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신간이 <파리 스케치>(반니)라고 나왔길래 살펴보았다. ‘파리‘가 제목에 들어가 있어서 절반은 의심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파리는 날마다 축제>(이숲)라고 나왔던 책의 새 번역판이다.

˝<파리 스케치>는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거주하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말년인 1957년부터 1960년 사이에 쓴 에세이다. 이 수필집은 1964년에 ‘움직이는 축제’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고, 2010년에는 여기에 초고 상태인 ‘파리 스케치’를 추가하여 같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책의 2부로 소개된 ‘파리 스케치’는 비록 원고가 작가에 의해 매끄럽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젊은 시절에 대한 헤밍웨이의 성찰과 1부 ‘움직이는 축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2부를 제목으로 삼고 있을 뿐 편제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와 동일하다. 참고로 안정효 선생 번역의 <호주머니 속의 축제>는 책의 1부, 곧 1964년판의 번역이다. 원제 ‘움직이는 축제‘는 의미전달이 어려운데 날짜가 고정돼 있지 않고 해마다 변경되는 축제를 뜻한다. ‘이동축제일‘로 옮기는데 그 또한 뜻이 바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새 번역본이 ‘파리 스케치‘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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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죽음을 주제로 한 책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어니스트(어네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힌빛비즈)이 재번역되어 나왔다. 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매우 훌륭한 책이지만 번역이 좋지 않았고 그마저도 절판됐던 책이다. 미더운 번역자에 의해 다시 출간돼 반갑다(출판사는 의외다). 단순한 재간이 아니어서 다행스럽고.

˝<죽음의 부정>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를 망라한 어니스트 베커 필생의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의 본성에 새로운 빛을 비추며 삶과 생의 의지를 북돋는 베커의 메시지는 출간 반세기에 다다른 지금도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죽음에 관한 논의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책으로 지금도 수요가 꾸준하지만 안타깝게 절판됐던 상황, <죽음의 부정>이 초판 출간 12년 만에 심도 있는 새 번역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저자는 실제로 5년간 암투병을 하며 이 책을 썼다 한다.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죽음의 부정‘의 위엄 있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번역에 대한 불만으로 중간에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그래도 책을 버리진 않았다) 여름이 가기전에 다시 손에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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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물론 쇼펜하우어의 주저다. 그렇게 적은 건 책이 다시 나왔기 때문인데, 을유사상고전판은 보급형 모양새이지만 책값은 오히려 높게 매겨졌다. 그래도 처음 구입하는 독자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몇 종의 번역본을 갖고 있지만 나도 읽는다면 을유문화사판이다. 다만 대개의 철학서들이 그렇듯이 읽을 만한 여분의 시간을 갖지 못할 따름이다(여러 번 시도하고 영역본까지 구입해놓은 지도 몇년 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를 통해서 처음 접한 듯한데(그때가 고3때였던 듯) 이후에는 문학에 끼친 영향 때문에 독서과제가 되었다. 유럽 자연주의 문학은 쇼펜하우어 철학을 감안하지 않으면 쭉정이만 읽는 게 된다. 졸라만 예외로 하고 입센이나 투르게네프, 하디와 모파상 등이 모두 쇼펜하우어의 영향하에 놓인다. 톨스토이와 토마스 만까지도 그렇다(쇼펜하우어와 톨스토이는 니체와 도스토옙스키처럼 비교거리다).

가령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에서 직접 언급되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참조한다면 토마스 부덴브로크의 몰락 과정을 더 깊이 공감하며 따라갈 수 있으리라. 읽은 지 오래 되어 엊그제 다시 주문하기도 했는데 톨스토이의 <인생론>에도 쇼펜하우어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던가 싶다. 니체와의 관계는(‘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 잘 알려져 있기에 군말을 보탤 필요도 없다. 갑자기 든 관심인데 후기 프로이트에도 영향을 주었는지 찾아봐야겠다.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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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 김두식 교수의 대표작 <불멸의 신성가족>(창비)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2009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10년만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한번 더 여실히 드러난 게 법조계 엘리트들이 장악한 ‘그들의 세계‘다. 덕분에 10년 전보다 책의 시의성이 더 두드러진다.

˝개정판에서는 최근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이 한국 법조계에 던지는 시사점을 정리한 글을 수록하고, 사법시험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등 초판 출간 이후 법조계에 일어난 주요 변화들을 반영해 내용을 업데이트했다. 그동안 통계나 개인 저술에만 머물던 법조연구의 고무적인 시도이자 일반 시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법조계의 내부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심층탐구했다.˝

10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기꺼이 다시 읽고픈 생각이 든다. 비록 <법률가들>(창비)은 아직 숙제로 남겨둔 상태이지만 이런 ‘새치기‘는 불법이 아니라 독서인의 권리다. 혹 10년 뒤에 또 개정판이 나오게 될까? 한국사회의 진보를 가늠하는 한 척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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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길)가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 가장 먼저 나왔던 번역판으로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나남)나 그 개정판 <상상의 공동체>이 모두 절판된 상태여서 현재로선 유일 번역본이다. ‘민족주의의 기원과 보급에 대한 고찰‘이 부제. 선택의 여지도 없지만 정본 번역본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새롭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번역은 앤더슨의 또 다른 주요 저술인 <세 깃발 아래서: 아나키즘과 반식민주의적 상상력>을 번역 출간했으며, 앤더슨과 마찬가지로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정치를 연구하고 있는 서지원이 번역했다. 앤더슨은 10여 개 언어의 탁월한 구사력, 동남아시아학에 대한 정통한 학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유럽만이 아니라 그 식민지들 및 다른 국가들의 경험까지 섭렵하고 있고, 그 국가들의 정치와 더불어 문학 또한 전거로 활용하는 탓에 그 글을 번역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이를 한국어로 옮기기 위해 옮긴이는 직접 지은이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번역을 다듬었다. 이제야말로 이 사회과학 고전을 제대로 읽을 기회를 얻은 것이다.˝

앤더슨의 주장(민족=상상된 공동체)은 국내에서도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어떻게 결론이 맺어졌는지 모르겠다. 이 주제와 관련한 논문집도 나옴직하다. 민족과 근대성의 문제를 다루는 데 중요한 자극과 영감을 주는 책인지라 나도 이번 기회에 정독해봐야겠다. 기억에는 이전 번역판 <상상의 공동체>를 대충 훑어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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