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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거하게 이벤트 한번 열어 봅시다

여러분.

알라딘의 자랑이신 물만두님의 현재 방문객이 19만 3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지금 하루 평균 방문객 숫자로 보건대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에 알라딘 최초로

20만명에 도달하게 됩니다.

어떤 이벤트로 제가 좋아하는 그분을 즐겁게 해드릴까 생각하다가

옛날의 송년모임을 떠올렸습니다.

친구 집에서 모이되 각자 맛난 음식을 한가지씩 해와서 거하게 먹는 모임이었죠

이탈리아 연수를 다녀온 친구는 거기서 배운 라쟈니아를 해왔고

어떤 이는 중국요리를 몇 개 시켰죠.

이렇다할 재주가 없는 저는 생선회를 떠갔습니다.

여러 요리가 곁들여진 즐거운 저녁 시간이었어요.

우리도 한번 그렇게 놀아보면 어떨까요?


각자가 얼마씩의 돈을 갹출해서 상품으로 내걸고

그걸 가지고 ‘20만 물만두 이벤트’(가칭)를 여는 겁니다.

예컨대 22분이 1만원씩 스폰서 계약을 해주신다면 총상금은 22만원이 되고

1등 5만원어치 책, 2등 4만원(2명), 3등 3만원(3명) 이렇게 시상을 하면 되겠지요.

이런 식으로 하는 거, 괜찮으신가요?

고맙게도 물만두님이 동의해 주셨기에 이렇게 페이퍼를 씁니다.

5천원도 만원도 좋고, 2만원도 좋습니다.

다음주 화요일까지 이 페이퍼에 댓글로 스폰서 약속을 해주세요.

 

이왕이면 자신의 스폰서가 몇등을 위한 것인지도요.

 

그리고.. 돈을 보내야 할 귀찮음이 뒤따르지만 물만두님께 알라딘 상품권으로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다음주 목요일날(14일), 물만두님 서재의 이벤트 페이퍼에 입상자 수와 상품을 공지하겠습니다.


이벤트 방법은...그냥 제가 결정해 버렸는데요

자신이 만두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만두님께 엽서로 써주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만두님 서재 방문객이 19만 8천을 넘어서는 날부터 시작을 하고

20만을 돌파하는 순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과 추천의 숫자에 무관하게

물만두님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는 페이퍼를 심사위원 분들이 뽑아 주실 겁니다.

제 마음대로 정한 심사위원은 존경을 받는 서재인들로 구성하려고 하구요

지금 생각은 이렇습니다.

1등을 뽑아주실 분은 파란여우님

2등 2분을 뽑아주실 분은 수암님

3등 3분은 가을산님

4등 네분은 로드무비님

5등 다섯분은 깍두기님....

(여기 적힌 숫자는 전부 가상이며,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참, 평소 만두님이 잘 하셨던 캡쳐도 당연히 이벤트 종목에 있습니다.

1등부터 3등까지 선물을 드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만두님 서재 방문객이 곧 20만이 됩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만두님 20만 이벤트의 스폰서가 될 수 있으며, 얼마를 하실 건지, 몇등에게 선물을 주길 원하는지 이 페이퍼에 댓글로 약속을 합니다.

-이벤트에는 캡쳐와 엽서 이벤트가 있으니 계약할 때는 엽서이벤트 3등, 캡쳐 이벤트 1등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계약자들은 19만 8천이 되기 전에 약속한 만큼의 금액을 물만두님께 알라딘 상품권으로 보냅니다(전번과 이메일 주소는 이벤트 페이퍼에서 공개하거나 계약자들에게 댓글로 달아드리겠습니다)

-계약 상황을 바탕으로 다음주 목요일(14일)에 제가 만두님 서재에 이벤트 공고 페이퍼를 올립니다.

-캡쳐는 20만이 되는 그 순간에 1-3등을 정하며, 엽서 이벤트는 19만 8천이 되는 순간부터 시작되어 20만이 되는 순간 종료됩니다.

-엽서 이벤트의 심사위원들이 당첨자를 뽑습니다.

-그 내역에 따라 물만두님이 상품을 발송하며 이벤트가 끝이 납니다.


