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태양탐사선 파커가
아니 이건 이미 쓴 시다
파커는 잘 가고 있다
내가 노량진과 용산을 지나듯이
예정된 진로로 잘
가지 않으면 인생은 뭐란 말인가
아침에 집을 나오고
흔들리는 전철에서 같이 흔들리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파커는 태양이 고향인가
집 떠난 파커는 태양의 궤도를 돌다가
언젠가 장렬하게 생을 마친다
파커는 파커답구나
서울역에서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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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8-1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은 30도씨에 바람 불고있음~
저는 나흘간 따스한 햇살과 싱싱한 초목기운 듬뿍 받고 오후에
귀가해요^^* 이 기운으로 일년 버텨야죠~ 쌤도 활기차고 따끈한
기운 받고 오셔요~*^^*

로쟈 2018-08-18 12:56   좋아요 0 | URL
네 부산도착. 날씨도 쾌적하네요.~
 

어제는 태양탐사선 터커가
아니 파커가 길을 떠났다
터커가 엉덩이를 세게 차주었고
파커가 7년간의 장도에 올랐다
냉정히 생각해보려 해도 뜨거운 여정이다
미안하게도 파커의 일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다
파커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얼 탐사하러 지구에 왔던가
너무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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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초음파로 그대를 감지한다는 건
그대를 보지도 만지지도 않고
메아리로 그대를 감지한다는 건
박쥐도 그런 기분일까
입을 틀어막고 하루종일 그대를 부르는
더이상 아무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을 때
비로소 초음파를 내보내는 것일까
그때 느껴지는 것일까
메아리가 떼지어 되돌아온다
그대 이름이 사정없이 온몸을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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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프라이 2018-08-2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파리나 잠자리처럼 입체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 ~~

로쟈 2018-08-21 23:01   좋아요 0 | URL
정신없어 보일 거 같은데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가 말했어
눈에 보이는 건 껍데기뿐이야

너를 만나도 너를 보지 못하고
나는 딴데만 보았지
너를 보고도 못 본 체했지
너는 어느새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너를 보았지
보이는 건 모두 바스라질 것 같아서
나는 꿈에서도 가끔만 너를 보았지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너는 어디에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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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를 달려가던 바람이 기억나
바람은 누굴 보고 달려갔던 것인지
세찬 파도가 집어삼킬 듯 밀려오던 날
그럼 바람은 어느 방향으로 달려간 건지
그래도 달려나가던 바람 소리를 들었어
바람은 달려오기도 하고 달려가기도 하나
물어보면 바람의 변덕이라고 하겠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바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뿌리고
바람은 어느 새 비바람으로 돌변했지
바람은 마음먹은 게 있다는 듯이 내달렸지
방파제의 콘크리트 바닥을 쿵쿵 울리며
어쩌면 기합소리도 냈는지 몰라
방파제 아닌 건 모두 다 날려버리려는 것처럼
바람은 방파제를 내달려가고
그런 바람이라면 나도 온몸으로 맞고 싶었지
비바람에 흠뻑 젖고 싶었지
방파제를 내달리는 바람이 되고 싶었지
여기가 세상의 끝이라고 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내닫는 바람이 되고 싶었지
바람은 귀가 없어 듣지 못할까
바람은 바람의 미친 소리를 듣지 못하는구나
그런 바람소리를 들어주고 싶었지
방파제를 달려가는 바람에게 이유가 필요했을까
바람의 사생활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세상의 모든 방파제야
바람이 맨발로 뛰쳐나갈 방파제
내달리는 바람과 함께 몸을 던지고픈 방파제
바람의 발작이 느껴져
바람이 오고 있어
바람이 될 테야
방파제를 달려가는 바람
그래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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