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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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떠오른 생각의 편린이 너무 약해서 자칫하면 그것을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깃털의 감촉, 그것도 아니다. 눈송이의 감촉과도 같았다. 높은 창. 한 남자가 몸을 내밀고 있는, 아주 오래 전에.
 그건 현장에서 찍은 스냅 사진이었다. 날씨가 타는 듯이 더웠던 날이다. 높은 창 밖으로. 아주 오래 전에 , 8년 전에, 한 남자가 몸을 내밀고 있다. 너무 멀리. 한 남자가 떨어진다. 그리고 죽는다. 호레이스 브라이트라는 이름의 남자.

책을 열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위의 구절은 책의 2/3정도에 있는 구절인데,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말로의 분위기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와중에 찬물을 끼얹듯 '아'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하이윈도는 '빅슬립', '안녕 내사랑' , ' 호수의 여인' 에 이어 네번째로 읽는 말로가 나오는 작품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중독되는 말로의 분위기는 그 후에 나온 하드보일드 작가들을 제2의 레이몬드 챈들러라고 하는 것에 토 달기 힘들게 한다.

전작들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찾아 다니던 말로는 '하이윈도' 에서 없어진 옛주화를 찾으면서 살인사건에 휩쓸리게 된다. 말로가 가는 곳마다 살인현장인것은 말로의 말마따나 "시체들 속에 무릎까지 빠진 남자. 말로. 어쨌든간에 자신을 위해서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또는 우호적인 설명을 할 수도 없는" 엿같은 상황인 것이다. 주화를 찾는 일은 결국 새롭게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예전의 살인을 해명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늘 그렇듯이. 본의 아니게(?) 문제를 몰고 다니는 말로.

이곳저곳 캐고 다니기는 하지만, 마초적이거나, 바람둥이거나, 신경질적이거나 딱히 어느것에 중독 되어있거나 하는 것 없이, "그저 씨니컬할" 뿐인 이 남자. 그러나 ' RIGHT THING' 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을 굽히지 않는다. "점잖게 사는 법을 제외하곤 모든걸 안다" 는 말로.

일을 하고, '집'이라 불리는 장소에 돌아와 우편물을 정리한다. " 서명을 하고, 봉투를 봉해서 우표를 붙인 후, 술을 한 잔 더 따랐다. 나는 담배를 채우고 불을 붙인 다음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도 전화하지 않았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내가 죽든지 엘파소에 가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쿨하다는건 이런것 아닐까? 별로 행복해보이지는 않지만, '쿨'하다는 건 멋있는거 아니고, 삶에 드라이하고, 차가운 그런 거 아닐까?

작별할때도 역시나 쿨하게
" 나는 언제나 가던 식으로 갈거요. 우아한 미소를 띠고 손목을 날렵하게 꺾어 인사하면서, 그리고 마음 깊숙이 진심으로 당신을 유치장에서라도 다시 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오. 잘있으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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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8-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 너무 멋있어요. ㅜㅜ 책을 읽으며 그를 상상하면 무척 슬퍼져요. 그게 챈들러의 매력이겠죠? 소설만큼 멋진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

하이드 2005-08-1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보니 인용이 반 이상이라 좀 민망하지만;; 쿨럭. 읽은중 가장 드라이했지만, 가장 술술 읽히긴 하더라구요.( 얇아서 그런가? ^^;)
챈들러 책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추리소설' 같은 책이었던 것 같아요.

비연 2005-08-1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챈들러의 소설에 푹 빠져있었던 지난 몇 주가 기억나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하이드님^^

panda78 2005-08-1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껴두고 있는 호수의 여인 꺼내 들어야 할 때가 왔나봅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5-08-10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는 너무 멋지죠. ㅠ_ㅠ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
알랭 드 보통 지음 / 한뜻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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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쯔 제목 하고는.
원제는  The Romantic Movement   이다.

보통의 이 책은 알다시피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정말 놀랍고 샘나는 데뷔작에 이은 두번째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그래. 소.설.이다. 그것도 흔해빠진 '사.랑' 에 관한 소설이다. 그런데, 사랑에 관한 소설 읽을만치 읽는 내가 이토록 '그'의 소설에 감정이입되어,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을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는 걸까.

