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보기. ‘위대한 화가‘라 불리는 모네에게만 필요한 능력일까? 사회적으로 예술가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만 쓸모 있는마음가짐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라는 평범한 이가 바다를 매 순간 낯설게 보고자 노력하며 그것의 숨겨진 미를매 순간 새롭게 발견하고 감동하는 일상. 그 낯설게 보는 눈으로미술관에 가 작품의 숨겨진 미를 새롭게 발견하며 미적, 지적 쾌감을 느끼는 일상. 그 눈으로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새로운미를 새록새록 발견하는 기쁨, 그 눈으로 내 삶에 주어진 것들을 새롭게 보고 항상 감사히 여기는 풍요. 그 눈으로 세상에 놓인 모든 것을 새롭게 보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놀라운 마법, 나는 아무리생각해봐도 이런 마법 같은 일상과 삶이먼 곳에 있는 것 같지 않다. 낯설게 보고자 하면, 모든 것에서 그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샘솟아 나는 마법이, 예술이 펼쳐지니 말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돌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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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이 번데기 과정을 미술가라 불리는 사람들만 경혐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이 과정 속에 있다.
운동을 하든, 노래를 부르든, 발명을 하든, 사업을 하든, 장사를하든, 요리를 하든, 글을 쓰는, 춤을 추든, 말을 하든,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는 이 과정은 진행 중이다. 인간은 모두 자신에게 무지한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누군가는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영영 자신에 대해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내가누구인지 알기 위해 스스로 번데기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 번데기 속에서 누군가는 자기만의 해답을 발견해 껍질을 찢고 나와나비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실패하기도 한다. 물론, 거듭된실패에도 굴하지 않는다면 끝내 나비가 될 수도 있다. 애벌레가번데기 껍질을 까고 나와 나비가 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는 온전히 애벌레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지금 우리는 그 과정 어디쯤에 있을까?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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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은 반복은 정말이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공교롭게도 우리의 삶도 매일 반복된다. ‘오늘‘ 연작 작업을 평생 반복한 화가의 삶처럼, 더 나아가 연월일만 반복하는 ‘오늘‘
연작처럼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반복한다. 매일 자고 또 일어난다. 매일 씻고 밥을 먹는다. 이런 생리적인 행위만 있을까? 매일반복하는 일과가 있다. 학교에 가거나 일터에 가거나 혹은 어떤일을 하거나, 그 일과를 한동안 매일매일 반복한다. 수년간 모종의 일과를 반복해 마치고 나면, 또 새로운 일과를 만들고 그것을매일 반복한다. 일상의 생리적 행위부터 사회적 일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평생을 걸고 무언가를 반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은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관성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어떤 일을 처음 경험할 당시에는 분명 아주 새롭고, 너무 소중하고, 정말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하루 이틀, 한 달,
1년, 3년, 10년이 반복되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처음 느꼈던새롭고, 소중하고, 감사했던 그 모든 감정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무감각해져 그 어떤 것도 음미할 수 없게 된다. 분명 내 삶속에, 내 곁에 있지만 사실상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만나고 있는 것도, 하고 있는 행위도, 하고 있는 일도,
모두 다. 그렇게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시들어간다. 어찌보면, 온카와라의 ‘오늘‘ 연작은 오늘을 사는 우리 삶이면에 숨겨져 있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 온 카와라의 ‘오늘‘ 연작에서 우리 자신의 일상이 거울처럼 비쳐 보이지는 않는가?


화가 이우환은 어릴 적 어머니와의 대화를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한다. 소년 시절 그는 쌀을 씻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매일 똑같은 쌀 씻기를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즐거우실 수 있냐고.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똑같은 쌀 씻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신은 그 일을 할 때마다 매일 다르게 느낀다고 어떤 때는 시원한 물이 생기를 주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홍이 오르기도 한다고. 쌀과 물과 손이 하나가 되어 잘 움직일 때가 있고, 아닐 때도 있어 매일 쌀 씻는 것이 항상 새롭다고, 어린우환의 눈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어머니의 쌀 씻기는 지루하기짝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쌀 씻기는 매일,
매 순간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행위였다. 이를 우리는예술적 행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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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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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맞을까.

소설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느낌으로 이야기 진행이 빠르고 마지막에는 플래시백처럼 인물의 시점이 바뀌며 사건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서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물론 소설에 담겨있는 내용은 결코 사원한 느낌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만.


보험조사원 김지섭은 고객이 밀어넣는 돈봉투도 마다하지 않고, 공정성을 담은 조사 보고서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역시 거리낌이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손해보험회사의 위임을 받아 보험사고를 조사하는 지섭의 급여는 수임받은 건 당 수임료를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짧은 시간에 많은 수임건을 받아 해결하는 것만을 목표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 지섭이다. 그런 그에게 빨래를 널다가 아파트 9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상해를 당한 박연정의 보험료 지급 건이 배당된다. 고객 면담을 위해 연정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간 지섭은 연정과의 대화에서 뭔가 부조리한 느낌을 받기 시작하는데......


보험 사기와 관련된 범죄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이 안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부인이 재판 중에도 남편의 사망보험금 청구 소송을 걸었다는 뉴스를 보며 어이없어 했는데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을 검색해보니 정말 사람의 탈을 쓴 짐승들이 이리도 많았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책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해 부모와 자식을 살해하고 애인을 살해하고 노숙인들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 세상 현실에 대해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미성년자 성매매, 보험사기, 경찰비리, 노숙인이나 탈북자 새터민들의 생활고와 신분 위조... 이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나열되고 있기보다는 굵은 보험사기 사건을 줄기로 등장인물들을 통해 현 사회의 범죄문제들을 끄집어 내고 있는 소설의 스토리 구성은 책에 빠져들게 하는 짜임새가 탄탄하다.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개연성이 좀 부족한듯한 극적인 상황의 전개와 해결이 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 아쉬움을 잊을만큼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게 진행되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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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과잉 진료로 비싼 진료비를 낸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내어줘서 적자가 나도, 보험회사는 다음 해에 모든 가입자한테 더 많은 보험료를 거둬서 새어나간 보험금을 메꾸면 그만이야. 그뿐만이아니잖아. 병원의 과잉 진료로 건강보험공단 재정까지 축나서 건강보험료마저 오르고 있잖아."
김 과장이 덧붙여 말했다.
"맞아요. 건강보험료도 오르고, 실손보험료도 오르고, 갈수록 힘들어요."
"국민들만 호구인 거야. 저것 봐. 노른자 땅에 죄다 보험사 빌딩이잖아. 다드림 손해보험에서 일하는 선배 말로는 올해 성과급이 우리연봉 절반만큼 나왔다."
김 과장은 씁쓸한 듯 입맛을 다셨다.
"병원도 마찬가지죠, 뭐. 환자가 실손보험 믿고 고가 치료도 스스럼없이 받으니 그야말로 ‘장사‘가 잘 되잖아요.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치료의 질을 올리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죄다 병원 건물 리모델링하는 데에 쓰질 않나, 의사들 품위유지비로도…………."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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