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독일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합법성과 정당성>(길, 2016)을 고른다. 1932년에 발표된 팸플릿 성격의 책으로 문제적 법학자(내지는 악명 높은 법학자)의 문제작. 번역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도균 교수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슈미트는 자유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이자 나치 시대의 대표적 법률가로 악명이 높아 흔히 나치 시대의 황제법학자로 불린다.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펼쳐보이려 했던 슈미트는 상황을 적절하게 포착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개념들을 천재적으로 고안해내고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당대의 그 어떤 정치철학자나 국법학자도 그만큼 현실 상황, 갈등 상황, 사태의 발전 과정을 개념으로 주조해내는 솜씨와 내공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이 가지는 복합성과 중층성 때문에 그의 저작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가령 그는 자유주의 법치국가 사상의 흐름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반자유주의와 파시즘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소개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나치 시대 대표 법학자로서 자유주의 법치국가의 비판자이면서도 또 그렇게만 이해할 수 없는 복합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는 게 슈미트의 문제성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된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길, 2012) 등과 함께 일독해봄직하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독이 될 듯싶지만.

 

 

순전히 제목 때문에 떠올린 책은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나남, 2007)이다. '유행'도 아니어서 하버마스의 책은 제쳐놓은 지 오래 되었는데, 지난 연말 <민주주의와 공론장>(컬처룩, 2015)이란 하버마스 연구서가 나와서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제목대로 민주주의와 공론장을 키워드로 한 하버마스의 정치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읽어보고픈 욕심이 생긴다. 그건 물론 우리의 퇴행하는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오작동 때문이다...

 

16.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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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재간본'이란 걸 고르라면 단연 마이클 길모어의 <내 심장을 향해 쏴라>(박하, 2016)다. 15년 전에 같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이다. <내심장을 향해 쏴라>(집사재, 2001). 몇년 전에 도서관에서 찾았을 때도 이미 절판된 상태였는데, 두 권짜리라 엄두를 못 냈던 기억이 있다. 책에 대해서 안 건 아마도 하루키에 관한 책을 읽어서였을 것이다. 이런 식의 언급.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에 값하기 위해서 하루키는 이 책을 일어로 옮겼다. 하루키의 독자들에게도 읽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한 셈.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과 LA타임스 올해의 도서를 수상한 마이클 길모어의 시대를 초월한 걸작 논픽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가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스스로 사형에 처해달라고 주장하며 전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사건은 이미 노먼 메일러가 <사형집행인의 노래>를 통해 치밀하게 묘파하여 엄청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퓰리처 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1994년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출간은 <사형집행인의 노래>의 충격을 넘어선 하나의 사건이었다. 다름 아닌 게리 길모어의 친동생이 자신의 형이 왜 그토록 끔찍한 괴물이 되었는지, 어찌하여 '미 대륙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인물'이 되었는지, 자신의 핏줄에 깃든 폭력과 광기의 역사를 파헤치며 길모어 집안에서 이루어졌던 폭력과 학대를 가감 없이 노출했고, 때로 자신의 치명적인 상처까지 백일하에 드러내면서 게리 길모어라는 불우한 영혼의 근원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인의 노래>(한맥, 1982)는 오래 전에 출간된 적이 있다(물론 절판된 지 오래다). <내 심장을 향해 쏴라>도 거의 심장이 멎은 책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소생한 셈. 죽다 살아난 책? 죽은 자식이 돌아온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반갑다...

 

16.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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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새 번역으로 나온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한길사, 2016)과 마르크스 연구자 비탈리 비고츠키의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길, 2016)를 고른다.

 

 

<도덕감정론>은 그간에 비봉출판사판이 유일한 번역본이었는데(<국부론>은 3종의 선택지가 있다. 통상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으로 읽지만), 이제 비로소 선택지가 생긴 셈. 

 

 

역자는 애덤 스미스 전공자인 김광수 교수. 지난해에 <애덤 스미스>(한길사, 2015)를 펴낸 바 있다. <국부론>이나 <도덕감정론>을 읽기 전에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도덕감정론>에 대한 별도의 해설서로는 일본인 저자의 책 두 권이 나와 있는데, 오가와 히토시의 <애덤 스미스, 인간의 본질>(이노다임북스, 2015)과 도메 다쿠오의 <지금 애덤 스미스를 읽는다>(동아시아, 2010)가 그것이다. 

 

 

러시아 경제학자인 비탈리 비고츠키는 " 마르크스의 완전한 전집인 MEGA(Marx Engels Gesamtausgabe)를 발간하는데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이 전집 번역도 국내에서 기획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실현될지 궁금하다).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는 '마르크스 40년 경제 이론 작업의 전모를 밝히다'란 부제대로 <자본>의 탄생과정을 추적한 책. "저자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은 네 번의 발전과정을 거쳤고, <자본>은 세 개의 초안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이 방법론을 먼저 확립한 다음 경제적 범주의 연구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관심거리로 보이지만, <자본>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배경지식이 되겠다. 책은 '동아대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소 총서'의 셋째권으로 나왔는데, 이 총서에서는 강신준 교수의 <오늘 '자본'을 읽다>(길, 2014)가 나란히 읽어볼 만하다...

