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 Blue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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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혼란스러울 때는 꿈꾸는 것조차 위험해지기도 한다.  아직은 억압받는 여성이 더 자연스럽던 시절에 여류비행사를 꿈꾸었던 박경원.   그녀의 꿈은 조선 안에서 이루어질 수 없었고, 고학을 통해 여류 비행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지만, 식민지 조국은 그녀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질 뿐이다.

그녀는 대리운전을 해주다가 지혁을 만난다.  친일파 아버지를 둔 까닭에 호의호식을 하지만 의식은 늘 방황하고 있던 청춘.  지혁 아버지의 수양 딸로, 경원을 동경해서 비행사로 지원하게 된 정희는 지혁을 좋아한다.

기베는 일본 최고의 모델이자 외무대신의 든든한 배경을 지닌 비행사인데 처음엔 경원의 라이벌이었지만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그녀의 비행을 위해 아낌 없는 후원을 해준다.

지혁은 경원에게 청혼하지만, 비행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경원은 거절하고, 그 뒤 지혁의 친구가 지혁의 아버지를 처단하는 바람에 지혁은 한순간에 불순분자로 몰려 고문을 받게 된다.  정희 역시 끈 떨어진 갓이 되어 공장에서 일하게 되고, 경원 역시 공범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게 된다.  지혁(김주혁)의 고문 장면은 정말 잔인하기 짝이 없었는데, 아마 그 시절의 고문 장면은 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았으리라 짐작되었다.  다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경원 역시 고문을 당하지만 그 장면에 있어서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개 그런 씬이 등장하면 으레 짐작되어질 부분이었음에도 감독은 과감히 그런 장면들을 찍지 않았다. 

지혁은 경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그녀를 살리는 조건으로 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 당한다.  이로 인해 정희는 경원을 원수 보듯 대한다.

모든 멸시와 설움, 또 사랑을 잃은 슬픔까지도 하늘에 떨쳐내고자 경원은 고국방문 비행을 단행하고, 악천후 속에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거부한 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그녀를 미워하고 악담을 퍼부었던 정희가 모르스 신호로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매달리는 장면은, 한지민 스스로 자신이 연기자가 되었다고 생각한 최고의 명장면이기도 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그랬듯이 경원은 그 비행에서 추락하여 목숨을 잃게 된다.

영화는 영상미라던가 그밖에 스토리의 전개 구조 등은 나무랄데 없이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보는 내내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에 그 정도의 '출세'를 가지려면 '친일'의 행적을 비켜나갈 수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역사였다.  박경원, 그녀는 어땠을까.  이 작품이 상영할 당시에도 친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최초'의 여류비행사라는 말과 함께.

영화는 특별히 그녀가 친일했다고 보여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니었다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어쩌면, 실제로도 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리고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었다.  한 톨 쌀을 구하기 어려워 굶고 있던 시절이었고, 독립군들은 목숨을 잃어가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었고, 모두가 숨죽여 살던 그 시절에, 그녀만큼의 꿈을 이루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인가, 아니면 수치스러운 일인가.  나라가 어수선하니, 민족이 고통을 받고 있으니 개인의 꿈은 그대로 접혀져야만 하는가...

그런 질문들에는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한쪽의 눈으로는 그녀의 행적이 돌맞을 만하고, 또 한 쪽의 눈으로는 박수를 보낼 만하니...

그녀의 능력을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쓸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걸 강요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말하기는 더 쉽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제작비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제작 기간도 꽤 길었다고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스포트 라이트를 많이 못 받은 영화 같다.  아무래도 민감한 '시기'의 소재를 선택한 까닭이지 싶다.  어쩌면 그 민감한 부분도 이겨나갈 수 있는 마음바탕이 이젠 우리에게도 필요한 듯 싶다.  단죄할 것은 단죄해야 하지만, 또 포용해야 할 부분들은 받아들여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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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Woman Is the Future Of Ma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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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로는 처음 보았다.  워낙에 말들이 많은 감독이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했다.  왜들 그렇게 그의 영화를 불편하게 하는 지는,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뒤에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건, 지독히도 적나라하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우리가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그런 매체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일종의 대리만족 같은 게 있는데, 그의 영화에서의 주인공이나, 혹은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 등은 너무 현실과 닮아 있거나 그 이상으로 솔직해서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쁜 화면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사실적인.. 직접적인, 그래서 불편하고 까칠한... 그런 영상들.

주인공들의 대사나 연기도 마찬가지다.  김태우와 유지태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말로는 선배 후배지만 서로를 존중한다거나 위한다거나 이해해주는 것은 없고, 마지못해 만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더 웃긴 것은 그럼에도 아예 관계를 잘라내지 않는다.  어찌 됐든, 최소한의 관계의 끈은 이어진 채로 남겨둔다.  그것도, 어쩐지 사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여 역.시. 불편했다.

