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잘못 적어, 달력을 다시 보니 오늘은 29일 목,요일이구나. 똑같은 하루가 지나가지만, 어느새 수많은 세월이 지나가버리고 있는중,이다.
내 머리 잡히는 거, 더 이상 못참아! 하고 머리를 짧게 처버렸는데 이놈의 머리통에 신경쓰려고 하니 짜증이 가라앉지는 않는다. 머리가 짧아진 것이 몇년만인가. 젠장. - 어쨌든 내가 그래서 머리 잘라버렸다는 것을 당사자가 알고 있어서 지금 울 사무실은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다. 흥! 내가 어려울일은 없다. 편하게 생각해야지.
월욜 학원 땡땡이, 너무 좋았지만 그래도 학원 가고 싶었다. 강사도 보고 싶고, 아, 공부도 무지 하고 싶고.
화요일, 일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원으로 뛰어갔다. 아, 그런데. 학원 빌딩을 보는 순간. 다시 뒤돌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난 학원 가는게 무지 좋은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이 사무실을 빨리 나가고 싶었다는 걸.
날마다 되풀이되는 악순환,이다. 어찌할 것인가.
일기장에, i want,를 써놓고 아주 많은 것들을 적어놨다. 아니, 사실 욕심쟁이처럼 수많은 것들이 계속 떠올랐지만, 영어가 짧아서 실제 적은 건 아주 조금이다. 그중에 내가 누군가를, 혹은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기를. 이라고 쓴 것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나, 어쩐지 봄을 타는 것이 아니라 봄,기운을 빌미로 사무실에서의 이 수많은 짜증과 주위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와 내 처지의 비참함을 포장해서 교묘하게 벗어나보려는 헛마음질이었는지 모르겠다. 한여름밤의 꿈,같은 광적인 열정이라도 내게 오기를 바랬던건가?
봄,에 사로잡힌 마음들이 사라져가면서 남은 것은 비참한 현실,이 되어버린다. 유일하게 남은 마음 하나는 제발 이곳을 벗어났으면 하는 것. 오로지 그것 하나만 남았는데, 그 마음을 선택하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비참해지고 있다. 이것이 진정 바닥을 치는 마음 하나,였던건가보다. 난 이 봄이 정말 싫은건지, 아니면 하나 남아있는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아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 삶을 내가 살아가야하는데, 그에 대한 용기없음을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다. 이 나이 되어서, 자신의 용기없음을 느껴버리고 그나마 용기를 낼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더 절망하게 되는 나는. 아무래도 한참 바보가 맞나보다.
아침마다 우유 마시고 출근했는데, 오늘은 먹은 것이 없어서... 배에서 엄청 크게 꼬르륵 거린다. 잠시 몰래 가서 선식타먹고 와야겠다. 내 뱃속은 나의 정신적인 고뇌와 아픈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역시 제일 나은놈은 뱃속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