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논하고 그림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의 심오한 서화세계를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마침 올해는 추사 김정희가 유명을 달리한 지 150년되는 해입니다. 150년이 지나도록 칭송받는 그의 글과 그림에 대해서, 평생 한국의 회화 특히 김정희에 대하여 연구해온 간송미술관 최완수 학예연구실장님을 모시고 추사 김정희의 서화에 대한 강연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인생 역정, 글과 그림, 그리고 그가 조선 후기 서화에 남긴 영향 등을 최완수 학예연구실장님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새겨보고자 합니다.
     * 일  시 : 2006. 11. 22(수) 14:00-16:00
     * 장  소 : 경기도박물관 강당
     * 주  제 : 추사의 학문과 예술
     * 강연자 :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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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부모, AB형 자녀 가능한거야? [제 523 호/2006-11-13]
어느 유전자 감식 회사의 문의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남편과 저는 모두 O형입니다. 그런데 아기가 A형이에요. 아기는 남편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남편과 저의 혈액형은 모두 확실한 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요. 남편 몰래 유전자 검사를 받고 싶은데 남편의 머리카락만으로 가능한지요?”

상담게시판 담당자는 모근(毛根)이 달린 남편의 머리카락을 보내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전화 상담을 받으라는 답글을 남겼다. 남편과 똑같이 생겼으니 남편의 애일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거짓말 하지 않는 유전자’가 문제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O형이면 아기도 O형이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중학교 과학교육을 받은 사람의 상식이지만 이 상식도 예외가 있다.

O형 부모 사이에서도 A형이나 B형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 부모의 어느 한쪽 혈액형이 ‘봄베이(Bombay) O형'인 경우다. 그리고 부모가 모두 봄베이 O형이라면 AB형 아기도 가능하다. 봄베이 O형은 처음 발견된 인도의 봄베이 지역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봄베이 혈액형을 이해하려면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유전’을 잠깐 되새겨 보아야 한다. ‘유전자형’과 ‘표현형’이란 단어가 기억나는가? ABO 혈액형에서 A, B, AB, O형 혈액형은 표현형이다. O형은 누구에게나 피를 줄 수 있지만 O형 피만 수혈할 수 있다는 식의 혈액형의 상관관계는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이다. 아무 혈액이나 수혈 받지 못하는 이유는 원래 갖고 있던 혈액과 수혈한 혈액이 엉기기 때문이다.

혈액이 섞였을 때 엉기거나 엉기지 않는 것은 무엇이 결정할까? 먼저 혈액의 구성성분을 살펴보자. 혈액을 가만히 두면 혈구와 혈청으로 분리되는데, 혈구는 적혈구와 백혈구 같은 고체성분이고 혈청은 맑은 노란색 액체다. 혈구는 항원(응집원)으로, 혈청은 항체(응집소)로 작용해 둘이 맞으면 엉기는 것이다.

A형 혈액의 적혈구에는 A라는 항원이, B형 적혈구에는 B라는 항원이 있다. AB형 적혈구에는 A, B 항원이 모두 있으며, O형 적혈구에는 A, B 항원이 없다. 한편 A형 혈청에는 anti-B 응집소가 있어 B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B형 혈청에는 anti-A 응집소가 있어 A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O형 혈청에는 anti-A, anig-B 응집소가 모두 존재해서 A형 적혈구, B형 적혈구 모두 엉긴다. AB형 혈청에는 응집소가 없으니 엉기지 않는다.

여기서 잠깐, A형 환자에게 O형 혈액을 수혈할 때, 넣어주는 O형 혈청이 A형 환자의 적혈구와 만나 엉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맞다. 하지만 수혈하는 O형 혈청은 환자 몸속의 전체 혈액에 비하면 적은 양이기 때문에 혈액에 섞이면 희석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큰 사고로 대량의 혈액이 필요할 때 가급적 같은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한다.

