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아리스토텔레스 - 아테네의 피
마가렛 두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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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은 절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다.  주인공은 스테파노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만 그에게 조언을 해주며 그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도우미다.

그렇지만 제목을 들으면 일단 흥미가 생기는 것은 당연!  난 처음에 이게 고대를 배경으로 할 줄은 모르고, 아리스토텔레스란 이름을 가진 현대 탐정물이라고 생각했다.  설마하니 고대의 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할까?  싶었던 것.

그런데 정말, 고대의 그 아테네가 배경인 게 맞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하는 것도 맞다^^;;;

이 작품은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정통 역사소설도 아니고... 그냥 고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일 뿐이다.  다만 특이하게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할 뿐.

즐겁게 볼 수 있는 것은, 그 시대를 동시대인 양 작품을 진행해 가니, 우리는 옆나라 이야기 보듯 그들의 문화와 풍습과 역사를 들여다보며 소설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추리소설적 재미는 솔직히 부족하다.  설마하니 저렇게 티나는데 저 놈이 범인은 아니겠지? 한 놈이 바로 범인!  난 나의 추리실력이 그렇게 좋았나? 하며 기뻐했는데, 다들 나처럼 맞추던 걸..;;;;; 못 맞춘 경우는, 설마 이렇게  쉬울려고.... 하는 케이스였다^^;;;

그러나 범인 맞추는 게 다는 아니니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작품을 즐기고 재미를 느끼는데는 아무 문제 없으니까.

이런 책을 봐주면, 관련 역사를 공부할 때도 더 쉽게 접근하게 되고 공부도 즐거워진다.  물론, 그만큼의 시간과 공이 들어가긴 하지만, 머리 식히기에 나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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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티재 하늘 1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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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조금 무거운 주제를 좋아하는 편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싫어하거나 기피하진 않지만, 기왕이면 뭔가 그럴싸한 주제를 담고 있거나, 심각한 내용... 그래서 내가 이것을 보았다!라는 흔적이 거창하게 드러나는 것을 좋아한다.(절대 좋은 습관은 아니나 취향이 그렇다.)

그래서 만화책을 골라도 깊이 생각할 무언가가 있으면 더 좋아한다.  사회적 메시지 없이 너무 가볍게 웃고 끝나는 작품은, 웃고 끝내기만 할 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푹! 줄어든다.

그런데, 때로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고 진지한 내색 하나 없이도, 몹시 진지하고 또 깊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난 이 작품을 보면서 그같은 기분을 느꼈다.  시대적 배경과 내용을 보면 조정래씨의 "아리랑"이 떠오르지만,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하고 주고 있는 메시지도 확연히 다르며, 글의 느낌도 극과 극을 달릴 정도로 차이가 있다.

조정래 아리랑은 길기도 하지만, 일단 내용이 무겁고 어둡다.  일제 시대를 다루고 있는 작품 배경이 밝다는 것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굉장히 기합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정치도 모르고, 나랏일 전혀 모르고, 그저 하루하루 조용히, 그러나 열심히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망원경 없이 현미경 없이, 자연의 눈 그대로 지켜보는 이 책은 지극히 담백하고 소탈하며 그래서 맛있다.

딸자식일지언정 아들을 낳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 질투를 느끼는 어머니의 마음이란...

늙은이에게 시집 온 어린 각시가 안쓰러워 끝내 등떠밀어 보내주는 영감님의 마음이란...

권정생 선생님이 사용하시는 언어란 가식 없이, 꾸밈 없이 자연스러워 멋있는 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 중심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있었고, 그들의 마음이 있었다.

별 다섯의 행진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참 따스하고 아름다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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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故 권정생 선생님을 추모하며...
    from 파피루스 2008-05-17 17:00 
    2007년 5월 17일,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과 다섯 평짜리 흙집을 남기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곁으로 가신 동화 작가 권정생님. 바로 오늘은 하늘로 돌아가신지 1년이 됩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을 기리며, 선생님께서 남기셨던 유언을 올려봅니다. 살아 생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동화를 선물해 주셨던 선생님은, 유언에서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
 
 
 
야간비행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4
생 텍쥐페리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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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하하핫, 내가 산 소담출판사 책이 가장 많이 팔렸나 보다. 제일 앞에 뜨는 것을 보니... 남들도 나처럼 페이지 짧고 값싼 책으로 고른 것인가^^;;;;

생떽쥐베리는 '어린왕자'가 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가 전투 비행사였다는 사실이 잘 매치가 안될 때가 있다.

