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연작, ‘스프링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대부분의 시련은 사람을 녹슬게 한다. 끝없는 부식과 소멸로 의지를 꺾어버린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 나는 뼈아픈 과거의 일면을 통해빛의 역설을 전하고 있다. 시야를 가리고 있던 불행의 성질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사실 인생을 통틀어 불행 없는 희망이란 없다.
희망도 불행을 겪어봐야 희망인 줄 안다. 그때 알았다. 극단과 극단은 통한다는 것을. - P126

사람들은 대개 관성의 법칙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림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면 결국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고 영원히 삶을 마감하게 된다. 예술이 그렇듯 인생도 그렇다. 자신만의고유한 빛깔은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 주도하고 선택한 시간 속에서 생을 여러 번 담금질하는 가운데 가능해진다. - P130

"예전 그림이 더 나은 것 같아."

초반에 새로운 시리즈로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급부상할 때였다.
값진 축하의 인사도 받았지만 더러 놀라운 시선도 쏟아졌다. 개중에는 진심 어린 조언을 가장해 어두운 과거로의 회귀를 바라는 이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림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맥락 없이 변한 것이라면 이러한 질문들이 따가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나름의 역사가 있었다. 지나온 모든삶에 당당했다. 세찬 비난과 조롱에도 타격을 받지 않는 이유였다.
나는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변화를 줄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삶과 그림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게. 그러나 그 본질이나라는 사실은 언제나 바뀌지 않는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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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시력 저하는 화가의 인생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겼다. 사물간의 거리를 느낄 수 없었고, 색과 형태에 대한 뚜렷한 구분이 어려웠다. 하지만 추상화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사실 추상이라는 세계는 답이 없다. 그러다 보니 무얼 그렸는지가 불분명하고, 그렇기에 더욱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나는 추상화를 그리면서 인생을 살다가 만나게 되는 변화무쌍한 순간들을 작품의 소재로 끌어들였다.
원근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으니 시멘트를 발라 두께감을 쌓았고, 디테일한 스케치를 생략하는 대신 색과 터치에 힘을 실었다. 툭불거진 조소와 색채가 깔린 회화, 그 어디쯤의 경계선상에 서게 된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 지금 할 수 있는일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 이처럼 인생에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지를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삶의 명확한 방향을찾는 시작은 언제나 자신이 어디 서 있는지를 아는 것부터다.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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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작업


삶과 작업이 같이 가기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삶도 자신과 꼭같기는 힘들다. 매 순간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은연중에 드러나는 나와 세상의 괴리, 그리고 모순을 좁히기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세상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매일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얼굴, 곧 자화상이란, 자신이 그리는모습이 아닌 타인에 비친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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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티시아스는 코락스에게서 법정 논쟁의 기술을 배웠지만, 정해진 학비를 스승에게 지불하지 않았다. 결국 코락스는 티시아스를 법정에 고소했고, 두 사람은 불꽃 튀는 법률 논쟁을 통해 각자의 ‘말에 대한 학문‘
실력을 뽐내게 된다. 두 사람의 법정 진술을 대화로 각색해보면 다음과같다. 먼저 티시아스의 주장이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저는 코락스 선생님에게 학비를 지불할 수 없습니다. 저는 법정에서 승리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코락스 선생님에게 학비 지불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저는 지금 법정에 고소를 당했습니다. 제가 만약 이 재판에서 진다면, 그것은 코락스 선생님이절 잘못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제가 학비를 납부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면 반대로 제가 이 재판에서 이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납부할 필요가 없어지겠지요. 자, 보십시오. 이게 바로 제가 코락스 선생님에게 학비를 납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티시아스의 주장에 맞서 코락스가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제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십시오. 저는 최선을 다해티시아스를 가르쳤습니다. 정해진 학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계약을 맺고,
티시아스에게 법정 변론의 기술을 전수해주었던 것입니다. 제 주장은 이렇습니다. 만약 티시아스가 이 재판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제가 티시아스를 잘 가르친 덕분입니다. 이 경우 사전에 맺은 계약대로 제게 학비를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티시아스가 법정에서 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두말할 필요도 없이 티시아스가 제게 학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처럼어떤 경우에도 티시아스는 제게 학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이 법정에서 주장하고자 합니다.
시라쿠사의 재판관은 어떻게 판결을 내렸을까?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재판관과 배심원들은 한목소리로 ˝카카우 코라코스카콘 오온Kakou Korakos Kakon oon˝을 외쳤다고 한다. 스승의 이름 코락스가 까마귀를 뜻하는 그리스어 ‘Koraki‘ 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풍자한 것인데, ‘나쁜 까마귀가 나쁜 알을 낳는다‘란 뜻이다. 잘못된 스승밑에서 잘못된 제자가 나왔음을 풍자하는 명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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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소년은 세상이 변화를 겪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 세계가 멸망할 때 많은 이들이 그런 식으로 죽었다고 했다. 소년은 어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벙커에 들어오며 한번의 변화를 겪었다. 이제 손을 잡아끌어줄 어머니는 없었다. 스스로 바뀌어야 했다. 그것이 비록 오래전 모래성처럼 무너진 문명의 폐허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11)








더위가 점점 더 엄습해오고. 아, 정말 습하다.

책에 집중이 안되는 건 둘째치고 글쓰기를 하기 위해 생각의 회로를 돌려야하는데, 그 생각마저 멈춰버리고 있는 것 같다. 머리를 맴도는 생각들이 정리되는것도 아니고 그저 멍때리고 있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 아니, 이런말조차 그냥 헛소리가 되려니.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휴일이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시간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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