아름다운 지중해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것도 그의 덕이다. 이처럼 한 저자의 저서들을 꾸준히 번역하는 이른바 ‘전담번역’이 국내에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전담번역가가 된 사연들
서양철학전공자들 중 ‘전담번역가’의 길을 걷는 이들이 꽤 된다. 이기상 한국외대 교수(철학)는 하이데거 담당번역자로 꼽힌다. 1987년 ‘실존철학’을 첫 역서로 내놓은 후,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현상학의 근본문제들’에 이르기까지 10여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기존 번역들이 일본어판을 옮겨 왜곡이 심하다”라는 게 번역착수의 이유였다. 하이데거는 독일 일상용어로 ‘개념놀이’를 잘하는데, 이것을 일본식 한자로 맞바꾸면 하이데거는 반토막이 돼버린다. 이 교수는 하이데거의 핵심용어인 ‘Dasein’을 ‘현존재’가 아닌 ‘거기-있음’으로 옮겼다. 또 ‘본질-존재’는 ‘무엇-임’ 혹은 ‘무엇으로-있음’으로 바꿨다. 학부 때부터 독일에서 공부했기에 그는 독일어 뉘앙스를 살리는 데 좀더 정확할 수 있었다. 

 

 

 



에드문트 후설의 책 역시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후설 전담번역자는 이종훈 춘천교대 교수(철학). 이 교수는 순수 국내파이어서 그런지 더욱 원전에 충실한 공부를 해왔다. 그런데 해외유학파들이 국내에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을 겉핥기식이나 2차 문헌에 의지해 소개하는 걸 보고, 번역을 결심하게 됐다. ‘현상학의 이념,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에서 시작해 ‘시간의식’, ‘경험과 판단’, ‘데카르트적 성찰’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형식논리와 선험논리’ 등 두 권을 번역중이다. 하지만 그의 독주가 두드러지는 후설번역의 뒤를 누가 이어갈진 미지수다.

 

 

 



현대성의 명석한 해석자 장 보드리야르를 알린 건 배영달 경성대 교수(불문학)다. 1994년 ‘생산의 거울’을 내놓은 이래, ‘세계의 폭력’, ‘지옥의 힘’, ‘건축과 철학’, ‘테러리즘의 정신’ 등 보드리야르 후기 저서를 여러 권 소개했다. 보드리야르와 첫 인연을 맺은 건 출판사 의뢰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배 교수는 “그의 급진적 사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라며 앞으로도 ‘Cool memories’ 시리즈 등을 번역할 것이라 한다(*보드리야르로선 불운한 일이다). 


 

 

 


한편, 한나 아렌트의 전담번역자는 둘이다. 홍원표 한국외대 교수(정치철학), 김선욱 숭실대 교수(윤리학)가 아렌트 연구자면서 번역자다. 홍원표 교수가 ‘정신의 삶 1’과 ‘혁명론’을, 김선욱 박사가 ‘칸트정치철학강의’를 각각 옮겼다. 두 사람은 현재 아렌트 전기와 저서를 번역중에 있다. 두 사람의 번역은 차이가 좀 있다. 예컨대 ‘공공영역’, ‘공론장’ 등 핵심단어가 달리 번역된다. “중요한 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홍원표 교수는 말한다. 어쨌든 역설과 반어법들이 많고, 또 서양철학 전반을 다루는 난해한 아렌트 사상의 전담번역자로 훗날 누가 꼽힐지는 두고 볼 일이다(*김선욱 교수의 번역이 가독성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최근 빛보는 동양사상과 과학서
동양사상 쪽 번역도 활발하다. 가라타니 고진, 마루야마 마사오 등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사상가들. 김석근 연세대 교수(정치사상)는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충성과 반역’, ‘일본의 사상’ 등 마루야마의 책만 다섯 권 소개했다. 첫 번역을 시작한 1995년 당시는 국내 동양사상 연구기반이 매우 약했다. 그렇지만 김 교수가 마사오 책을 보니 연구방법론이나 시각 등 배울 것들이 꽤 있어 시작했다. “일본어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또 문헌들이 많이 나와 번역이 만만찮았다”라고 털어놓는데, 영역본을 참조하면서 그런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한다. 곧 마사오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다’도 내놓을 예정이다.


