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뮤지컬 영웅을 예매했던 건 순전히 가격 때문이었다. 그 날을 앞뒤로 해서 딱 일주일만 A석을 1만원에 팔았던 것이다. 공연장은 엘지 아트센터. 엘지 아트센터는 3층에서 보더라도 시야를 별로 가리지 않는 무대다. 다만 배우들의 얼굴이 작게 보일 뿐. 류정한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가 얼굴형 배우라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 않았다.  

8시 시작과 10시 40분 끝이라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정이었다. 다음 날은 놀토도 아니었고. 게다가 역삼역. 부도덕한 체력을 자랑하는 내가 감당하긴 좀 벅찼는데, 아니나다를까 눈에 힘을 무지 주면서 버텨야 했다. 그러고 보니 2년 전인가 같은 장소에서 역시나 류정한 주연의 '스위니 토드'를 보면서 무진장 졸았던 기억이 난다. 극이 재미 없었던 것도 아니고, 자리도 훌륭했건만(비쌌건만!) 내내 졸다가 나왔던 그 기억을 되새기며 주구장창 물을 마시며 버텼다. 

보통 연극이나 뮤지컬은 월요일 공연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10월 26일 월요일이 바로 안중근 의사 의거일이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공연을 오픈했다. 영화 도마 안중근이 실패했었던 것을 떠올리면서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지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극을 다 보고 나니 기우일 듯하다. 이 뮤지컬, 재밌고도 감동적이다. 손수건, 준비하시라. 



난 워낙 류정한을 좋아해서 이 사람 캐스팅만 눈독을 들였는데 정성화씨가 더 유명한 건가? 이름이 먼저 나오는 경우를 더 많이 본 듯하다. 

내가 본 날은 류정한이 안중근 의사를, 그리고 안중근 의사에게 거사 계획을 잡을 수 있게 이토의 행적을 알려준 궁녀 설희 역을 김선영 씨가, 안중근을 사모하는 중국 아가씨 링링을 소냐가 연기했다.   



시작할 때 일곱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스크린에 총구멍 일곱 개가 북두칠성의 모양을 만들었다. 본명은 응칠. 점 일곱 개가 이룬 북두칠성의 모양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일곱 발은 이토를 향해 그의 총구멍에서 쏘아진 불덩어리이기도(이토에게 명중된 것은 세 발). 

숲 속에서 단지 동맹을 맺고 나라 위해 싸울 것을 다짐하는 동지들. 명성황후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궁녀 설희는 일본으로 건너가기로 결심하고 안중근과 인사를 한다. 안중근이 자신을 소개하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이오.
 

일단 배우가 목소리가 좋기 때문에 울림도 좋은 거지만, 저 말을 하는 사람을 안중근 의사라고 생각하니 짧은 대사로도 울컥하는 기분. 

중국인 만두 장사 왕웨이가 나오는 부분은 다소 뻔한 유치함을 보여주지만 그렇게 가볍게 쉬어가는 시간도 분명히 필요했다. 설희 역의 김선영 씨는 한복보다 게이샤 복장이 사실 더 잘 어울렸다. 왕웨이의 동생 링링 역을 맡은 소냐는 참 좋은 목소리를 가진 훌륭한 배우이지만 이번 배역에서는 그 터질 듯한 가창력을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일단 배역의 비중이 크지 않아서일 것이다. 역시 최고는 지킬 앤 하이드였다는! 

거사 날짜를 잡고 '대한독립'이라고 쓰여진 지금과는 사뭇 다른 태극기를 펼쳐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1부는 끝이 난다. 그리고 거사 과정과 체포 후의 안중근 의사가 변론하는 모습, 감옥의 간수가 그에게 감화되는 모습, 그리고 최후 사형 장면에서 작품은 끝이 난다.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을 향해 부끄럽게 살지 말고 의롭게 죽으라고 할 때, 어머님이 보내준 수의를 입게 될 때, 어머님이 불러주는 노래, 그리고 떨림에 몸을 맡긴 안중근 의사.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들이 들린다. 슬프고 감동적이긴 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던 나.  

