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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오래 전... 정말 오래 전 수능 시험을 보았을 때 예문으로 나왔던 책이다.ㅡ.ㅡ;;;;;
음, 언어영역 그 문제를 맞추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끝없이 나열되던 작자를 슬프게 한다던 것들의 이름들과 역시 쉼없이 이어지던 쉼표들에 경악했던 기억은 분명히 난다.(ㅡㅡ;;;)
이 책은 오래도록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었다. 둘째 언니가 고딩 시절 읽었던 책이라니 참 오래되었다. 울 언니 왈, 난 고딩 때 이 정도 책을 읽을 수준이었다고 뻐기던 기억이 역시 선명히 난다...;;;;;
아무튼, 내가 다시 이 책을 보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은 꽤나 오래 지나서의 일이었다. 무심코, 눈에 띄길래, 그때 날 약올렸던 그 책... 하면서 집어 들었다. 얇은 책이어서 금방 보겠거니.. 하며 보았지만 생각보다 진도는 빠르지 않았다.
일단 오래된 책이라 줄간이 좁았고, 글씨체는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신명조에다가 폰트 자체가 작았다. 그리고......ㅠ.ㅠ
내가 또 아주 싫어하는 쉼표의 나열들... 싫다고 하는 것들이 뭐 그리 많은지...;;;;
음. 작가가 우울병이 있었던 게 아닐까 난 잠시 생각했었다...ㆀ
사실 독일어를 알지 못하지만, 독일 문학을 읽다 보면 선입견 때문인지 좀 딱딱하다고 느껴지게 된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글보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은, 작가도 번역도 모두 딱딱했던 게 아닐까. 난 네모의 꿈 노래를 독일어 에세이로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너무너무 별로인 책인 것도 아니었건만, 내게는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별 네개인 까닭은?
어디까지나 나한테 안 맞았을 뿐이고,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그가 느꼈던 것들에 전혀 공감을 못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되었으니까.
아무튼, 일상 소사에서 자잘한 감동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감수성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의미도 될 테니까. 조금 무딘 독자는 그를 잘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작가는 그것을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아, 그조차 그를 슬프게 하는 것이 되어버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