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는 난데없는 장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쿨리코보 들판에서
타타르군을 격파한 돈강의 영웅
모스크바의 대공 드미트리는
그래서 돈스코이가 되었지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모스크바 러시아의 시대를 열었지
하지만 돈스코이는
한국에서 난데없는 보물선
러일전쟁 때 금괴를 싣고 침몰했다는
괴이한 소문의 보물선
돈스코이는 침몰한 지
백년도 훌쩍 더 지났지만
한국인의 마음은 여전히 금 따는 콩밭에
이 시대에도 벌겋게 돈에 눈이 멀어
돈스코이는 노다지로 보이고
울릉도 앞바다가 금빛으로 보이고
그리하여 돈스코이는 모르는 이가 없네
이름부터 돈이 될 것 같은 돈스코이
돈강의 영웅은 난데없는 일확천금
타타르도 물리친 돈스코이지만
이 시대의 맘몬에게는 당할 수 없네
해저의 고철덩어리라는 돈스코이
내다팔면 10억은 될 거라는 돈스코이
인양하는 데 수백 억이 들 거라는 돈스코이
하지만 바닷속에선 150조의 보물선
우리가 돈스코이를 볼 일이 없는 이유지
돈스코이는 다만 우리를 비춰주네
돈스코이와 함께 침몰한 우리
돈스코이는 이제 우리 안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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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해도 무더운 여름날
배를 깔고 누워서 곰곰 계산해본다
여름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굳이 별 하나와 눈을 맞출 게 아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지만 은하계에만 3천억 개가 넘는다
행성을 포함한 것이긴 해도 은하계 별만
우리 75억 머릿수보다 40배는 많다

여기에 맞는 건 알리바바와 40개의 별
우리는 각자가 별 한 보따리씩 맡아야 한다
은하계만 따져도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2조 개가 있다니
우리는 별을 나눠가질 게 아니라
은하를 다발로 책임져야 한다
대체 무슨 보따리에 담아야 하나

보이지도 않는 저 은하는 나의 은하
광속으로도 갈 수 없는 저 은하는 너의 은하
우주적 책임감에 잠시 우쭐하다가
머리가 무거워진다

머리를 짜내보자
우리 뇌의 신경세포수가 수천만 개라니까
신경세포 각각이 별 하나씩
아니 은하를 몇개씩 책임지는 걸로

어차피 신경쓰는 건 신경세포의 일

이로써 말끔하게 해결했다 싶은데
문득 장미가 생각났다
장미 때문에 자기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
별에 대한 책임과 장미에 대한 책임

지구상의 모든 장미를 또 어찌할 것인가
배를 깔고 누웠다가 나는 일어나 앉는다
어린왕자는 별이 작으니 속도 편하지
한 송이도 아니고 백만 송이 장미를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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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2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우림이 부른 백만송이 장미를 무한반복 듣는중인데~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내별도 너의 별 하는걸로~
별에 대한 책임과 거기에 장미에 대한 책임까지
너무 과중해요.
이건 사랑이 아니라 형벌임.


로쟈 2018-07-23 22:51   좋아요 0 | URL
계산이 그렇다는 거지요.^^
 

나는 물론 안다, 우리는 단지 운이 좋아서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고 있다는 것을.
폭염 속에서도 희희덕거리고 있다는 것을.
어젯밤 꿈도 아니고 오늘 낮에
나는 그늘진 곳이 전혀 없는 표정으로
골프 스윙에 대해 노닥거리는 얘기를 들었다.
˝허리가 받쳐줘야 해.˝
그러자 나는 지구의 종말이 와도
아쉬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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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사과 반쪽을 먹었어
감자도 뽐므지만 사과가 뽐므
너의 얼굴 반쪽을 먹었네
반쪽이 된 네 얼굴
레이스를 뜨는 뽐므
너를 보았던 그해 여름
아직 주근깨가 남아있던 뽐므
울지 않았던 뽐므
나는 제대를 앞두고 있었네
자기 앞의 생과 함께
레이스 뜨는 여자를 읽었네
그녀의 이름은 잊었네
뽐므만 책장에 남았네
그렇게 지나간 일이 되었다는 걸
사과 반쪽을 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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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7-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취향인 책-책 읽어주는 남자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내 취향아니어서 사지 않은 책
-책 읽어주는 여자
레이스 뜨는 여자

남들은 다 좋다는데 내 취향 아니어서
읽다 만 책-자기 앞의 생

사과는 뽐므
감자는 뽐므 드 떼르(땅의 사과)
여자는 팜므

로쟈 2018-07-17 23:14   좋아요 0 | URL
네 각자 취향이 있는 법이죠.
 

로나는 괜찮아
로나, 알로나, 알료나 모두
일로나도 괜찮겠어
로라, 슬픈 로라가 있었지
우리에겐 저마다 로라가 있었어
일로브나도 좋아
이리나와 같이 친구할까
하지만 로리타는 안돼
로리도 물론이야
그건 금지구역이야
로나로 가
로나가 가르쳐줄 거야
로나를 믿기로 해
로리는 안돼
왜 자꾸 로라가 생각날까
로라는 눈물나게 해
로라를 기억해
아니 로라는
이제 그만 놓아주자
로나로 가
로나를 사랑해야 해
로나는 괜찮아
로나 곁에 있어야 해
로나가
로라
자꾸 슬퍼지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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