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전경린 공명 산문집
전경린 글, 이보름 그림 / 늘푸른소나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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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을 우연히 집어들었다가 너무 반가운 이름이 되어버린 전경린.

이 책은 그녀의 에세이집인데, 이십대부터 사십대 언저리까지 나이의 변화에 따라 느끼게 된 단상들을 '여자'의 이름으로, 여자의 감각으로, 여자의 눈으로 이야기한 책이다.

남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이해할 지 알 수 없지만, 여자인 나는 이 책이 무척 감동스러웠다.

몇몇 페이지는 복사해서 따로 밑줄을 그어두고 보관해둘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 쪽지 어디로 갔더라...;;;;)

어릴 적에는 잘 몰랐지만, 사회에 나와서 '여자'로서의 인식을 갖게 될 때는 좋았던 기억보다 서글펐던, 혹은 안 좋았던 기억들이 보다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로서 보다 당당한 느낌과, 그리고 내가 원했던 일종의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으나 잘 몰랐던, 언어로 구체화 시키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작가 전경린을 통해서 대신 전해들은 그런 기분.

그래서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반가움과 기쁨이 동시에 몰려왔다.

책 중간 중간에 삽화가 있는데, 동양화를 전공해서인지, 역시 동양인인 우리의 정서에 매우 잘 부합했다.  작품 속 말줄임표의 내용을, 여백을 그림이 마저 채워주며 작품을 완성시키는 느낌.

예전에는 작품 속 삽화의 역할을 상당히 '부수적'인 걸로만 여겼는데, 이제는 책을 펴들면 그 책의 그림을 담당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궁금해지고 관심이 간다. 프로필을 보면 간혹 낯 익은 이름도 등장하고, 그럴 때면 더 반가운 기분이 든다.

이 책으로 삽화를 그린 작가의 이름도 더불어 기억하기로 했다.

책을 통해서 '나비'가 갖는 상징성과 은유를 다른 독자들도 찾아보길 바란다. 좋은 책과 좋은 작가와의 만남에 기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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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대가 그립습니다 - 사진으로 보는 생각
정용철 글, 사진 / 좋은생각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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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좋은 생각을 보고 있고, 날마다 이메일로도 편지를 받아보고 있으며, 좋은 글을 종종 만나긴 하지만, 그런 글들을 모아모아 만든 책을 접하고 나니 어째 감동이 더 줄어들어버렸다...;;;;

일종의 매너리즘이랄까.  너무 좋은 말 멋진 말만 가득 담아 놓으니, 오히려 비교할 대상 없이 모두가 진부해 보인다.

난 한 번에 네 권 묶음으로 구입했는데 네 권 중 한권만 꽤 괜찮았고, 나머지 세권은 모두 기대 이하였다.

기대치가 높았던 탓일까. 아니면 내 감정이 너무 메말라 있는 것일까.

당연히 좋을 거라고 가슴 콩닥거리며 기다렸던 책이 예상과 너무 달라서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니, 그 사실이 더 슬프다.

예전에 신상언씨가 좀 그런 편이었는데, 이런 류의 글들을 접하다 보면 좀 비슷한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안도현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도 그랬고, 정호승 시인의 동화 시리즈도 뒤로 갈수록 감동이 덜했다.

아마 그런 사실들은 작가 자신이 더 잘 알지도...

개인차가 있는 것이니, 누군가 가슴이 촉촉한 사람은 이 책을 아름답게 멋지게 승화시켜 읽을 수도 있겠다.  나와는 달리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면, 그 누군가는 내 대신 아름답게 읽어줄 수 있을까? 고민도 해 보았는데, 어쩐지 책 선물하고 욕 먹을까 봐 주지도 못했다. (너무 과한 표현?)

아무튼 지금 내 책상에서 괜히 눈총 받고 있는데, 내게 있어 별로였다는 뜻이지 책 자체가 아주 한심하다는 의미는 아니었기에 별 셋으로 마친다.  내게 있어 평균이 별 네개인 것을 보면 좀 박한 점수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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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의 선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삼우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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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인 저자가 일본에서 '선'을 배우기 위해 앞서 '활쏘기'를 배운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정신적 감동을 담았다.

아마도,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 분위기가 서양인이 일반적으로 동양에 대해서 느끼고 또 상상하는 추상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다.  조금 신비롭고, 물질적인 것보다 보다 정신적인 느낌에 가까운... 유이되 무이고, 무이되 유이기도 한 그런 기분.

저자가 활쏘기를 통해서 배워가고 느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딱 그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성과도 없어 보이지만, 깨달음은 한순간에 왔으니 그 한 벽을 뛰어넘으니 그가 그토록 원했던 '선'의 세계에, 그리고 닿고 싶었던 경지에 성큼 다가서 버린다.

