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 남궁민이 나와서 사극을 찍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극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한번은 사극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라는 요지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 사실 깜박 잠들었다가 깨서 제대로 보진 못했더랬다. 아무튼 그래서 뭔가 했는데 '연인'이랜다. 

사극인데 연인이래, 라는 생각이 스치고 드라마 연인이 시작되었지만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는데.


채널을 돌리다 재방송하는 것을 잠깐 봤더니, 뭔놈의 대사치는 것이 이리 마음에 와 닿는것인겐가. 

출정을 앞두고 혼례를 올리려 한다는 것을 말리는 이유가. 

전쟁에 나가 살아오든 죽든 남자들의 삶은 그냥 그렇게 이어지겠지만, 결혼을 했는데 지아비가 전쟁터에 나가 죽어버리면 과부가 된 여인의 삶은 피폐해지게 된다는 말에 혹하게 빠져들게 된다. 

백성을 버린 임금을 위해 왜 목숨을 바쳐야하는가, 에 대한 물음은 또한 근본을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지. 


아니, 그래도 역시 드라마를 보면서 흥미로운 것은 자꾸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들. 임금에 대한 충정으로 떠받들여지는 양반네가 실상 전쟁터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랑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 세부적으로 따져본다면 말도안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 주시길.

한 날 한 시에 같이 죽고 싶다던 송추할배와 이랑할멈의 에피소드는 드라마틱한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둘의 모습에 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오랑캐는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남궁민 - 아, 드라마 속 이름이 이장현,이랜다. 

아무튼 그 비현실적인 모습이지만 그래도 멋,이라는 게 나오는 걸 어쩐단말인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오른다고 했지만 뭔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또한 비현실적인 묘사들이 심상치 않아 드라마 작가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역적을 쓴 작가님이다. 


역적은 여러모로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데, 안예은의 노래가 또 좋았었던. - 하아. 그 좋았던 노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또 검색을 해야했다. 이래도 되는걸까...













아무튼, 안예은의 '봄이 온다면' 오랫만에 들어야겠다.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리우면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너에게
예쁜 빛을 선물할거야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따스한 하늘이
우리를 감싸면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너의 무릎에
누워 꿈을 꿀 거야
어둠에 취한 사람들이
새벽 내내 흘린 눈물이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나비가 날아들 때
꽃망울이 수줍게
문을 열어줄 때
만세를 불러
슬픔이 녹아내릴 때
손을 맞잡고
봄이 온다면
다 같이
만세를 불러
숲이 잠에서 깰 때
시린 잿빛 세상이
색동옷을 입을 때
만세를 불러
얼음 위에 금이 갈 때
손을 맞잡고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불러
푸른 잔디 향기가
코 끝을 간질일 때
만세를 불러
겨울이 모두 지나가면
봄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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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3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드라마보면서 딱히 공감이 가거나 하지를 않아요. 저 너무 메말라 가는거 같아요. ㅠ.ㅠ 치카님 연인이야기 쓰신거 보니 요건 또 한번 챙겨볼까 싶어지기도 하네요. ^^

chika 2023-08-13 22:01   좋아요 1 | URL
ㅎ 저도 요즘 드라마가 재미없어지고 있지만.
지락실 끝나고 티비보는 낙이없었는데 알쓸별잡이 재밌어서위안을 얻고있습니다요.

연인은 첨부터 안봐서리. 근데 이제 챙겨볼것같기도하고요 ㅎ
 
린든 샌즈 미스터리
J. J. 코닝턴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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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에 대한 편견이 한가지 있는데, 고전이라 불리는 소설들을 읽을 때 엄청난 호평과는 달리 이야기 전개가 너무 밋밋하거나 지금의 현실과 맞지않는 답답함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린시절 아가사 크리스티나 코난 도일의 소설을 무지 재미있게 읽었지만 추리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모든 소설이 다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화학자인 저자의 이력과 '순수한 논리로 수학적 퍼즐 소설을 완성'했다는 평은 이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도대체 어떤 추리력을 담고 있길래?


휴양지의 대저택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자연적인 죽음인 줄 알았지만 의사의 소견으로 평범한 죽음은 아닌 것 같다는 견해에 급히 경찰이 개입하게 되는데, 마침 그곳 린든 샌즈의 리조트로 휴가를 온 클린턴 경찰청장 역시 사건현장으로 찾아가 사건의 해결을 위행 조사를 하게 된다. 