바야흐로 연말입니다. 우리, 멋지게 한바탕 놀아보면 어떨까요? 원하시는 분들, 댓글 달아 주시어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방금 따우님한테서 문자가 왔어요. 캡쳐와 엽서 이벤트 3등 각 한분께 그 효능에 대해 칭찬이 자자한 따우표 녹차비누(지성용) 또는 진피비누(건성용) 2개씩을 보내드린답니다. 따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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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서재지기 > 2006년 연말 결산! 서재 기네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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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 1915
인디진님 - 761
보슬비님 - 746
올리브님 - 667
마노아님 - 652
허공도인님 - 629
Willy님 - 578
개발부장님 - 552
햇살아래님 - 549

이매지님 - 1826
샤랄라님 - 1794
물만두님 - 1645
어린왕자의 별님 - 1635
水巖(수암)님 - 1432
라주미힌님 - 1413
작은거인님 - 1240
울보님 - 1218
보슬비님 - 1085
마노아님 - 1029

배꽃님 - 184
또또유스또님 - 176
꽃임이네님 - 149
FTA반대 balmas님 - 148
물만두님 - 134
파란여우님 - 115
明鏡止水님 - 102
해리포터7님 - 101
씩씩하니님 - 101
하늘바람님 - 94

또또유스또님 - 258
씩씩하니님 - 208
꽃임이네님 - 173
해리포터7님 - 159
배꽃님 - 151
물만두님 - 128
明鏡止水님 - 121
새벽별을보며님 - 102
파란여우님 - 101
하늘바람님 - 96












마을지기님께 - 마태우스님 - 46
마태우스 현상 - 마태우스님 - 38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착해 - 물만두님 - 35
플레져님께 알려드리는 추리소설! - 물만두님 - 33
추리소설 초보 마니아를 위한 이 책만은 꼭! - 물만두님 - 32
이 정도믄 백점 안되겠니~ ^--^ - 아영엄마님 - 31
왜~? - 로렌초의 시종님 - 31
최근에 나온 책들(63) - 로쟈님 - 30
최근에 나온 책들(65) - 로쟈님 - 29
최근에 나온 책들(82) - 로쟈님 - 29













불현듯 쓸데없는 생각이... - 새벽별을보며님 - 365
자자..모이세요 - 반딧불님 - 266
여기 보이셔요? - 새벽별을보며님 - 253
[1차] 만두 게릴라 이벤뚜! - 물만두님 - 250
기억해주세요 -- - 울보님 - 238
소박한 이벤트 합니다.^^ - 토트님 - 201
3만 캡쳐 페이퍼입니다. - 가을산님 - 192
[이벤트] 슈퍼블록 체험단 모집 - 알라딘 기프트팀님 - 163
사사조 이벤트는 여기에 - 이매지님 - 163
급급급----22222 이벤트 합니다. - 반딧불님 -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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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님 - 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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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님 - 4707
새벽별을보며님 - 4257

물만두님의 서재 - 18512
Mephisto님의 서재 - 8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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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님의 서재 - 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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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법천자문 > 첫 '스타크래프트 자격시험' 73세부터 7세까지 1만6570명 도전

블리자드가 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하는 제1회 스타크래프트 능력검정시험이 25일 서울의 940곳 등 전국 2600여개 PC방에서 열렸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기 위해 신설된 이번 시험에는 1만6570명이 응시해 비교적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블리자드는 "첫 시험인 데다 시험 한 달 전에야 홍보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성공적" 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시험을 본 사람 중 테란 유저가 3870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저그(3053명) 프로토스(1169명)순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유저들은 랜덤이라고 대답했다. 최고령 응시자는 73세, 최연소 응시자는 7세였다.

○ 난이도는? "OK" 시험 유형은? "이론과 실기로 나뉘어"
 
문제 : 임요환은 테란 유저이다. 마린, 고스트, 벌쳐, 질럿 중 임요환이 뽑을 수 없는 유닛은 무엇일까? (이론 문제)

답은 질럿. 질럿은 프로토스 종족에 속한 유닛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은 이론과 실기로 나누어 진행됐다. 이론 문제는 위에 예시된 보기처럼 기본적인 수준으로 긴장을 풀기 위한 몸풀기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실기에서는 단순히 컨트롤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전략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다. 테란 20기와 메딕 3기로 저글링 60기를 물리치는 문제와 저글링 200기와 뮤탈리스크 10기로 질럿 100기 러쉬를 2분동안 막아내는 문제처럼 응시자의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았다.

이날 시험 문제에 대해 응시생들은 "대체로 무난했다" 고 평가했다.

서울에서 시험을 치른 배혜경(16)양은 "싱글플레이로만 연습했는데 어렵지 않았다. 평소 배틀넷 전투와 비슷했다" 고 말했다. 부산에서 시험을 치른 전호인(24)씨도 "어려운 미션이 서너 개 있었지만 생각보다 쉬웠다" 고 답했다. 블리자드측은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평소 싱글플레이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응시생이 충분히 풀 수 있는 미션을 출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 응시 이유 - 일반인은 "혹시나 취업에…" 학생은 "내 실력은 어느 정도?"

