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 타산지석 2 타산지석 2
유재원 지음 / 리수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에 여행을 할 작정이라면, 그 어떤 가이드북보다 낫다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사진들도 큼직하니 훌륭하고, 그리스통인 유재원 교수의 글은 쉽고 재미있으며 아름답다.
각 장을 시적으로 끝내는 그 마지막 문장의 묘미는 정말 감동스러울 지경이다.

서문부터 너무 아름답다. '그리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에서 역사적으로 먼 그리스이지만, 현대 한국인에 스며든 그리스적 요소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어떤 유명한 외서 가이드북에서 감히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 사람의 우리 글이라 하겠다. 세장 반에 걸친 서문만 읽어도 벌써부터 그리스에 대한 마음가짐이 틀려진다.

이 책을 처음 접할때 그리스전문이라는 유재원 교수의 그리스 이야기는 뭔가 학문적이고, 역사와 문화, 신화 등에 대한 이야기일꺼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역사속의 이야기들을 현실에 끌어들여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리스에 와 있는 느낌이다.
첫 시작은 이렇다.


'그리스로 가는 길은 멀다. 유럽의 서남쪽 구석에 자리한 그리스와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한 우리 나라, 이 두 나라 사이의 공간적 거리는 멀기만 하다. 시간적으로도 두 나라는 멀다. 직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가려면 이스탄불이나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다른 도시의 공항을 거쳐서 가야 한다...'

본인이 직접 여행하고 돌아보면서 조곤조곤 쓰는 그리스 이야기는 그저 딴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여타 신화책과는 달리 좀 더 여행서에 가깝다하겠다.

첫 글의 끝맺음은 다음과 같다.

' 오늘날 아테네가 당신 눈에 초라하고 무질서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역사가 당신을 속인 것이지 아테네가 당신을 속인 것이 아니다. 인간은 덧없고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글을 주욱 읽어나가다가 끝문장에서 정말 찡해져버린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내심 시적인, 마음 울리는 끝문장을 기대하게 된다.

몇가지 유려한 끝문장들을 더 옮겨보면, '유럽의 땅끝 수니온' 에서는 ' 그 바다 빛깔을 보며 왜 호메로스가 '포도주처럼 붉은 바다' 라고 노래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서양의 시인들이 이 언덕에 서서 지는 해를 슬픈 눈으로 바라본 까닭도 저절로 알게 된다.'  '영웅들의 벌판 마라톤' 에서는 ' 역사의 아이러니는 이와 같이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기구한 면이 있다. 마라톤 평원 구석에 있는 초라하고 조그만 성당 안에서 촛불을 켜고 비잔틴 성화에 입을 맞추는 순박한 그리스 시골 여인의 눈에 눈물이 비치는 까닭을 우리는 알길이 없다 '

유익하고, 재미있고, 아름답고, 사진들도 큼직큼직하며, 유려한 글. 책에서 더 이상 뭘 바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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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9-03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사 봐야겠군요. ^^
[영원한 문화도시, 아테네]란 책을 샀는데, 다녀오셔서 혹시라도 읽고 싶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
즐거운 여행 하고 계시는 듯 하네요. 아,정말 부럽기 짝이 없어요- 얼마나 멋질까!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그의 잡문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를 알게 된 것은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란 표지의 장편소설을 통해서였다.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들을 읽고난 후의 감상은 딱히 이러이러한 점이 좋고 이러이러한 점은 싫다고 말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저 그의 에세이가 소설보다는 좀 더 웃긴 것 같아. 라고 말할뿐이었다.

'먼 북소리'는 하루키가  남유럽( 주로 그리스와 이탈리아) 에서 머물면서 두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댄스댄스'를 쓰는 삼년동안의 스케치이다.