그렇다면 봄베이 O형이란 무엇일까? 봄베이 O형은 분명히 A형 또는 B형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적혈구에는 A형 또는 B형 ‘항원’이 없는 경우다. 그래서 어떤 응집소와도 엉기지 않는다. 따라서 유전자형은 A 또는 B형이지만 표현형은 O형이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H, A, B 항원의 구조를 살펴보면 A, B 항원은 H 항원이 먼저 만들어진 뒤 A, B 항원이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봄베이 O형은 어떤 이유에서 H항원이 만들어지지 않아 다음에 만들어져야 할 A항원이나 B항원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A항원 또는 B항원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으니 자식에게 유전자는 그대로 전달되어 ‘중학교 지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O형 둘이 만나 A형, B형, AB형이 태어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문의자나 남편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둘 중 하나 이상이 봄베이 O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봄베이 O형 외에도 여러 가지 희귀혈액형이 있다. 전체 인구의 0.4퍼센트를 차지하는 비교적 풍부한(?) Rh형은 ABO식 혈액형과는 별도로 Rh항원의 유무에 따라 구분하는 혈액형 판별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Rh항원이 있는 Rh+형이다. ABO와 별도로 구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Rh-형은 혈액형을 ‘A, Rh-’라는 식으로 표기한다.

cis-AB형은 A, B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가 염색체 하나에 동시에 들어가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AB형과 O형이 만나면 A형 혹은 B형이 나오지만, cis-AB형인 경우 AB형 혹은 O형으로 나온다. 이 외에도 -D-(바디바)혈액형, Duffy(a)-(더피 에이 음성) 혈액형, 밀텐버거 혈액형 등이 있다.

최근 Rh-형 혈액을 구한다는 방송자막이 드문 까닭은 Rh- 혈액형이 늘어서가 아니라 ‘Rh 음성봉사회’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필요한 혈액을 비교적 원활히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헌혈하는 사람이 적어 ‘희귀혈액형’보다 ‘일반적인 혈액’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람에게 수혈을 한 것은 1667년이지만, 혈액형은 1901년에야 규명되어 혈액형에 따른 수혈이 가능하게 됐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여러 종류의 혈액형이 있어서 수혈할 때마다 구별해야 하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조물주는 어떤 이유로 자연선택에 불리하게 작용할 이런 ‘불편’을 숨겨두었을까? (글 :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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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조물주 언급은 사족이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손의 비밀 [제 522 호/2006-11-10]
독일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는 손을 가리켜 ‘눈에 보이는 뇌의 일부’라고 했다. 우리가 뇌의 명령을 받아 행하는 일 중에 손이 가장 다양하고 많은 일을 처리한다. 심지어 우리의 손은 사물을 만지며 알아채 보는 눈의 역할을 대신하고, 손짓으로 말하는 입을 대신하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손은 단순한 몸의 한 기관 이상이다.

인간이 지금의 문명을 이룬 것도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부터다. 과학과 예술의 혼은 뇌에서 나올지언정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바로 손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손이 이처럼 ‘제 2의 뇌’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손은 인체 기관 중 가장 많은 뼈로 구성돼 있다. 사람의 뼈의 총 개수는 206개, 이 중 양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는 무려 54개다.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기관에 우리 몸 전체 뼈의 25%가 들어있다는 말이다. 손은 14개의 손가락뼈, 5개의 손바닥뼈, 8개의 손목뼈로 구성돼 자유자재로 또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감각점이 발달한 기관이다. 특히 손가락 끝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손끝으로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가락 감각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해서 병아리 감별, 위조지폐 감별 같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사람의 손이 문명을 이끈 것처럼 동물의 손(원숭이와 같은 동물의 앞발을 손이라고 한다면)과 다른 차원에 두는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엄지손가락이다. 독일 해부학자 알비누스는 엄지손가락을 ‘또 하나의 작은 손’이라고 했다. 아이작 뉴턴도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칭송했다.