응시자 중 성인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성인이 많은 이유는 취직시험이나 면접에서 가산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노아(22)씨는 "게임에 관심도 많지만 취직시험에 가산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험에 응시하게 됐다는 조선인(23)씨도 "나의 게임실력을 알아보고 싶었고 취업 면접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학생들은 자신의 게임 실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는 경우가 많았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정모군은 "한국인이라면 자신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 시험의 합격 점수는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며 채점은 현역 프로게이머들이 직접 담당한다. 시험은 연 2회 치러지며 모범 리플레이는 26일 공개됐다. 결과는 12월 29일 블리자드 홈페이지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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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윔블던

 

“타앙!”

메피스토가 친 볼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상대 코트 구석에 떨어졌다. 세계랭킹 9위인 무스탕(세르비아)은 500위권 선수에게 패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상대선수와 악수하는 것도 잊은 채 머리를 싸매고 주저앉아 버렸다. 아시아 남성으로는 최초로 윔블던 8강에 올랐고, 그랜드슬램을 다 합쳐도 일본의 마스자까에 이어 두 번째에 불과하건만, 메피스토는 시종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 팬들에게 그는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흥분한 어조로 묻는 아나운서 플레져에게 메피스토는 짧게 답했다.

“알라딘에서 이주의 리뷰 당첨된 기분입니다.”

플레져가 다시 물었다.

“제가 알기에 메피스토님은 한번도 이주의 리뷰에 뽑힌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요?”

“그, 그건...”


잠시 뒤. 열탕에 들어간 메피스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세 번 남았구나.’

그는 어깨에 찍힌 도장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비해 잉크가 많이 바라져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딱 사흘만 견뎌 줘라.’

메피스토는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지난 두달간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두달 전만 해도 지금의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는 가장의 탈을 쓴 마당쇠이자 건설회사의 우수한 사원이었던 그에게 유일한 취미가 있다면 그건 바로 테니스였다. 그는 공을 힘차게 때려 네트 위로 넘기면서 한주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가 때리는 공은 회사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산사춘 소장의 얼굴이었고, 내공 높은 글로 사람을 기죽이는 로쟈의 얼굴(죄송합니다^^)도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테니스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변했다. 잘 쳐야 한다는 욕망, 게임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 이런 것들이 메피스토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쳐도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었고, 패배가 쌓여 가면서 테니스를 치는 게 더 이상 기쁨이 아니었다. “코트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란 말은 옛말이 되었다.


대낮같이 훤한 달밤, 그날도 메피스토는 중요한 테니스 게임을 망치고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내가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이길 수도 있었을텐데.’

그것도 그렇지만 친목을 도모하자는 경기임에도 자신에게 계속 면박을 줬던 진우맘도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마포대교를 도보로 걷던 메피스토는 잠시 멈춰서 한강을 바라보았다. 저 물 어디에선가 괴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테니스를 잘 칠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물이 출렁이더니 거기서 예쁜 선녀가 나오는 거다. 메피스토는 너무 놀라 주위를 살펴보았다. 밤이 깊어서 그런지 사람은 없었고, 차들만 씽씽 다리 위를 달렸다.

“놀라지 마라 메피스토여. 난 깍두기라고 하는 선녀다.”

초면부터 반말을 하는 게 귀에 거슬렸지만, 최소한 해롭게 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요?”

“내가 너의 고민을 들어 주겠다. 네가 친 볼은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어느 누구도 네가 막지 못할 공을 치지 못할 것이다. 너의 발은 바람구두처럼 빠를 것이고, 네 팔 힘은 실론티보다 세리라.”

메피스토는 누군가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서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장단을 맞춰 주기로 했다.

“왜 제게 그렇게 해주는 거죠?”

깍두기가 웃었다.

“그건 네가 이쁜 선녀를 밝히고, 그들에게 특별히 잘해줬기 때문이다. 이건 네 행실에 대한 우리의 작은 보답이다.”

허황된 얘기에 짜증이 난 메피스토가 돌아가려고 하자 선녀는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네 어깨에 말의 형상을 딴 도장이 있을 것이다. 그 말 모양이 지워지는 날이면 내 주문도 힘을 잃으리라.”




