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끄트머리이고 겨울의 끝이다. 그리고 내일이 봄이다. 봄풍경이 들어서기까지는 몇 주 더 걸리겠지만(그림은 러시아의 풍경화가 레비탄의 '봄 홍수'(1897)), 교정이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차는 건 당장 (대개의 입학식이 예정돼 있는) 모레부터이다(그러면 나도 덩달아 좀 바빠지겠다). 여기저기가 북적거리겠지만, 가장 북적댈 곳은 건 강의 교재들이 판매되는, 북새통같은 구내서점이겠다. 그런 게 변함없는 내 주변의 풍경이다(한적한 봄풍경을 맞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새학기 개강도 출판계에서는 일종의 특수일 것이다. 눈에 띄는 책들이 부쩍 많아진 것은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재나 교양학술서 범주에 들어갈 만한 책들을 북적거리기 전에(!) 몇 권 꼽아본다(일단은 점심시간 동안만).  

 

 

 

 

가장 먼저 꼽을 책은 학술명저번역총서로 출간된 찰스 다윈의 <인간의 유래>(한길사, 2006)이다. 아마도 다윈 자신의 책으론 <종의 기원> 다음으로 유명할 이 책이 이제서야 국역본을 얻었다는 건 한참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또 한편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법이기도 하다(1871년에 나온 책이니까 135년만에 한국어본이 나온 셈이다). 다윈과 다위니즘에 대해서는 우리시대의 가장 탁월한 다위니즘 해설자 리처드 도킨스의 <에덴의 강>(사이언스북스, 2005)을 참조하는 게 좋겠다. 다윈의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갈라파고스, 2003)와 <30분에 읽는 다윈>(랜덤하우스중앙, 2004)도 워밍업으로는 좋겠다.

문제는 <인간의 유래>를 읽는 것이지만, 고전의 가치는 읽는 데에만 있는 게 아니라 모셔두는 데에도 있으므로 일단은 저마다 서가에 꽂아두고 볼일이다. 나만은 아니겠지만, 특별히 관심있는 대목은 다윈의 '성선택설'인데 그런 대목만 미리 챙겨읽는 게 흠은 아니겠다. 이때는 저래드 다이아몬드의 <섹스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5) 반드시 참조할 필요가 있는바 곁에 두고 같이 읽으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더불어 좀 여유가 있는 '교양인'이라면 제이콥 브로노프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바다출판사, 2004) 정도를 <인간의 유래>와 나란히 꽂아두면 좋겠다. 이 책의 원제 'The Ascent of Man'(1973)는 다윈의 책 'The Descent of Man'을 뒤집은 것으로 "인간이 상상력과 이성, 정서적 예민함과 강인성으로 환경을 변화시켜온 문화적 진화의 상승과정을 담고 있"는 고전적 저작이다. BBC의 다큐 시리즈였는지라 DVD 타이틀로도 나와 있다.  

 

두번째 책은 패트리샤 처칠랜드의 <뇌과학과 철학>(철학과현실사, 2006)이다. 처칠랜드 여사는 남편 폴 처칠랜드와 함께 심리철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며(이 분야에 대한 개괄적인 책으론 김영정 교수의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철학과현실사, 1996)을 꼽을 수 있다), 폴은 국내에 '심리철학 입문서' <물질과 의식>(서광사, 1992)으로 진작에 소개된 바 있다(저자의 성이 '처치랜드'로 표기됐었다. 국내 학계의 관행이 어느쪽인지 모르겠지만, 이 부부가 별거하는 것도 아닌데 '처치랜드'와 '처칠랜드'로 따로 검색되는 것은 보기에 안 좋다). 이번에 나온 건 패트리샤의 저작이며 훨씬 두껍다(766쪽이고 원저는 560쪽. 물론 두께가 지성에 비례하는 건 아니겠지만 폴도 분발해야겠다).  

책의 원제는 'Neurophilosophy'(1986, 1989)이고, 이미 20년전에 나온 저작이다. 컴퓨터공학의 발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법한 분야인 만큼 다소 '낡아보이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거꾸로 20년을 버틸 수 있었다면, 이미 이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좀 낡은 책이 번역된 것인지, 고전적인 저작이 번역된 것인지는 관련 서평을 읽어봐야 알겠다(이런 서평도 제 때 써줄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엔 드문 것인지?).

 

 

 

 

뇌 얘기가 나온 김에 요로 다케시의 <유뇌론>(재인, 2006)도 언급해 두도록 하자. 소개에 따르면, "다치바나 다카시와 함께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요로 다케시의 책. 2003년 출간되어 그해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바보의 벽> 등의 저작을 통해 해부학자로서의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사유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 바 있다. <유뇌론>은 요로 다케시 사상의 출발점이자 근간이 되는 저서이다. 유뇌론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뇌라는 기관의 법칙성을 통하여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입장이다. 유물론과 유심론 중 굳이 따지자면 유심론, 또는 관념론과 가깝다."

236쪽 정도의 분량이 그닥 미덥지는 않지만, 역시나 두께가 통찰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므로 한번 일독해봄 직하다. '뇌를 향한 두렵도록 새로운 시선'이란 부제를 얼마나 감당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볼 겸. '새롭다' 싶으면 이미 알게 모르게 많이 소개된 요로 다케시의 세계로 푹 빠져들어가면 되겠다. "일본에 있을 때 일주일에 한번쯤 술을 마셨던 일본 친구가 그의 책을 권했다. 그는 일본인이라면, 아니 누구든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며 나무젓가락을 넣은 좋이에 '요로 다케시'란 이름을 써줬다. 그의 책 <유뇌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이 책을 추천한 전여옥 의원도 아마 '요로 다케시'의 팬인 듯한데, 겸사겸사 치매에 안 걸리는 법도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그런데 책에선 왜 "일본엔 요로 다케시가 있더라"라고 하지 않았을까?).

 

 

 

 

세번째 책은 한국칸트학회 편으로 나온 <포스트모던 칸트>(문학과지성사, 2006). 제목은 '포스트모던'하지만, 내용은 '칸트적인' 논문 모음집이다. 칸트학회장인 강영안 교수의 서명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의 기획자인 총무이사 서동욱 교수가 작성한 글임에 분명한 서문은 '그레고어 칸트와 그의 벌레 변신'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데, 거기서 주장되는바, "이 책은 바로 이 칸트의 변신 '모던 칸트'에서 '포스트모던 칸트'로의 '변신담'이다."

이 화려한 예고편에 이어지는 것은 그러나 '칸트와 하이데거', '칸트와 라캉', '칸트와 레비나스' 등등이며, '칸트와 하버마스', '칸트와 로티'로 마무리된다. 칸트의 변신담이라고는 하나 '칸트'는 거의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꼴은 아닐까? 그 서론에서 인용되는바, "나는 옷을 벗고 <순수이성비판>과 담배 한갑을 들고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무라카미 하루키, <1973년의 풋볼>)나 "뒷주머니에 <프롤레고메나>를 넣어둔 것은 그 탓이야. 내가 슬럼프인데도 계속 이기고 있는 것도, 모두 칸트 할아범의 덕분이지."(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같은 대목들이 '포스트모던 칸트' 현상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면, 그와 정면대결하여 '칸트와 하루키'나 '칸트와 일본야구' 같은 글 꼭지가 아마도 '포스트모던 칸트' 변신담에 더 적합할 것이다.  

해서, 이 변신담은 아직은 제목과 서문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 서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끝으로 이 책은 한국칸트학회 기관지 <칸트연구>의 특별호로서 16집 2호에 해당함을 밝혀둔다." 그리고 그렇게 읽을 때 이 논문집은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엽기적인 식탁이 아니라) 읽을 만한 논문들을 두루 갖춘 풍족한 식탁이 된다.

 

'포스트모던'이란 말이 나온 김에 또 언급해 두는 책은 마크 포스터의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문화사>(이대출판부, 2006)이다. 원제는 'Cultural History and Pstmodernity: disciplinary reading and challenges' (1997)이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맥락 속에서 문화사와 관련된 쟁점들과 논제들을 검토하고 역사학의 미래를 전망한 책. 역사학계에 퍼져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역사학이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지혜를 밝히고자 했다. 문화사를 다루는 데 있어 작용하는 인식론적 조건과 프랑수아 퓌레, 린 헌트, 미셸 푸코 등의 실제 연구 기록들을 사례로 점검함으로써 논지를 구성했다"고 한다. 230쪽의 컴팩트한 분량이므로 단숨에 읽으면 되겠다. 아니면 국내 필자들이 참여한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푸른역사, 2002) 같은 책과 천천히 비교해 보면서 읽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다.

<푸꼬, 마르크시즘, 역사학>(인간사랑, 1990)이란 책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포스터는 이후에 <뉴미디어의 철학>(민음사, 1994), <제2미디어의 시대>(민음사, 1998),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기 전에 인터넷을 생각한다>(이제이북스, 2005) 등의 번역서명들이 말해주듯이, 주로 문화이론이나 미디어 이론 분야의 책들을 내왔다. 해서, '역사학'을 주제로 하고 있는 이번 신간은 한동안의 딴살림은 접고 애당초 그의 이름을 알린 <푸꼬, 마르크시즘, 역사학>의 '족보'를 다시금 잇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그는 원래 직분은 역사학 교수로 돼 있다).  

 

 

 

 

네번째 책은 정치사상과 세계화 분야의 책으로 골랐다. 일단 가장 최근에 나온 두툼한 책으로 <현대 정치사상의 파노라마>(아카넷, 2006). "서구 정치사상의 중요한 줄기를 이루는 이데올로기의 개념과, 대표적인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고 하니까 간단히 말해서 '교재'이다. 교재류의 특성상 '예리한 시각'을 담고 있을 법하지는 않지만, 교양의 토대는 튼튼하게 해줄 것이며 차후의 보다 깊이 있는 독서로 안내해줄 것이다. 작년에 바라다트의 <현대정치사상>(평민사, 2005)도 그런 책으로 보인다.