과학자들이 이렇게 엄지손가락을 칭송한 이유는 사람의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4개 손가락과 맞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가까스로 붙일 수 있지만, 엄지손가락이 짧아 매우 불안정하게 물건을 쥘 수 있을 뿐이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붙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엄지손가락을 봉인하고 지내보라. 물건을 집고, 연필을 쥐고, 가위질을 하고, 신발끈을 묶는 등 모든 일상생활이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네 손가락의 끝과 안정적으로 붙일 수 있는 엄지손가락의 탄생으로 인류는 수많은 문명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손에 있는 지문은 섬세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손의 마지막 장치다. 지문이 있기 때문에 손은 적당한 마찰력을 갖게 됐다. 따라서 물건을 집거나 도구를 사용할 때 보다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또 지문으로 손의 표면적은 훨씬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감각점의 수를 늘려 더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지문은 사람을 구별하는 고유한 식별 코드 역할을 한다. 지문은 영장류와 사람에만 있는데, 사람의 지문이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복잡하다. 지문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며, 일생동안 변하지 않는다. 겉모습과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만큼은 서로 다르다. 이는 지문이 태아의 발생 과정에서 ‘볼라패드’(volar pad)라 불리는 판이 자랐다가 피부로 흡수되면서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흔히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을 한다. 몸 중에 땀이 나는 곳이 많은데 왜 굳이 손을 언급했을까? 이 표현이 사용될 때는 더울 때보다는 긴장했을 때다. 우리 몸에 땀샘이 많지만, 손바닥과 발바닥은 땀샘이 가장 많이 분포한다. 게다가 긴장,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이유로 생기는 땀은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에서만 난다고 한다. 발바닥과 겨드랑이야 축축해져도 인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손바닥은 긴장하면 자연스럽게 손을 쥐게 돼 땀이 흥건하게 고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이로 인해 생긴 말이 아니겠는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뇌의 역할이 가장 크겠지만, 손은 ‘제 2의 뇌’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기관이다. 손에 적당한 마사지만 해도 몸의 피로를 푸는데 효과 만점이라고 하니 잠시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손 운동을 해주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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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놀라운 손의 비밀! 엄지손 쵝오!
 

가야금 선율 속에 녹아있는 과학의 소리 [제 521 호/2006-11-08]
“와~ 이게 광고 맞아?”
깔끔하게 빗어올린 앞머리, 검정색 정장 차림의 단아한 용모. 흐릿한 조명 밑 그녀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눈을 단박에 스크린에 묶어 놓는다. 곧이어 울려 펴지는 청아한 가야금 소리. 그녀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가야금 선율은 감각적 영상과 어울려 ‘작품’이 된다.

지난 9월께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모 아파트 극장용 광고의 한 장면이다. 각 포털 사이트엔 이 광고 동영상을 구한다는 네티즌들의 요청이 지금도 쇄도하고 있다. 감각적 영상도 눈에 띄지만 가야금 소리가 좋다는 게 이유다. 이 광고의 또 다른 볼거리인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사위도 가야금 소리를 배경으로 한다. ‘가야금 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을 수 있구나’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이 광고를 보면 절로 든다.

가야금이 이처럼 ‘인기 스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을 떠난 파동이 악기 내부에서 적절히 소멸, 전달, 방출되면서 제대로 된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성은 가야금뿐만 아니라 거문고 등 다른 국악기에서도 관찰된다. 좋은 현악기라면 갖춰야 할 특성이 국악기에 담겨 있다는 얘기다. 자, 이제부터 국악기의 비밀을 찬찬히 살펴보자.

가야금과 거문고 소리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현과 악기의 몸체에 해당하는 울림통이 똑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반응하기 때문이다. 현악기가 사람이 듣기 좋은 맑은 소리를 내기 위해선 현과 울림통이 같은 주파수에서 떨려야 하는데, 가야금과 거문고는 이 같은 특성을 정확히 갖추고 있다.