선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어깨에 말도장이 있는 걸 확인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메피스토는 직접 테니스를 쳐보고서야 자신이 세계 최정상의 테니스 선수가 되었다는 걸 믿을 수 있었다. 그를 구박하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스텔라: 너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하냐? 약물이라도 먹은 거야?

물만두: 내가 그동안 구박한 보람이 있구나!

전호인: 이 실력이면 윔블던 나가도 되겠다.

전호인의 말에 메피스토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맞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난 세계 최고의 선수잖아!”

메피스토는 당장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산사춘 과장은 집요하게 그를 붙잡았다.

“이봐. 오늘 황소곱창 어때? 그거 먹으면서 얘기나 하자고.”

메피스토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 오늘부터 곱창 끊었습니다. 산과장님이나 많이 쳐드세요.”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메피스토는 윔블던에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님에게는 비밀로 한 채.


윔블던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랭킹 80위 안에 진입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경우 예선을 통과해야 출전이 가능했는데, 그 예선참가도 어느 정도 랭킹이 되는 사람에게만 열려 있었다. 메피스토는 우선 대한 테니스협회에 선수등록을 했다. 등록처에서 일하던 세실은 메피스토를 보고 큰 눈을 깜빡였다.

“아니 서른네살에 선수등록을 한다고요? 뭐하려고 그래요?”

어이없어하는 세실에게 메피스토는 이렇게 대꾸해 줬다.

“제가 이래뵈도 동안입니다. 스물넷으로 보이지 않나요?”

등록을 마치자마자 메피스토는 중국에 건너가 챌린져 대회에 참가했다. 결과는 당연히 우승이었고, 그 대가로 얻은 건 윔블던 예선 참가자격이었다. 메피스토는 가끔씩 어깨의 말도장을 확인했다. 물을 안 튀기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도장은 이미 절반 이상 희미해져 있었다.


챌린져 대회 우승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 메피스토가 윔블던에 출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기자들은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형택 이외의 선수가 출전하는 것도 빅 뉴스였지만, 선수등록도 얼마 전에 마친 서른네살의 선수가 그 어려운 윔블던 예선을 통과한 것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다락방 스포츠의 실비 기잡니다. 테니스는 대체 몇 년이나 치셨나요?”

클리오는 더 심한 질문도 했다. “그 몸매로 어떻게 테니스를 쳤지요?”

메피스토가 1회전에서 세계랭킹 30위권인 날나리난장이해적(노르웨이)을 3-0으로 완파하고 2회전에 오르고 나자 그를 해프닝성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어졌다. 이형택이 2회전에서 도미니카의 또또유스또에게 져서 탈락하자 그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높아졌다. 그는 더 이상 한국기자만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My name is Bluefox, Uganda.(우간다의 파란여우다). What did you do with this skill until now(이 실력을 가지고 지금까지 뭐했니?)?”

메피: My life was dancing life.(내 인생은 춤추는 인생이었다). Now, I find my way.(이제야 길을 찾았다.)

“I'm Santaclausly(나는 산타클로슬리다). What's your goal?(목표가 뭐니?)”

메피: Naturally win the title.(당연히 우승이다).

메피스토가 이렇듯 승승장구할 때, 반대편 시드에서는 이집트의 크리미슈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28세 전까지 선수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예선을 거쳐서 올라온 것 등 모든 조건이 메피스토와 비슷했다.


3회전에서 그가 만난 상대는 터키의 마노아였다. 세계랭킹 10위 안에도 들었던 그는 경기 전 이렇게 말했다.

“난 메피스토가 누군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 경기는 한시간도 안걸릴 거다.”

그의 말은 맞았다. 마노아가 메피스토에게 지는 데는 겨우 48분이 소요되었다. 메피스토는 US 오픈의 이형택에 이어 그랜드슬램 16강에 오른 두 번째 한국인이 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마노아는 이렇게 말했다.

“역시 아는 게 힘인 것 같아요.”

4회전 상대인 주드(브라질)는 다행히 한시간을 넘게 버틸 수 있었다.

“메피스토는 정말 테니스 기계 같았어요. 제가 로저 페더러와도 붙어 봤는데요, 장담하건대 페더러보다 더 잘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마님의 전화에 메피스토는 미안해,만 연발했다.

“알면 걱정할까봐 그랬어.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니! 그 전에도 그랬지만, 난 당신이 뭘 하든 당신 편이야. 내 맘 알지?”

마님은 이렇게 덧붙였다.