소유의 관계.
성현아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복하려고 했던 군대간 선배.  그런 그녀를 씻겨주면서, 또 자신과의 섹스를 통해 넌 이제 깨끗해졌다고 말하곤 속절 없이 휙 유학 가버리는 김태우, 선배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역시 그녀를 가지려고 하는 유지태.  관계를 갖기 전에는 온갖 달콤한 말이 오갔지만, 일이 끝나고 나서 바로 나오는 말들은 달콤함과는 지극히 거리가 멀다. "너 다리에 털 많다." 이런 식의 더 이상 조심하지 않는 말들.

그렇게 무책임하게 관계만 어질러 놓고 시간을 훌쩍 뒤로 가버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나 다시 만난 그들은, 하룻 밤 동안 서로 줄다리기를 하며 눈치 작전으로 성현아를 다시 한 번 정복하려고 애쓴다.  그녀는 그런 그들을 적당히 달래주고 또 적당히 약올리며 관계를 갖는다.

대체, 왜 제목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고 했을까?  다시금 그들이 그녀를 가지려고 하니까 그녀가 정복자의 입장, 보다 우위에 선 것일까?  사실, 그래보이지도 않는다..ㅡ.ㅡ;;;

감독의 뜻을 재차 짚어보기도 전에 이미 영화감상의 맛은 떨어져버렸고, 쓸쓸하고도 허무하게, 그리고 허탈하게 영화는 끝이 나버린다.

아, 소득은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이런 느낌이구나.  최근, 고현정 주연의 해변의 여인이 개봉했건만 아직도 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고현정의 그의 영화를 선택했을 때 굉장히 뜻밖이었다.  고현정이라고 다를까?  싶어서...

작품의 미학이라던가 예술성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불편한 영화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살찐 유지태는 영 아니었다.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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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 Titanic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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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도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그 입소문은 참 대단했었다.  친구랑 이 영화 보겠다고 점심 값 아껴 극장으로 달려갔고, 3시간이 넘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아쉬움 남기고 일어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비디오로 출시되었는데, 그 무렵에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두장짜리 이 작품을 100질을 들였는데, 그거 대여하고 회수하느라 꽤 애먹었다.  100장을 다 소화할 수 없으므로, 나중엔 예약 판매를 했다.  당시 내 친구가 생일 선물로 이 작품을 만원에 사주었다.  중고였지만 얼마나 기뻤던지...

이렇게 DVD로 더 땟깔나게 소장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것을 그때는 절대 몰랐더랬지..ㅡ.ㅡ;;;; 뭐,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추억의 물건이다. ^^(먼지 타는 게 흠이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그때도 꽤 좋아했고, 지금도 역시 좋아라 하지만, 이 작품에서 베스트 캐스팅은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으로 보인다.  레오는 멋졌지만, 이 작품 속에선 여주인공의 포스에 좀 밀렸다.  일단 체격부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세간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 나로선 잘 모르겠지만, 난 그의 작품에서 항상 '휴머니즘'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오락 영화의 대명사였던 터미네이터도 마찬가지였고, 이 작품도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에 가려져 있지만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는 눈물겨웠다.  봉준호 감독이 새로 연출할 "설국열차"가 타이타닉과 비슷한 설정이지 않을까 짐작이 되기는 하는데, 하여튼 이 작품 보면서 참 코끝이 찡한 장면이 많았었다.

두손 꼭 잡고 함께 죽음을 기다린 노부부가 그랬고,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달려온 로즈가 그랬고, 꼭 살아야 한다고 죽어가는 와중에 약속을 다짐하던 잭이 그랬다.  그러나 나를 가장 울린 장면은 모두가 살기 위해 아둥바둥칠 때 그들의 평온을 기원하며 연주하던 노신사들이었다.  그들이 이제 그만하자고 일어섰을 때,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대로 남아 연주를 하자, 가려던 자들도 다시 돌아와 연주를 이었다. 그때 노래가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이었는데, 영어판 노래는 어떨 지 모르지만 와락  눈물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수년이 지났지만 다시 보아도 그 장면은 여전히 찡했다.

1등실 손님과 3등실 손님을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차별하는 세상.  그건 백년 전과 백년 후인 지금도 사실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나마 여자와 아이 먼저 구명보트에 태워주었던 그 마음만은 여전히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지금도 과연 그러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영화에 사용된 배는 실제 타이타닉호의 90% 크기라고, 예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본 기억이 난다.  진짜 타이타닉호는 정말 무식하게 컸다.ㅡ.ㅡ;;;

노래 얘기도 빠질 수 없는데 셀린디옹의 뮤직비디오는 사실 무서웠고...(어찌나 힘주어 부르던지 정말 무섭더라..;;;) 그보단 거기에 사용된 악기 소리가 너무 좋았다.  오카리나였던가? 인공의 느낌이 적은 소리여서 참 맑게 들렸다.