 

 

 


물리학 쪽에선 리처드 파인만의 책을 박병철 대진대 교수(물리학)가 열심히 번역중이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1’,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등이 그것으로 대우재단번역지원을 받은 게 계속 인연이 됐다. 그가 번역하면서 중점을 둔 건 두 가지다. 첫째, 파이만 책들은 강의를 옮겨놓은 것이라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구어체로 전달했다. 둘째, 파인만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다른 논의들로 점프하곤 하는데, 이런 부분엔 박 교수가 ‘슬쩍슬쩍’ 보충설명을 끼워 넣었다.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공자도 아닌데 전담번역?
전공자가 아닌데도, ‘어쩔 수 없는’ 사연으로 전담번역자가 된 경우도 있다. “더 이상 희망할 것이 없는 번역이 나왔다”라는 홍윤기 동국대 교수의 평을 받은 에른스트 블로흐 전집의 번역자 박설호 한신대 교수(독문학)가 그런 케이스. 마르크스주의적 비판과 메시아적 희망을 연결시킨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 5권을 10여년에 걸쳐 번역해 내놓은 건 ‘대단한’ 일이었다.

번역을 시작했던 건 ‘유토피아 문제’로 학위논문을 쓰던 중 유토피아사상의 ‘권위자’인 블로흐에 매력을 느껴서다. 1990년대 초에 착수해 올해에야 빛을 보게 됐는데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번역했다. 하루 9시간 투자해 고작 1페이지밖에 못 옮긴다”라고 비전공자로서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국내에 블로흐 전공자가 없고, 번역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아직도 블로흐의 주저인 ‘주체와 객체’는 번역이 안됐는데, 박 교수는 “전공자가 좀 해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이런 사례는 우리 번역문화의 우울한 현주소다. 예컨대 자끄 라깡의 책도 영문학자에 의해 소개되기 시작했던 게 우리 현실이다. 배영달 교수는 “어문학자들이 철학서를 번역하는 게 특히 안타깝다”라고 지적한다.(이은혜 기자)

대중교양서 전담번역의 풍경 

학술서에 비해서 대중서들은 번역자가 누구인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렇지만 문학이나 인문학적 에세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해외 저자의 문체와 삶을 잘 이해하는 전담번역가가 그 사람을 화젯거리로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작가의 매력에 빠져서 그 사람을 속속들이 소개하고 싶어하는 전담번역가들이 국내에도 꽤 여럿 있다.

 

 

 

 

소설 ‘개미’를 비롯해 ‘나무’, ‘뇌’ 등으로 국내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은 모두 이세욱 씨가 번역했다. 우연히 베르베르의 책을 접하게 됐던 그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문학이며 문학시장과 문학에 대한 사유를 넓히는 데 많이 기여할 것”이란 생각에 출판사를 의뢰해서 번역을 시작했다. 첫 번역 때부터 그는 베르베르를 만나러 갈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책에 나오는 거리, 무대, 인물 등 작가가 느끼는 것은 모두 느끼기 위해 여행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마치 내가 쓴다는 기분으로” 그는 베르베르가 되어 번역하는 데 몰두해 한 권도 빠지지 않고 모조리 소개했다. 지금은 올 10월 출간된 ‘우리는 신’이란 3부작 번역에 착수했으며, 앞으로 3년간 이 작업을 할 예정이다. ‘하와이의 자식들’ 등 베르베르의 만화도 소설로 개작되고 있는데, 물론 이것도 이세욱 씨 몫이다.