그러나 커튼 콜을 보면서 뒤늦게 감동이 사무쳐 온다. 자신은 전쟁 중이며, 이토를 사살한 것도 전쟁 행위이며, 그러니 전쟁 포로로 대우하라던 그 말, 마지막 노래의 절절함까지 갑자기 가슴을 마구 울린다. 꼴사납게 불 켜지고 나서 와락 우는 모습이라니...ㅜ.ㅜ 

100년 전 그때에, 조국을 위해서 초개처럼 목숨 바쳐 싸우던 분들이 참 많았다. 조국은 힘이 없었고, 조국은 유린되었고, 그 안의 민중의 삶은 더 처참했고, 그들은 몸이 자라 어른이 되기 전에 이미 성숙할 수밖에 없었다. 일찍이 눈을 떠서 제 앞가림 하느라 치졸하게 살아남은 무수한 이들이 있는 반면, 저렇게 살다가 돌아가신 분도 참으로 많다는 것. 그렇게 지켜낸 조국이 독립되었을 때 유해를 옮겨달라고 했건만, 철저히 유린된 그분의 유해는 지금도 흔적을 찾지 못하고, 해방된 조국에 돌아오시지 못하고 있다. 해방된 조국이 결국 '해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오히려 더 슬퍼하실까...... 

모두 처음 듣는 노래인지라 한 번에 착 감기기는 어려웠지만, 마지막에 처형 직전에 부르신 노래가 아무래도 제일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도 무대는 정말 훌륭했다. 스크린을 아주 잘 활용했고, 움직이는 무대의 배경 처리가 매끄러웠다.

12월 중순부터는 티켓 가격이 만원씩 더 오른다. 마음이 동하신 분들은 지금 예매하는 게 더 좋다. 아직도 만원 티켓 유효하다.^^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덧글) ost는 아직 발매 전이다. 잔뜩 기대가 되고 있다.  

        도마 안중근의 '도마'는 '토마스'에서 나온 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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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11-0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메세나 공연이 이 뮤지컬 '영웅'이지요. 메세나에서는 좋은 자리 주던데 말이에요 ^^;;;
안 볼 작정으로 메세나 도장만 찍고 있는데 마노아님 후기를 보니 급 땡기네요 :D

마노아 2009-11-01 15:52   좋아요 0 | URL
한동안 메세나를 잊고 있었는데 알림 문자 보고는 열심히 도장 찍고 있어요.
오늘도 잊기 전에 가서 클릭을 하고 와야겠네요.
뮤지컬 참 좋았답니다.^^

카스피 2009-11-0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마 안중근 선생의 대한 뮤지컬이네요.올해가 서거 100주년이라고 하더군요.

마노아 2009-11-02 18:13   좋아요 0 | URL
집에 올 때 육교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있는데 문구만 봐도 막 두근거려요.
올해는 서거 99주년이고, 의거 100주년이에요. ^^ 1909년 10.26일에 이토를 죽이고, 이듬해 3.26일에 처형되셨거든요..ㅜ.ㅜ
 

 

이승환 20주년 기념음반 Hwantastic Friends
타이틀곡 좋은날 II 뮤직비디오 

서우보다, 울 곤잔잔님이 더 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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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0-3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승환은 나이도 안 먹어요. 낼모레면 50일텐데도 말이죠.
뮤비 재밌게 만들었네요.^^

마노아 2009-10-31 21: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5년 뒤면 50대인데, 여전해요.^^
뮤비보면 웃음이 실실 나와요.^^

2009-10-31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31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11-01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 뮤비를 보니 오늘 하루를 왠지 원더풀해질 것 같군요.ㅎㅎ

마노아 2009-11-01 10:49   좋아요 0 | URL
원더풀 데이~ 하고 외치니 기분이 좋아져요.^^
 

10월 달에 다녀오리라고 결심한 곳들이 몇 군데 있었다.  

먼저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몽유도원도와 강산무진도를 보는 것. 두 그림은 전시 기간이 달라서 두 번 걸음해야 했다.  