 

16.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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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태생의 예술사학자 아르놀트 하우저의 대표작이자 창비의 간판도서인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창비, 2016)가 개정2판으로 다시 나왔다. 표지가 바뀌었고 도판과 디자인이 강화되었다. 일정도 신학기에 맞춘 듯싶은데, 새 독자들에게도 요긴한 읽을 거리가 될 듯싶다. 나도 1999년 개정판을 갖고 있지만(4권은 그 이전 판도 갖고 있었고) 새 판본으로 읽어보고 싶다.   

 

 

"2016년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만 50년이 되는 해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를 통해 책의 마지막 장인 '영화의 시대'가 번역됐고, 이후 1974년 '창비신서' 1번으로 책이 출간되며 한국 지성계에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개정판은 1999년 개정판에 이은 두번째 개정판이다. 이 책의 새로운 독자들, 이제 막 예술과 사회에 발 디디려 하는 독자들은 물론, 그동안 이 책을 읽으며 예술과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온 오랜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려 한 결과물이다. 총 500점에 달하는 컬러도판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텍스트를 더 쉽고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먼저 나왔던 개정판과 비교하면 표지가 훨씬 '컬러풀'해졌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개정2판을 보고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영어판을 구해보고 싶다는 것. 1999년에 나온 루틀리지판도 4권짜리인데, 제목은 <예술의 사회사>다(독어판 제목은 <예술과 문학의 사회사>). 표지도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는 가격이 좀 세다는 점. 4권을 구입하려면 15만원 이상 소요돼 잠시 보류해놓은 상태다. 단권짜리도 있기는 한데, 이게 같은 분량의 책인지 축약본인지 불확실하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은 절판된 <예술사의 철학>(돌베개, 1983)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는 것. 알라딘에는 이미 흔적도 없는데, 아래와 같은 표지의 책이었다.

 

 

이 책도 갖고 있는 듯싶은데, 있다 하더라도 박스에 보관돼 있어서 찾기는 어렵고 도서관에서나 빌려 읽어야 할 형편이다. 하도 오래 전이라 얼마나 읽었던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그래서 영어판도 구해보려고 한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듯이, 독서도 책이 출간된 김에 하는 것이다...

 

16.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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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이란 제목이 붙은 두 권의 개정판이 나왔다. 토머스 소웰의 <비전의 충돌>(이카루스미디어, 2016)과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 2016)이다. 원제로는 '비전의 갈등'과 '문명의 충돌'이니 정확히 일치하진 않고, 꽤 화제가 되었던 <문명의 충돌>과는 달리 <비전의 충돌>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책이니 동급에 올려놓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개정판이 나와서 같이 묶는다.

 

 

토머스 소웰은 스탠포드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자로 국내에 몇권의 경제학서가 번역되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비전의 충돌>도 개정판이 나온 게 신기할 정도인데, 여하튼 원저는 2002년에, 그리고 번역 초판은 2006년에 나왔었다.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부제. 소개는 이렇다.

"수세기에 걸쳐 지속되어 온 보수와 진보 사이의 논쟁을 '비전의 충돌'이라는 아이디어로 분석했다. 미국의 대표적 두뇌집단 중 한 사람인 정치학자 토마스 소웰이 미 행정부 정책 자문의 경험을 바탕으로 30년간의 사상사 연구를 집대성한 것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온 두 가지 관점(비전)을 제시한다. 하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제약적 비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본성은 완벽해질 때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무제약적 비전"이다. 아담 스미스, 윌리엄 고드윈, 마르크스 등의 사상을 이 '비전의 충돌' 구도에 맞추어 분석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며 정치, 경제, 사회, 법, 도덕에 대한 대립에 작용하는 비전들의 기본적 전제들을 제시했다."   

여기서 구미가 당긴다면 일독해봄직하다.

 

 

벌써 20년 전에 소개된 <문명의 충돌>은 상당한 반향과 함께 비판도 불러모았던 화제작이다. 더불어 정치학자 헌팅턴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된 책.

"저자는 현재의 수많은 분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의 틀을 제시한다. 세계를 우리가 알고 있는 개별 국가가 아닌 서방과 라틴아메리카.이슬람.힌두교.유교.일본 등 7개 내지 8개의 문명들로 나누고, 국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전통, 문화, 종교적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문명'이 세계를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가장 위험한 분쟁은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는 논조로 전개하고 있다."

'21세기 세계 정치의 혁명적 패러다임'이라고도 광고되는데, 냉전 이후의 세계 분쟁을 바라보는 한 가지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보수 진영에)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문제는 여러 비판이 보여주듯, 오도된 틀이라는 것.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계급투쟁이 문명의 충돌, 근본주의의 충돌로 포장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헌팅턴에 대한 좌파적 비판이다. <문명의 충돌>이 여전히 읽을 만하다면 '저들'의 세계관 혹은 이데올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6.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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