나는 지금도 그가 사막에 불시착한 그 사내로 어린왕자를 추억하는 그 인물일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쓴 책 중에 이토록 현실적인 소재, 그리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 나온다는 게 어쩐지 배신받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어딘가 무서운 기분도 든다.

오늘 한반도를 보고 왔는데 거기서도 해군 공군 모두 전시 비상체제로 돌입하는 장면이 나왔던 터라, 이 책의 야간비행이 더 긴장감 있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나 그런 인물은 있을 것 같지만, 원칙에 파묻혀,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고, 때로 그 원리원칙 때문에 사람의 목숨도 그 뒷전으로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오늘 본 한반도에서 차인표의 대사에도 그런 게 나왔다.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했던 거라고...(여기서 그는 '조재현')

원칙과 통제, 규정... 이런 것들은 분명 필요하다. 때로 자유보다 질서가 더 우선될 때도 있음을 안다.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 말이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는 바로 동의하기가 어렵다.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 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내가 희생자일 경우에는 소수의 희생에 동의해주어야 하고, 내가 다수일 경우에는 소수의 희생에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물론, 이게 생명의 위험 앞에서는 과연 다짐과 이상이 먹힐 지 정말 의문이지만...)

생떽쥐베리는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그도 원칙이 우선인 사람이었을까?  그랬다면 정찰 나갔다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 때에도 그는 덜 억울했을까.

표지 그림의 깊은 바닷물색과 하늘빛이 우울한 느낌을 준다.  남김없이 삼켜버려 꿀꺽 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에잇, 생떽쥐베리는 못 돌아온 것이 아니라 다시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나, 이번에는 그의 별로 놀러간 것일지도 모른다.  음... 그 별은 작아서 어린왕자와 같이 아직도 여행중일 지두...(결론이 왜 이모양이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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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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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의 효과는 놀라웠다.  유명한 상도 받았고 인기도 많은 화제작인 것을 알고 관심은 있었지만 당장 사 볼 마음은 없었는데, 책 한 권 더 준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바로 구매...;;;

어디선가 다른 책의 리뷰랑 섞여서 내가 짐작한 내용과 전혀 다른 전개였지만, 오히려 이편이 더 좋았다.  기대치 못했던 선물을 받은 느낌.

이 책은 단편을 엮은 연작 소설과 비슷하다.  제각각 자신의 직업에서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수상한 신경정신과를 들르면서 요괴라고도 의심되는 수상한 의사 이라부를 만나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게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강박관념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내 경우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그 증세가 아주 심했는데, 버스만 타면 이상한 강박관념에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간판을 다 읽어야 했고, 창밖으로 스쳐가는 가로수의 숫자를 다 세어야 했고, 길 옆으로 지나가는 모든 차를 종류대로 다 세어야 했다.  일종의 숫자 강박관념일까? 

그래서 버스에서 내릴 때 쯤 되면 녹초가 된다.  대체 그것들을 다 세어서 무엇 하려고?  아무 데도 쓸모 없다.  그런데 안 세면 불안했다. 그래서 세고, 세고 나면 후회하고... 그 과정의 반복이다.

그나마 통학거리가 버스를 탈 정도는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냥, 버스 타면 자기로 한 것^^;;;

사람마다 다들 욕심이 있다.  앞서고 싶고 대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이름도 떨치고 싶다.   아닌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런 비슷한 욕망을 갖고 산다.  야쿠자는 험한 인상을 지으며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하기를 바라고, 공중곡예사는 공중 위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  여류작가는 놀라운 글을 써서 명예를 획득하고 돈도 벌고 싶다.  모두들 그런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세상사가 어디 마음 먹은 데로 펼쳐지던가.  이라부처럼 야쿠자가 와도 무서워하기는커녕 장난치기 일쑤인 사람도 있고, 나를 치고 올라올 것 같은 신인이 보이면 태연한 척하지만 불안한 게 인간의 마음이다.  그 불안한 마음에 잠식되면 강박증이 생기고 실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내 모습같고 우리의 모습 같았다.  아닌 척 하고 살아도 사실은 기인게 너무도 많았다.  이라부는 본능에 충실하라고 한다.  장난치고 싶으면 장난 치고, 망가지고 싶으면 망가져보라고 한다.  너무 쉬운 해결책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  두려우니까.  지금껏 쌓아온 이름과 명예를 버릴 수 없고, 또 다른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강박증을 갖는 것도, 그 해결책을 알면서도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이라부같이 태연하게 웃고 장난치며 인생을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사는 사람이 오히려 특이한 것이다.  모두가 사실은 동경할 테지만...