그는 이 책을 쓰는 것에 장편소설을 쓸 때와는 또 다른 중요한 (복귀의 )의미를 두었고, 그렇게 쉽지많은 않게 때로는 즐겁게 이 글을 썼었다. 뒤늦게 이 책을 읽게 된 나는 새삼 하루키를 다시 보게 된다. 하루키의 여행기를 읽는 것은 세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그 전에 읽었던 익숙한 곳( 미국은 왠지 여행이 아닌것 같다.) 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마음에 아련하게 와 닿았다.

그리스에서 읽는다고 해서 그리스 여행기가 딱히 남다를껀 없다.
남는 것은
그.래.도. 그리스는 여행할만 한 곳이구나. 하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는 갈 곳이 못 되는구나 하는 두가지 생각이다.

위트있고, 낙천적이며,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 아저씨.
'심심하고 정말 할일이 없어서' 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 나온다. 그 말을 보면서 '심심한것' 마저 어느정도는 중요하고 , 어느정도는 '재미'도 있다는 역설적인 기분이 되어버린다. 나의 '심심한' 여행에 어느정도 면죄부를 얻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서는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다 봐야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눈에 불켜고 돌아다니는 여행도 할 수 있지만, 때로는 길 잃기를 밥먹듯하며, 우연히, 어, 이거 아크로폴리스네? 어, 이거 고고학 박물관이네? 하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일상에서 벗어난거잖어. 'take it easy, man'

물론 나는 하루키처럼 모든면에서 넉넉하게 여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무지하게 바쁜 시기에 눈 딱 감고 내버린 3주의 휴가이긴 하지만, 관광청에서 돈대주는 것도 아니고, 돌아다니면서 하는 일이라곤 순수하게 소비적인 일이라 왠지 심심하고 느긋하면 안 될것 같은 죄책감 느껴지던 찰나에 이 책을 읽으면서 딩굴거리는 것은 소박한 행복임을 느낀다.

좀 더 현실적으로 남은 것 몇가지는 집으로 돌아가면 수영도 배우고, 면허도 따야겠는것. 어떤 외국어든 익혀서 '먼 북소리' 기다릴 것 없이 내가 북치면서 또 떠나자는 것. 아테네 어느 호텔방 더블침대에 홀로 누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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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야 그렇다쳐도 리뷰까지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2005-09-0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9-0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존경스럽네요. ^^

클리오 2005-09-0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쓰고싶은 말을 위에다 다 쓰셨군요... ^^ 하이드 님 그리스에 있는 기분이 안들어요. 여행기는 멋지지만... 얼굴을 못본다면야 서울이나, 그리스나... ^^

어룸 2005-09-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경존경!! 설마 리뷰까지 쓰실줄이야!!! ^ㅂ^

하루(春) 2005-09-02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레타에서 쓰신 리뷰라 그런지, 글이 다 둥둥 떠있는 것 같아요.

울보 2005-09-0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533433
 
오즈의 마법사 놀라운 팝업왕
로버트 사부다 팝업제작, 프랭크 바움 원작, 푸른삼나무 옮김 / 넥서스 / 2005년 9월
구판절판


도착. 오즈의 마법사.

저 표지의 쌩뚱맞은 사자와 도로시를 보라. 허수아비와 깡통도, 다들 왠지 거만해보인다. 음...

그럴만 했다. 첫장면의 태풍의 스팩타클!이라니! 우워어어어어

사진보다 딱 백만한배 더 멋지다.


태풍은 집을 통째로 무쟈게 아름다운 땅에 내려 놓는다

노라안 벽돌길 따라서 ( 이 책에서는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빛이다?!) 가다가 만난 졸리운 냄새 풍기는 꽃밭. 음.. 내 자리 근처에도 혹시;;

그리고, 산 넘고, 물건너 여차저차 도착한 에메랄드의 나라.

책 구퉁이에 신기한게 있다.


뭔가 달라보이나? 음... 모든게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 말고는... 그거거던. 도로시랑 깡통이랑 토토랑 사자랑 밀짚인간이랑 도착했는데, 모든 것이 초록색으로 보이더래. 음.. 그거가 다? 그런거야? 뭔가 입체 궁전.. 그런거 아니구? -_-a

근데, 여기서 나쁜 마녀를 만나서 갇히는거지? 저 가운데에 우산든 초록색 애꾸 할망구.


