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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한 권으로 만드려고 겁나게 애썼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굉장히 인상깊게 읽은지라, 거리낌 없이 망설임 없이 페이지 수가 140페이지건, 책이 7,200원이건 장바구니, 클릭감이다. 이 책.
책을 펼치는 순간. 정말 허걱. 난 책값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고, 얇으면 싸야하고, 두꺼우면 비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보는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행간이 어찌나 너른지 한 줄씩 더 들어가도 되겠다 싶고, 그렇게 봐서 그런지, 글자간 간격도 겁나게 넓어 보인다. 한 페이지에 열여섯줄이 들어가 있다. 이와 같은 판형의 쪼끄만 하드커버의 비싼 다른 책을 보자면, 세풀베다의 '소외'는 스물두줄이 들어가 있다. 글자들이 왠만큼 안 떨어져 있었으면, 둔한 나는 알아채지도 못했을께다. 오죽했으면 세아렸을까.
아무튼. 나는 책값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고, 얇으면 싸야하고, 두꺼우면 비싸도 된다는 사람도 아니니, 내용을 보자. 25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한장짜리 단편도 있고, 두장짜리 단편도 있는데, 이걸 단편이라고 불러도 되나? 차라리 메모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
...이건 헤밍웨이님의 전화메모입니다. 오오오오, 이건 도스또예프스키님의 화장실 낙서입니다. 우와아아아아
이건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단편입니다. ... 네?
어떤 역자후기나 작품설명도 없는( 뭐,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만) 이 책을 난 그녀의 초초기작쯤 되는 줄 알았다. 별 임팩트도 없으면서, 그럴듯한 표지의 하드커버에 무늬만 140페이지 넣어서 만든 이 책.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다.
이런 악평은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을 너무 강렬한 인상으로 읽어서 그랬을수도 있고, 책의 모냥새가 완전 황당해서 선입관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죽음' , '존재의 상실감' 을 말하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내가 귀막고 못들어서일 수도 있다.
이 책을 후딱 30분도 안되서 읽어버리고 나니, (무슨 그림책이냐고;;)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나쁜꿈을 꾸고 난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