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온 책이라 '오래된 새책'으로 분류한다. 로잘린드 마일스의 <세계 여성의 역사>(파피에)다. 앞서는 지난 2005년에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동녘)란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원제가 그렇고 '세계 여성의 역사'가 부제다. 이번에는 부제를 제목으로 바꿔서 다시 펴낸 것. 15년만의 재출간인데, 아무래도 그때보다는 좀더 주목을 받을 성싶다. 부제는 '인류를 지탱해온 '위대한 절반'의 사라진 흔적을 찾아서'.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세계 여성의 역사>는 다소 엉뚱한 질문으로 이야기의 막을 연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그림자 노동'을 한 투명인간 같은 존재를 향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했던 지은이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만일 남자 요리사가 차렸다면 열광하는 추종자를 잔뜩 거느린 성인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축일이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우리가 배웠던 역사는 정확히 말하면 '인류'의 역사가 아니라 '남성'의 역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남녀의 성비는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역사책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성비는 이토록 불균형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명쾌하고 선명한 답을 제시한다. 여성은 세계사 속에서 가장 학대받고 지워진 존재였다고 말이다."


책은 어제 크르즈나릭의 <원더박스>(원더박스)를 읽다가 참고문헌으로 검색하여 재발견하게 되었다. 무려 이번주에 다시 나왔다!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도 갖고 있지만(물론 행방은 알지 못한다) 다시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리는 중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여성의 역사를 다룬 책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서도 좀 나와 있고, 최근에는 <신석기시대 세계여성사>도 출간되었다. 독어권 책으로 재작년에 나온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어크로스)가 <세계 여성의 역사>와 기본서 자리를 놓고 경합할 수 있을 듯싶다...


20.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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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7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베르토 망겔의 <독서의 역사>(세종서적)가 다시 나왔다. 제목도 그렇지만 독서에 역사에 관한 대표적인 책. 처음 소개될 때 저자명이 '알베르토 망구엘'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내게는 '망겔'보다 '망구엘'이 입에 더 익숙하다. 확인해보니 2000년에 처음 번역본이 나왔다(중간에는 두 권으로 분권된 보급판도 있었다). 




 












"언어의 파수꾼이자 책의 수호자,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 불리는 알베르토 망구엘. 그를 움베르토 에코 이래로 문학계 최고 지성의 반열에 오르게 한 기념비적인 역작으로, 문자의 시작에서부터 글 읽기, 독서 방법의 변화, 책의 형태 그리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독서행위와 관련된 다방면의 문제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은 16살 때 서점에서 일하면서 남미문학의 거장 호르헤 보르헤스를 만난 뒤 시력을 상실했던 그에게 책을 읽어주며 문학적 영감을 얻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판이 2016년에 나왔는데, 이번에 다시 나온 걸 보면 리커버판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독서의 역사>는 여전히 '알베르토 망구엘'을 고수하는데, 이후에 저자명은 주로 망겔로 표기되고 있다. 
















지난해 <밤의 도서관>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고, 그밖에도 독서와 관련된 망겔의 책은 여럿 더 소개돼 있다. 그렇더라도 아직 망겔의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아니 망겔(망구엘)의 다른 책을 읽지 않더라도 <독서의 역사>만큼은 일독해볼 만하다.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기본서이기 때문이다...


20. 0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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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2-2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 담습니다 일독을 위해.

로쟈 2020-02-26 08:33   좋아요 0 | URL
네, 가장 많이 읽히는 독서사 책이에요.~
 

에밀 뒤르켐의 고전적 저작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한길사)가 다시 나왔다. 맨처음에 나왔던 민영사판을 갖고 있는데 지금 보니 1992년에 나왔더랬다. 그러다 2017년에 개정되어 나왔는데 이번에 한길사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레이트북스‘ 시리즈에 들어가니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대표작 <자살론>도 아직 이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는 뒤르켐 생전에 나온 마지막 책으로 ‘종교와 도덕의 관계’, ‘종교의 기원’ 등 그의 학문적·사상적 관심이 집대성되어 있다. 뒤르켐은 이 책에서 종교의 일반이론을 탐구했다. 종교의 본질과 근거, 종교의 출현, 종교의 요소와 기능을 밝힌다.˝

뒤르켐의 종교론에 대해서는 대학 1학년 첫 학기에 수강한 ‘종교학 개론‘ 강의에서 처음 들었고 그와 관련하여 읽은 여러 종교학 책들에서 접했었다. 그러던 차에 번역본이 나와 구입했는데 대학원시절이라 완독하진 못했다. 전공만 하더라도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으니까. 지금은 물론 다른 관심과 식견으로 다시 대하게 되니 감회가 없지 않겠다. 다른 관심이란 건 한국 근대의 특수한 현상으로 신종교의 발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것인데, 관련서를 조사하고 몇권 주문한 상태다.

