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어 좌절, 이유 있다 -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슈퍼영어
이창열 지음 / 앱투스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난 영어를 더럽게 못한다.
웃기는 건, 더럽게 못하는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 전에 아태영화제가 있었을 때 영어자막으로 나온 일본 영화를 보면서 마구 감동에 젖어들었다는 것이다. - 물론 영어자막은 아주 쉽다. 그래서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은 영어의 기초만 아는 중학생 정도면 누구나 다 가능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영어를 아주 잘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때 본 영화의 의미를 느끼고, 간단한 문장조차도 우리말의 깊이있는 언어로 바꿔 이해를 했기 때문에 진한 감동이 나왔다는 것이다.
영어를 더럽게 못하지만 그렇게 약간의 감각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요즘 영어를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고부터 좌절의 연속이었다. 머리속에서 글자들은 뛰노는데 말은 안되고, 말이 안된다고 느꼈는데 막상 글로 써보니 문법을 무시하고 쓴다고 하더라도 표현 자체가 치졸해보이고. 또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들을때는 마구 웃으면서 즐거워하다가 막상 내게 영어로 된 질문이 떨어지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리면서 문장은 공중에 흩날려버리고 글자 하나하나가 무의미한 문자가 되어버린다.
아주 쉬운 말조차 입을 떼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또 한심스러워 한참동안 좌절모드로 지냈다.
이런 내가 '영어좌절 이유있다'라는 책은 확실이 처절한 공감을 느끼며 읽어볼까 싶은 맘이 들게하는 끌림이 있었다. 물론 속으로는 다 내가 아는 얘기들일지도 몰라, 하는 맘이 있기도 했지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좌절하는 이유를 찾는다기보다는, 내가 그 좌절의 이유를 알고 있기에 그저 알고 있다는 것으로 넘겨버리지 않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으니 큰 부담없이 술술 읽으려고 한 것이다.
영어학원에서 강사가 침튀겨가며 강조를 하고 또 강조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우리 수업시간에는 문법이 중요하지는 않다. 물론 옆반의 토익수업에 가면 문법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반은 그렇지 않다.
발음이 나빠도 상관이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어발음을 들어봤는가? 그의 발음은 원어민과 같다고 할 수 없지만, 아주 깔끔하고 명확하게 들린다. 원어민같은 발음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소통이 안되는 발음은 절대로 안된다. Help me를 외쳐야 하는데 그걸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으로 한다면 되겠는가? 명확하고 깔끔한 발음이 되도록 연습 해라.
말을 할 때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말을 해라. 그러면 긴 문장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단어의 의미를 말하자면 매우 비슷한 느낌의 말도 있지만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도 있다. 비슷한 말,이라고 나온 단어를 바꿔 썼을 때 똑같은 말이 될 수도 있고 약간 다른 느낌으로 의미 전달이 될 수 있는 말도 있다.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의미가 통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을 써주는 것이 좋다.
- 아,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정말 영어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들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정리를 해 봤다. 모두 비슷한 말이다. 덧붙이자면 좀 더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고 어휘를 풍부히 접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수는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영어대화를 많이 해보는 것. 아, 나처럼 영어학원은 다니면서 학원강사의 질문에 짧게 대답하거나 아무말도 하지 않고 돌아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답답한 강사가 '수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해!'라고 외칠정도니.... 아마도 나의 영어좌절에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아무래도 언어를 언어로 접하지 않고, 공부를 해야하는 하나의 과목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부담감과 의무감에서 혀와 머리가 굳어져버리고 조금씩 조금씩 영어에 좌절하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영어를 정복해야 할 대상이거나 공부하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지 않는다. 다만 영어는 언어일뿐이고, 언어는 평생의 학습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영어가 영어인 이유, 즉 영어의 특성과 표현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영어자체의 학습방법이 아니라 그 특성을 알고 언어를 접하면 훨씬 쉬워질 수 있다는 길잡이같은 책인 것이다.
얼마전에 'play' 와'player'라는 단어에서 엉뚱하게도 playboy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한가지 신기했던 것은 예전엔 playboy라고 하던 표현을 요즘은 단지 'player'라고 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우리말을 떠올려보자. 우리도 '선수'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설마 영어에서 파생된 것은 아니겠지? 가끔 이런 언어의 상관관계를 알게 되면 우리말 이외의 다른 언어를 익히는 것이 무척 재밌어진다. 언어는 틀에 박힌 문자가 아니라 우리가 늘상 쓰면서 활용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자, 이제 틀에 박힌 영어공부를 버리고 영어를 즐기자. 중요한 건 '소통'이라구! 안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