너무 많은 인파와, 같이 간 일행들로 인해 몽유도원도는 2미터 뒤에서 넌지시 보아야 했지만, 강산무진도는 혼자 가서 하뭇하게 감상하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가고 싶었던 곳은 숀탠 展과 간송 미술관 

숀탠 전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홍대 거리 어느 카페에서 일러스트를 전시하고 있다고는 알고 있지만, 주어진 지도만 보고는 당최 찾아갈 자신이 없는 거다. 내가 날 알지만, 갔다 하면 나는 생고생 하다가 울며 돌아올지도...;;;; 



그런데, 월요일,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이라고 3시 반에 퇴근이 가능한 게 아닌가. 그럼 좀 헤매더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데 같은 교무실의 어느 샘이 같이 가자고 하신다. 만세! 그 샘에 의지해서 다녀온 카페 드 고릴라.  

둘이서도 사실 좀 헤매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의 실적을 생각할 때 비교적 빨리 찾은 셈이었다.  할렐루야~ 

숀탠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글 없이도 무수한 이야기를,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 글밥이 있는 책도 있지만 내가 아직 읽지 못했으니 패쓰~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그림들이 액자에 걸려서 카페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를 담은 엽서는 거저 가져갈 수 있게 비치해 두었는데, 사진 찍는 걸 깜박했구나! 



 





 







2층엔 신발 벗고 들어갈 수 있는 좌식 테이블도 있었지만 치마 입은 터라 1층에서 간단히 식사를~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햄버거로 보이는 녀석이 등장. 빵이 베이글인데다가 높이가 높아서 먹는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결국 다 해체해서 포크로 찍어 먹...;;;;  

옆의 라씨(였던가? 이름이?)가 은근 맛났고...  

어쩌다 보니 학교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시작한 조선왕조사가 밥 다 먹을 때까지 이어졌고...

(사진 펑!)

카페에서 가져온 엽서가 조그맣게 보인다. ㅎㅎㅎ



무슨무슨 전시회에서 거창하게 그림을 보고 온 건 아니지만, 나름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그림도 보고, 비치된 숀탠의 그림책도 들여다 보고, 애매한 저녁을 먹으며(사실 나중에 저녁 다시 먹음..;;;) 실컷 수다 떨었던 즐거운 시간.  

그랬던 우리, 오늘은 함께 간송 미술관에 다녀왔다.  

학교 앞에서 마을 버스 타면 딱 7정거장 걸린다. 이렇게 가까운데 자주 오면 좋겠건만, 전시 기간이 너무 짧다.  달랑 보름. 

그래도 고수하고 있는 원칙들이 맘에 든다. 홈페이지도 없고, 주차장도 없고, 입장료도 없고, 딱 보름 동안 일년에 두 번 하는 전시회. 게다가 간송 미술관이라는 걸출한 이름과 달리 어찌나 소박한 풍경이던지... 

 

마당에 세워져 있던 어느 불상. 손보지 않은 거친 마당과 흩어져 있는 유물들이 조금 당황스럽고 신선했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이 자극적인 냄새라니....



어째 찍고 보니 머리가 보이질 않는다. 하얀 깃털을 가진 저 녀석들의 정체가 궁금했다. 도시 촌뜨기라 도통 모르겠더라. 아무튼 냄새는 지독했을 뿐이고...  

 

그래도 이어서 국화꽃이 반겨주어서 방금 놀란 코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름하여 국화꽃 향기~ 

 

전시관은 생각보다 작았다. 먼저 2층을 둘러보고, 이어서 1층을 관람했다. 사진은 찍을 수 없었고, 조명은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사람은 아주 많지 않았고, 소음도 크지 않고, 뭐든지 적당히 좋았던 시간들. 

이번 가을 전시는 '도석화(道釋畵)특별전'이다. 도석화란 도교와 불교의 그림을 뜻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신선과 승려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왔다. 게 중에는 김홍도의 그림도 제법 있었고, 김득신, 김명국, 이인문, 정선, 장승업의 그림들이 눈길을 잡았고, 신윤복의 그림도 있었다. 신윤복의 그림은 도석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게 맞는지 좀 의아하긴 했다. 아마도 스님이 나오기 때문에 같이 포함시킨 듯. 그래도 도석화에 으레 기대되는 분위기의 그림은 아니다. 