휴양지에서의 살인사건, 해안가의 막다른 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이 비슷한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났다. 그랜드 캉디뉴쓰 호텔이 혹시 이 소설 '린든 샌즈 미스터리'의 오마주이기도 한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 봤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전혀 다르니 이건 그냥 혼자만의 해프닝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나서야 온전히 이 소설의 내용으로 집중하게 되었는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결론적으로는 관찰력 있고 논리적인 사고의 전개를 하는 클린턴경의 추론이 옳았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복선이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그런 작은 에피소드 역시 만약 현장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미스 포딩브리지가 저택에 같이 가지 않았다면 사건의 해결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세심하게 모든 틀을 딱 들어맞는 짜임새로 맞춰가고 있어서 이것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이 시작되면서 등장인물들이 온갖 수다를 다 떠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사건의 배경에 대한 포석이 되는 이야기였고, 또한 사건을 보는 여러 사람의 관점이 서술되는 것 역시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시선을 받아 적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인 것도 책을 읽다보니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변이 두 개인 삼각형이라든가 그 비슷한 게 아니라면 뭐든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어. 중요한 건 경위가 내세운 가설의 가능성에 대해 재미있게도 자네와 경위가 의견을 달리한다는 거지. 경위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자네는 동의하지 않네. 이는 단지 개인차일 뿐이야. 절재자를 끌어들이지 말게. 그런 건 요즘에는 유행에 뒤떨어지는 거니까."(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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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렇소!" 웬도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제 이리 오게, 친구." 자신의 두 동료가 거의 위험한 선에 이를 정도로 화가 난 게 명백해지자 클린턴 경이 끼어들었다. "변이두 개인 삼각형이라든가 그 비슷한 게 아니라면 뭐든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어. 중요한 건 경위가 내세운 가설의 가능성에 대해재미있게도 자네와 경위가 의견을 달리한다는 거지. 경위는 그게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자네는 동의하지 않네. 이는 단지 개인차일 뿐이야. 절대자를 끌어들이지 말게. 그런 건 요즘에는 유행에 뒤떨어지는 거니까."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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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식 클래식 - 당신이 듣고 싶은
정인섭 지음 / 솔깃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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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듣는 데 필요한 모든 이야기'라고 되어있는 이 책에는 클래식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들어 본 음악가와 그들의 곡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에서 대부분 음악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은 음악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들이 작곡한 유명한 곡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어서 궁금했다. 아니, 그보다는 솔직히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접근 방법은 최대한 많이 들어서 익숙해지고 그 수많은 연주곡들 중에서 내 취향을 찾아내는 것일텐데, 무작위로 마구 듣기보다는 그래도 추천하는 연주곡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간단한 음악사의 정리와 대표 음악가, 그 음악가의 대표적인 곡들과 또 명반이라고 일컬어지는 음반이 소개되어있고, 음반을 추천하는 기준 역시 최소한 우리가 구해볼 수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추천했다고 하니 이것이 클래식에 접근하는 초보자인 내게 가장 맞춤인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전혀 문외한일 때 단골음반가게 주인에게 추천해주세요,라거나 여러 잡지나 기사를 통해 평론가들의 클래식 명반 추천을 보며 무작정 시디를 구입해 들었었던 기억뿐이다. 친구와 음반가게에 갔다가 말러교향곡을 꺼내달라고 해야하는 걸 밀러라고 해서 처음 들어보는 음악가라는 얘기에 당황해하다가 친구가 '밀러' 맥주를 잘못말한거 아니냐고 해서 한바탕 웃으며 챙피해했던 기억도.  


음악감상이야 개인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작곡가의 의도는 해치지않는 것이 예의,라는 말에 동감하는데 그래도 사실 클래식 곡을 전체 다 귀기울이며 듣는 것은 여전히 내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아직도 실내악을 듣는 것이 어렵고 교향곡이나 협주곡 위주로, 낯익은 선율 위주로 듣고 있는데 그마저도 플레이어가 고장난 이후로는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되었는데 이 책을 펼쳐들면서 유튜브를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종종 듣곤 했던 음반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비바람이 치던 날 한밤중에 파블로 카잘스 연주로 바흐의 무반주첼로를 들었던 기억과 친구가 내 취향일꺼라며 추천했던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피아노협주곡 2번, 낯익은 음반자켓이 그대로 올라와 있는 이무지치 펠릭스 아요 독주인 비발디의 사계....솔직히 말하자면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를 실행시켜 듣는 음악은 예전의 그 느낌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듣는 클래식이 좋기는 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작곡가와 곡에 대한 짧은 해설, 어떤 음반부터 듣는 것이 좋은지, 그에 더하여 들어보면 좋은 음반 추천에 곡에 대한 이런저런 주절거림이 있고 추천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큐알코드도 있어서 여러모로 클래식 초보자들에게는 딱 좋은 책이다. 찾아 듣다보면 클래식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 낯익은 선율들이 꽤 많아서 클래식을 더 가까이할 수 있게 하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나처럼 추천명반을 찾아 듣다가 랜덤으로 걸린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전곡을 듣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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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금정연.정지돈 에세이 필름 / 푸른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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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동안 내내 이 책을 들고다녔다. 책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꼬박꼬박 펼쳐 읽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황선우 작가와 김혼비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고, 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라는 이유로 이 책이 그저 그와비슷한  금정연작가와 정지돈 작가의 영화에세이겠거니 하며 가볍게 읽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쉽게 진도가 나가지도 않았고 휴가전부터 늘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면서 표지만 실컷 봐서 그런지 내용을 읽기도 전에 지쳐있었다.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섬광을 느꼈다고나할까......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탄생까지였나보다. 한산, 비상선언을 보고 탄생까지 우연찮게도 한국영화만 봤는데 특별히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에서 길을 잃은 한국 사람들,이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지만 사실 영화를 많이 보지도 않았고 남다른 애정을 갖고 즐긴다거나 분석, 비평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난 어정쩡한 자세로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도무지 - 정말 두 작가님에게는 죄송하게도 무슨 말을 읽고 있는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사실 서두에 작가님들 스스로도 의도하고자 하는 말이 제대로 전해지는 것인지, 아니 의도가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글에 위안을 얻으며 책을 읽어나가기는 했지만)


출발 비디오 여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가님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한 것 같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글을 읽고 있는데 이건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두 작가의 일상이구나,하다보면 또다시 이야기는 영화이야기로 이어지고...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것은 오바마와 트럼프의 평행이론처럼 문재인과 윤석열 대통령이....어쩌구였다.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것만 같은.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의미를 따지며 먹는, 왠지 재미있는 맛일것같은 벤엔제리스라는 아이스크림은 진짜로 맛이 있을 것 같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년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동일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건 시스템의 동적평형 때문이지요. 일본의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스템의 내구성과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스템 자체를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변화란 어쩌면 이런 것 아닐까요?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117)


좀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런 것 같다. 시스템 자체의 흐름에 맡긴다는 것이 그저 흘러가는대로,라기보다는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파괴. 그래서 어쩌면 영화에서 길을 잃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이건 그냥 메타포예요"(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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