책의 화자이자,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우리가 고.찰.해야할 그녀의 이름은 앨리스이다. 그녀는 몽상가이자 희생자이고, 자신의 시시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줄 어떤 대상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을 찾았다.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다가온 ' 에릭' 이라는 남자.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전 한동안 그녀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고, 되서도 안되는' 솔.로.였다.
'이전에는 그녀가 혼자인 것이 농담이나 가벼운 놀림거리였지만,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그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중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녀가 아무리 ' 인생은 결국 무의미하고 남자와 여자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창백한 농담일 뿐이야' 라고 튈지라도, 그녀도 알고 세상도 알듯이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불행한 그녀 앞에 드디어 누가 봐도 멋진 남자' 에릭' 이 나타났다. 훌륭한 직업을 가졌고, 재미있으며, 자의식이 강하면서 솔직하고, 부드럽고 관능적이며, 미남이면서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는 것이 '에릭'인지, '에릭을 사랑하는 것' 인지는 모호하다. '에릭이 다리 중간에서 구두끈을 묶기 위해 잠시 멈췄을 때, 앨리스는 단지, 구두끈을 묶는 그의 모습은 정말 훌륭해 보여!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구두끈을 묶는 모습이 저렇게 훌륭한 남자를 결국 만나다니 이건 꿈이 아닐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지고, 연인관계가 된다는 것은 혼자 있는 것만큼이나 쉽지가 않은 일이다.
단 혼자 있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면, 그 관계가 깨어졌을때의 자기환멸과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다시 또 그 모든 것을 시작하는 대단한 '망각력' 에 대한 죄책감 정도일까?

이 책에 나오는 에릭과 앨리스는 나와 나의 연인이야기이다.
당신과 당신의 연인의 이야기이다. 보편적인 이야기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삶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에 대해 지나치게 공감하게 하고, 지나치게 앞서가게 하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사랑', '만남' , '헤어짐'과 같은 단순써클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재발견이고, 재구성이다.

보통씨의 책이 예쁜 포장 뒤집어쓰고 열심히 나오고 있다.
어서 이 책도 번역되어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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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0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키스하기 전에.. 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참 번역본 제목은 누가 다는 건지 가당찮아요. 그죠? ㅎㅎ

마늘빵 2005-08-0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혼자만 보시고... 쩝. 언능 번역되어라.

moonnight 2005-08-0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나요. 저도 읽고 싶은데 ;; 얼른 번역되어나왔음 좋겠네요.

로드무비 2005-08-0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오래 전 읽었네요.
너무 재미있어서 가슴이 다 두근거렸던 기억!^^
하이드님, 리뷰 제목 끝내줍니다.
하드보일드하당게요.^^

마냐 2005-08-2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윽. 번역이 안됐다는, 번역됐던건 절판? 됐다는...염장성 리뷰올시다...흐흐.
 
노래하는 백골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7
오스틴 프리맨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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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여름이면 읽어줘야할 것 같은 동서미스터리북스. 읽은책 반 안읽은책 반의 책꽂이를 보다가 보다가 골라낸 '노래하는 백골'

여덟개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멋진 단편 하나 열장편 안 부럽다. 단편이라, 좋구나.
리차드 오스틴 프리먼의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시초이고 그것은 또한 그의 대부분의 장,단편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도서추리소설과 법의학이 그 것이다.

도서추리소설이란 시작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고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해나가는 방식의 소설을 말한다. 3대도서추리소설에는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 프리먼 크로포츠의 [크로이든발 열두시 삼십분] 그리고 리차드 헐의 [백모 살인 사건]이 있다. 삼대도서추리소설이라는 [백모살인사건]이나 도서추리의 창시자라는 리차드 오스틴 프리먼의 단편들이 그닥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았다.