“옆집 사는 수니나라랑 아영엄마랑 영국 가자고 난리야. 만일 당신이 결승에 진출한다면 나도 경기장에 가서 당신을 응원할께”


서른네살, 테니스 불모지인 한국 태생, 참가선수 중 유일하게 배가 나온 선수. 선수경력 2개월. 메피스토의 이력은 그야말로 경이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선수가 8강에 올라 쟁쟁한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니. 그는 페더러와 더불어 한세트도 잃지 않고 8강에 올라온 선수였고, 빼앗긴 점수는 가장 적었다. 윔블던이 발칵 뒤집힌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자기 나라 사람이 뭘 좀 하면 난리가 나는 한국은 축제분위기였다. 16강전 때부터 메피스토가 경기를 할 때마다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서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몇 십만에 달했다. 갑자기 테니스 붐이 불었다.

치카:. 앞으로 열심히 테니스를 쳐서 메피스토 선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박예진: 노은중 1학년 박예진입니다. 제 꿈은 윔블던 무대에 서보는 것입니다.

조선인: 갑자기 마로를 테니스선수로 키우고 싶네요.

배혜경: 배가 나와서 고민이었는데 테니스 2주 치니까 싹 들어갔어요.^^

대통령인 체셔고양이는 2010년까지 전국에 테니스코트를 1,000개 이상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그다티스 선수의 모습


 

메피스토는 8강전에서 시칠리아의 신예 바그다티스와 붙었다. 그 경기는 8강전 4경기 중 가장 시시한 경기였다. 20살임에도 40대의 얼굴을 가진 바그다티스는 그날 따라 몸도 40대인 듯, 시종 헉헉거리며 이렇다할 공격조차 하지 못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사람은 세계랭킹 2위인 스페인의 나달. 그의 동물적인 순발력은 하지만 메피스토 앞에서 무력했다.

“파앙!”

“파앙!~”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나달은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못했다. 매치포인트에서 나달은 메피스토의 공을 받아내려다 코트에 나뒹글고 말았다. 3-0, 메피스토의 완승이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한경기, 상대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꺾고 올라온 크리미슈슈였다.


대회 내내 흐릿하던 날씨가 기어이 사건을 쳤다. 결승전 당일,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에 들어서도 그칠 줄을 몰랐다. 오후 세시, 윔블던 조직위원장 로드무비는 결승전이 하루 연기된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왜 그래? 무슨 고민 있어?”

런던에 와서 꿈같은 나날을 보내는 마님이 메피스토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발견한 것이었다.

“아, 아냐. 좀 피곤해서.”

메피스토는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왜 하필 오늘입니까. 결승전인데 하루만 참아 주시지.’

어깨에 새겨진 말도장은 색깔이 거의 바라져 있었고, 움푹 들어간 피부로부터 도장이 있었다는 흔적만 알아볼 수 있었다. 결승이 열리는 다음날 아침이면 완전히 사라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메피스토는 그 사실을 마님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기자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도 두려웠다.


다음날 아침, 비가 그친 하늘은 평소의 우중충한 모습을 되찾았다. 그 하늘만큼 메피스토의 마음도 우중충했다. 예상했던대로 말도장이 전부 사라져 버린 것. 형편없는 실력으로 치느니 기권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16강전 이후부터 그의 트레이너를 자청한 아프락사스를 불렀다.

“나와 테니스를 한번 쳐주겠나?”

“그러죠. 단, 무리하시면 안됩니다.”

잠시 뒤. 아프락사스가 메피스토에게 다가갔다.

“지금 장난치시는 겁니까? 공이 왜 이래요? 제대로 들어오는 게 없잖아요?”

“팔목을 좀 다쳤어. 이를 어쩌지?”

오전 내내 고민하던 메피스토는 마님과 상의를 했다.

“전 세계인 앞에서 망신을 당하느니 기권하는 게 낫지 않겠어? 더구나 상대는 페더러를 이긴 크리미슈슈라고.”

마님은 한참을 생각하던 끝에 말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당신은 충분히 잘 했어. 하지만 지는 게 무섭다고 마지막 대결을 회피한다면 그건 옳은 길이 아냐. 나가서 뛰어. 어~~서!”


막상 코트에 서니 그렇게까지 두렵지는 않았다. 더구나 상대인 크리미슈슈 역시 처음이라 그런지 얼굴빛이 창백했다.

“에라 모르겠다”

메피스토는 첫 서비스를 넣었다. 그전까지 보여줬던 200킬로짜리 서브 대신 시속 100킬로도 못되는, 동호회 수준의 서비스가 들어갔다. 하지만 크리미슈슈는 그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헛스윙을 해버렸다.