이라부의 처방전은 대수롭지 않게 들리지만 핵심을 찌르고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은 벗어야 한다.  혹은 내 몸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  마지막 편 여류작가에서 간호사 마유미가 작품에 감동받았다고 했을 때 아야코가 느끼는 희열 말이다.  자신이 처음에 그 길을 가게 된 그 스텝을 기억해 내는 게 실마리였다.

시종일관 재밌게 책을 읽었다.  진지한 내용일 수 있는데 가볍게 썼고, 매 적소마다 코믹함이 들어가 있어서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거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아주 잘 팔릴 것 같은 느낌이다.  표지 그림은 아주 간략하면서 멋드러진 디자인이다.  이렇게 여백이 있는 디자인이 좋다. ^^

강박관념... 지금도 많은 부분 갖고 있다.  대부분은 증세를 본인이 알고 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놓아야 할 부분들은 과감히 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

이제 인더풀 차례닷(>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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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1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이라부와 마유미가 주사 들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웃곤 하지요..;;;

마노아 2006-07-14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의 콤비에요. 근데 전 이라부를 떠올리면 KFC할아버지가 연상된답니다^^ㅎㅎㅎ
 
전원교향악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
앙드레 지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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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교향악'이라는 제목만 떠올리면 몹시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시골이 떠오르며 평화로운 내용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알게 한 것은 만화 "웍더글 덕더글"이었다.  코믹 만화였고, 아주 특이한 가족 이야기였는데, 거기서 '한 무협' 하는 엄마의 소녀시절 이야기에 등장한 책이다.  하늘이의 선생님은 어린 시절 '전원교향악'을 읽던 한 소녀를 사랑하여 첫사랑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하늘이의 어머니가 바로 그녀였다.  그러나 첫사랑 소녀의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너무나 전형적인 아줌마 모습에, 몸매도 망가졌고, 덤벙거리며, 말도 험해진... 사실은 옛 적 모습도 자신만 그렇게 보았다는 진실을 알아차린다는... 뭐 그런 내용이 진행된다.

아무튼 당시 '전원교향악'을 읽는 소녀의 모습-으로 추억되어졌길래 난 이 책을 아주 낭만적인 책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낭만적인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고, 뭐랄까... 인간의 이중성과 추함을 드러내는 내용이었다고 보면 되겠다.

제르트뤼드는 장님 소녀다.  목사님 집에 맡겨지면서 문제는 발생하는데, 소녀는 세상 일에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윤리도 지성도 모두 백지상태였다.  그 무지를 계몽시키겠다고 목사는 덤벼들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녀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탐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아들도 소녀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목사는 둘의 관계를 반대한다.  목사의 부인은 남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불안해 하지만 목사는 자신의 정결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꺼림칙하게 느껴질 때에도 애써 부정했다.

제르트뤼드는 아름답게 성장했다.  완연히 숙녀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눈까지 떠서 그토록 고대하던 세상을 보았지만 그녀가 바라보게 된 세상은 기대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꿈꾸던 것과 현실의 차이는 무서웠다.  그리고 스스로가 범한, 빠져버린 늪 또한 자각해 버린다.  결국, 그녀는 불행한 끝으로 생을 마감한다.

목사의 아들도, 아내도... 모두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한다.  작품의 결말을 보면서 "운수좋은 날"이 떠올랐다.  제목은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해놓고, 내용도 운수가 좋은 것처럼 가는 듯 했지만, 결국엔 아내가 죽어버리는, 최악의 운수나쁜 날이었다는 반어... 이 책의 제목과 내용도 그렇게 다가온다.

처음 제르트뤼드가 자신이 상상하고 느끼는 세상을 언어로 풀어나갈 때와 눈으로 확인할 때의 괴리감과 망가져가는 그녀와 목사, 또 그 가족들이 관계 등이...

소담출판사 책으로는 고전을 주로 구입해 본 편인데, 저렴한 가격이 일단 맘에 들고 짧은 페이지도 맘에 든다.  다만 비닐 느낌의 커버가 역시나 싼 느낌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뭐... 그래도 즐겁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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