그런데, 그 느낌을 독자가 전달 받을 수는 있긴 해도 역시 막연한 감이 드는 것은 번역에서 오는 일종의 거리감이랄까.  게다가 독일인이 그 스스로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조금 추상적이었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선문답같은 내용이 오가는데, 솔직히 지루한 감이 있다. 전혀 못 알아들을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도 고개 끄덕이며 들을 수 있지만 그것이 재밌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명상하는 기분으로, 철학책을 읽는 기분으로 접근해야 우리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우리 마음을 관통하는 그 무엇... 무에서 유로, 유에서 무로 옮겨가는 그 무엇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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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5-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고서 활쏘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속의 자신을 잊고서 자신이 활이되고 화살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이 과녁이 되었을 때
어디를 쏘건 간에 그것은 과녁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활쏘기가 선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음 속의 한 점을 찾아서 그 한 점 마저 지워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만국의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마음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마노아 2006-05-1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제대로 읽으셨군요. 그러고 보니 저도 말해주신 구절 '마음 속의 자신을 잊고서 자신이 활이되고 화살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이 과녁이 되었을 때 어디를 쏘건 간에 그것은 과녁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오래 전에 읽은 티가 확실히 나는군요ㅠ.ㅠ 덕분에 기분 좋은 끄덕임을 가져봅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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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 전... 정말 오래 전 수능 시험을 보았을 때 예문으로 나왔던 책이다.ㅡ.ㅡ;;;;;

음, 언어영역 그 문제를 맞추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끝없이 나열되던 작자를 슬프게 한다던 것들의 이름들과 역시 쉼없이 이어지던 쉼표들에 경악했던 기억은 분명히 난다.(ㅡㅡ;;;)

이 책은 오래도록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었다. 둘째 언니가 고딩 시절 읽었던 책이라니 참 오래되었다. 울 언니 왈, 난 고딩 때 이 정도 책을 읽을 수준이었다고 뻐기던 기억이 역시 선명히 난다...;;;;;

아무튼, 내가 다시 이 책을 보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은 꽤나 오래 지나서의 일이었다.  무심코, 눈에 띄길래, 그때 날 약올렸던 그 책... 하면서 집어 들었다. 얇은 책이어서 금방 보겠거니.. 하며 보았지만 생각보다 진도는 빠르지 않았다.

일단 오래된 책이라 줄간이 좁았고, 글씨체는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신명조에다가 폰트 자체가 작았다.  그리고......ㅠ.ㅠ

내가 또 아주 싫어하는 쉼표의 나열들... 싫다고 하는 것들이 뭐 그리 많은지...;;;;

음. 작가가 우울병이 있었던 게 아닐까 난 잠시 생각했었다...ㆀ

사실 독일어를 알지 못하지만, 독일 문학을 읽다 보면 선입견 때문인지 좀 딱딱하다고 느껴지게 된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글보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은, 작가도 번역도 모두 딱딱했던 게 아닐까. 난 네모의 꿈 노래를 독일어 에세이로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너무너무 별로인 책인 것도 아니었건만, 내게는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별 네개인 까닭은?

어디까지나 나한테 안 맞았을 뿐이고,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그가 느꼈던 것들에 전혀 공감을 못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되었으니까.

아무튼, 일상 소사에서 자잘한 감동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감수성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의미도 될 테니까.  조금 무딘 독자는 그를 잘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작가는 그것을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아, 그조차 그를 슬프게 하는 것이 되어버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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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쉬 -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
사브리예 텐베르켄 지음, 엄정순 옮김, 오라프 슈베르트 사진 / 샘터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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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을 떠오르면 몹시 신비한 느낌이 든다.  그들의 역사가 그랬고,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상징성이 그렇고, 그들이 살고 있는 고원과 높은 산맥, 풍습 등등이 모두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질감이 떠오른다.

이 책은 그 자신이 시각을 잃은 작가가 티벳에서 시각 장애인은 위한 학교를 세운 데서부터 출발한다.  질병 자체를 귀신의 장난으로 보는 그 땅에서 어린 소년 타쉬는, 엄마 찾아 삼만리가 아니라, 학교 찾아 삼만리를 시작하고, 기적적으로 학교를 찾아낸다.  그건 너무 드라마틱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정말 운명의 도움이었다고 감히 말할 정도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진리가 통한 것일까. ^^

학교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타쉬의 발걸음에는 희망이, 벅찬 미래가 담겨 있다. 앞서 학교를 찾아 고향을 떠나올 때의 발걸음과 시작점은 같으나 중간 과정은 많이 변한 셈이다.  타쉬의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 모두 진솔 그 자체였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영역은 또 다른 것이었으니... 바로 사진이었다.

일단, 전문작가라서인지, 각도도 색깔도 예술이다.  그 파란 하늘은 사실 그곳 티벳의 것이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솜씨도 일품이다.  아직 산업화된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그곳, 그래서 사람 사는 내음이 더 짙고 자연의 멋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 땅이, 다만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내 눈에는 몹시 가보고 싶은  동경과 호기심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헬렌켈러도 물론 그랬지만,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가진 사람이 눈물 겨운 인생의 줄다리기를 감내하며 사회에, 그리고 자신과 같은 약자에 더 큰 도움이 되는 모습들에는 언제나 마음이 숙연해진다.  놀랍고 대견하고, 또 부끄러운 마음마저 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건강한 내 육신에 감사하는 나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신은, 그 장애를 더 큰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견딜 수 있는 시련을 주신 것일 지도... (물론, 이런 말은 참 무책임하다는 것을 안다.  존경스럽다라는 말이 이렇게 돌려서 나와 버렸다ㅡ.ㅜ)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이 땅은 더 따뜻해지고 더 아름다워질 게 분명할 테지.  그렇다면 영혼의 눈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단지 순수만 외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사회와 사람과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리고 인간을 신뢰하는 선의까지 포함되어야 하는, 그리고 결정적으로 욕심 없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권의 책이 사람을 참 여러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수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되기를 소망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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