“오잉?”

다음 서비스는 겨우 받아냈지만, 공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 메피스토는 침착하게 그 공을 상대 백핸드 쪽으로 받아쳤다. 득점.

“에.. 두 선수 모두 결승까지 오느라 피로가 누적된 모양입니다.”

중계를 하던 수암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1, 2세트를 빼앗고, 3세트를 뺐겼다. 그리고 4세트. 하품과 야유를 번갈아 해대는 관중들을 생각해서인지 메피스토가 과감히 공격으로 나섰고, 상대의 어이없는 범실과 어우러져 6-2로 낙승하며 경기가 끝난다. 관중들은 우승자에게 지극히 형식적인 박수를 쳐 줬다. 조직위원장 배혜경으로부터 우승컵을 받아들 때도 박수를 친 사람은 한국 응원단뿐이었다.

“어쨌든 180만달러는 벌었잖아?”

의기소침한 메피스토에게 마님이 한 말이었다.


"저기 좀 봐. 당신하고 시합했던 그 선수 아냐?“
런던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메피스토는 마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나시를 입은 크리미슈슈의 어깨에 희미하게나마 말도장 자국이 나 있었다.


* 말도장을 만들어주신 가을산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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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가스노트

 

 

 

 

* 데스노트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걸 리메이크해 오랜만에 3류소설을 써봤습니다. 음...이거 읽으시면 영화가 덜 재미있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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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슬라이드 부탁합니다.”

11월 10일 오후 두시반, 유성관광호텔, 가정의학 추계학회장. 연단에 선 가을산은 레이져포인터로 사진 속의 환자를 가리켰다. 그때였다.

“뽀오오옹.”

사람들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어졌고, 졸던 사람도 잠에서 일어났다. 5초가량의 맹렬한 방귀가 끝나자 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폭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가을산 선생, 그럴 수도 있지요. 기운 내세요.”

학회장 밖으로 뛰쳐나간 가을산을 배꽃이 위로했다.

“당신이 내 심정을 이해나 해요? 전 생전 이렇게 큰 방귀를 뀌어 본 적이 없어요. 이건, 음모라구요!”


비슷한 시각. 공사계약을 따내기 위해 입찰에 들어간 메피스토는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걸 느꼈다.

‘이러면 안되는데...’

최악의 사태를 피해 보려고 엉덩이를 드는 순간, 메피스토는 자신의 몸에서 “뽀옹” 하는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메피스토 쪽으로 몰린 것도 잠시, 사람들은 일제히 코를 막고 흩어졌다. 그 자리에 있던 클리오는 이틀 후 그 사건을 이렇게 회고한다.

“내가 겪은 최악의 방귀였어. 인간의 방귀가 그렇게 냄새가 독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야.”


마태우스의 일기.

[난 세 살 때부터 방귀를 잃고 살았다.

친구로부터 똥침을 당한 뒤다.

그 뒤 난 방귀 뀌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다.

니들이 뀌는 그 방귀가 결정적인 곳에서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다 그 노트를 주웠다.

술을 먹고 집에 가다가 범상치 않은 노트가 떨어져 있는 걸 봤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집에 가져온 것.

다음날 술이 깬 뒤 노트를 열어봤더니 첫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 노트에 얼굴을 아는 사람의 본명을 쓰면 40초 내에 방귀를 뀐다. 방귀를 뀌는 상황, 방귀의 종류와 지속시간도 조정할 수 있으며, 다른 설명이 없을 때는 5초간 냄새가 그다지 심하지 않는 방귀를 뀐다.”

피식 웃었다.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해 어머니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1분이 채 못되어 엄마 방에서 뽀옹 하는 방귀소리가 났다.

생전 처음 듣는 큰 소리의 방귀가.

내가 아는 우리 엄마는 절대 그런 방귀를 뀌는 분이 아니셨다.

.....


난 그 노트의 안내문이 사실인 걸 깨달았고

그 이후부터 알라딘 서재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가을산. 본명 간미연. 11월 10일 오후 두시반, 학회 발표 도중.


난 학회가 열리는 유성에 가서 가을산을 지켜봤다.

아니나다를까, 가을산은 5초간 방귀를 뀐 뒤 울면서 뛰쳐나갔다.


-메피스토, 본명 장동건. 11월 10일 오후 두시 40분, 입찰 장소에서. 냄새가 아주 독하게.

그날 밤, 메피스토의 페이퍼가 올라왔다.