바다를 건너는 신선 그림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파도 모양이 구름 모양이었다. 좀 다양한 표현이었음 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그리는 걸 선호했을까?

익히 잘 알려진 간송미술관 소장의 김홍도, 신윤복 그림은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없었다. 내년 봄 전시회 주제가 잡혀 있지 않으니 그때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작년에 한바탕 몸살을 앓을 정도로 전시를 가졌을 테니 비켜갈 지도 모르겠고... 뭐 암튼, 집에서 멀지 않으니 그건 내년에 재차 확인하고 다시 오면 될 일이다.  

입구에는 복제품 그림을 파는데 신윤복의 미인도가 실물 크기냐고 물으니 95% 크기라고 한다. 흐으음... 

 

나가는 길을 표시한 저 전통적인 방법이라니... 저 길 따라 나가면 들어올 때 그 입구가 나온다. 그냥 건물 한 바퀴 돌아가는 길. 



색깔이 예뻐서 찍어 봤다. 왜 플래시를 꺼야 더 환하게 나오는 걸까??? 

(사진 펑!)

한 달 사이에 숱쳐놨던 머리가 그새 자랐는지 머리가 덥수룩해 졌다. 임시 방편으로 머리띠를 착용함. 좀 웃겼음..ㅎㅎㅎ

개장 시간이 6시까지여서 더 있고 싶어도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건물이 아주 낡았는데, 소장하고 있는 보물들은 어디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는 것일까? 뭔가 과학적인 건물 안 어디일 것만 같은데 물어보고 나올 걸 그랬다.

걸어나오는 길, 어느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와 김밥을 먹고, 후식으로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커피맛 아이스크림을~ 

앉아서 먹다가 또 수다 한마당이 벌어져서 느즈막하게 헤어졌다.  

그런 우리는, 토요일에 다시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  

한 주에 세 번씩이나 같은 사람과 데이트를 하다니... 다 좋은데, 우리는 동성이라는... 그래서 스캔들은 안 생긴다능....! 

이 책 보고 싶다. 간송 선생님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김동성' 이름 석자! 

서점 가서 일단 실물부터 확인해봐야겠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은 한참 활동하실 법한 50대 나이에 돌아가셨다.  

사인이 뭔지 모르겠다. 책을 좀 찾아보면 나오겠지... 

암튼, 그리고 내일은 뮤지컬 '영웅'을 보러 간다. 믿을 수 없는 가격 1만 원에....;;;; 

내 나이에 돌아가신 안중근 의사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기대가 된다. 류정한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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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9-10-30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글 잘 봤어요.^^
청순한 느낌의 마노아님 사진, 가을과 참 잘 어울립니다. ^^
한국가면 간송미술관에 꼭 가보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죠, 종종 들릴께요~ ^^)



마노아 2009-10-30 08:04   좋아요 0 | URL
제가 졸지에 가을 여인이 되었네요.^^
차우차우님 반가워요. 님 서재에 저도 종종 놀러가곤 했답니다.^^
한국 오시면 해야 할 리스트가 또 추가되는 거죠?
즐거운 리스트가 될 거예요.^^

소나무집 2009-10-30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완도 살면서 가장 부러운 건 바로 이런 거랍니다.
모든 분야의 문화 혜택 제로인 곳에 살다 보니,
특히 이런 미술 관련 전시회 다녀오신 분들 정말 부러워요.
오랜만에 보는 간송미술관 전경이 그립네요.
귀한 그림과 자료들이 넘 많은 곳이라 국가에서 신경 좀 써주었으면 좋겠더라구요.
간송은 국가도 못한 일을 한 사람이니 미술관 하나쯤 지어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정부에서는 어림없는 일이겠죠?