시오노 나나미 만큼 관심을 모은 여류문필가도 없다. ‘로마인 이야기’를 위시해 수십권이 번역돼 나왔는데, 시오노 나나미의 전담번역가는 세 명이다. 한길사에서 먼저 시오노 나나미를 발굴했고, 이를 故 정도영 씨, 김석희 씨, 오정환 씨 세 번역가에게 맡긴 것. 정 씨는 ‘바다도시 이야기’를, 김 씨는 ‘로마인 이야기’를, 오 씨는 ‘나의 친구마키아벨리’ 등을 각각 맡게 됐다. 세 번역가 모두 시오노 나나미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김 씨와 오 씨는 모두 “너무나 탁월한 작가다”라고 입을 모으면서,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번역할 것이라 말한다. 김씨는 여태껏 ‘로마인 이야기’ 12권을 번역했는데, 향후 3년간은 나머지 3권 번역에 몰두할 것이라고 한다.

 

 

 

 

독일문학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도 많은 번역가들을 거느리지만 특히 안인희 씨를 첫손에 꼽을 만하다. 안 씨는 1995년 독일유학에서 우연히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집어 들었는데 지식인들의 광기어린 내면을 너무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는 이 탁월한 복음술사에게 반해버렸다. “이미 여러권의 책을 번역해봤지만, 이 책을 옮기면서 처음으로 번역의 독특한 즐거움을 느꼈다”라는 게 그의 말이다. “베토벤의 전기를 쓴 로맹 롤랑의 전기를 쓴 츠바이크”는 매력덩어리였다. 그에게 숨가쁘게 말려들어간 안 씨는 그 외에도 ‘스코틀랜드의 여왕’,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등을 번역했다.



이것 말고도 모리스 르블랑 등 프랑스 추리 소설 분야에서 성귀수 씨가 전담번역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는 일본문학의 전문번역가로 명성을 굳힌 김난주 씨가 10여권을 독점하다시피 번역하고 있다. 무라카미 류는 양억관 씨가 주로 번역했는데, 김난주와 양억관은 일본문학을 맛깔스럽게 옮기는 양대 번역자로 명성을 누린다. 스페인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 마르케스를 비롯해 주요 작가들을 번역해온 송병선 울산대 교수는 작가들을 현지에서 작가들을 만나서 교유하고 수시로 메일을 주고받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전담번역가로 충분한 조명이 필요한 번역자다. 최근 돌풍을 일으킨 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불어 전문 번역가인 이상해 씨가 주목을 끈다(*이상해씨는 중국계 작가 산 샤의 소설들도 전담하고 있다).(이은혜 기자)

 

 

 

 

해외사례

국내와 달리, 해외학계에선 한 학자에 대한 ‘전담번역자’가 넘쳐날 정도로 많다. 하이데거의 주저 ‘존재와 시간’이 일본에는 무려 14종이 나와 있다. 미국에서는 2종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독일철학에 대한 양국의 ‘대접차이’ 때문이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해 명성을 얻은 프랑스 철학자인 데리다의 저서가 영미권에서 무려 70~80권이나 넘게 번역돼 있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 데리다에 달려들어서 꾸준히 번역업적을 내놓는 학자들도 10여명이 넘어간다. 번역은 반역이고, 역자들 사이에서는 해석학적인 경쟁이다. 이런 문화 위에서 학문적 개념에 대한 토론이 일어날 수 있고 방향성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우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프랑스철학이든, 독일실존주의 철학이든 국내에 그 분야 권위자들은 몇 손가락 안에 꼽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공자들 대부분이 근대 이전에 꽁꽁 묶여 있어서, 근대 이후의 철학자들은 번역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독특한 문화’도 한 몫 한다. 구연상 한국외대 강사(현상학)는 “선배교수가 번역한 것에 대해 후배교수들은 재번역하는 것을 꺼린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좀 오역이 있다 해도 그걸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의 관행이라는 것이다(*때문에 번역비평이 내부적으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한국적 현실'이다). 