'정치사상'이 원론이라면 '세계화'는 작금의 현안이다. 이 주제와 관련한 책들은 차고 넘치지만,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를 넘어서는 길'이란 부제를 단 <세계화의 두 얼굴>(이른아침, 2006)이 일단 눈길을 끈다. "세계화와 불평등, 그리고 양극화 문제에 대한 비판서. '모든 이들이 똑같이 부유해질 수 있다'는 청사진을 걸고 나온 세계화 운동이 오히려 국가간, 계층간에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현상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이 책은 "세계화 시대의 부자들과 빈자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부자들이 세계화 물결을 타고 어떻게 세계 경제를 장악했는지, 그리고 빈자들이 어떻게 끝없는 가난의 덫에 걸려들 수밖에 없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미국과 인도 등의 사례를 제시하여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국가 간에, 혹은 비(非)선진국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분석내용은 '상식적'인데, '넘어서는 길'이란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하다.

작년 연말에 나온 <진화하는 세계화>(아이필드, 2005)는 부제가 '현대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이고 원제는 'Many Globalization'(2002)이다. 제목 그대로, 다수의 다양한 세계화의 진행현황에 대한 리포트적 성격의 책이다. 이 세계화를 둘러싼 찬반 양론은 실상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로 귀결될 듯한데, 이 '차이'를 조망해주는 책으로 <비전의 충돌>(이카루스미디어, 2006)이 또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수세기에 걸쳐 지속되어 온 보수와 진보 사이의 논쟁을 '비전의 충돌'이라는 아이디어로 분석했다"거 하며, "미국의 대표적 두뇌집단 중 한 사람인 정치학자 토마스 소웰이 미 행정부 정책 자문의 경험을 바탕으로 30년간의 사상사 연구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소개된다.

소웰에 따르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온 두 가지 관점(비전)"이 있는데, "하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제약적 비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본성은 완벽해질 때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무제약적 비전'이다." 이러한 비전관은 마치 본성(nature)과 양육(nuture)이라는 생물학 화두의 정치학 버전 같다. 하면,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김영사, 2004)도 같이 읽어봄 직하다(그렇게 다 찾아 읽으신 분은 내게 결론을 좀 알려주시압).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에드워드 루시-스미스와 주디 시카고가 쓴 <여성과 미술>(아트북스, 2006). '열 가지 코드로 보는 미술 속 여성'이 국역본의 부제인데, '여성과 미술'이란 주제사나 '페미니즘 미술사' 교재로 적합해 보인다.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세계 미술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여성 미술가들의 성취를 재조명했다. 남성 화가들의 그늘에 가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위대한 여성 화가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생애와 미술사적 업적을 소개한다"고 하니까.

공저자의 한 사람인 자마이카 태생의 영국 비평가 에드워드 루시-스미스(1933- )는 전방위 작가인 듯한데(시인에다가 사진작가까지 겸하고 있다), 많은 교양미술서들을 집필했고 또 국내에 많이 소개돼 있다(그림 읽어주는 할아버지?). 내가 갖고 있는 건 <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시공사, 1999) 한권뿐이지만. 아래와 같은 사진이 그의 작품인데, 그만한 지명도라면 어쩌면 사진집도 국내에 소개될지 모르겠다.

덧붙여 교양미술 교재로도 쓰일 만한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현실문화연구, 2006)이 재출간됐다. 예전 판본에 대해 쓴 리뷰에서 나온 흑백 도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편집하고 칼라 도판을 추가한 개정판"이 나온 것. 그런 수고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도 책의 장점이다. '교재' 정신에 충실한(턱없는 책값의 '교재'들을 나는 혐오한다).

06. 02. 28 - 03. 02.

P.S.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학자 자크 오몽의 책 <영화 속의 얼굴>이 번역돼 나왔다. 소개를 옮기면, "영화이미지들 중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얼굴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분석을 담은 책이다. '영화'라는 매체와 '이미지'라는 표현 수단의 관계에 대해, 나아가 '이미지'와 '현실'과의 관계에 대한 방대하고 심도 깊은 사유를 펼쳐 보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학자 중 한 사람인 자크 오몽의 저서로, 그의 제자인 김호영 교수가 우리 말로 옮겼다." 그리고 예상과 다르게 400쪽이 넘는 듬직한 분량이다.

물론 <영화 속의 얼굴> 같은 책이 <영화미학>(동문선, 2003)처럼 영화학 교재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내게 더 흥미로운 건 <미학>이 아니라 <얼굴>이다. 한국영화통으로도 잘 알려진 오몽이 이런 말을 덧붙이고 있다.

"이미 3~40년 전부터 한국 영화에는 임권택의 완벽하게 통제된 고전주의와 김기영의 장중하면서도 통속적인 가면 예술, 홍상수의 '모던한' 얼굴들, 봉준호나 박찬욱의 '기발함' 등이 평화롭게 계승되고 공존해왔다. 물론, 김기덕처럼 모든 장르와 스타일에 재능을 보이는 시네아스트들도 있었다... 판타스틱 영화나 초자연적 영화에서도, 조지 로메로의 산송장들이나 팀 버튼의 비현실적 피조물들, 혹은 만화영화로부터 유래된 슈퍼 히어로에서조차도,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여전히 '배우'의 얼굴이며 '타인의 얼굴' 이다."(강조는 나의 것, 레비나스의 상용구를 오몽에게서도 읽게 되는군!)

가령, 내가 작년에 본 영화들에서 <여자, 정혜>의 김지수나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수애의 얼굴은 영화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기억해 둘 만한 얼굴들이었다. '배우'의 얼굴이면서, '타인'의 얼굴. 그 무한자의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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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밀린 일들 때문에 '마지막 초읽기'에 몰려 있는 처지여서 한가하게 책소개나 늘어놓을 형편이 아니지만 막간에 몇 자 적는다(아마도 이 소개는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이런 건 ('사고'라기보다는) 그냥 '본능'이라고 해야겠다. 나를 보전하며 나를 망치는.

 

 

 

 

먼저, 조셉 캠벨(1904-1987)의 <신화의 이미지>(살림, 2006)을 꼽아두고 보자. 저자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의 신화종교학자, 비교신화학자"이며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이다. 더불어 대중적으로는 가장 유명한 신화학자. 소개에 따르면 캠벨이 생애 마지막으로 펴낸 저작이라고 하는데, 원저 'The Mythic Image'가 1974년 저작으로 돼 있으니까 그의 나이 70세에 나온 책이다(이후에 캠벨은 '여생'을 살았나 보나). 

책은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전세계 각 문화권에 퍼져있는 신화들을 4백 50여장의 크고 화려한 컬러 도판과 함께 소개하고, 그 상징성과 함께 이들을 궤뚫는 신화의 원형(archetype)을 분석한다"고 하니까 제목의 '이미지'는 수사이거나 겉멋이 아니다. 책은 말 그대로 신화의 방대한 이미지들을 잔뜩 보여주는 책인 것. 그러니까 600쪽의 분량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스럽지는 않겠다. 신화 이미지 '사전' 정도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강의록들을 포함하여 캠벨의 저서들은 차고 넘칠 만큼 번역돼 있다. 그렇다고 그의 펴낸 책들이 전부 망라돼 있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의 인문서 번역 현황에 비추어본다면 다소 과잉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그 일등공신은 짐작에 <신화의 힘>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을 번역 소개한 우리시대의 '신화 전도사' 이윤기 선생이다. 몇 차례 개정판이 나온 걸로 알지만, 내가 최초이자 유일하게 접한 캠벨의 저작은 <신화의 힘>(고려원, 1992)이다. "비교신화학의 세계적인 석학 조셉 캠벨과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의 TV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신화학 입문서로 추천하곤 한다. 아직은 신화쪽으로 별로 끌리지 않는 탓에 캠벨의 다른 저작들은 모두 나로선 미래의 책들이다.

 

 

 

 

<문화국가>(경성대출판부, 2004)의 저자 마르크 퓌마롤리의 <100편의 명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마로니에북스, 2006)도 얼마 전에 나온 이 분야의 관련서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은 그래도 신화와 영화 쪽인데, 유재원의 <신화를 읽는 영화 영화를 읽는 신화>(까치글방, 2005), 강대진의 <신화와 영화>(작은이야기, 2004) 등이 국내 전문가들의 저작이고,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제시한 '영웅의 여정' 패러다임에 따라, 50편의 영화에 담긴 신화적 구조를 탐구"하고 있는 스튜어트 보이틸라의 <영화와 신화>(을유문화사, 2005)가 유익한 독서 자료이다. 다소 진부한 소개이긴 하지만, 롤랑 바르트의 <현대의 신화>(동문선, 1997)도 신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책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창조적 열병'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하이퍼그라피아>(휘슬러, 2006)가 두번째 책이다. 책의 기본적인 시각에 따르면, 작가를 비롯한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양태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아이디어가 무한대로 쏟아져나와 막힘없이 글을 써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족할만한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인데, "전자를 의학 용어로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 후자를 '블록 현상(writer's block)'이라" 한다고(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 

하버드 의대 교수인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조울증과 하이퍼그라피아 증상에 근거하여 여러 천재적인 작가들의 임상사례와 자기 치유법을 소개한다고 한다. '천재로서의 작가'에 대한 신화를 냉정하게 해부하는 '천재와 광기' 또는 '무슨 신드롬' 류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장이 "도스토예프스키, 발작을 일으키다"이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작은 간질 발작을 가리킨다. 참고로, 작가의 이 특이 병력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도 반영돼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백치>의 주인공 므이슈킨(미쉬낀) 백작이다.  