“방귀 뀌는 바람에 입찰에서 탈락했다. 내 생전 이런 일이 없었는데.”


-moonnight, 본명 문근영. 11월 11일 오후 세시 반, 극장에서 <프레스티지> 보다가 10초간. 냄새 살짝.

그날 인터넷 신문들은 대구시내 모 극장에서 한 여인이 방귀를 뀌는 바람에 관객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제 세상은 방귀를 뀌는 게 더 이상 특권이 아닌 곳이 될 것이다.

니들의 방귀는 내가 지배한다. ]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평범한 여대생이 준비한 자료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귀를 뀐 사람들은 모두 착실하고 평소 샤워도 잘 하는, 즉 방귀와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분명 누군가가 이 사태를 조정하고 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브리니가 손을 들었다.

“무슨 방귀 바이러스 같은 건 아닐까요?”

여대생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형 방귀를 뀐 사람들이 모두 알라디너라는 점을 보면, 범인은 알라디너거나 알라딘에 대해 잘 아는 자입니다.”

마노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 스물넷 측의 음모는 아닐까요?”

여대생은 잠시 생각한 끝에 고개를 저었다.

“제 육감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은 한명일 확률이 높습니다. 뭔가 방귀에 얽힌 사연을 가진 사람....”

마노아가 이의를 제기했다.

“말도 안됩니다. 메피스토와 가을산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방귀를 뀌었다고요. 범인이 한명이라면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여대생이 대답했다.

“놈은 아마도...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방귀를 뀌게 하는 재주를 가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선 모든 게 추측이지만요.”


청주도서관. 사람들이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도서관 안은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그때 엄청난 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뽀오오오오옹.”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세실이 놀란 표정으로 방귀를 뀌고 있었다. 방귀는 15초나 지속되었다. 방귀가 끝난 후 거기서 책을 읽던 로쟈가 중얼거렸다.

“젊은 사람이 참 대단도 하지.”


날개는 배드민턴을 치다가 냄새나는 방귀를 뀌었고, 산사춘은 대형 방귀로 <황소곱창>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체셔고양이는 33초간 방귀를 뀌어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하이드는 외국 투자가들 앞에서 마늘냄새가 나는 방귀를, 바람구두는 구두를 신다가 말똥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었다. 다시 수사본부.

“이거이거, 범인 잡는 게 가능이나 하겠어요?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방귀를 뀌어대니...”

마노아의 푸념에 브리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를 좀 봐주십시오.”

여대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표는 방귀를 뀐 시각입니다. 오후 두시반, 오후 네시, 오전 8시... 모두 오후 6시 이전이지요? 이 얘기는 범인은 밤마다 무슨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밤마다 해야 하는 일이 과연 뭐가 있을까요?”

주드가 손을 들었다. “불꽃놀이요.”

여대생이 얼굴을 찌푸리자 주드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음주운전?”

울보가 괜한 말을 했다 싶어 자리에 앉는 순간 여대생이 손가락으로 울보를 가리켰다.

“바로 그겁니다. 제 생각에 범인은 술을 아주 즐겨 마시는 자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달콤한책이 말했다.

“그렇다면 용의자가 많이 축소되네요?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딱 한사람 떠오르는데...”

여기저기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나도! 그런 사람이라면 딱 한명밖에 없지.”

“브라보!”

여대생은 넓은 손바닥으로 박수를 쳤다.

“저 역시 마태우스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를 좀 감시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여대생은 잠시 트림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방귀를 뀐 사람들은 모두 마태우스와 한번 이상 만난 적이 있습니다. 즉 마태우스가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란 거죠. 반면 로드무비나 치카, 이매지처럼 신비주의 컨셉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방귀 목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마태우스와 만났더라도 stella09처럼 본명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경우에는 방귀를 뀌지 않았어요. 그러니 우리끼리라도 절대 본명을 부르지 맙시다. 전 만약을 대비해 이름을 콸츠로 바꾸겠습니다.”


물만두는 점심을 먹다가, 조선인은 국정감사를 받다가 대형 방귀를 뀌었다. 파란여우는 염소 사료를 사러 하나로마트에 갔다가 냄새가 지독한 방귀를 뀌어야 했다. 인터라겐은 시댁 제사 때 절을 하다 큰 방귀를 뀌었다. 수니나라는 재진이 학교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하다가 뀌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물만두가 마태우스를 만난 적은 없답니다. 그런데도 방귀를 뀌었거든요.”