저작권 문제도 있다. 국내의 몇몇 특정 출판사들이 외국 유명출판사에서 나온 유명저자의 책을 수십권씩 독점계약을 해버리기 때문에 번역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동문선’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데, 동문선 출판사의 출판예정도서목록을 한번 살펴본 사람이라면 로열티 선점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출판사 사장들은 민음사, 한길사 등 대형출판사들이 로열티 선점을 해놓고 몇 년이 지나도록 책을 안낸다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학자들은 기껏 혼자서 번역했다가 인쇄불가의 판정을 받으니, 안 그래도 번역에 돈 한푼 못받는 마당에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번역의 질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독점계약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번역지원 시스템이 동종번역 문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들이 많다. 진태원 서울대 강사(철학)는 “일본과 미국은 연구소나 국가기관을 통한 번역지원활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학술진흥재단과 대우학술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며, 지원제도의 대폭 확충이 절실함을 지적한다.(이은혜기자)

07.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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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1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1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1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12-01 22:41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jouissance 2007-12-02 00:29   좋아요 0 | URL
'동문선'을 특별히 언급했군요. 동문선을 어떻게 봐야할지 정말 고해입니다. 아마 동문선에서 출간된 번역서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 공은 모두 (편집자가 아니라)번역자에게 돌아가야 하겠지요. 그 출판사는 '교열'을 번역자가 하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요 로쟈님! '보드리야르'로선 확실히 불운한 일임에 틀림없어요...ㅠㅠ

로쟈 2007-12-02 10:29   좋아요 0 | URL
동문선도 책이 뜸한 걸 보면 동력이 떨어져가나 봅니다. 동문선의 김웅권씨도 롤랑 바르트의 전담 번역자이지요.
 

어제 대형서점에 둘러본 신간들 중에 유일하게 '예기치 않았던' 책 한권은 일본인 편집자의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한길사, 2007)이다. 얼마전에 나온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마음산책, 2007)이 '대단한 독자'를, 계속 소개되고 있는 다치바다 다카시가 '대단한 저자'의 대표적인 상이라면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의 저자 오쓰카 노부카즈는 '대단한 편집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본인 저자들과 저서명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책은 손에 들었다가 놓았는데, 저자인 오스카는 그 이름도 유명한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암파서점)의 사장이었다고 한다(그러니까 어제는 책갈피도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셈이다). 일반독자들에겐 별로 흥미를 끌 책은 아니지만 편집자나 출판기획자들에겐 아주 유익한 교과서 같은 책이겠다(나는 어느쪽인가?) 리뷰기사와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겨레(07. 12. 01) 사표 넣고 다닌 편집자, 일본 지성을 이끌다

“돌아보니 30년 동안 ‘안티-이와나미’짓을 했더군요.” 오쓰카 노부카즈(68) 전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사장은 삶의 절반 이상인 40년을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적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에 몸담았다. 그 중 임원과 사장을 지낸 마지막 10년 정도를 빼면 편집자로 오롯이 30년을 살았다. 그 30년 동안 ‘안티-이와나미’짓을 했다고? “적어도 내가 입안한 기획의 절반은 기성 권위를 무너뜨리는 쪽에 선 것들 이었습니다.”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한길사·2만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애송이’ 편집자가 굴지의 출판사 사장이 되기까지의 40년 역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회고록은 1963년 일본의 고도성장기가 시작돼 한껏 기름진 토양 위에 번성하던 출판계가 경제 불황과 ‘활자이탈현상(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현상)’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시기와도 포개진다. 나아가 그 출판사가 ‘이와나미쇼텐’이기에, 그의 편집을 거친 책의 목록 자체가 1960년 이후 일본의 지성사를 투영하기도 한다.