 

 

 

 

세번째 책은 루마니아 태생의 미술사학자 빅토르 스토이치타(1949- )의 <그림자의 짧은 역사>(현실문화연구, 2006). 원제는 'A Short History of the Shadow'(1997)이며, 375쪽 분량이니까 그렇게 짧지는 않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재현의 담론에 중심에 서 있는 그림자를 미학과 서양 문화사의 맥락에서 바라본다. 지은이는 회화, 문학, 사진, 영화, 만화, 광고 등 서양 문화사 전반에서 등장하는 그림자의 의미와 상징성을 풀이한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그림자를 묘사하기 위해 들인 기술적 도전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이 도전이 바로 예술의 시초라는 점을 지적한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 비유 등의 이야기와 다양한 예술작품을 사례로 들고 그 안에 등장하는 그림자가 예술가들의 자기반영의 기능을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또한 이들 작품들의 컬러 및 흑백 도판 110개를 수록, 볼거리를 더했다." 

 

 

 

 

 

 

저자는  소르본대학에서 국가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스위스의 한 대학에 재직중이라는데, <스페인 미술 황금기로의 꿈같은 체험Visionary Experience in the Golden Age of Spanish Art>, <자각하는 이미지The Self-Aware Image> 등의 다른 저서도 갖고 있다고. 로마대학에서 수학한 경력도 있지만, 외모상으로는 이탈리아 사람을 닮았다. 내가 읽고 싶은 그의 또다른 책은 <몬드리안>(1979)이다.

 

 

 

 

그림 책 얘기가 나온 김에 랜덤하우스중앙에서 나오기 시작한 '내 손 안의 미술관' 시리즈도 꼽아두어야겠다. 1차분으로 나온 책들 가운데에서는 내 맘대로 꼽자면 단연 닐스 오켈의 <브뢰겔: 이상한 천국의 풍경을 꿈꾸는 화가>이다. 이미 시공사에서 나온 <브뢰겔>(2001)을 갖고 있지만, 이 책은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림 한 점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읽기를 제공해주고 있는 책이다.

즉, "화가 브뤼겔(1525-1569)의 예술관과 그의 그림 '게으름뱅이 천국'(1567)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는 책"인데, 제대로 읽기를 선호하는 나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미술사학자 노성두의 번역이라 더 믿음이 가고. 아마도 이전에 마루(금호문화)에서 나왔던 <화가가 꿈꾸었던 이상한 천국의 풍경>(2000)과는 같은 책으로 보인다(이번에 더 번듯하게 나오긴 했지만). 한편, 이 신비로운 16세기 화가는 러시아의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네번째 책은 프랑스 작가 줄리앙 그라크의 <시르트의 바닷가>(민음사, 2006). 세계문학전집의 책으론 오랜만에 꼽아보는데, 원제는 'Le Revage des Syrtes'(1951)이다. 그라크의 소설로는 처음 소개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숲속의 발코니>(책세상, 2001)가 이미 나와 있었다. 요즘은 이름이 생소한 작가들도 많이 소개되지만 '전설'로만 남아 있는 작가들도 드물지 않은데, 내게 줄리앙 그라크는 그런 작가이다(국내에도 전공자들이 여럿 있어서 '거장'이란 입소문은 진작부터 돌았지만 진상을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해서, 재작년엔 다른 작품이지만 러시아어본도 사두었다! 데뷔작인 <아르골 성>). 이번에 나온 작품은 그 오랜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을까 싶다. 제목의 '시르트'는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의 유사(流沙) 지방을 뜻하는 모양이다.  

작품은 "300년 이상 휴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상의 국가 오르세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서 "주인공 알도의 일상이 정치하고 시적인 문장들을 통해 그려진다"고 한다. "베일에 싸여 있던 프랑스의 은둔 작가 쥘리앙 그라크는, 1951년 이 작품에 수여된 공쿠르 상을 거부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는데, 그 이전인 "1949년 쥘리앙 그라크는 '뱃심의 문학'이란 글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문학계와 결별한다"고. 

"대형 출판사들이 영리 추구를 위해 서로 다투고 나눠 먹는 문학상 제도와 당시 문단을 지배하던 실존주의 유파를 표적으로 하는 도발적인" 평문이었다는데, 내용 자체는 먼 나라 얘기 같지 않다(우리도 배짱좋게 문학상 좀 거부하는 작가가 이젠 나와주었으면 싶다. '노벨문학상' 거부면 더 좋고. 물론 사르트르처럼 상금은 챙겨둘 일이다. 혹은 상금이 없지만 권위 있는 문학상이 좀 나와주든가, 안 주고 안 받든가. 그것도 아니면 유치원식으로 모든 작가들에게 상을 주든가...). 어쨌든 그런 지조로 인하여 그는 1951년 그의 작품 <시르트의 바닷가>가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지명되자, 그라크는 두 차례에 걸쳐 수상을 거부했다 한다.

그런 그에게 바치는 투르니에의 찬사: "그라크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다. 그는 50년 전부터 프랑스 문학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문학 비평을 지금껏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의 역량이 십분 확인되는 것은 소설과 기행 노트에서이다." 그라크의 책들이 더 많이 번역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초현실주의와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독특한 창작세계 때문에 분류곤란한 작가로 '분류'되는 그라크는 1910년생이지만 아직 생존작가이다.

 

 

 

 

두께에서 밀리긴 했지만, 그라크와 같은 프랑스 작가 자크 카조트(1719-1792)의 <사랑에 빠진 악마>(열림원, 2006)도 놓치긴 아까운 작품이다.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자크 카조트의 경장편 소설. 연금술에 의해 불려나온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고, 인간의 원칙과 열정이 그 악마와 투쟁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문학의 경향을 집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상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프랑스 문단에 알린 작품"이라 한다. 그런 문학사적 맥락 외에 관심을 끄는 건 '사랑에 빠진 악마'라는 주인공의 형상이다(한데, 이 악마는 '알바로'라는 귀족청년을 사랑한다. 이 또한 동성애 코드인가?).

이 책을 소개한 지난주 한국일보의 북리뷰에서는 러시아 화가 브루벨(1856-1910)의 <악마>(1890)를 같이 실었는데(이게 삽화로 들어가 있는 건가?), 이 계열의 그림들은 레르몬토프(1814-1841)의 서사시 <악마>에 암시를 받아 그려진 작품이다(카조트의 소설을 레르몬토프가 읽은 적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국내에선 (절판된) 레르몬토프의 작품집도 브루벨의 화집도 구해볼 수 없으니 유감스럽다. 다들 어디에 빠져 있는 것인지...

 

삽화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러시아 작가 고골(1809-1852; 왼쪽 초상화)의 <코>를 다시 쓰고 거기에 (현재는 미국에 살고 있다는) 러시아의 일러스트레이터 겐나디 스피린(1948- ; 오른쪽 사진 )의 그림들을 넣은 그림책 <코>(보림, 2006)도 최근에 나온 책이다. 소장용으로 꽂아둘 만한 책인데, 스피린의 그림은 이미 <야곱과 일곱 명의 도둑>(문학사상사, 2004)에서 소개된바 있다. 그가 그려낸 <코>의 삽화가 아래와 같은 그림이다. 당당하게 마차에서 내리는 5등관 코를 코 주인인 8등관 코발료프가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 모습. 놀랄 만큼 매혹적인 삽화이다.

러시아 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고골의 선배 작가 크릴로프(끄르일로프, 1769-1844)의 <끄르일로프 우화집>(문학과지성사, 2006)도 덧붙이도록 하자. 이전에 '크릴로프 우화'라고 나온 책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개가 중역에다가 발췌본이었다. 198편의 우화들을 수록하고 있는 이번 번역서는 "1843년 뻬쩨르부르끄에서 출판된 <9권으로 된 끄르일로프 우화집>을 한 권으로 엮은 1956년 모스끄바 예술문학사 판 <끄르일로프 우화집>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하였"고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최초로 작품들이 발표된 지면 및 작품 연보를 수록하고 찾아보기를 함께 실었다." 그러므로 가히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이로써 세계 3대 우화집이라 일컬어지는 이솝 우화집, 라퐁텐 우화집, 크릴로프 우화집 등을 모두 우리말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우화란 기본적으로 '사회풍자'적 성격을 갖는 것인데, '아동물'로 즐겨 읽히는 것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이다(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견인주의적 냉소를 가르치는 것인가, 아니면 '거세된' 우화들을 읽히는 것인가?). 나이든 이들이 미리 좀 읽고서 가려 읽히는 게 합당하겠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유기환 교수의 해설서 <조르주 바타이유>(살림, 2006)이다. 이미 <에로스의 눈물>(문학과의식사, 2002)을 번역/소개한 바 있는 저자는 오랜 동안의 독서를 바탕으로 하여 바타이유의 세계에 대한 가이드를 자임하고 나섰는데, 이런 바타이유 소개서는 저역서를 막론하고 국내에선 처음 나오는 것이다(줄리언 페파니스의 <이질성의 철학>(시각과언어, 2000)이 예외라면 예외이지만, 거기서는 바타이유가 보드리야르, 리오타르 등과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주로 <저주의 몫>과 <에로티즘> 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모두 번역돼 있는 만큼 수월하게 바타이유의 나라로 떠나볼 수 있겠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프랑스 도르도뉴 현의 몽티냐크 마을에 이는 '라스코 동굴'을 직접 찾아가본 '충격적인' 체험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데(바타이유 또한 라스코의 벽화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불가능한 체험'은 바타이유의 키워드 중 하나이다), 우리도 비슷한 흉내를 내보기 위해 잠시 구석기 시대를 '체험'해 보도록 하자. 그들은 삶에서 무엇을 믿고 무엇을 열망했을까? '신화'보다도 더 먼 시대에. 아직 '책'도 없던 시대에!..