여기서 또 앨리스의 카드장면을 능가하는;; 난 도저히 말로 표현 못해. 사진으로도 표현 못해
조기 밑에 오즈의 마법사가 타고 있다.


그래서. 여차저차해서 착한 마녀 만나서 come back h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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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2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사이에 ^^ 예전꺼 우려먹는거긴 하지만, 실물보면 정말 감동입니다. 흑.

바람돌이 2005-08-2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 태풍 끝내주네요. 사부다의 앨리스 품절돼서 못산 뼈아픈 기억이 있어서 이 리뷰 보자마자 가서 주문하고 왔습니다. 예약주문이니 끼워서 주는 책도 있네요. 애고 좋아라....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하이드 2005-08-2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하고, 저 오즈의 마법사 기구 정말 죽입니다. 초록안경같은 소품도 디게 귀엽죠? ^^

2005-08-27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7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5-08-27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한글로 되어 있나요?(당연한 걸 묻는듯한...^^;;)-제목이 영문으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영어로 되어 있는 것 같긴한데...

panda78 2005-08-27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 동영상! 으아... 진짜 불을 지르시네요 불을 질러..

poptrash 2005-08-27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쁘네요. 한번쯤 실제로도 보고 싶어요. ^^

하이드 2005-08-2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optrash님. 실제로는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훨씬 예뻐요.
판다님! 정말요! 사부다 팝업북 좀 더 사고 싶긴 한데, 가장 유명한거 두개 말고는 손이 잘 안가네요
아영엄마님 제꺼는 영문판이구요. 지금 알라딘에서 파는건 한국판이겠죠
속삭이신님 어머어머^^ 감사합니다~!

하루(春) 2005-08-2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동영상까지.. 멋있어 죽겠어요.

moonnight 2005-08-2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예술이구만요. ;;;;

로드무비 2005-08-2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무래도 사야겠구먼유.^^

하이드 2005-08-2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절대 후회 안하실겁니다. ^^

zahir 2005-09-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경을 쓰면 아래쪽에 글자가 보여요.

하이드 2005-09-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그렇군요! 집에가자마자 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미세스리 2005-09-2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2005-09-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 그래서 이렇게 서재 방문수가 많군!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5
해리 케멜먼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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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소설들을 읽다보면 독특한 탐정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케멜먼의 데이비드 스몰은 '랍비'라는 직업만으로도 가장 독특한축에 들지 않나 싶다.
체스터튼의 브라운신부 시리즈에서 나오는 종교 얘기보다 분명 랍비 시리즈에 나오는 유대교, 탈무드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비중이 큼을 감안해볼때 이 추리소설의 독특함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교리에 대한 이야기나 탈무드에 대한 이야기는 좀 지루하긴 했다.

젊고 평범한 그러나 사려깊고 전통에 충실한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랍비이고 아내도 랍비의 딸인 스몰은 일이 있을때마다 그가 의지하고 펴보는 탈무드와 같다. 지적이고 논리적이지만 그것이 탐정의 그것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공평하고자 하고 나이브한 면은 개성있고 결점 있는 탐정들에 혹하는 나로서는 지루하게 느껴기까지 한다.

