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 The Sound and the Fury(1929)의 새 번역본이 나왔다. 오랫동안 <음향과 분노>라는 제목으로 불리다가 문학동네판과 함께 <소리와 분노>로 안착되는가 싶었는데 이번에 나온 열린책들판 <고함괴 분노> 때문에 다시 경합이 이어지게 되었다.

알려진대로 맥베스의 대사에서 제목을 가져온지라 번역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맥베스>의 번역에서 sound는 ‘소음‘으로도 많이 번역하기에 <소음과 분노>도 가능한 선택지다(˝인생은 백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찼을 뿐 아무 의미도 없다.˝)

맥베스의 대사에서 sound는 사람이 내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비분절적인 소리를 가리킨다. 곧 voice에 대립하는 말이다. ‘음향‘이란 번역의 짝은 그러니까 ‘음성‘이다. 음성이 아닌 소리라는 뜻. 마찬가지로 ‘소리‘는 ‘목소리‘에 대응한다.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의 대립이다. 반면에 ‘큰소리‘란 뜻의 ‘고함‘은 ‘분노‘와 연결된다. ‘소음‘은 짝이 없이도 무의미한 소리를 가리킨다.

내가 읽은 <소리와 분노>(<음향과 분노>도 갖고 있지만 <소리와 분노>만 세번 읽었다)에서 제목은 ‘백치‘ 벤지(벤저민)가 내는 소리와 관련되는데 그가 내는 소리 내지 반응은 ‘웅얼거림‘과 ‘울부짖음이다. 의미는 그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제목으로 삼기에는 어색하다. 무의미한 ‘사운드‘를 의미로 고정시키기가 어렵구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오르한 파묵의 모든 것

6년 전 페이퍼다. 이번겨울에 터키문학 강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아무래도 중심은 오르한 파묵이다((가장 많이 소개돼 있어서 불가피한 면도 있다). 파묵의 책은 이후에도 여러 권이 추가돼 이젠 양손으로도 다 헤지 못한다. 강의에선 초기 대표작들을 읽을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백낙청 선생의 비평집 두권이 재간되었다. 첫평론집 <민족문학과 세계문학>(1978)은 앞서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1979)와 합본돼 다시 나왔었고(2011년이었으니 10년이 더 됐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2-3권에 절판된 상태였다(‘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은 제목과 부제로 5권까지 이어진다. 백낙청 비평의 입장과 지향을 대변한다). 소식이 뜸해서 2권을 중고로 다시 구입하기도 했는데 깔끔한 새 장정으로 다시 나와서 반갑다(다시 구입해야 하나?).

<민족문학과 세계문학2>는 이번에 <민족문학의 현단계>(1985)로 제목이 바뀌었는데, 이 1,2권은 오래전 대학생이 되어 평론집들을 읽을 때 외경의 느낌을 갖게 했던 기억이 난다. 1990년에 나온 <민족문학의 새단계>부터는 내게 실시간이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의 인상을 갖고 있으니. 그 ‘새 단계‘가 어느덧 30년도 더 전의 단계다. 진단과 전망을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볼 수 있겠다.

마침 강의에서 현대문학사의 여러 쟁점을 짚어보고 있어서(오랜만에 김현 비평도 상기할 수 있었다), 또 현대 소설도 다시 보고 있어서, 시대의 지표가 되었던 평론집들에 눈길이 간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도 모아놓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김소월 전집과 평전

3년 전 페이퍼다. 한국 현대시에 대해선 그 사이에 이상 시 강의가 더해졌다. 나로선 현대시사 전체를 대략 가늠해본 게 된다. 기회가 생기면 정리해볼 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달부터 시작한 프루스트 강의(물론 거두절미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다)가 이제 워밍업을 끝냈다. 사실 전권(7편 <되찾은 시간>까지)을 읽는 건 무모한 일이어서 현재 기획으로는 생전에 출간된 1-4권을 이번 여름에 읽고 나머지 5-7권은 겨울에 읽을까 한다.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을 보내는 자세랄까.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그리고 겨울이 되겠다.

이번에 프루스트를 강의에서 다루며 그간에 모은 책들을 한꺼번에 읽는 보람이 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결코 충분하게 읽을 수는 없지만 손에 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번역되지 않은 책 수십권도 문서고에 대기중이다). 차프스키의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와 나보코프의 <문학강의>에 이어서 손에 든 책이 프랑스 전문가들이 쓴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이다. 바캉스용 교양서 시리즈의 하나. 공저자인 앙투안 콩파뇽은 콜레주 드 프랑스의 프랑스문학 교수이면서 프루스트 전문가다(<양 세기 사이의 프루스트>가 주저. 영어판도 없어서 아쉽다). 프루스트 전기의 저자 장 이브 타디에와 줄리아 크리스테바도 저자로 참여했다(크리스테바도 프루스트에 대한 책을 썼다).

바캉스용 책이라지만 밀도가 낮지 않아서 유용한 정보와 흥미로운 지적들을 포함하고 있다. 2017년에 나온 책이 그새 절판된 사실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