06. 02. 18-23.

 

 

 

 

 P.S. 최근에 나온 시집 두 권을 별도로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기로 한다. 먼저 황동규(1938- ) 시인의 13번째 시집 <꽃의 고요>(문학과지성사, 2006).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2003)에 이어 3년 만에 나온 시집인데, 그 3년이 시인에게는 "<유마경>을 읽고가 아니라, 읽을 수 있는 마음 상태를 엮은 기간"이었다고. 그 마음이 때로 터지면 이렇게 된다. 

시여 터져라.

생살 계속 돋는 이 삶의 맛을 이제

제대로 담고 가기가 너무 벅차다.

반쯤 따라가다 왜 여기 왔지, 잊어버린

뱃속까지 환하게 꽃핀 쥐똥나무 울타리,

서로 더듬다 한 식경 뒤 따로따로 허공을 더듬는

두 사람의 긴 긴 여름 저녁,

어두운 가을바람 속에 눈물 흔적처럼 오래 지워지지 않는

적막한 새소리,

별 생각 없이 집을 나설 때 기다렸다는 듯 날려와

귀싸대기 때리는 싸락눈을,

시여!

 

반면에 김승강(1959- )의 첫시집 <흑백다방>은 웬만해선 안 터지는 시와 삶의 꼴을 담고 있는 시집이다. 황동규 시인이 '꽃의 고요' 속에서 노래를 듣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면, 김승강은 능청스레 '꽃필까 두려운' '지경'에 머물러 있다: "제 몸에서 꽃 필까 두려운 목련/ 지난밤 바람이 햝고 간 자리/ 행여 열꽃으로 필까 두려운 목련"의 세계, '흑백다방'이란 제목처럼 촌스럽고 활달한 세계가 시인이 서두에 적은 '하루살이의 일기'이고, 평론가가 해설의 제목으로 적은 '생활의 발견'기이다. 그가 '발견'이라고 적어놓는 시들은 이런 식이다(근래에 보기 드문 능청이되 기본기 있는 능청이다. 김승강은 첫시집을 낸 '신예'이지만, 복학생보다도 나이 더 먹은 대학 새내기를 보는 듯하다).

 

아내는 자꾸

냄새가 좋다.

냄새가 좋다, 했다.

아버지, 논 물꼬를 트자

논물에서 개구리 울기 시작했다.

밤이 깊도록 아무도

개구리 울음소리를

끊어놓지 못했다.


아내는 아쉬운 듯 마지막으로

냄새가 참 좋다고 말한 뒤

잠들었다.


논물에서 개구리 목쉬게 울고

밤꽃 향기 밤새 비렸다.

 

 

P.S. 2. 마감후에 눈에 띈 신간으로 패트릭 맥길리건의 전기 <히치콕>(을유문화사, 2006)이 있다. 원제는 'Alfred Hitchcock: A Life in Darkness and Light'(2004)이고 1,376쪽의 방대한 분량이다(원서는 850쪽). 이만한 분량의 전기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일 정도이다. 소개에 따르면, "영화 역사상 가장 먼저 등장한 스타 감독, 현대 영화사에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앨프레드 히치콕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한 책이다.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영화감독 히치콕'과 '인간 히치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히치콕의 부정적인 품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도널드 스포토의 <천재들의 어두운 면>(1983)을 바로잡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박찬욱 감독의 소감은 "도널드 스포토의 전기밖에 모르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고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인데, 스포토의 전기나 번역되기를 기다리던 내게도 의외의 책이다. "정설로 굳어진 많은 견해를 부인하고 있고 놀라운 사실들을 처음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믿어지지 않을 만큼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레짐작이나 과잉해석, 감상주의를 완벽하게 제거하고 지독한 자료조사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이 작가는 히치콕 자신이 영화를 만들 때 가졌던 태도를 정확하게 본받아 따르고 있다."고 하니까 믿어봄 직하다. 거듭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엔 강적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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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파벨 2006-02-23 21:57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책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소개해주신 책들 중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브뤼겔에 대한 책이랑..."코"가 심히 매력적이네요.

세상엔 정말 강적이 많지요...제가 보기엔 로쟈님이야말로 강적이세요~^^

로쟈 2006-02-24 11:48   좋아요 0 | URL
그림을 좋아하시는군요. 뭐, 강적은 많으니까요.^^
 

개강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밀린 일들 때문에 '마지막 초읽기'에 몰려 있는 처지여서 한가하게 책소개나 늘어놓을 형편이 아니지만 막간에 몇 자 적는다(아마도 이 소개는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이런 건 ('사고'라기보다는) 그냥 '본능'이라고 해야겠다. 나를 보전하며 나를 망치는.

 

 

 

 

먼저, 조셉 캠벨(1904-1987)의 <신화의 이미지>(살림, 2006)을 꼽아두고 보자. 저자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의 신화종교학자, 비교신화학자"이며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이다. 더불어 대중적으로는 가장 유명한 신화학자. 소개에 따르면 캠벨이 생애 마지막으로 펴낸 저작이라고 하는데, 원저 'The Mythic Image'가 1974년 저작으로 돼 있으니까 그의 나이 70세에 나온 책이다(이후에 캠벨은 '여생'을 살았나 보나). 

책은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전세계 각 문화권에 퍼져있는 신화들을 4백 50여장의 크고 화려한 컬러 도판과 함께 소개하고, 그 상징성과 함께 이들을 궤뚫는 신화의 원형(archetype)을 분석한다"고 하니까 제목의 '이미지'는 수사이거나 겉멋이 아니다. 책은 말 그대로 신화의 방대한 이미지들을 잔뜩 보여주는 책인 것. 그러니까 600쪽의 분량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스럽지는 않겠다. 신화 이미지 '사전' 정도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아래 그림은 '신화학자의 삶'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강의록들을 포함하여 캠벨의 저서들은 차고 넘칠 만큼 번역돼 있다. 그렇다고 그의 펴낸 책들이 전부 망라돼 있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의 인문서 번역 현황에 비추어본다면 다소 과잉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그 일등공신은 짐작에 <신화의 힘>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을 번역 소개한 우리시대의 '신화 전도사' 이윤기 선생이다. 몇 차례 개정판이 나온 걸로 알지만, 내가 최초이자 유일하게 접한 캠벨의 저작은 <신화의 힘>(고려원, 1992)이다. "비교신화학의 세계적인 석학 조셉 캠벨과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의 TV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신화학 입문서로 추천하곤 한다. 아직은 신화쪽으로 별로 끌리지 않는 탓에 캠벨의 다른 저작들은 모두 나로선 미래의 책들이다.

 

 

 

 

<문화국가>(경성대출판부, 2004)의 저자 마르크 퓌마롤리의 <100편의 명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마로니에북스, 2006)도 얼마 전에 나온 이 분야의 관련서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은 그래도 신화와 영화 쪽인데, 유재원의 <신화를 읽는 영화 영화를 읽는 신화>(까치글방, 2005), 강대진의 <신화와 영화>(작은이야기, 2004) 등이 국내 전문가들의 저작이고,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제시한 '영웅의 여정' 패러다임에 따라, 50편의 영화에 담긴 신화적 구조를 탐구"하고 있는 스튜어트 보이틸라의 <영화와 신화>(을유문화사, 2005)가 유익한 독서 자료이다. 다소 진부한 소개이긴 하지만, 롤랑 바르트의 <현대의 신화>(동문선, 1997)도 신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책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창조적 열병'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하이퍼그라피아>(휘슬러, 2006)가 두번째 책이다. 책의 기본적인 시각에 따르면, 작가를 비롯한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양태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아이디어가 무한대로 쏟아져나와 막힘없이 글을 써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족할만한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인데, "전자를 의학 용어로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 후자를 '블록 현상(writer's block)'이라" 한다고(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 

하버드 의대 교수인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조울증과 하이퍼그라피아 증상에 근거하여 여러 천재적인 작가들의 임상사례와 자기 치유법을 소개한다고 한다. '천재로서의 작가'에 대한 신화를 냉정하게 해부하는 '천재와 광기' 또는 '무슨 신드롬' 류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장이 "도스토예프스키, 발작을 일으키다"이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작은 간질 발작을 가리킨다. 참고로, 작가의 이 특이 병력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도 반영돼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백치>의 주인공 므이슈킨(미쉬낀) 백작이다.  

 

 

 

 

세번째 책은 루마니아 태생의 미술사학자 빅토르 스토이치타(1949- )의 <그림자의 짧은 역사>(현실문화연구, 2006). 원제는 'A Short History of the Shadow'(1997)이며, 375쪽 분량이니까 그렇게 짧지는 않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재현의 담론에 중심에 서 있는 그림자를 미학과 서양 문화사의 맥락에서 바라본다. 지은이는 회화, 문학, 사진, 영화, 만화, 광고 등 서양 문화사 전반에서 등장하는 그림자의 의미와 상징성을 풀이한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그림자를 묘사하기 위해 들인 기술적 도전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이 도전이 바로 예술의 시초라는 점을 지적한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 비유 등의 이야기와 다양한 예술작품을 사례로 들고 그 안에 등장하는 그림자가 예술가들의 자기반영의 기능을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또한 이들 작품들의 컬러 및 흑백 도판 110개를 수록, 볼거리를 더했다." 