분야로 치면 종교사회학. 학부때 오경환의 <종교사회학>(서광사)을 읽었는데 이제 보니 그 이후에 나온 책도 몇권 된다. 입문서 성격의 책들로 보이는데 좀더 심화된 책도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신천지교회와 관련해서도 여러 르포와 비판서들이 보이는데 좀더 확장된 관점에서(가령 종교사회학) 한국의 신종교 현상을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으면 한다. 정감록부터 동학과 개벽운동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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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그로스란 이름이 떠서 신간이 나왔나 했더니 아니다. 페미니즘 이론서로 <몸 페미니즘을 향해>(꿈꾼문고)가 그것인데 제목에 ‘몸‘이 들어가 있어서 확인해보니 (개정판이란 표시가 없지만) 과거에 <뫼비우스 띠로서 몸>(여이연)이라고 나왔던 책.

2001년에 나왔으니 18년만이다. 왜 바로 검색이 안 되나 했더니 그때는 저자가 ‘엘리자베스 그로츠‘로 표기됐었다. 원서도 검색해보니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기억에는 대학도서관에서 대출해 같이 읽었더랬다(정확히는 맛만 보았다고 해야겠다).

˝불과 최근까지도 철학에서 여성은 지워져 있었다. 엘리자베스 그로스는 책의 각 장을 통해 우선 이런 현실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기성 체계에 대한 주도면밀한 비판이 새로운 페미니즘적 대안의 도출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로스는 그 대안의 중심에 다시 ‘몸‘을 위치시킨다. 그리고 그 ‘몸‘을 부재나 결핍이 아닌 ‘성차‘로써 정의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남근중심적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 개념으로서 ‘성차화된 몸‘을 제시하는 것이다.˝

‘성차화된 몸‘이란 주제는 그로스(그로츠)와 주디스 버틀러의 페미니즘을 비교한 전혜은의 <섹스화된 몸>(새물결)의 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로스나 버틀러나 상당한 배경지식과 집중적인 독서를 요구하는 이론가들이라는 데 있다. 대의를 간추리는 건 어렵지 않으나 실제 독서는 만만찮다. 앞서 나왔던 <뫼비우스 띠로서 몸>이 흐지부지 절판된 이유다. 최소한 라캉주의에 대한 선이해는 갖춘 뒤에 도전해보는 게 좋겠다. 그로스 자신이 라캉에 대한 페미니즘적 입문서를 써서 이름을 알린 이론가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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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의 고요, 를 잠시 떠올렸다. 뒷편 베란다 창밖으론 아직 매미소리가 들리지만 더위처럼 한 풀 기세가 꺾였다. 처서도 지났고 내일이면 날짜로는 9월이다. 여름의 마지막날. 실내온도는 25도까지 떨어졌다(올여름 최고온도는 29도였다). 선선해서 책을 읽기 좋은 계절, 흔히 말하는.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고는 당장 읽어야 책을 펴놓고도 무릎에는 이번에 다시 나온 두 권의 <국화와 칼>(1946)을 올려 놓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댓종이 넘는다. 하지만 완독할 기회는 없었다(제목만으로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탓일까?).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대표작이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문화론. ‘일본문화의 패턴‘이 부제다.

일본정부의 도발로 시작된 ‘경제전쟁‘ 국면 때문에 책을 다시 펴낸 걸로 보이는데, 이 참에 완독해보는 것도 좋겠다(하지만 다음주가 가을개강이고 시작부터 강의가 10개가 넘는다). 일본 관련서로 요즘 출판계의 화제는 <일본제국쇠망사>(글항아리)인데, 갑작스런 수요 때문에 바쁘게 중쇄를 찍었다고 한다. 겸사겸사 일본을 쇠망으로까지 이끈 문화적 심성에 대해서도 식견을 가져볼 만하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고 <국화와 칼>을 손에 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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