마노아 2009-10-30 08:06   좋아요 0 | URL
서울의 유일한 장점인 것 같기도 해요.
서울 살 때, 아직 미스일 때, 이런 건 좀 더 많이 누려야겠다고 생각해요.
전국적으로, 전 연령층으로 이런 게 가능해야 할 텐데 말이지요...
간송 미술관은 너무 유명해서 잘 지어놓았을 줄 알았는데 좀 충격이었어요.
오히려 진정성도 더 보이는 것 같고, 그래서 좀 시큰하기도 하고 그랬지요.
강바닥 팔 돈이 있으면 이런 쪽으로 지원해 주면 좀 좋을까요...ㅜ.ㅜ

순오기 2009-10-3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가을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나이 들면 곶감 빼먹듯 하나씩 빼 먹어야 해요.^^
좋아요~ 특별시민이 부러운 이유도 바로 이런 문화적 혜택이에요.
예전에 kbs스페셜이던가 한국사전이든가... 간송 전형필 방송해줬어요.

마노아 2009-10-30 14:06   좋아요 0 | URL
곶감 빼먹듯 하나씩! 너무 좋아요. 그런 면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놓았네요.
한국사전이었던 것 같아요.
1학기 마칠 때 고3 학생들하고 방송을 보았는데 전형필 편이 가장 인기가 좋았어요.
연기를 하신 배우분이 간송 선생님과 풍채가 좀 비슷하더라구요.^^

무스탕 2009-10-3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러다니기;; 구경다니기 좋은 10월을 이렇게 덜 보람차게 보낸 저는 슬퍼요.. ㅠ.ㅠ
다른것보다 간송미술관이 보고싶은데 왜 이렇게 인연이 안 닿는지 모르겠어요.
노력 부족이 대부분이지만 끝끝내 다른 핑계를 대고 싶다죠..;;;
좋은 시간 보내신것 부럽사와요~~ ^^

마노아 2009-10-31 07:04   좋아요 0 | URL
바쁘고 심장 떨리는 10월을 보내신 무스탕님...ㅜ.ㅜ
11월은 건강한 심신으로 뭐라도 할 수 있을 거야요!
간송 미술관은 내년을 기약해야지요. 주말 즐겁게 보내셔요~

꿈꾸는섬 2009-11-01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산무진도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결국 못 갔어요.ㅠ.ㅠ
간송미술관 전시회도 가보면 좋은데 정말 생각처럼 나서지질 않네요.
결혼전에 많이 놀러다니는건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마노아 2009-11-01 10:49   좋아요 0 | URL
간송은 전시 기간이 너무 짧아서 여차하면 바로 잊게 되더라구요.
생각나서 알아보면 이미 끝났고, 다음 계절을 기다려야 하고 막 그래요.6^^

같은하늘 2009-11-0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색 코트의 마노아님은 완전 가을여인인걸요~~^^
맞아요... 솔로일때 맘껏 즐기세요~~~
그게 자유롭지 못할땐 정말 슬퍼집니다. ㅜㅜ

마노아 2009-11-03 20:26   좋아요 0 | URL
오늘은 겨울 여인이었답니다. 어제보단 덜 추웠지만요.^^
일부러 솔로는 아니지만, 기왕지사 솔로일 때 좀 즐겨야지요.^^;;;;
 

 

어저께, 이승환 20주년 기념 앨범이 나왔다. 물량이 딸려서 강남 교보만 풀렸다는 것 같고 광화문은 오늘 풀린단다.  

알라딘에서 예약 주문했고, 어제는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광화문 나들이를 못했는데, 안 가길 잘했구나.;;; 

'내가 바라는 나'는 넬의 김종완이 불렀다. 이 노래를 영화 '백야행'의 홍보용으로 썼다.  

책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영화는 가편집 상태에서 이미 보았다. 지난 8월 29일에. 

무려 영화에 대한 줄거리, 결말 등등에 대해 온라인에 쓰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던 그 영화. 

확실히 음악이 깔리니까 더 좋다. 내가 보았을 때는 편집이 덜 끝나서 장면 연결이 부자연스러웠고 음악이 없을 때가 많아서 아쉬웠는데, 완성판은 훨씬 더 멋질 듯하다. 

영화가 어찌나 절절하던지...  

손예진이야 워낙 잘 할거라고 생각했지만 고수의 발견이 신선했다. 참 잘 하더라.  한석규는 좀 아쉬웠고... 