이 책에 대한 별 지식없이 읽기 시작한후 그의 단편중 꽤나 쳐주는 '오스카 브러트스키 사건' 을 읽다가

'...그것은 직물의 작은 섬유조각이었네. 현미경으로 보고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인 몇 가닥 섬유가 모인 것임을 알았네. 중요한 부분은 붉은 색으로 물든 양모섬유인데, 파란 물을 들인 면섬유도 있고, 노랗게 물든 황마 같은 섬유도 조금 섞여 있었네. 분명히 얼룩덜룩한 직물로, 여자의 드레스 조각인지도 모르네. 황마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질이 좋지 못한 커튼이나 깔개 종류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

굉장히 낯익은 섬유분석. 그리고 뒤로 갈수록 지문감식, 발자국조사등 과학적 추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부족하다고? 목이 잘린 시체의 머리에 피가 흐른 것은 어쩌구 혀의 상태를 보아 범인은 어쩌구 등 요즘 내가 열심히 보는 CSI를 떠올리게 하고 쓴웃음을 짓게 하였다.

왜 쓴웃음이냐. 그리고 왜 재미가 없었냐.
개성있는 탐정을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 취향때문이기도 하겠고,
당시(1910년대) 에는 첨단 기법으로 독자를 끌어당겼을 것이 분명한 "과.학.적. 추리"가 때론 우스워보일정도였던 것도 이유이고, 그렇다고 예전에 쓰여진 책들이 다 후지지 않는 것은
소설이 담고 있는 보편적인 재미나 철학( 철학까지는 거창하고, 삶의 쓴맛, 단맛에 대한 깨달음)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들 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 넘어가는 것은 추리소설의 특성인가? 추리소설에 대한 나의 선호 때문인가?
아니면 가끔씩 나오는 아래와 같은 말들 때문인가? 정말 '누군가' 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The evidence says. 라고 말하는 안경쓴 남자.

손다이크가 말했다.
"아주 흥미 있는 민화로구먼. 훌륭한 교훈이 담겨 있네. 우리가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우리 주변의 생명 없는 것들 하나하나가 저마다 스스로의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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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0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순전히 개인취향인데요, 뭐. 고전에 가까운 추리물들이 이상하게 재미없더라구요. 다른 추리좋아하는 분들과 차이 많이 나는 부분도 주로 고전들이구요, 뭐, 그렇더라구요. ^ ^전 너무 개성강한 탐정들에만 혹하는 경향이 있어요. 흐흐

하이드 2005-08-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구 생각해보니 도서추리물도 윌리엄 아이리쉬 책들은 끝나게 재밌었네요.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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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라는 일흔일곱살 먹은 아기공룡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라는 낭만적인 이름과는 달리 이 책은 누구의 표현마냥 어둑어둑한 이야기이다.
단지 피와 살인과 암투와 사기가 나와서만은 아니다.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는 아기공룡의 모험과 그림자제왕이라는 절대비밀존재. 그리고 여행을 마친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지하세계의 무궁무진한 기괴엽기 생물들.

만화가인 작가의 큼직큼직한 삽화들은 독자로 하여금 있을법한 혹은 결코 없을법한 상상할 수 있는 혹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괴한 세상을 엿보는데 약간의 힌트를 준다.

린드부름요새는 문학을 하는 공룡들의 도시이다. 나이 많은 공룡들은 새로 태어난 공룡들의 대부시인이 되어주는데, 요새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단첼로트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대부시인이 된다. 그는 유언으로 그가 문학을 그만두고 양배추정원을 가꾸는데 남은 여생을 바치게 한 무명 시인의 엄청난 작품을 보여주며, 그 무명시인을 찾도록 한다. 단첼로트는 어딘가 헤세를 연상시킨다. 아무튼. 처음에 발단이 된 대부시인 단첼로트는 책을 덮을때까지 계속 등장하는 중요인물이다.

무명시인을 찾아 부흐하임이라는 책의 도시로 떠난다. 책이 돈이고 권력인 도시.
그곳에서 스마이크라는 상어인간을 만나 지하도시로 가게 된 우리의 새끼공룡 폰 미텐메츠.. 사실 새끼니 아기니는 내가 붙인 말이고, 린드부름 요새에서 그의 나이는 어린청춘. 쯤 되시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공감이 갈꺼다. 라는건 착각이었다. 이 책은 그러니깐 그런 책이 아니다. 
벌써부터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는 이 책에는 몇가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비밀에 싸인 그림자제왕. 책 사냥꾼 중의 책사냥꾼. 당대 최고의 책사냥꾼인 레겐샤인. 그리고 우리의 작고 귀여운 외눈박이 부흐링들.