A Short History of the Shadow Book

저자는  소르본대학에서 국가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스위스의 한 대학에 재직중이라는데, <스페인 미술 황금기로의 꿈같은 체험Visionary Experience in the Golden Age of Spanish Art>, <자각하는 이미지The Self-Aware Image> 등의 다른 저서도 갖고 있다고. 로마대학에서 수학한 경력도 있지만, 외모상으로는 이탈리아 사람을 닮았다. 내가 읽고 싶은 그의 또다른 책은 <몬드리안>(1979)이다.

 

 

 

 

그림 책 얘기가 나온 김에 랜덤하우스중앙에서 나오기 시작한 '내 손 안의 미술관' 시리즈도 꼽아두어야겠다. 1차분으로 나온 책들 가운데에서는 내 맘대로 꼽자면 단연 닐스 오켈의 <브뢰겔: 이상한 천국의 풍경을 꿈꾸는 화가>이다. 이미 시공사에서 나온 <브뢰겔>(2001)을 갖고 있지만, 이 책은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림 한 점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읽기를 제공해주고 있는 책이다.

즉, "화가 브뤼겔(1525-1569)의 예술관과 그의 그림 '게으름뱅이 천국'(1567)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는 책"인데, 제대로 읽기를 선호하는 나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미술사학자 노성두의 번역이라 더 믿음이 가고. 아마도 이전에 마루(금호문화)에서 나왔던 <화가가 꿈꾸었던 이상한 천국의 풍경>(2000)과는 같은 책으로 보인다(이번에 더 번듯하게 나오긴 했지만).

한편, 이 신비로운 16세기 화가는 러시아의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래는 브뢰겔의 대표작 중 하나이면서 영화 <솔라리스>에 등장하는 '눈 속의 사냥꾼'(1565).

네번째 책은 프랑스 작가 줄리앙 그라크의 <시르트의 바닷가>(민음사, 2006). 세계문학전집의 책으론 오랜만에 꼽아보는데, 원제는 'Le Revage des Syrtes'(1951)이다. 그라크의 소설로는 처음 소개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숲속의 발코니>(책세상, 2001)가 이미 나와 있었다. 요즘은 이름이 생소한 작가들도 많이 소개되지만 '전설'로만 남아 있는 작가들도 드물지 않은데, 내게 줄리앙 그라크는 그런 작가이다(국내에도 전공자들이 여럿 있어서 '거장'이란 입소문은 진작부터 돌았지만 진상을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해서, 재작년엔 다른 작품이지만 러시아어본도 사두었다! 데뷔작인 <아르골 성>). 이번에 나온 작품은 그 오랜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을까 싶다. 제목의 '시르트'는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의 유사(流沙) 지방을 뜻하는 모양이다.

 

작품은 "300년 이상 휴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상의 국가 오르세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서 "주인공 알도의 일상이 정치하고 시적인 문장들을 통해 그려진다"고 한다. "베일에 싸여 있던 프랑스의 은둔 작가 쥘리앙 그라크는, 1951년 이 작품에 수여된 공쿠르 상을 거부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는데, 그 이전인 "1949년 쥘리앙 그라크는 '뱃심의 문학'이란 글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문학계와 결별한다"고. 

"대형 출판사들이 영리 추구를 위해 서로 다투고 나눠 먹는 문학상 제도와 당시 문단을 지배하던 실존주의 유파를 표적으로 하는 도발적인" 평문이었다는데, 내용 자체는 먼 나라 얘기 같지 않다(우리도 배짱좋게 문학상 좀 거부하는 작가가 이젠 나와주었으면 싶다. '노벨문학상' 거부면 더 좋고. 물론 사르트르처럼 상금은 챙겨둘 일이다. 혹은 상금이 없지만 권위 있는 문학상이 좀 나와주든가, 안 주고 안 받든가. 그것도 아니면 유치원식으로 모든 작가들에게 상을 주든가...). 어쨌든 그런 지조로 인하여 그는 1951년 그의 작품 <시르트의 바닷가>가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지명되자, 그라크는 두 차례에 걸쳐 수상을 거부했다 한다.

그런 그에게 바치는 투르니에의 찬사: "그라크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다. 그는 50년 전부터 프랑스 문학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문학 비평을 지금껏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의 역량이 십분 확인되는 것은 소설과 기행 노트에서이다." 그라크의 책들이 더 많이 번역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초현실주의와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독특한 창작세계 때문에 분류곤란한 작가로 '분류'되는 그라크는 1910년생이지만 아직 생존작가이다.

 

 

 

 

두께에서 밀리긴 했지만, 그라크와 같은 프랑스 작가 자크 카조트(1719-1792)의 <사랑에 빠진 악마>(열림원, 2006)도 놓치긴 아까운 작품이다.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자크 카조트의 경장편 소설. 연금술에 의해 불려나온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고, 인간의 원칙과 열정이 그 악마와 투쟁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문학의 경향을 집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상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프랑스 문단에 알린 작품"이라 한다. 그런 문학사적 맥락 외에 관심을 끄는 건 '사랑에 빠진 악마'라는 주인공의 형상이다(한데, 이 악마는 '알바로'라는 귀족청년을 사랑한다. 이 또한 동성애 코드인가?).

이 책을 소개한 지난주 한국일보의 북리뷰에서는 러시아 화가 브루벨(1856-1910)의 <악마>(1890)를 같이 실었는데(이게 삽화로 들어가 있는 건가?), 이 계열의 그림들은 레르몬토프(1814-1841)의 서사시 <악마>에 암시를 받아 그려진 작품이다(카조트의 소설을 레르몬토프가 읽은 적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국내에선 (절판된) 레르몬토프의 작품집도 브루벨의 화집도 구해볼 수 없으니 유감스럽다. 다들 어디에 빠져 있는 것인지...

 

삽화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러시아 작가 고골(1809-1852; 왼쪽 초상화)의 <코>를 다시 쓰고 거기에 (현재는 미국에 살고 있다는) 러시아의 일러스트레이터 겐나디 스피린(1948- ; 오른쪽 사진 )의 그림들을 넣은 그림책 <코>(보림, 2006)도 최근에 나온 책이다. 소장용으로 꽂아둘 만한 책인데, 스피린의 그림은 이미 <야곱과 일곱 명의 도둑>(문학사상사, 2004)에서 소개된바 있다. 그는 (<코>의 삽화는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식으로 그린다.  

이런 솜씨로 그려낸 <코>의 삽화가 아래와 같은 그림이다. 당당하게 마차에서 내리는 5등관 코를 코 주인인 8등관 코발료프가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 모습. 놀랄 만큼 매혹적인 삽화이다.

러시아 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고골의 선배 작가 크릴로프(끄르일로프, 1769-1844)의 <끄르일로프 우화집>(문학과지성사, 2006)도 덧붙이도록 하자. 이전에 '크릴로프 우화'라고 나온 책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개가 중역에다가 발췌본이었다. 198편의 우화들을 수록하고 있는 이번 번역서는 "1843년 뻬쩨르부르끄에서 출판된 <9권으로 된 끄르일로프 우화집>을 한 권으로 엮은 1956년 모스끄바 예술문학사 판 <끄르일로프 우화집>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하였"고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최초로 작품들이 발표된 지면 및 작품 연보를 수록하고 찾아보기를 함께 실었다." 그러므로 가히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이로써 세계 3대 우화집이라 일컬어지는 이솝 우화집, 라퐁텐 우화집, 크릴로프 우화집 등을 모두 우리말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우화란 기본적으로 '사회풍자'적 성격을 갖는 것인데, '아동물'로 즐겨 읽히는 것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이다(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견인주의적 냉소를 가르치는 것인가, 아니면 '거세된' 우화들을 읽히는 것인가?). 나이든 이들이 미리 좀 읽고서 가려 읽히는 게 합당하겠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유기환 교수의 해설서 <조르주 바타이유>(살림, 2006)이다. 이미 <에로스의 눈물>(문학과의식사, 2002)을 번역/소개한 바 있는 저자는 오랜 동안의 독서를 바탕으로 하여 바타이유의 세계에 대한 가이드를 자임하고 나섰는데, 이런 바타이유 소개서는 저역서를 막론하고 국내에선 처음 나오는 것이다(줄리언 페파니스의 <이질성의 철학>(시각과언어, 2000)이 예외라면 예외이지만, 거기서는 바타이유가 보드리야르, 리오타르 등과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주로 <저주의 몫>과 <에로티즘> 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모두 번역돼 있는 만큼 수월하게 바타이유의 나라로 떠나볼 수 있겠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프랑스 도르도뉴 현의 몽티냐크 마을에 이는 '라스코 동굴'을 직접 찾아가본 '충격적인' 체험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데(바타이유 또한 라스코의 벽화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불가능한 체험'은 바타이유의 키워드 중 하나이다), 우리도 비슷한 흉내를 내보기 위해 잠시 구석기 시대를 '체험'해 보도록 하자. 그들은 삶에서 무엇을 믿고 무엇을 열망했을까? '신화'보다도 더 먼 시대에. 아직 '책'도 없던 시대에!..

  

 

06. 02. 18-23.

 

 

 

 

 P.S. 최근에 나온 시집 두 권을 별도로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기로 한다. 먼저 황동규(1938- ) 시인의 13번째 시집 <꽃의 고요>(문학과지성사, 2006).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2003)에 이어 3년 만에 나온 시집인데, 그 3년이 시인에게는 "<유마경>을 읽고가 아니라, 읽을 수 있는 마음 상태를 엮은 기간"이었다고. 그 마음이 때로 터지면 이렇게 된다. 

시여 터져라.

생살 계속 돋는 이 삶의 맛을 이제

제대로 담고 가기가 너무 벅차다.

반쯤 따라가다 왜 여기 왔지, 잊어버린

뱃속까지 환하게 꽃핀 쥐똥나무 울타리,

서로 더듬다 한 식경 뒤 따로따로 허공을 더듬는

두 사람의 긴 긴 여름 저녁,

어두운 가을바람 속에 눈물 흔적처럼 오래 지워지지 않는

적막한 새소리,

별 생각 없이 집을 나설 때 기다렸다는 듯 날려와

귀싸대기 때리는 싸락눈을,

시여!