서울대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가야금에 대한 실험은 이 같은 ‘아름다운’ 음색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울림통 위에 분말을 뿌린 후 주파수를 달리해 진동을 가하는 ‘클라드니 도형’ 실험을 한 것이다. 실험 결과, 현에서 생기는 주파수인 100헤르츠에서는 울림통이 떨렸지만 현이 만들지 않는 주파수인 80헤르츠에서는 울림통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현이 떨릴 때 울림통도 같이 떨려야 한다는 ‘고운 소리의 비결’이 눈으로 입증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울림통 재료로 쓰는 나무의 세포 구조가 독특하다. 서양악기들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재료가 되는 오동나무의 세포 구조는 매우 성글다. 오동나무의 상피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세포의 벽이 얇고 유연한 것을 알 수 있다. 비중도 0.35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바이올린의 재료인 가문비나무는 규칙적이며 촘촘한 세포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현악기에 비해 음색이 날카롭다. 완전히 상이한 성질의 밭에서 자라는 작물의 성질이 다르듯 전통 현악기와 외국 현악기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또 울림통 재료가 되는 나무 무늬의 형태도 소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좋은 가야금과 거문고는 일반적으로 국수무늬(일자무늬) 목재를 사용한 울림통을 갖고 있다. 국수무늬는 늙은 나무의 중심부를 긁어낸 목재가 아래로 쭉쭉 뻗은 무늬를 갖고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심부의 늙은 나무 층을 제거하면 연주된 음이 소멸되지 않고 대부분 반사되기 때문에 공명 현상이 극대화된다. 소리가 증폭되면서 듣기 좋고 풍부한 연주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울림통 외부에 페인트처럼 옻칠을 하는 것도 좋은 소리의 비결이다. 학계에서는 옻칠의 방법에 대한 논문이 나올 정도다. 옻칠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방증이다. 서양 악기에서 쓰이는 니스칠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옻칠은 전통 현악기를 공기와 습기에서 보호한다. 처음과 같은 수준의 나무 품질이 유지되기 때문에 소리도 좋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현악기들은 정밀한 과학적 원리에 근거해 제작됐다. 울림통 구조, 재료가 되는 나무의 세포 형태, 국수무늬, 옻칠 등이 어울려 ‘명금’을 만들어 온 것이다.

이 같은 전통 현악기들은 대개 1500년 전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주파수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전통 악기는 당시의 높은 과학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우리 선조들의 과학 지식에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대목이다.

팁 하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극장용 광고에 등장한 가야금은 25현이다. 12현인 전통 가야금을 개량한 것. 저음역과 고음역을 풍부하게 낼 수 있기 때문에 팝송이나 뉴에이지 음악도 어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다. 전통 악기가 재해석하는 현대의 소리에 경외감을 느낀다. (글 : 이정호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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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제의 그 극장용 광고를 보지 못했다. 무지 궁금함!
 

상처가 아니라 통증 때문에 죽는다? [제 520 호/2006-11-06]
군인들은 전쟁터로 나갈 때 진통제를 소지한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군인들에게 상처 치료보다 더 급한 것은 통증 감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이 심하면 상처 때문이 아니라 통증 때문에 쇼크로 죽을 수 있다.

이 사실은 통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모든 통증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배가 아프다는 건 위장 기관이, 다리가 아프다는 것은 다리가 쉬고 싶다는 몸의 신호다.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아픈 부위를 깨닫지 못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질병에 걸리게 될 것이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고통과 유익을 함께 주는 통증은 어떻게 느끼게 되는 것일까?

통증은 몸의 곳곳에 분포한 ‘통점’이 자극을 받아서 ‘통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할 때 느낀다. 통점을 구성하는 세포의 세포막에는 ‘채널’이라 불리는 세포소기관이 있는데, 이 채널을 통해 세포의 안과 밖으로 여러 물질들이 오가면서 세포 사이에 다양한 신호를 전달한다.

인체의 부위가 손상되면 칼륨이온, 세로토닌, 히스타민 등의 통각 유발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이 채널을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서 세포는 통증신호를 인식하게 된다.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채널로 치통, 피부염, 관절염 등의 염증성 통증에 관여하는 ‘캡사이신채널’이 있다. 이 외에도 상처를 입었을 때, 화상을 입었을 때 등 통증의 종류별로 다른 채널이 존재한다.