그러나 랍비에게도 사회의 어느 다른직업들처럼 자신을 나타내는 것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처세가 필요한것이 분명하다. 책벌레이고 원리원칙에 충실한 랍비의 평판은 일부 교회신자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는 재임용에 실패할 위기에 놓인다( 뭐, 본인은 별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의 차에서 여자의 핸드백이 발견되고 그 핸드백의 주인인 젊은 금발여자는 랍비의 차에서 조금 떨어진 담그늘에 누워있다. 성직자의 범죄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랍비는 곤경에 처한다. 그러나 사건을 지휘하는 경감은 랍비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이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스릴이라던가 의외의 반전이라던가( 정말이지 평소 추리소설 읽으면서 범인 찾기에 손톱끝만큼도 신경 안쓰는 나도 그 인물이 나오자마자 그 인물이 범인인줄 알았다.) 하는 클라이막스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짜여진 한편의 추리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뒤에 실린 짧은 단편 로스 맥도널드의 '미드나이트 블루'는 또 다른 즐거움.
단편. 특히나 하드보일드 작가들의 단편에는 아무리 내가 루 아처를 좋아하고 챈들러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닥 매력을 못 느끼지만, 그래도 랍비 시리즈 뒤에 만난 이 망가진 탐정의 이야기는 굉장히 반가웠다.

그러고보니 난 케멀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 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못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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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2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마일보다는 이게 훨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데.. 동서에서도 낼 생각이 없나 보더군요. 잘 안팔렸나.. ^^;

하이드 2005-08-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네, 저도 워낙에 시리즈물 좋아하다보니, 이거 다음편 좀 읽고 싶던데

2005-08-2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8-2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초저녁이죠.

마냐 2005-08-2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군침만 삼키게 되는군요. 여기서 추리물을 사들이다간...으윽.
 
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별에서 와서 별로 간다.
삶이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뿐이다. 
                                                                           린트부름 요새의 단첼로트 폰 질벤드레히슬러

오프라인에서 제가격 주고 살만큼 예쁜 책이었다.
발랄한 표지에 휘리릭 넘겨봐도 재생지에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는 칼라사진들.

'여행'에서 가질 수 있는 '여행' 을 꿈꾸며 가질 수 있는 '여행자'의 로망에 대한 책이다. 
떠나기 전에 가지는 로망, 여행중에 가지는 로망, 그리고 공상속의 여행의 로망이다.

매일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 이를테면 아침에 커피를 마신다거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거나, 등도 여행중에는 로망이 될 수 있다. '여행'이란 단순히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여행과 관련된 모든 생각들, 사람들, 관계들, 벗어난 일상성 등이 내 앞에 온전히 펼쳐지는 것. 매일 아침 도투루에 가서 커피와 토스트를 시켜놓고 그날의 여행계획을 짜곤 했어. 신주쿠였지. 라는건 어쩌면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 들러 모닝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일터로 향하는 서울의 내 모습과 묘하게 겹치고 또 엇갈린다.

여행하는 자의 책.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완전한 타인의 경험을 훔쳐보는 그런 여행서가 아니다. 이 책은. 막상 여행하는 이야기이기 하지만, 여행기는 아니고 여행에서 부닥치는 '로.망' 들이 독자 각기의 경험을 불러내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거다.

 책의 로망에서는 첫줄부터 "책장을 덮기도 전에 여행가방을 싸게 만드는 '영감의 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크레타, ... " 뜨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크레타와 에게해를 마음에 담고 비행기표를 덥석 사버린걸 어찌 알았지. 혹은  철학자의 로망에서는 홀로 여행하며 누적되는 고독의 누적에 패배감이라는 덩어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언덕의 태양에서 쇼펜하우어에서 에피쿠로스로 옮겨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는 그. 정착의 로망에서는 생활의 고단함으로 사는 곳을 정하지는 못할지라도 죽는 곳은 정해보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니 프랑수와의 '책과 바람난 이야기' 가 책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독서일기는 아니였듯이 이 책도 여행에 관한 책이지만 여행기는 아니다. 그리고 보통의 여행이야기나 브라운 신부의 에차 에피소드 등등의 가끔 나오는 책이야기도 반갑다.

완전 새로운 이야기는 글쓴이의 공상섞인 로망들 뿐이겠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니 때로는 글쓴이의 생각을 부정하겠지만, 그저 아는걸 공유하며 동병상련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독서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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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5-08-21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아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kleinsusun 2005-08-2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여행가고 싶다. 병인가봐요. 휴가 끝난지 이제 딱 2준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