 

반면에 김승강(1959- )의 첫시집 <흑백다방>은 웬만해선 안 터지는 시와 삶의 꼴을 담고 있는 시집이다. 황동규 시인이 '꽃의 고요' 속에서 노래를 듣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면, 김승강은 능청스레 '꽃필까 두려운' '지경'에 머물러 있다: "제 몸에서 꽃 필까 두려운 목련/ 지난밤 바람이 햝고 간 자리/ 행여 열꽃으로 필까 두려운 목련"의 세계, '흑백다방'이란 제목처럼 촌스럽고 활달한 세계가 시인이 서두에 적은 '하루살이의 일기'이고, 평론가가 해설의 제목으로 적은 '생활의 발견'기이다. 그가 '발견'이라고 적어놓는 시들은 이런 식이다(근래에 보기 드문 능청이되 기본기 있는 능청이다. 김승강은 첫시집을 낸 '신예'이지만, 복학생보다도 나이 더 먹은 대학 새내기를 보는 듯하다).

 

아내는 자꾸

냄새가 좋다.

냄새가 좋다, 했다.

아버지, 논 물꼬를 트자

논물에서 개구리 울기 시작했다.

밤이 깊도록 아무도

개구리 울음소리를

끊어놓지 못했다.


아내는 아쉬운 듯 마지막으로

냄새가 참 좋다고 말한 뒤

잠들었다.


논물에서 개구리 목쉬게 울고

밤꽃 향기 밤새 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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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책들이 부쩍 많아진 건 아니고, 그냥 몇 권의 평전 류들이 눈에 띄어서 정리해둔다. 당장에 구입하거나 읽을 책들이 아니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탓에 몇 마디 '신소리'를 해두는 것이다. 여우처럼.  

첫번째 책은 '자유로운 여자, 삶과 전설'이란 부제를 가진 <루 살로메>(해냄, 2006)이다(가운데 표지는 작년 가을에 나온 러시아본). 저자는 잡지 <엘르>의 편집장과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 등을 역임한 걸출한 여성 언론인 프랑수아즈 지루(1916-2003)이다(지루의 책으론 <나는 행복하다> 등이 소개돼 있다). 원저가 2002년에 나온 것으로 돼 있으니까 그녀의 유작이지 않을까 싶은 책인데, 루(1861-1937)나 지루나 모두 당대를 풍미했던 여성의 대명사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가 '루 살로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데, 230쪽 정도의 분량이니까 부담스러울 정도의 '시도'는 아니므로 단숨에 읽어볼 만하다.

책의 부록으로는 루가 자신의 '연인들'이었던 니체, 릴케, 프로이트와 교환한 편지들이 발췌돼 있는 듯한데, 이 또한 흥미로운 자료가 될 듯하다. '루 살로메'를 전설적인 여인으로 만들어준 이 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권의 책들이 나와 있다. 지루의 책이 좋은 반응을 얻어낸다면, 마저 소개될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절판된 걸로 나오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루의 책으론 <선택된 자들의 소망>(투영, 2000)을 기본도서로 들어야겠다. 소개를 옮겨보면, "'한 남자가 루와 정열적으로 교제할 수 있다면 9개월 후쯤 그 남자는 한 권의 책을 저술할 수 있다'는 말의 주인공인 루 살로메. 그러나 스스로 훌륭한 작가이자 정신상담가이기도 했던 그녀의 중편소설과 산문들을 모은 책으로 광범위하고 신선한 살로메의 지적세계를 알게 한다." '선택된 자들의 소망'은 그 중편소설의 제목이다. 책에는 루 자신이 고백하고 있는 '나와 니체', '나와 릴케', '나와 프로이트'가 실려 있으므로 유익한 참고자료도 겸한다. 릴케 사후에 그녀가 릴케에 관하여 쓴 책 <하얀 길 위의 릴케>(모티브, 2003)는 아직 구할 수 있는 책이다. 릴케의 <소유하지 않는 사랑>(고려대출판부, 2003)과 짝이 될 만한 책이므로 같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루 살로메, 그리고 루와 릴케에 대한 짧은 설명은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여성>과 <커플>에서 읽어볼 수 있다.

두번째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1917- )의 자서전 <또 다른 나>(북앳북스, 2006)이다. 그의 책들은 "180여개국에서 5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2억 8천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하니까 이 '대중문학의 거장'은 '직업작가'들의 우상이자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하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의 소설을 한권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의 작품들이 워낙에 많이 드라마화, 영화화되었기에 '친숙한' 작가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게다가 인상도 좋지 않은가?). 아래 사진은 1999년에 나온 시드니 셀던 기념 우표(시트).

소개에 따르면, "시드니 셀던은 약국 배달부로 일하던 열일곱의 나이에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만류하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생애에서 가장 지독하고 처절했던 바로 그 순간의 회고에서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나>는, 그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았던 시드니 셀던의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취향이 다소 '고약한' 나는 그의 소설들보다 이런 자서전에 더 끌린다.

 

 

 

 

내게 이름이 친숙한 셀던의 책들은 <천사의 분노>, <악마의 유혹> 등인데, 요즘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책은 <텔미 유어 드림>(북앳북스, 2000)인 모양이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셀던의 책들은 자서전을 낸 '북앳북스'와 '문학수첩리틀북스'(셀던의 독자층이 주로 청소년인 모양)에서 거의 전담하고 있는 듯하다. 전담하는 만큼 고른 수준을 갖춘 양질의 번역서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기대해본다(청소년 권장 도서인지는 의문이지만).

 

 

 

 

세번째 책은 미국의 철학자이자 초인격심리학자 켄 윌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한언출판사, 2006). 지난 주 언론의 북리뷰란을 보고 알게 된 책인데, 켄 윌버와 그의 아내 트레야의 사랑과 아내의 (5년 동안의) 유방암 투병기,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겨 있는 책이다.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로도 읽히지만(줄거리만으로도 딱 '우리 드라마'이다) 실화이며, 영성(靈性)학자 켄 윌버 입문서로도 적합해 보인다. 아래는 두 사람의 결혼식 사진.

책에서 두 사람은 "특유의 방대한 지식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질병에 대한 일반적 접근과 뉴에이지적인 접근 모두에 의문을 던지며 철학, 심리학, 종교적 해석을 더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론 윌버를 '뉴에이지 사상가' 정도로 분류하고 있었는데, 혹 편협한 선입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이 맞다면, '켄 윌버'란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김상일 교수의 책에서였다(김교수는 켈 윌버를 최고의 현역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았다). <수운과 화이트헤드>(지식산업사, 2001)나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로 풀어본 원효의 판비량론>(지식산업사, 2003), <한의학과 러셀역설 해의>(지식산업사, 2005) 등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이지만, <러셀 역설과 과학 혁명 구조>(솔출판사, 1997)는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카오스와 문명>(동아출판사, 1994)은 좀 '허한' 책이었고.

 

 

 

 

네번째 책은 '영성'과는 다소 무관한 철학자 네그리의 대담집 <귀환>(이학사, 2006)이다. 지난 2001년에 출간된 <제국>으로 전세계 사상가에 한 차례 태풍을 몰고 왔던 이 이탈리아의 골수 좌파 철학자의 책들은 꾸준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혁명의 시간>, <혁명의 만회>, <전복적 스피노자> 등의 제목들만으로도 그의 철학적 주제가 자나깨나 '혁명'에 놓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바, 이 '혁명'은 맑스주의의 캐치프레이즈이면서 (이론으로서의 혁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대담 형식의 자서전에서 "네그리는 자신의 삶과 사상을 요약하는 핵심어들을 A부터 Z까지 알파벳순으로 따라가며 자신의 가족사와 성장 배경에 대해, 그에게 지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큰 영향을 준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의 사상과 실천의 자양분이 되었던 정치 격변기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네그리 입문서로 적합해 보인다.

국내 필자들의 네그리 입문서로는 조정환의 <아우또노미아>(갈무리, 2003)와 윤수종의 <안토니오 네그리>(살림, 2005)가 있다. 전자는 무겁고, 후자는 가볍다(책의 무게가). 편한 쪽으로 구해잡으면 되겠다. 국외서로는 보론(Atilio A. Boron)의 <제국과 제국주의>(Zed Books Ltd, 2005) 정도가 신간이다. 160쪽 분량인데, 국내에 네그리주의자들이 많은(?) 만큼 벌써 번역중인 책인지도 모르겠다. 네그리/하트의 <제국>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포함하고 있는 지젝의 책도 조만간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네그리의 시간'을 따로 내보려 한다면 참고하시길.

 

 

 

 

끝으로 따로 소개가 필요없는 책이지만,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전태일 평전>의 저자 조영래(1947-1990) 변호사의 일생을 다룬 안경환 교수의 <조영래 평전>(강, 2006). "조영래 변호사의 대학 1년 후배인 서울법대 안정환 교수가 5년여의 준비 끝에 펴낸 이 책은 고인의 사후에 나온 최초의 평전이다."(청소년을 위한 현대인물사 시리즈의 <조영래>가 있긴 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의 특징은 "첫째, 조영래를 통해 격동기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하고 있"고, "둘째, 조영래의 삶에서 서울대 법대가 차지하는 자리에 특별한 관심과 무게를 두고 있"으며, "셋째, '인권변호사, '공익변호사'로서 조영래의 활동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여성 조기 정년제 사건' 등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조영래가 보여준 열정과 치밀함을 감동적인 필치로 옮기고 있다"니까 우리가 살아온 '현대사'의 증언자료로서도 의미가 있겠다. 

