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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1+1의 효과는 놀라웠다. 유명한 상도 받았고 인기도 많은 화제작인 것을 알고 관심은 있었지만 당장 사 볼 마음은 없었는데, 책 한 권 더 준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바로 구매...;;;
어디선가 다른 책의 리뷰랑 섞여서 내가 짐작한 내용과 전혀 다른 전개였지만, 오히려 이편이 더 좋았다. 기대치 못했던 선물을 받은 느낌.
이 책은 단편을 엮은 연작 소설과 비슷하다. 제각각 자신의 직업에서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수상한 신경정신과를 들르면서 요괴라고도 의심되는 수상한 의사 이라부를 만나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게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강박관념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내 경우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그 증세가 아주 심했는데, 버스만 타면 이상한 강박관념에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간판을 다 읽어야 했고, 창밖으로 스쳐가는 가로수의 숫자를 다 세어야 했고, 길 옆으로 지나가는 모든 차를 종류대로 다 세어야 했다. 일종의 숫자 강박관념일까?
그래서 버스에서 내릴 때 쯤 되면 녹초가 된다. 대체 그것들을 다 세어서 무엇 하려고? 아무 데도 쓸모 없다. 그런데 안 세면 불안했다. 그래서 세고, 세고 나면 후회하고... 그 과정의 반복이다.
그나마 통학거리가 버스를 탈 정도는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냥, 버스 타면 자기로 한 것^^;;;
사람마다 다들 욕심이 있다. 앞서고 싶고 대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이름도 떨치고 싶다. 아닌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런 비슷한 욕망을 갖고 산다. 야쿠자는 험한 인상을 지으며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하기를 바라고, 공중곡예사는 공중 위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 여류작가는 놀라운 글을 써서 명예를 획득하고 돈도 벌고 싶다. 모두들 그런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세상사가 어디 마음 먹은 데로 펼쳐지던가. 이라부처럼 야쿠자가 와도 무서워하기는커녕 장난치기 일쑤인 사람도 있고, 나를 치고 올라올 것 같은 신인이 보이면 태연한 척하지만 불안한 게 인간의 마음이다. 그 불안한 마음에 잠식되면 강박증이 생기고 실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내 모습같고 우리의 모습 같았다. 아닌 척 하고 살아도 사실은 기인게 너무도 많았다. 이라부는 본능에 충실하라고 한다. 장난치고 싶으면 장난 치고, 망가지고 싶으면 망가져보라고 한다. 너무 쉬운 해결책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 두려우니까. 지금껏 쌓아온 이름과 명예를 버릴 수 없고, 또 다른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강박증을 갖는 것도, 그 해결책을 알면서도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이라부같이 태연하게 웃고 장난치며 인생을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사는 사람이 오히려 특이한 것이다. 모두가 사실은 동경할 테지만...
이라부의 처방전은 대수롭지 않게 들리지만 핵심을 찌르고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은 벗어야 한다. 혹은 내 몸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 마지막 편 여류작가에서 간호사 마유미가 작품에 감동받았다고 했을 때 아야코가 느끼는 희열 말이다. 자신이 처음에 그 길을 가게 된 그 스텝을 기억해 내는 게 실마리였다.
시종일관 재밌게 책을 읽었다. 진지한 내용일 수 있는데 가볍게 썼고, 매 적소마다 코믹함이 들어가 있어서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거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아주 잘 팔릴 것 같은 느낌이다. 표지 그림은 아주 간략하면서 멋드러진 디자인이다. 이렇게 여백이 있는 디자인이 좋다. ^^
강박관념... 지금도 많은 부분 갖고 있다. 대부분은 증세를 본인이 알고 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놓아야 할 부분들은 과감히 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
이제 인더풀 차례닷(>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