작품 안에 로맨스와 휴머니즘과 액션, 재난, 기타등등이 다 담겨 있어, 여러 장르의 영화를 한번에 보는 느낌을 줄곧 받게 된다.  여러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달렸는데,그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랄까?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천재다. ^^ 후속타가 안 나와서 좀 수상하지만.

엔딩에서 바다 속으로 빠지는 목걸이가 참으로 슬펐다... 그에 얼마 짜린데..ㅠ.ㅠ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겠지만, 그거 팔아 좋은 일에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사실은 98년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더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대중적인 블록버스터를 유독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이 싫다던가, 모두가 열광하니 괜히 보기 싫다던가.. 이런 이유를 대는데, 사실 잘 이해가 안 간다.  많은 사람이 보았다고 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가문의 부활 시리즈 같은 영화가 아닌 것을 분명히 알 텐데 왜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을까.  개인차니 어쩔 수 없지만, 이 좋은 작품을 안 본 사람들이 나로선 좀 답답하다.  정말 재밌고, 정말 좋은 작품이라니까.. .많이들 보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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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9-02-2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즈가 구명보트 타고 내려가다가, 잭이 배 안에 남겨진다는 걸 알고 다시 배로 뛰어 올랐을 때 엄청 울었어요. 현실에서라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사랑을 위해 목숨을 포기할 수 있을까? 죽음보다 강한 게 있을까? 아, 정말 그 때 생각 또 나네요. 너무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답니다.

마노아 2009-02-24 01:05   좋아요 0 | URL
저렇게 절절한 사랑을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부럽고 안타깝고 그런 기분이 들어요.
저렇게 사랑을 연기했던 두 배우가 십년 지나 이제는 그 반대의 역할을 함께 연기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하구요.

진주 2009-02-24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랬던거였군여..저는 케이트 윈슬렛이 눈에 차지 않았거든요.디카프리오의 신선한 맛에 비해 너무 원숙하단 느낌 받았어요. 언젠가 저 듣기 좋으라고 누가 농담으로 자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할 테니, 저더러 케이트 윈슬렛하라고 했을 때 저 기분 나빠한 적 있어요 ㅎㅎㅎ 뚱뚱한 여자를 저는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아이구 참 기가 막히다..ㅎㅎ 저야뭐 영화엔 문외한이니 보는 안목이 없는거죠^^

마노아 2009-02-24 10:43   좋아요 0 | URL
영화 개봉 당시에는 디카프리오가 너무 여리고 어려 보인다고 말들이 많았어요. 저는 두 사람이 어울려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다 좋았답니다. 케이트는 그 후 어떻게 살을 뺐을까요. 배우들이 살빼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만요. 고전미가 있는 여배우 같아요. ^^

소심한가시 2009-03-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프리오랑 윈슬렛이 사랑나누던 자동차안 장면있잖아요. 학교에서 그 장면이 너무 에로틱하다고 소문이 났었던.; 나이들어서 다시 봤을땐 그냥 저냥이더니만 어렸을때 봤을땐 왜케 야해보이던지.ㅎㅎ 그래도 감동은 달라지지 않더이다.^^

마노아 2009-03-09 17:03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자동차였나요? 전 왜 마차로 기억할까요...;;; 유리 창에 김이 서렸으니 자동차가 맞을 테죠. 호홋, 암 것도 안 보여주고도 충분히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그게 진짜 선수(?)죠.^^ㅎㅎㅎ
 
투모로우 - The Day After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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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의심했다.  이 감독이 인디펜던스 데이를 만들었던 그 감독이랑 같은 사람 맞냐고...

이번에도 미국 만만세, 미국 영원해~ 뭐 이런 류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본 건데, 뜻밖에도 미국의 반성을 촉구하는 자세를 보여주어 놀라웠다.

올 여름엔 정말 무자비하다 싶을 만큼 많은 비가 내렸고, 오늘 하루 겪어보아서 짐작하건대, 이번 여름 정말 더울 것 같다.  그리고 이 여름의 맹더위는 해마다 거듭될 거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구 온난화 현상이라고...

그런데 이 영화는, 지구 환경이 망가져서 빙하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시작한다.

처음에 남극에서의 씬과 아들이 비행기 안에서 돌풍에 휘말리는 장면, 일본에서의 거대한 우박 등등...

곳곳에서 나타나는 기상 이변들은 보는 내가 식은땀이 날만큼 리얼했고 긴장감을 유발했다.

