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 단점은 상대방을 너무 이해하는 것에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화가 나서 싸울때는 이런저런 생각없이 그냥 화내며 싸워야하는데 그런 순간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다나...
그래서 그런지 난 싸움의 기술이 없는가보다. 그래도 되짚어볼수록 화가나는 건 어쩔수가 없어.
어제 퇴근시간즈음 휴지통을 비우고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그래서 잠시 투명 유리문 앞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누군가 안에서 나오려고 하더라. 그 경우. 왠만한 '사람' 이라면 문을 자기 쪽으로 당기거나 내가 비키기를 기다리지 않는가 싶은데.
우리 사무실의 갑질녀인 그는 내가 문앞에서 통화하는 걸 보고 그대로 문을 밀어버린다. 내가 문앞에 서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기분 나빠서 통화하다가 '이게 뭔짓이야'라고 내뱉었는데 보란듯이 그냥 가버린다. 난 이제 사무실에서 갑질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란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너무 기분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 내게, 보통의 사람이라면 화날만하다,라고 해 줘야하는거 아닌가.
퇴근길에 어머니 드실 음식 주문하고 픽업한 후 비 온다고 집에 가는 길에 데려다준다고 온 언니에게 저 사건에 대해 말하며 기분나쁘다고 또 흥분하고 있는데 '그러게 왜 문앞에서 전화를 하냐'고 한다. 아니, 내가 전화를 한 게 아니라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에 본인이 전화를 해서 내가 전화를 받았을뿐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남탓하지 말랜다. 문앞에서 전화통화를 하게 된 상황설명인데, 애초에 사람이 있음에도 문을 밀고 나오더라는 말에 왜 문앞에서 전화를 했냐고 무조건 내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대화 따위는.
하아.
내가 지금 남탓하는 말이야고. 문앞에서 전화를 한게 아니라 전화를 받았을뿐이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점은 문 앞에 사람이 서 있는데 어느 누가 당겨도 열수있는 문을 사람이 있는 쪽으로 밀면서 그냥 나오겠냐고, 이건 나를 개무시한 그 자의 성품 문제 아니냐고. 내가 그런 상황에서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서 말을 하는거라고.
내뱉어야 하는데, 그렇게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대화에 이미 나는 입을 닫아버렸을뿐이고. 이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 뭔지 모르는 자와의 대화를 거부해버린 것인데, 이걸 생각해볼수록 내 안에 화가 쌓인다.
도대체 왜 내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만 가득한건가.
내가 그렇게 내 인생을 잘못살았나. 라는 생각을 잠깐 해 보지만 이게 내 맘대로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한마디 덧붙이자면.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어머니 식사 챙기느라 아침 일찍부터 땀흘리며 종종더리고 있다고 했더니, 집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있다는 언니라는 사람이 부지런해져서 좋겠네,라는 대답을 했다.
지난 주에는 너무 피곤한데 주말에 어머니 챙기느라 쉬지도 못하고 어머니는 삼시세끼 다 챙겨드리는데 나는 한끼니도 못 먹어서 내가 죽을 것 같다고 했더니, 이 기회에 살이나 빼라는 말을 해서 정말 연을 끊으려고 했었는데.
어머니가 늘상 당신이 안드시는 음식은 음식 취급도 안하면서 그걸 돈주면서 누가 먹냐, 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자기 기준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며 화를 내던 언니는 정작 자신이 그러고 있는 건 못느끼는 사람인지라 내가 무슨 말을 한다한들 알아먹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네 식당에 줄서면서 식사하는 사람들보면서 맛도없는데 저거 사먹는다고 화를 내는데, 그게 화를 낼 일인가 싶다.
하긴 예전에 자기 선물로 몇십만원 하는 화장품은 사오라고 하면서 내가 내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산다는데 그게 비싸다며 나를 말린 사람 아닌가. 내 돈으로 자기 선물사는데 돈쓰는 건 괜찮고 내 돈으로 내가 먹고 싶은 걸 사는 건 안되는건가.
생각할수록 화 나고 짜증나고 말섞고 싶지 않고...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니 피하는게 상책이지만 과연 피할수있겠는가.
사무실에서도 스트레스 받아 미치것는데 집에서도 이러니 내 안에 스트레스와 화가 가득 차 안그래도 안좋은 성격이 더 안좋아질 것 같아 미칠것같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풀어야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