창립 50돌 무렵 이제 막 입사한 신참 편집자는 편집부에 충만한 기운이 일종의 ‘일류의식’이었다고 회상한다. ‘50년 내내 이와나미쇼텐은 일본문화를 짊어져왔다’, ‘대중문화는 고단샤(講談社)가, 고급문화는 이와나미가’, 라는 말을 들어왔던 까닭이다. 저자에게는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보내고 맞이할 때는 전세 승용차를 사용하는 식이었다. 이렇듯 의전은 일류급을 달리는데, 그의 눈에 비친 편집부는 지식과 식견이 모자라 수준 낮은 편집회의를 열고, 외부에서 불러온 ‘대가’의 의견만 수동적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사직서를 주머니에 항상 지니고 다녔다”는 그는 새로운 기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강좌·철학’ 시리즈의 기획회의에서는 구조주의의 기운을 감지하고 애초에 빠져 있던 <언어> 편을 끼워넣었다. 각각 10만 권 가량 팔려 ‘대박’을 터뜨린 시리즈 가운데서도 <언어>는 가장 많이 팔렸다. 일반 독자를 위한 계몽서인 ‘이와나미신서’ 60권을 내면서 당시 무명이었던 문화인류학자 야마구치 마사오를 발굴해 전후(戰後) 마르크스주의 흐름에서 벗어나려 했고, <콤플렉스>라는 책을 통해 카를 구스타프 융의 사상을 일본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등 활약은 이어졌다. ‘총서·문화의 현재’ 시리즈를 통해 철학과 예술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던 시도는 1983년 계간 문화잡지 <헤르메스>의 창간으로 이어졌다. 그는 7년 동안 편집장을 지냈다.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번역본을 펴낸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이 책이 “편집자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이라고 평했다. 김 대표와 오쓰카 전 사장은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다섯 개 나라의 인문 출판사 모임인 동아시아출판인회의에서 만나 친분을 다져왔다고 한다. 오쓰카 전 사장이 책을 썼다고 하자, 김 대표가 단박에 번역판을 내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책에는 그가 40년 동안 담금질해오며 터득한 편집과 출판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다. 실무적인 면에서 편집자 본래의 일은 “집필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시간을 들여 논의하고 박력 있는 책을 내놓는 것”이고, 그 결과물은 “새로운 사고방법을 산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것의 총체를 알아야 합니다. 24시간을 공부해도 모자랄 일이지만,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젊은 학자들을 모아 토론을 하게 하면, 지금의 현상을 파악하면서 나의 자유시간도 확보할 수 있지요. 그런 자리를 마련해 젊은 학자들 의견 교환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게 편집자의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는 학회 성격을 띠는 각종 모임을 만들고, 책으로 그 결실을 보기도 했다.

그가 저자와 맺은 인간관계는 각별하다. 사장으로 있던 2001년 겨울, 이와나미쇼텐과 오랫동안 거래해온 전문서적 중개회사가 도산해 신문에 “이와나미쇼텐은 위기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30년 넘게 교제해온 저자가 오전에 다급하게 전화해 자신의 수중에 있는 모든 돈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활자이탈시대’를 맞아 출판업이 그 어느때보다도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확신한다. “출판사는 회사의 이익을 올리거나 그 나라의 이익을 올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판은 문화의 상호 이해를 돕고, 인류 복지를 통해 좀더 나은 사회를 추구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김일주 기자)

‘이와나미쇼텐’은 진보성향잡지 <세계(세카이·世界)>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1973년부터 1988년까지 총 176회에 걸쳐 잡지에 연재됐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韓國からの通信)> 덕분이다. 잡지에는 민주화 인사들이 몰래 빼돌린 원고가 실렸고, 그 원고들 덕에 박정희 유신 체제부터 광주 민주화 운동까지 한국의 인권·민주화운동 탄압 실태가 낱낱이 알려졌다.

오쓰카 전 사장은 “창립자 이와나미 시게오는 늘 아시아의 이웃나라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중국·한국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인 침략을 어떻게는 출판업으로 막아보자고 생각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창립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웃 아시아 나라에 대한 동류의식을 확고히 다지는 흐름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1913년 이와나미 시게오가 지인들과 출판사를 세운 이래 이와나미쇼텐은 2만 종 이상의 책을 냈다. 1914년 이와나미와 친분이 있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출판사의 기틀이 잡혔다. 1927년 고금동서의 고전을 보급하기 위한 ‘이와나미문고’를, 1938년 학술적 기반에서 대중을 지향한 계몽서인 ‘이와나미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패전 직후 1946년에는 잡지 <세계>를 창간했고, <사상> <문학> <과학>도 잇달아 창간하는 등 종합·학술출판사로서의 기틀을 다졌다. 1955년에는 ‘국민 사전’ <고지엔>을 펴냈고, 처음으로 일본의 고전을 집대성한 ‘일본고전문학대계’ 등도 출간했다. 우리나라 책으로는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 등을 번역 출간했고, 리영희의 <대화>도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사장과 혈연관계에 있지 않은 편집자 출신이 사장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해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김일주 기자)