원작 보고나서 영화를 한 번 더 볼까 생각 중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간송 미술관을 갈 것이냐, 아니면 광화문 교보로 갈 것이냐를 좀 고민해야겠다.  

CD로 먼저 들으려고 음원 공개됐는데 아직 안 듣고 있다. 기대감으로 인해 마음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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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히가시노 게이고를 끊으려고 마음먹었던지라...백야행을 볼까 말까 여전히 갈등중이에요. 최종적으로는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하고....읽을땐 엄청 재밌을 것 같은데 읽고 나면 어쩐지 기분 나빠지지 않을까....막 이런 생각이 혼자 들어서요...다 읽고 나면 얘기해주세요, 마노아님!!


덧)저는 임태경이 결혼한다니 요즘 아무 기대감 없이 살고 있어요. -_-

마노아 2009-10-28 11:43   좋아요 0 | URL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용의자 X의 헌신 하나 밖에 안 읽어서 아직 결별하기엔 일러요.^^
책을 먼저 읽었다면 영화가 혹 부족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 영화 먼저 보고 책을 나중에 보면 영화가 더 좋을 때가 많더라구요. 반지의 제왕이랑 트와일라잇이 그랬어요.^^
책 다 읽고서 적극 추천 유무를 꼭 말해주겠어요.^^

아, 저는 이미 임태경을 지웠어요. 주르륵...ㅜ.ㅜ

무해한모리군 2009-10-2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은터라 저도 기대하고 있는데, 꼭 봐야겠네요.

마노아 2009-10-28 11:43   좋아요 0 | URL
화제가 됐던 씬은 손예진이 아니라 고수가 아주 찐했답니다. 호호홋.ㅎㅎㅎ

딸기 2009-10-2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판 영화는 못 보았지만...
제 경우는 책보다 일드가 더 좋았어요. 책도 재미있기는 한데, 너무 팜므파탈 한 컨셉으로 밀고나가서...

마노아 2009-10-28 16:19   좋아요 0 | URL
일드가 완성도가 높았나봐요. 일드 중에 좋은 작품 많은 듯해요. 매니아도 많구요.^^

또치 2009-10-29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승환 앨범에 대한 마노아님의 코멘트가 있을 것 같아 놀러왔는데
뜻밖의 사실들을 발견하네요.
임태경 결혼?! <백야행> 음악! 고수의 재발견?!
아, 어지럽다아 @.@

다락방 2009-10-29 12:15   좋아요 0 | URL
전 임태경의 뮤지컬과 콘서트를 한번도 빼놓지 않고 다 갔었는데 이제 그가 결혼한다니...더이상 가고 싶지 않아졌어요. orz

마노아 2009-10-29 12:48   좋아요 0 | URL
몇 줄 안 되는 글과 댓글에서 많은 정보가 쏟아졌네요.^^
앨범 빨리 보고 싶은데 예약주문한 제 앨범은 내일이나 온대요. 알라딘 너무해요.
당일배송으로 주문했음 벌써 받았을 텐데...ㅜ.ㅜ

다락방님, 임태경 대신 이제 저는 장근석을 좋아하기로 했어요. 팬클럽이라도 가입할까 봐요..;;;;;
 

원래 어제의 계획은 조카들과 함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오는 거였지만, 감기 기운으로 비실거리는 언니네 식구들의 컨디션으로 인해 나혼자 나들이로 바뀌었다. 

조조로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가뿐하게 보고, 롯데리아 햄버거로 배를 채운 뒤 지하철을 탔다. 아무 의심 없이 '삼각지' 역에 내린 나는 어느 출구에도 국립중앙박물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당황했다. 여기가 아닌가? '신용산'역이었던가? 

처음 용산에서 박물관이 개관했을 때 어무이가 홀로 산책 삼아 가셨다가 '신용산' 역에서 내려서 걷다걷다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오셨던 일화가 기억난다. 그래서 거기서 한 정거장 차이라는 걸 기억해 내고 '삼각지'에서 내린 건데 어찌된 걸까. 

지하철은 환승 할인이 안 되니 버스를 탔다. 그리고 신용산 역으로 가서 출구 번호를 살폈지만 역시나 나오지 않고...  