브리니의 지적에 콸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직접 보지 않아도 얼굴을 아는 것만으로도 방귀가 가능한지 모르겠군요. 물만두는 서재에 자기 사진을 잘 올렸고, 마태우스한테 연말 카드를 보내며 본명을 썼다고 하니까요. 우리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립시다.”


11월 13일 월요일, 오후 3시 33분. 학생들한테 유전학을 가르치던 마태우스가 오초간 방귀를 뀌었다. 학생들은 대피소동을 벌이느라 난리였다.


마태우스의 일기.

[놈들이 눈치를 챈 것 같다.

엊그제도 어떤 놈이 날 미행했다.

집안 분위기도 좀 이상하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것 같다.

놈들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오늘 난 방귀소리가 나는 고무공을 가지고 가

수업 중에 방귀소리를 냈다.

아쉬운 건 그 고무공이 5초밖에 소리를 못낸다는 것이지만

놈들의 의심을 거두기엔 충분할 듯하다.]


수사본부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콸츠 역시 머리를 싸매고 앉아 환타만 마셔댔다. 그때 주드가 전화가 왔음을 알려왔다.

“콸츠님이세요?”

전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내 이름은 딸기다, 마냐하고도 잘 아는 사이다, 어릴 적부터 마태우스 집 근처에 살아서 그를 잘 안다, 마태우스는 수암으로부터 세 살 때 똥침을 당한 이래 방귀를 뀌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방귀를 뀐 게 이상하다...

콸츠는 딸기에게 고맙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놈은 머리는 나쁘지만 잔머리에 능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신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자신 스스로 방귀의 대상이 된 것일지 모르죠. 알면 알수록 더 수상하네요.”

콸츠는 실비를 불러 귓속말을 했다.


천안 기차역. 기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오던 마태우스 앞에 미모의 여인이 서 있었다.

“마태우스 씨죠? 전 실비라고 합니다. 본명은 보아죠.”

마태우스는 만나서 반가운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잠깐이면 됩니다.”

실비는 최대한 뜸을 들이며 마태우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저...제가 좀 바빠서요. 급한 게 아니면 다음에...”

“전 당신이 이번 방귀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서 자백하시죠.”

마태우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가 주세요.”

실비가 소리쳤다.

“자, 내 본명도 말했잖아! 여기서 내가 방귀를 뀌게 만들어봐! 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비의 몸에서 뽀옹 하고 방귀 소리가 났다. 마태우스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스쳤다. 시원하게 방귀를 뀐 실비는 마태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내 본명은 보아가 아니야! 이효리라고! 그런데도 네놈은 내게 방귀를 뀌게 했어. 도대체 정체가 뭐야, 넌?”

마태우스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태우스의 일기.

[오늘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다.

실비님을 만났는데 내가 범인이라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실비가 갑자기 방귀를 뀌었다.

기껏해야 3초 정도였고 냄새도 강했다.

그건 내가 한 짓이 분명 아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그 순간에 실비가 방귀를 뀜으로써 나에 대한 의심은 더 깊어질 것이다.

이왕 의심받는다면....할 수 없다.


-실비. 본명 이효리. 5분 간격으로 10초씩. 지금부터 시작해서 내일까지 24시간.]

 

다음날 아침.

“네...저 실비인데요....죄송합니다. 사정이 안좋아서 출근을 못하게 되었..뽀오오오옹...”

전화기에 귀를 대고 있던 콸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실비가 당했어. 그것도 혹독하게. 더 기다릴 수 없어. 마태우스를 급습하게.”

마태우스의 집을 뒤지던 브리니는 책상서랍에서 방귀 소리가 나는 고무공을 발견했다. 다른 수상한 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마태우스의 일기.

[우리 집을 놈들이 뒤진 것 같다.

서랍에 넣어둔 고무공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걸로는 날 어떻게 하지 못할 거다.

방귀노트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줘 버렸으니까

내가 어떻게 방귀를 뀌게 했는지 평생 알아내지 못할 걸?

음하하하하. ]


Kel은 떨리는 손으로 노트의 안내문을 읽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사람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낡은구두. 본명 고소영. 사흘 후 이집트로 출장가는 비행기 안. 15초.

-클라인수선. 본명 이영애. 회사 창립 기념일날 상받는 자리에서 냄새나는 걸로 6초.

-플레져. 본명 이소라. 싱가포르에서 10초(참고로 싱가포르는 3초 이상 방귀뀌면 과태료를 낸다)

-야클. 본명 최민식. 맞선 보다가 냄새 지독한 걸로.

-아프락사스. 본명 안성기. 학생들한테 빼빼로 받다가 3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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