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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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닥 까다로운 성격도 아니고, 취향이 까탈스럽지도 않은데...

대중이 열광하는 어떤 작품에서 지극히 자그마한 감동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예를 들면, 하치 이야기가 그랬고, 포엠툰이 그랬고, 그리고 이 책... 키친이 그랬다.

요시모토 바나나. 이름도 유명하고, 제목도 어쩐지 마음에 들고, 표지조차도 마음에 들었는데,

내용은 너무 건조하여 물기가 전혀 없었다.  난 물과 기름처럼 작가와 따로 노는 독자인 나를 발견해야 했다.

한 지인은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 중에서 그래도 이 작품이 가장 무난하다고 하더만,

헉, 이게 무난한 거면 다른 작품은 나랑 상극이란 말인가??

그냥, 읽혀지기만 했다. 다른 감흥 없이.

그래서 지극히 회색빛 건조함으로 다가섰다.  하얗지도 않고 검지도 않고,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달지도 않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소설.

그렇다고 재미 없어! 한마디로 일축되어지지도 않았다.  그냥 한마디로, 나랑 섞이는 것이 전혀 없이 따로 놀았을 뿐이다.

허헛. 이상하군. 이런 일도 다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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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03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날수록 요시모토 바나나와는 멀어지고 있다는..;;;;

마노아 2006-08-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은 다를 지 몰라...하며 다른 책 읽어봤는데 것도 마찬가지더라구요. 궁합이 안 맞아요ㅡ.ㅡ;;;
 
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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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벌루션 넘버 쓰리, 고우, 플라이 대디 플라이,

모두 유쾌하고 즐겁게, 그리고 신나게 읽은 책들이었다.(거기에 금년에 나온 스피드까지)

그런데 이 책은 그에 비해서 변종이다.  제법 심각하게, 무겁게, 게다가 제목도 '연애소설'이란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니까 사보는 게 마땅한 순서였는데, 도서관에서 먼저 눈에 띄었다.

그럼 빌려볼 수밖에^^;;;

이 책엔 세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특이한 것은, 연작 소설이 아닌데 연작소설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어느 대학의 법학부를 무대로 해서, 인기 교수 다니무라가 계속 등장하거나 혹은 이름이 언급되어서 그렇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제목은 '연애소설'로 다감한 느낌의 타이틀인데, 뚜껑을 열어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몹시 허망하고 허탈한, 또 어찌보면 냉소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으니.

솔직히 첫번째 단편은 그닥 내 취향이 아니었다.  주변의 모든 인물이 죽어나간다는 설정은 왠지 좀 흔해 보였고 그의 특유의 장점인 상큼 발랄 유쾌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런데, 그게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제목도 부러 흔한 제목으로, 흔한 사랑 이야기를 해보려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읽다 보니 전혀 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특히 마지막 편에서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려고 애쓴 남자가 아내를 만나러 가면서 추억을 되찾으며 자신들의 오해를 풀고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은 로드무비의 형식을 따르면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이 맛도 나쁘지 않아... 가 나의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된 작품과 달리 이미 보았으니 굳이 사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어차피 한 번 읽은 것은 다시 안 읽는 게 대부분인 나니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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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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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 상상력을 가진 아멜리 노통브의 데뷔작이다.  출판된 책으로서 데뷔작이지만, 그녀의 첫 작품은 아닐 것이다.  다작을 즐겨(!)하는 그녀는 오래 전에 써두었던 소설들을 차례차례 책으로 내고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첫작품부터 그녀의 본색(?)을 확실히 드러내 준다.  엽기적일 만큼 기발한 상상력과, 혀를 내두를 말솜씨, 그리고 예의 반전까지.

죽음을 눈앞에 둔 대문호, 그를 취재하러 온 다섯 명의 기자.  모두들 이 괴퍅한 노인네를 상대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건만, 마지막에 등장한 여기자는 보통 내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 노인네보다 한수 위일까.

제대로 연구하고, 작정을 하고 들어온 사람이었다.  오히려 주인공이 말싸움에서 밀려 그녀 앞에서 자존심을 꺾을 정도였으니.

여러모로 공격했으니 빈틈이 없다.  이런 상대는 살다살다 처음이었던 것. 비겁한 수도 써보려고 했지만 당최 먹히질 않는다.  완벽한 K.O패.

게다가 오래도록 감추어진 자신의 비밀까지도 추리해 나갔다.  넘겨 짚은 것이 정답이 될 만큼 예리했던 것.