지하철 타고 더 가야 하나 싶어서 다시 지하철을 탔다. 이럴수가! 이촌(국립중앙박물관)이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아, 충무로역에서 지하철 탄 내가 박물관까지 세차례나 운송 수단을 바꿔서 도착할 줄이야....ㅜ.ㅜ  

10월 초에도 한 차례 다녀왔지만 그때는 자가용으로 갔고, 워낙 길치인 나는 게다가 목적지를 잘 확인하지 않는 나쁜 습관까지 있다. 그리고 늘 헤매고, 그러려니 하고...;;;;; 

몽유도원도 전시 당시 두세 시간씩 기다리던 게 기본이었던 걸 생각하면서, 주말이니까 역시 줄이 길 거라고 예상하고 기다리면서 읽을 책을 골랐다. 

바람구두님 책을 구입하고 아직도 못 읽은 게 생각나서 차분하게 읽기 좋다고 여기며 한 권 고르고, 미술관 가는데 이 책이 딱이야! 하며 키티님께 중고로 구입한 책을 고르고, 9월에 사서 아직 랩핑도 뜯지 않은 세븐시즈 14권을 가방에 채워서 간 나였다. 지하철 안에서 세븐시즈를 다 못 읽고 내렸는데, 박물관에 도착해 보니 줄이 한 개도, 단 한 줄도 없는 거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줄 서서 들어갈 수준은 아니었다. 아, 갑자기 어깨가 뻐근해지면서 어찌나 가방이 무겁게 느껴지던지...ㅜ.ㅜ 

 

상설 전시관은 지난 번에 갔으므로 특별 전시관만 갔다. 몽유도원도와 천마도는 복제품이 대신 전시되어 있었다. 예상은 한 거지만 그래도 좀 섭섭했다.  

10월 초 계획은 김훈의 강산무진(단편)을 한 번 더 읽고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보리라...했지만, 책은 다시 펼쳐보지 못했고, 그래도 그림은 반갑기 그지 없었다.   

(오주석 샘의 강산무진도는 아직 구입 못함...) 

 

실제 그림은 가로 폭이 8.56미터.  

가로로 길다. 몽유도원도는 그림보다 옆으로 실은 시 때문에 길었지만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 국립중앙박물관이었는데, 특별전시관에서 전시된 것을 보니 평소에는 잘 개방하지 않나 보다. 김훈 작가가 강산무진을 쓸 때는 어땠나 모르겠다. (책 찾아보기는 좀 귀찮고...;;) 

비단에 그린 그림은 500년을 가고, 한지에 그린 그림은 천 년을 간다고 하니, 놀라운 생명력이다.  

얼마 전에 발견된 미륵사지 석탑 사리구와 사리봉안기도 인상적이었다. 사리가 담겨 있던 유리는 깨졌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나? 암튼 전시장에는 없었다. 같이 발견된 기록에 따르면 백제 무왕의 왕비를 사택적덕의 딸 사택공주로 밝히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선화공주' 이야기가 시끄러운가 보다. 유물 발견 전에도 당시 백제와 신라 사이를 생각할 때 신라 공주가 백제에 와서 공주가 되는 게 말이 되냐는 건데 그 말도 설득력이 있고, 사택공주는 '계비'일 것이다... 라는 가정도 설득력이 있다. 그 문제는 좀 더 연구에 연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밖에 금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도 보고, 지난 번에 왔을 때 놓쳤던 수월관음도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전시실 안은 어둡고, 유물도 바래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건물 밖에 나갔을 때 안내 포스터에서 화려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직의 부인과 이직의 나이대를 달리한 초상화, 그리고 아들 이익정의 초상화도 흥미로웠다. 정말 같은 화가가 그린 것은 아닐까? (아님 말고~)  

------------------------------- 그리고 추가 사진 ---------------------------------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갔다 오고, 아주 충만한 시간. 

그러나 책은 다 싸들고 돌아와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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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9-10-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몽유도원도가 복제품 이었어요..? ㅜ.ㅜ 기대하고 잇었는데 쳇..

마노아 2009-10-26 10:10   좋아요 0 | URL
몽유도원도는 10월 7일까지만 전시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