데니스 퀘이드는 이너스페이스로 처음 본 배우인데, 왕년의 그 잘생긴 배우가 이렇게 주름 가득한 중년의 아버지 역할로 돌아왔더니, 세월이 허무하달까...;;;;;

에미로섬이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우옷, 여전히 이쁘고 날씬하다!

북미 유럽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이고, 그 안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서늘할 정도로 무서웠다.  세븐 시즈에서도 느꼈지만, 이 정도 생존의 위협이면 고래의 중요한 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태워 불씨라도 되면 다행이지...ㅠ.ㅠ

마지막에 미국이 멕시코를 향해 도와달라는 선처를 바랄 때, 앞으로 전세계와의 공존을 도모하며 겸손히 살겠다는 요지의 말을 할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흠, 과연 저 정도 상황이 닥치면 미국이 저리 몸을 낮출 수 있을 것인가.... 별로 믿어지진 않지만, 일종의 대리만족은 느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식의 희생이 등장한다는 건데, 아들내미 찾겠다고 뉴욕을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같이 동행했던 소중한 동료가 목숨을 잃는 장면에선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니 누구 목숨만 귀하냐구요...ㅡ.ㅡ;;;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때는 '투마로우'식의 발음인데, 한글 표기식은 '투모로우'...  솔직히 이런 것 웃기다...;;;

몇몇 딴지를 빼면, 영화 자체는 즐겁게 볼 만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 개봉도 지금같은 여름이었을 텐데... 여름용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 지금 한참 더울 땐데 보지 못한 사람 있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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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ue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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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는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일단 다모에 열광했던 폐인이었던지라 걱정과 우려도 컸지만, 그래도 이명세 감독이고 강동원과 하지원, 안성기 등이 나오는데 작품이 안 나올 리 없다고 난 믿어버렸던 것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떠올리면, 그땐 장동건도 조연이었다... 뭐 이런 정도와, 안성기 대사 참 없다... 뭐 이런 것과, 그리고 음악 끝내줬었다!까지 기억난다.

프란체스카와 소울 메이트를 볼 때 느낀 거지만(둘 다 노도철 피디!) 감독들은 음악에도 탁월한 감각을 지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감독이 있겠지만, 극 전체를 아우르는 감독은 본시 총 책임자가 지녀야 할 터, 그런 면에서 난 형사를 보면서 내내 즐거운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필요 이상의 파격이었다고 얘기했는데, 사극에 클래식 선율을 이토록 과감히 입혀놓은 감각이란 단순히 과잉을 넘어서 일종의 확신같은 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이런 작품은 큰 화면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스피커를 갖춘 데서 들어야 한다.  집에서 볼 땐 이런 면이 영 분위기 다운 시킨다.ㅡㅡ.;;

영상도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우리 한복의 특징이긴 한데, 보색 대비가 이토록 아름다운 칼라를 다른 옷에서 본 적이 없다.  작품 속에선 의상뿐 아니라 조명 자체가 아주 예뻤다.  초반부터 성적 긴장감을 잔뜩 유발하더니, 등장인물에선 오히려 여주인공보다 남주인공 강동원을 통해 섹쉬함을 보여줬달까...;;;;;

대사 없이 눈빛과 처연한 듯한 미소가 그의 입장과 감정을 대변해 주는데, 달빛 아래 담장 아래서 둘이 검을 나누는 장면은 그 자체가 검무로 보이듯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그래서, 작품을 다 보고나서는 스토리의 부재가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드라마도 용두사미 격으로 잘 나가다가 끄트머리에서 미끄러졌는데, 두시간 필름에 어찌 담을까 걱정이었건만, 감독은 오히려 뒷통수를 치듯 스토리는 알아서 생각하게~ 모드로 일관한다.ㅡ.ㅡ;;;;

재밌는 것은, 감독의 그런 주문이 먹힌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여자들은 이 작품을 보고서 강동원과 하지원에 열광하며 딱부러지게 떨어지지 않는 결말의 의미를 굳이 문제삼지 않았다.  나로서도 그게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생각이다.  

대중적이기보다 대단히 매니아적인 요소를 듬뿍 지닌 작품인데, 그것도 이명세 정도 되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보는 사람이 없는데 뚝심 지키기는 어려울 게 아닌가.  뭐, 김기덕 같은 독특한(!) 감독도 있지만^^;;;

하여간, 이 작품은 강동원의 재발견이었다.  내 짐작보다는 연기를 잘한 것.  하지원은 사투리가 영 어색했고, 안성기의 코믹은 대본의 문제점이 보였지만 그래도 음악과 영상으로 다 용서된다.

나로서는 앞으로도 이명세 감독이 지금같은 감각을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대중의 평가야 내가 책임질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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