한편, 그가 쓴 <전태일 평전>(돌베개, 1983/2001)은 전태일의 누이 전순옥 박사에 의해 영역되기도 했다. 'A Single Spark'(돌베개, 2003)가 그것인데,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영화의 영어제목이기도 하고). 그 영화에 나오는 교내 시위 장면 촬영 현장을 바로 옆에서 보던 기억이 새롭다. 박광수 감독의 이 영화에서 아마도 가장 공을 들였을 법한 장면은 60-70년대 청계천 평화시장의 노동현장이다. "전태일은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비인간적 노동환경에서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운동에 눈떠간다. 노동법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나 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 분신자살로 경종을 울린다. 1970년의 일이다."



엊그제 잠시 읽은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2>에서 저자는 전태일의 분신과 3년전 자살한 한 대학강사의 죽음을 비교하면서(그는 내 친구였다) '지식산업 사회'의 역군이라는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30여년전 '시다'들의 열악한 삶과 그다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굳이 그렇게 일러주지 않아도 다 아는 바이거늘, 꼭 그런 식으로 대놓고 얘기할 건 뭐란 말인가? 박노자는 한국인으로서의 '교양'이 아직 좀 부족하다. '너도 시다지?'라고 몰상식하게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오늘도 헐값의 '박음질'을 해놓고 보니까 괜히 부아가 나는군(이렇게 투덜거리면 그 친구도 웃어주곤 했는데).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06.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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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02 10:55   좋아요 0 | URL
지루&레비의 <남자와 여자>라는 대담집을 읽은 적이 있어요. 지루의 '살로메'는 아주 재미있겠어요.

로쟈 2006-02-02 11:20   좋아요 0 | URL
예, 저도 오래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 책인데,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안되네요...

비로그인 2006-02-02 13:12   좋아요 0 | URL

춫현하고 퍼갑니당^^


로쟈 2006-02-02 18:08   좋아요 0 | URL
**님/ 평소대로입니다.^^

호랑녀 2006-02-03 09:42   좋아요 0 | URL
평소 목록보다 이번 건 더 땡기네요 ^^
일단 땡스투입니다.

돈케빈 2009-10-18 05:10   좋아요 0 | URL
켄 윌버의 주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중심 내용?은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기적이란 무엇인가'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로쟈님 책을 더 좋게 읽었지요.
켄 윌버는 화이트헤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하고 책에서도 자주 인용합니다.
윤리적인 주장에서도 화이트헤드, 바이첵커 등과 비슷한 인상을 받습니다.
49년생으로 슬라보예 지젝과 동갑인 점도 흥미롭네요.
 

설 연휴 이전에 묵은 해의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니 그냥 조금이라도 덜어보기 위해 학교에 나왔지만, 새로운 일거리들만을 더 확인하게 된다(이런 경우를 일컬어 혹 떼러왔다가 혹 붙이고 간다고 한다). 보관함에 들어 있는 책들이 중구난방이어서 무슨 '이야기'가 짜여질까 싶지만, 대략 권수도 채워진 듯해서 일단 비워내기로 한다.

가장 먼저 꼽을 책은 재작년 가을 우리의 곁을 '유령'처럼 떠나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의 <목소리와 현상>(인간사랑, 2006).

 

출판사에서 국역본을 예고한 지는 10년도 더 된 듯한데, 그간에 역자가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에 이번에 출간된 것(많지 않은 분량에 비한다면 이 '우여곡절'은 미스터리하다). 다행히도 해제와 역주 등을 보건대, 적임자의 번역인 듯하여 반갑다. 작년엔 나온 <정신에 대하여>에 이어서 제대로 된 데리다 번역서들이 출간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후설 현상학에서 기호 문제에 대한 입문'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목소리와 현상>은 1967년, 그러니까 팔팔한 37세의 나이에 데리다가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글쓰기와 차이>와 함께 한꺼번에 쏟아낸 책으로 '현상학도' 데리다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이다. 흔히 후설 현상학의 음성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책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데리다의 이후 저작에서 후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후설 연구자들로부터는 환영보다는 냉대와 반박의 대상이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국내 문헌으론 이남인 교수의 논문 '데리다의 후설 비판'이 있다. 참고로, 이 '비판'은 후설과 하이데거를 다룬 이남인 교수의 연구서 <현상학과 해석학>에는 들어 있지 않다. '비판'에서 인용된 문구인데, 후설주의자들은 데리다를 '가장 골수에 사무친 현상학의 적대자'라고까지 부른다.

 

 

 

 

한데, 국내에도 많은 '열렬한' 후설학도들이 왜 후설의 <논리연구> 같은 주저의 번역에는 게으름을 부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나마 <이념들1>이나 <유럽학문의 위기>, <데카르트적 성찰> 같은 다른 주저들이 번역돼 있는 게 용하다고 해야 할까(하지만, 전공자들이 이들 번역서들을 인용하는 경우를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일반인들이 읽기엔 너무 어렵고, 전공자들은 '번역서'라고 해서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런 '번역'의 의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무튼 데리다의 '전문서'를 읽기 위해서는 현상학에 대한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입문서로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쉬운 책은 한전숙 교수의 <현상학>(민음사, 1996)인데, 이미 서점들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듯하다. 코켈만스의 <후설의 현상학>(청계, 2000)이 분량으로는 믿음을 주지만, 나로선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 없다. 영어권 연구서 가운데는 라울러(Leonard Lawlor)가 쓴 <데리다와 후설: 현상학의 기본 문제(Derrida and Husserl : the basic problem of phenomenology)>(인디애나대학출판부, 2002)가 적당한 분량의 요긴한 참고문헌이다. 모셔두기만 했던 책인데, 이 참에 읽어봐야겠다.  

두번째 책은 1963년, 그러니까 <목소리와 현상>보다 4년 먼저 나온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적 소설 <벨자>(문예출판사, 2006). 원제는 'The Bell Jar'. 기네스 펠트로우가 주연한 크리스틴 제프스 감독의 영화 <실비아>(2003) 덕분에 다시금 대중적 눈길을 끌기도 했던 실비아 플라스(1932-1963)는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시인이자 1963년 2월 11일 31살의 젊은 나이에 가스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자살함으로써 짧은 생애를 마친 비극적인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였다(가운데 흑백 사진이 실제의 실비아이고, 그 오른쪽은 펠트로우가 분한 실비아). 1956년에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즈와 결혼함으로써 가장 유명한 시인 커플이 됐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은 아니었고 아들 니콜라스가 태어난 해인 1962년 10월부터 남편과 별거에 들어간 후 창작에 몰입하기도 했지만, 끝내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했다(그녀가 여덟 살때 아버지 오토 플라스가 자살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돼 있다). 


 

 

 

 

<벨자>는 이미 1981년에 고려원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사두진 않았지만, 서점에서 자주 보던 책이다). 소개에 따르면,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젊은 여성이 몰락하는 과정을 시적인 문체로 서술했다. 작가 자신의 자살 시도와 정신치료 경험을 토대로 씌어진 작품인 만큼, 작가와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의 삶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그런 자전적인 흔적들을 엿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두툼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문예출판사, 2004)이다(한달쯤 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놀랐었다! 역자와 출판사에 경의를 표한다). 한데, 시인의 소설이 나오는 마당에 정작 시인의 시집은 읽어볼 수 없다는 건 아이러니이다.

실비아의 첫 시집은 1960년에 출간된 <거상(The Colossus)>인데, 국역본은 <거상>(청하, 1990)이 나와 있었지만 절판됐다. 남편 테드 휴즈의 시집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청하, 1986)는 같은 출판사의 '세계문제시인선집'의 첫권이었다. 이들 부부의 책으로 국내에 많이 나와 있는 건 시집이 아닌 동화책들이다(부부간의 불화는 극복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만은 사랑했던 듯하다).

그리고 내가 고른 실비아 플라스의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밝고 건강하다는 의미에서!). '해변의 실비아'?!

 

 

 

 

실비아 플라스의 짧은 생애는 한 개인의 삶이면서 동시에 시대적/사회적 한계 안에 놓여 있는 여성 일반의 삶으로 확대 해석되기도 한다. 이른바 페미니즘적 해석인데, 이미 여러 차례 번역본이 나온바 있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민음사, 2006)과 존 스튜어츠 밀의 <여성의 종속>(책세상, 2006)은 일독을 요하는 고전들이다. 전자에는 울프이 에세이 두 편이 묶였는데, 표제작인 '자기만의 방'과 그 후속편이라는 '3기니'가 그것이다.

잘 알려진 내용을 잠시 옮겨오면,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자기만의 방이다." 요즘은 ABC 같은 주장이지만, 하여간에 이 두 가지 조건은 여성의 자유를 위한 '필요조건'이다(문득 아빠가 '고정적인 소득'이 없어서 '자기만의 방'을 아직 못 갖고 있는 딸아이가 생각난다. 아이의 꿈이 '셰익스피어'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역시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삶에 대해서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2002)를 참조.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줄리앤 무어 등 쟁쟁한 주연 여배우들이 단연 눈길을 끄는 영화(그런데 '디 아워스'가 뭔가? '더 차일드'와 마찬가지로 '의식박약'의 제목들이다. '세월'과 '아이'로 옮기면 덧나는가, 거덜나는가? 나처럼 성격이 무사태평인 쪽도 가끔은 짜증이 난다). 아래 스틸은 버지니아 울프 역을 연기한 니콜 키드먼.

