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조선의 재산상속 풍경'' 표절 의혹… 저자도 시인
전 교육부총리와 현 KBS 이사의 표절 논란이 채 가라앉기 전에 이번엔 역사 이야기를 다룬 한 단행본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학술 전문 출판사인 경인문화사는 18일 퇴계 이황이 외가와 처의 상속 재산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조선의 재산 상속 풍경’(이기담 지음·김영사)이 문숙자씨(국사편찬위원회 전문연구위원)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초로 2004년 펴낸 ‘조선시대 재산 상속과 가족’(경인한국학연구총서 31·경인문화사)을 표절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출판사 측은 “일주일 전 저자인 문씨로부터 연락이 와 한쪽 한쪽 대조해 보니 전체 204쪽 중 50여쪽을 논문에서 그대로 베꼈고, 나머지 150여쪽은 논문을 축약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면서 “필자가 김영사 측에 인쇄 발행 및 판매 금지, 서점 회수, 신문에 사과문 게재 등의 조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사 측은 “표절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며 “문제의 책에 대해 이미 시중 서점에 판매 금지와 회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김영사 측은 “책 본문 내용과 참고문헌을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고 기본적으로 저자의 양심을 믿고 책을 출간한다”며 “출간 계약 당시 책 내용과 관련해서는 저자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이기담씨는 “어려운 역사적 주제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구성하다 보니 연구논문 인용을 어느 정도 선에서 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며 “책 뒷부분의 참고문헌 등에 문씨의 저서를 밝혔고 세 번이나 찾아가 사과했다”고 말했다. 문씨의 논문은 양반은 물론 노비까지 재산을 나눈 기록인 ‘분재기’를 통해 조선시대 가계, 재산, 제사 상속 등을 통한 사회상을 분석한 것으로, 여성의 평등한 재산권 행사가 만들어낸 조선의 색다른 풍경을 전해 주고 있다.
조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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