책 표지에 산더미같은 책에 둘러쌓여 달덩이 같은 외눈으로 책을 읽고 있는 이가 바로 부흐링이다.
여차여차 저차저차해서 부흐링들의 마을로 가게 된 어린이공룡.
부흐링들은 평생동안( 사고로 죽지 않는 이상 결코죽지 않는다) 한 작가만을 암기하고 그 작가의 이름을 지닌다. 예를들면 헤르만 헤세 부흐링은 헤르만 헤세의 모든 작품을 한줄도 빠짐없이 다 외우는거다. 작품, 편지, 하다못해 영수증 싸인까지 모두 수집의 대상이 된다. 여기쯤에선 짐작할 수 있는 언젠가 나오겠지 하는 장면은 마지막에 나와 울컥하게 한다. 그 예상가능하고 뻔한 장면으로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확 높아져버렸다.

세상을 본따 완전히 세로운 세상을 창조해낸 발터 뫼르스의 이 책을 읽는내내
존재하지 않는( 혹은 어딘가 존재하는?) 부흐하임. 세상을 본땄기에 세상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그 곳에 홀딱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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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7-3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세장으로도 리뷰가 가능하군요. ㅋㅋㅋ 화팅

하이드 2005-07-3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아자아자

하이드 2005-07-3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꽥 ! 추천은 누구십니까?! 아니되옵니다!

2005-07-31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8-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 -_-v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김현철 옮김 / 새물결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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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더위, 엿보기, 남자, 여자, 남자와 여자, 젊고 탱탱한 하녀, 여자와 여자, 소년과 새엄마, 그리고 에곤 쉴레...

보험쟁이가 직업이라고 하는 이 남자, 리고베르토의 비밀노트에 있는 것은?
그는 수집가이다. 그림을 수집하고, 장서를 수집한다. 그 외에도 경배하는 아내 루크레시아의 관계이야기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의 노트에 문구들을 수집한다. 현실과 몽상을 오가는 와중의 그의 구원줄은 '비밀노트'이다. 혼란스러울때 노트를 넘기며 그를 구원해줄 문구들을 찾는다.


루크레시아.
명화속의 여인과 같은 완벽하고 우아한 모습이다.
그녀가 실재하는 인물인지 리고베르토의 상상 속의 인물인지 알 수 없다.

폰치토.
부드러운 곱슬머리, 파란 눈, 이제 막 사춘기가 되어가는 아름다운 몸의 소년.
자신을 에곤쉴레와 동일시한다.

소설이란건 지어낸 이야기. 그런데, 지어낸 것 속에 지어낸 얘기가 나오면, 지금 내가 있는 곳과 책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책 안에서 지어내는 일들과 모든 것이 헷갈려져 버린다.

덥고 습기찬 날씨다. 중남미의 작가들은 정말 독특하다. 더운 날씨의 작가들이다. 의.식.주.성性 의 나라다. 환상과 현실과 자연과 인간이 우리가 보는 세계와 조금은 다른 조합으로 믹스되어 있는 나라다.

그 중에서도 요사의 이 소설은 기가막히게 절묘하다.

리고베르토의 수집품에 대한 집착과 자신을 에곤쉴레와 동일시하는 폰치토의 이야기는 어느새 나를 에곤쉴레의 그림에 빠지게 만든다.

그림과 이야기가 밀접하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에곤쉴레의 그림인지 요사의 글인지 때때로 구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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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7-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사 책이 계속 나오려나 보네요^^

moonnight 2005-07-3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읽고 싶네요. 쉴레의 그림도 좋아하는데.. ;;

하이드 2005-07-3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이 책 만만치가 않습니다. 원래 리뷰 제목이 '미치겠다. 야하다' 였어요. 흐흐흐 더운 여름날 허벅지 꼬집으며 읽었어요. 쿨럭.

2005-08-23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