그리고 <여성의 종속>.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혁신적인 주장을 담은 이 책은 20세기에 본격화된 여성해방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고전이면서, 자유, 효용, 인간 본성, 사회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어 밀 사상의 종합판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밀은 양성 평등이나 여성 해방을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절대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자유론>의 기조와 연관돼 있다. 또한 그는 여성을 억압에서 해방하는 것이 여성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해 사회적 합의를 구함으로써 여성해방의 당위성을 확립했다." 역시나 원론적인 ABC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울프나 밀이 이 '원론'의 정착에 지대한 공헌자들이라는 사실이다. 고전이란 때로 표 안나는 책들이기도 하다(이미 '자연화'돼 있기에).

 

 

 

 

세번째 책은 1942년생으로 1966년에 문단에 등단한 독일 작가 페터 한트케의 기행문집 <세잔의 산을 찾아서>(아트북스, 2006)이다. 작년에 나온 신간 소설 <돈후안>에 이어서 소개되는 한트케의 책인데, 원저는 'Die Lehre Der Sainte-Victoire'(1980)이고, 부제는 '불멸의 산 생트빅투아르 기행'이다. 그림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미술 교과서에서 세잔이 즐겨 그린 '생트 빅투아르'산 그림을 본 기억마저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마지막 이미지는 세잔의 자화상). 아래 같은 그림 말이다.

소개에 따르면, 이번 책은 "현대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페터 한트케가 세잔의 그림 속 풍경인 '생트빅투아르 산'을 찾아 나선 여정을 담은 책이다. 진정한 예술가의 모범이자 유일한 스승으로 여겼던 화가 폴 세잔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되살렸다. 위대한 스승이 걸어간 예술의 길에서 자신이 추구해야 할 문학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도 함께 소개된다. 세잔은 메를로 퐁티, 릴케를 비롯해 20세기의 수많은 사상가와 시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화가이다. 파리에서 창작활동을 시작했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작업에 전념했다. 고향 프로방스의 풍경을 끊임없이 화폭에 담아가던 세잔이 말년에 집중적으로 그린 그림이 바로 '생트빅투아르 산'으로, 이 산을 소재로 한 그림이 수십 점에 이른다."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도 자신의 마지막 영화 <구름 저편에>(1995)에서 마스트로얀니와 잔느 모로가 등장하는 한 에피소드에서 세잔에 대한 오마주를 표하기도 했다. <세잔의 산을 찾아서>는 한트케의 오마주인 셈. "페터 한트케는 1978년 봄 파리에서 열린 세잔 특별전에서 접한 '팔짱을 낀 남자'에 큰 감명을 받고, 그의 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다양하게 변주된 '생트빅투아르 산' 연작을 본 뒤에는 직접 그 산을 찾기로 결심한다. 세잔이 자연 풍경을 고유의 시각으로 절묘하게 그려나간 것처럼, 페터 한트케는 자신의 시선에 와 닿은 심상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일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시적 묘사로 압축되는 한트케의 글답게, 세잔의 산을 탐험하고 거장의 예술을 탐색하가는 여정이 정치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올해가 폴 세잔(1836-1906)의 사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므로 한번쯤 한트케의 여정에 동참해 보는 것도 의미있을 듯싶다.

이 인상파를 촉발한 것은 유럽의 지구 반대편인 일본의 그림이었다. 일본의 전통회화 ‘우키요에’가 서양으로 넘어가면서 인상파 화가들에게 색과 표현에서 새로운 영감을 줬고, 실제 인상파 화가들은 작품 속에 일본 우키요에를 그대로 소재로 등장시키기도 했을 만큼 이 동양의 그림에 빠져들었다. 우리로선 우리와 늘 비교하게 마련인 일본이 세계미술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아직도 세계 문화의 변방인 우리의 현실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씁쓸한 대목일 수도 있다.

 

 

 

 

서구의 인상파가 일본의 전통 목판화 우키요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미술사적 사실이다. 우키요에라는 유형문화와 함께 무형문화로서 일본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가부키'에 대한 안내서가 네번째 책이다. 일본이 연구가 가와타케 도시오의 <가부키>(창해, 2006)이 그것인데, 원저는 '歌舞伎'(2001), 부제는 '서민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일본 미의식의 정화'이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이자 노, 분라쿠와 함께 일본 3대 전통연극에 속하는 '가부키'를 100여 편의 작품과 함께 담은 책이다. 가부키가 4세기에 걸쳐 어떠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는지를 약 80컷의 공연 사진을 곁들여 소개한다"는 것이 소개의 내용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가부키란 위와 같은 이미지들의 공연이다.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 몇 나라 되는 것도 아니므로 일본 전통문화에 대해서 좀 아는 체해두는 것도 좋겠다. 마침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일본사로 마이루스 잰슨의 <현대 일본을 찾아서 1, 2>(이산, 2006)도 출간되었으므로 '모듬'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잰슨에 따르면, "1600년 이후 일본사에는 사회와 제도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세 번의 역사적 전기가 있었"는바, "첫째, 도쿠가와 막부에 의해 중앙집권적이면서 봉건적인 사회질서가 부여된 것, 둘째, 미국의 페리 제독의 내항과 함께 시작된 외부세계에 대한 문호개방, 셋째,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이다. 이 책은 이런 결정적인 국면에 특히 주목하면서 근대일본의 형성과정을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재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인물들에 초점을 맞춘 역사서이니만큼 일반 독자들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 

 

 

 

 

일본 문화에 대한 책까지 소개했으니 '우리 것'을 건너뛸 수 없겠다. 조현설 교수의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한겨레신문사, 2006)를 끼워넣기로 하자(저자는 이미 이 방면으로 많은 저역서를 내고 있다).  한겨레에서 출간된 사실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바이지만, "이 책은 2004년 11월부터 6개월한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글을 손질하고, 새 글을 보태 엮은 것이다." 새로운 해석들에 아울러 각 신화와 관련된 그림과 사진 자료를 풍부하게 실었다고 하니까 책으로도 읽어볼 만하다. 연재 당시 나는 열심히 읽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연재되던 정수일 교수의 <한국 속의 세계>(창비사, 2005)와 함께 기억해 두었던 글들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신화에 대한 이론적 저작으론 작년에 출간된 송효섭 교수의 <탈신화 시대의 신화들>(기파랑, 2005)을 기억해둘 만하겠다. 우리 시대에 '범람하는' 신화와 신화학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비판적인 리뷰를 쓰고 싶다.

 

 

 

 

우리의 신화와 대별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는 단연 박노자 교수의 신간 <당신들의 대한민국2>(한겨레신문사, 2006)이 있겠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젠 1권)이 처음 출간된 건 2001년 겨울이었다. 나는 대번에 그해말 '올해의 책'으로 꼽은 바 있다. 이후에 '박노자'란 이름은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그러니 이런 소개는 번거로우며, 사실 러시아계인 그는 이젠 '한국인'이다). 해서 연초부터 강준만과 함께 쾌조의 '비판'을 시작한 그에게서 들려올 '양심'의 목소리에 다시금 귀기울여볼 만하다. 2010년쯤 그의 비판은 어디쯤 가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06. 01. 27.

 

 

 

 

P.S. 다섯 권만 꼽다 보니 디아스포라와 번역 등에 관한 책 소개에 빠지게 되었다. 아마도 다른 자리에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신에 언급해 둘 책은 오늘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니만큼 이를 기념하여 출간된 <1791, 모차르트의 마지막 나날>(엔북, 2006)에 대해서도 아는 체를 해두자. 생일을 기념하는 책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지만, 1791년 서른 다섯의 나이로 요절한 이 '천재'가 어떻게 죽었나 하는 내용.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당대부터도 온갖 수수께끼와 음모설이 난무했다고 하는데, 저자가 이를 얼마나 걷어내는지가 감상의 포인트겠다.

개인적으로 푸슈킨의 소비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1830)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작품은 국역본 전집 중 <보리스 고두노프>에 실려 있으며, 살리에리가 신의 불공정함을 탓하며 모차르트를 독살한다는 내용이다), 해외도서관에 복사신청을 했던 논문 한편을 오늘 도서관에서 인계받았다. 이런 서비스는 '무료'라서 '감동적'인데, 푸슈킨의 나라 러시아에서는 아직 어림도 없는 일이다(학술검색도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러시아의 천재 시인 푸슈킨을 경유하여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 대해서 몇 마디 할 기회가 있을 것인바, 이것이 나대로의 '기념' 방식이 되겠다. 당신이라면 무얼 선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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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다 2006-01-27 17:40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지요.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로쟈 2006-01-27 17:46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합니다. 두 분도 두루두루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길. 제가 드리는 거라면 좋겠지만.^^

페일레스 2006-01-27 21:05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십시오. 항상 좋은 책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로쟈님은 '정리' 차원에서 쓰고 계시는 걸지도 모르지만요 ^^)

로쟈 2006-01-27 21:10   좋아요 0 | URL
일차적으론 '정리'이지만, '소개'의 뜻이 없지도 않습니다.^^ '실제적인' 도움을 드리는 건 아니니까 내세울 것도 없지만요...

사량 2006-01-28 01:26   좋아요 0 | URL
<디 아워스>가 <세월>로 옮겨지지 않은 까닭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가운데 <세월>(대흥, 1991)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The Years'라고 하네요.

로쟈 2006-01-28 11:15   좋아요 0 | URL
예, 기억납니다. 'The Years'를 'The Hours'로 다시 쓴 경우이죠. 제가 불만을 갖는 정관사를 포함한 (번역 아닌 번역) '디 아워스'가 뭐냐는 것이죠. 이전에 '레크리스(Reckless)' 같은 외화 제목이 '뭐냐?'고 핀잔을 받곤 했는데, 이젠 그런 문제의식마저 희박해지는 게 아닌가 싶은...

2006-01-28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1-28 12:00   좋아요 0 | URL
**님/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슬리퍼 2006-02-06 18:56   좋아요 0 | URL
책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7-02-05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