통점의 세포에서 인식한 통증신호는 통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통각신경이 다른 감각신경에 비해서 매우 가늘어 신호를 느리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압각이나 촉각 등이 초속 70m로 전달되는데 비해 통각은 초속 0.5~30m정도다. 예를 들어 몸길이 30m인 흰긴수염고래 꼬리에 통증이 생기면 최대 1분 후에 아픔을 느낀다. 실제 우리가 압정을 모르고 밟았을 때 발바닥에 깊이 들어간 다음에야 아픔을 느낄 정도로 통각은 전달 속도가 늦다.

통각신경이 다른 감각신경에 비해 가는 이유는 더 많이 배치되기 위해서다. 피부에는 1㎠ 당 약 200개의 통점이 빽빽이 분포하는데, 통각신경이 굵다면 이렇게 많은 수의 통각신경이 배치될 수 없다. 이렇게 빽빽이 배치돼야 아픈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반면 내장 기관에는 통점이 1㎠ 당 4개에 불과해 아픈 부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폐암과 간암이 늦게 발견되는 것도 폐와 간에 통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통각신경의 느린 속도는 촉각신경이 보완한다. 통증이 일어날 때 대부분 촉각도 함께 오기 마련인데, 우리 몸은 경험을 통해 촉각에 반응해 통각의 느린 속도를 보완한다. 뾰족한 것에 닿았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뗀다던지, 등 뒤에서 누군가 건드리면 휙 돌아보는 것이 좋은 예다.

이렇게 통증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정도가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통증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통증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증을 해소하려면 통증이 일어나는 여러 단계 중 한 부분을 차단하면 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은 척수나 뇌 같은 중추 신경에 직접 작용해서 통증을 완화한다. 하지만 모르핀은 중독성이 있고 과다하게 사용했을 경우 중추신경계가 마비될 수도 있다.

따라서 통각신경세포가 받은 자극을 신경신호로 바꾸기 전에 애초부터 통증을 차단하는 방법이 연구 중이다. 캡사이신 채널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서울대 오우택 교수는 캡사이신채널을 여는 역할을 하는 불포화지방산 ‘12-HPETE’이 진통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혀 진통제 ‘PAC20030’을 개발했다. 이는 캡사이신채널이 열리는 과정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통증을 막는다.

이 방법은 통증을 일으키는 채널에 직접 작용하는 만큼 선별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캡사이신채널을 막으면 치통, 피부염, 관절염 등의 염증성 통증을 막을 수 있고, 열 자극에 작용하는 채널을 막으면 화상으로 인한 통증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중추신경에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중독․마비 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

통증을 막는 또 다른 방법 중에 특이한 것은 ‘문 조절 이론’(gate control theory)을 이용한 것이다. 이 이론은 굵은 촉각신경으로 전달된 촉감이 가느다란 통각신경으로 전달되는 통각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즉 촉각이 세지면 통각신경을 더 많이 방해하므로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 ‘경피성 전기 신경 자극’(TENS)은 촉각신경에 전기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 통각신경을 억제해 통증을 덜 느끼게 해주는 장치다.

사실 우리 몸도 ‘엔도르핀’이라는 진통제를 가지고 있다. 엔도르핀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나, 출산이 가까워졌을 때 분비된다. 운동에 집중할 때 발목이 삔 것을 잊는다던지,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어도 아픔을 못 느끼다 병원에 와서야 느낀다던지 하는 것은 모두 엔도르핀의 작용이다.

통증은 우리 몸이 주는 경고 신호이니만큼 아프다고 마냥 싫어할 일만은 아니다. 통증에 감사하면서 자신의 몸을 좀더 소중히 하는 것은 어떨까.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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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연걸 주연의 '흑협'이 생각난다.

씩씩하니 2006-11-0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통증을 느껴야,,아,병원을 가야하나 내가 어디 아프나,,하며 몸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님...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요,아자아자~

마노아 2006-11-0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건강하게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