 

 

 

 

 

 

 

 

 

 

 

 

동아일보(07. 11. 29) “일본도 ‘활자 이탈’ 심각 국민적 책읽기운동 나서”

“최근 일본은 ‘활자 이탈’이란 문화 붕괴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출판계는 물론 범국민적 독서보급운동이 필요합니다. 출판 편집인은 그래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스물네 살 초짜 편집부원으로 시작해 일본의 지성을 대표하는 출판사 사장이 되기까지 40년. 평생 한길을 걸어온 출판인이 한국을 찾았다. 오쓰카 노부카즈(大塚信一·68·사진) 전 이와나미쇼텐(巖波書店) 대표. 이와나미쇼텐은 1913년 고서점으로 출발해 ‘이와나미문고’ ‘이와나미신서’ 등으로 ‘이와나미 문화’라는 말을 낳은 일본 지식문화의 산실로 불리는 출판사다.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한길사)의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방한한 오쓰카 전 대표는 “일제강점기로 많은 빚을 진 한국에서 책을 내게 돼 더욱 특별하다”며 “젊은 출판 편집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제가 ‘한 출판 편집자의 회상’이다.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편집인으로 살아온 커리어를 정리했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것을 통해 배울점이 있지 않을까. 최근 한국에서는 출판계 이직률이 높다고 들었다. 노동조건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출판사는 조직의 이익을 따지는 곳이 아니다. 한 나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다. 세계 전체의 공영을 돌봐야 한다. 그런 노력의 과정이 담겼다고 봐 줬으면 좋겠다.”

―출판사도 결국 영리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의 몇몇 대형 출판사는 출판의 기본 이념에서 벗어나 이익 추구에 집중한다. 본질을 벗어난 셈이다. 출판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그러나 기본 전제는 인류의 지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 기본이 틀어져서는 안 된다.”

―일본은 그런 가치를 지킬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나.

“젊은이들의 ‘활자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생이 신문도 읽지 않는다. 일본 출판 규모는 만화를 포함해 2000억 엔 정도지만 슬롯머신 사업은 30조 엔에 이른다. 문화의 균형이 무너졌다. 대책 마련을 위해 ‘활자문화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매우 높다고 들었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활자문화추진위원회라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출판사와 신문사, 서점문화위원회 등이 모인 단체다.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독서 보급에 힘쓴다. 가시적인 운동으로는 ‘북스타트 운동’이 있다.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책에 친근해지도록 만드는 캠페인이다. ‘아침독서 운동’도 있는데 중학생들이 등교해 수업시간 전에 30분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운동이다.”

―한국의 젊은 출판 편집인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편집인은 24시간 근무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판단력을 갖추려면 항상 공부해야 한다. 특히 젊은 학자들과 모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들을 한데 엮을 수 있는 지성적 틀을 마련하는 것도 편집인이 할 일이다.”(정양환 기자)

07.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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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파벨 2007-12-01 16:25   좋아요 0 | URL
하핫, 저는 교정교열에 관한 책인줄 알고 눈이 번쩍~ 했어요.
그런 부분이 너무 취약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지..늘 마음먹고 있던 터라...

사실은 관련도서를 사놓고도 늘 미루고 미루고 안보고 있기는 하지만...

학교다닐때 국어 공부좀 열심히 할걸...후회가 마이 됩니다.

로쟈 2007-12-01 16:42   좋아요 0 | URL
교정교열도 편집자의 역할이긴 하지만 그것만 담당한다는 것은 너무 기능적이지요.^^

Koni 2007-12-01 21:38   좋아요 0 | URL
일본 출판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에 대해서 관심이 가네요. 이렇게 서재들을 돌다가 우연히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뻐요.

로쟈 2007-12-01 22:43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