이제 주인공은 마지막 승부수를 둔다.  이제까지는 여기자의 승리가 확실했다고 하겠는데, 마지막 반전에서는 과연 여기자의 승리인 것일까.  이 말도 안되는 남자의 승리일까.

이건 마치 오후 네시의 그 괴상한 방문자와의 기싸움에서 누가 이긴 것인가와 비슷한 문제로 귀착된다.  보기에 따라서 다르게 나올 문제지만, 둘 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올곧이 독자의 몫으로 남는 것.

제목이 엽기적이지만, 내용도 엽기적이다.  그렇다고 지저분한 공포영화 비스무리한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멜리는 상상력이 아주 뛰어난 작가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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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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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군가는 노통브의 책을 말장난으로 시작해서 말장난으로 끝난다고 얘기한다.  전혀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겠다.  간혹, 나도 그리 느낄 때가 있으니까.

결국, 취향 문제 같다.  그 따다다 말솜씨가 짜증나는 사람은 길지도 않은 이 책을 그냥 덮어버릴 것이고, 그것을 재치있는 말솜씨로 느낀다면 나처럼 즐겁게 읽을 것이다.

아마도 반전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규모가 큰 반전이었다.

역시 사람은 죄 짓고는 못 살아...;;;;

이 책에도 서술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대화로만 이어져 있다.  어찌 보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은 구성인데, 노통브의 책은, 그런게 어울린다.  오히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그녀랑 안 어울려 보인다. 

이 책에서의 적은 오후 네시의 그 끈질긴 사내보다 더 집요하고 무섭다.  사실, 이런 사람이랑 말싸움 붙으면 정말 사단 날 것 같다. (아마 몇 마디 못 붙이고 KO패 할 테지만.ㅡ.ㅡ;;;)

원작 제목도 똑같은 지는 모르겠다. 다른 책들도 보니 우리 말의 묘미를 살려 의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또 어땠을 지...

표지의 강렬한 붉은 색은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일본을 여러모로 떠올리게 한다. 

공포영화를 절대로 못 보는 내게는 이 책이 거의 공포영화 수준이었다.  섬뜩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음...;;;

하지만 아멜리의 작품에는 따스한 인간미라던가 감동의 전율을 찾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읽어본 바로는 그랬다.  그리고 그런 쪽을 추구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녀가 좀 더 나이를 먹어서 작품관에 변화라도 생긴다면 모를까.

그렇지만 아직은 이렇게 통통 튀는 그녀의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아직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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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29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 짓고는 못 살아, 정답입니다^^;;

마노아 2006-07-2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착하게 살아야 해요ㅡ.ㅡ;;;;
 
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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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책 표지의 바랜 듯한 느낌과 질감이, 그리고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난 이 소설이 아주 무거울 거란 지레 짐작을 가졌다.  느낌표 선정 도서니 학생들도 즐겨 읽을 책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다행하게도 책을 읽어보니 예상과 달리 무겁기만 한 책이 아니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한 배경 안에서 묶어냈고, 쉽게 읽히긴 했지만, 쉽게 잊혀지진 않는 내용이었다. 

작품의 배경은 6.25 한국 전쟁 직후의 모랫말에 사는 아이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모두가 가난했고, 모두가 상처 입었던, 그래서 더 따뜻하고 그래서 더 추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속에 있었다.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기에 보듬어주는 손길이 고마웠고, 저마다 슬픈 기억들이 있기에 매몰찬 한마디에도 눈을 흘기지 못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소제목 “남매”편에서 공중 그네를 타던 소녀가 부러 실수를 하는 장면이었다.  어린 동생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네에서 떨어진 소녀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이다.(얼마 전에 읽은 공중그네의 그 엽기적 재미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21세기를 사는 소위 젊은 세대의 우리들은 전쟁이 훑고 지나간 상해의 기억을 직접적으로 갖고 있지 않다.  때문에 간접적으로 알게 된, 혹은 배운(어쩌면 강요된!) 이미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우리의 기억, 우리의 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내 어머니의, 내 가족의 이야기인 것이다.  

모랫말 아이들... 그저 문학 작품으로만 접근한다면 가슴 한구석에 서글픈 여운이 남는 소박한 작품 정도로만 기억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품이 배경으로 삼는 그 시대가,  여전히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시간인 이상,  또 다시 반세기가 흘러도 이 작품은 몹시도 아프게... 그래서 더 곱씹어 볼 그런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서울 1945강추!(응?....;;;;;;;;) 한 줄의 글이 더 깊이 각인시켜 줄 때가 있고, 한장의 사진이 더 깊은 공감을 줄 때도 있으니까.  이런 책도 보고, 그런 드라마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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