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나 해킹툴을 이용하는 이들 앞에선 암호를 무작위로 정하든 정하지 않든 큰 차이가 없어. 하지만 너라는 사람을 통해암호를 알아내려 하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르지. 물론 보안을생각하면 그들을 막는 게 낫겠다만, 우리는 힘든 시대를 살고있잖니. 이런 때에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네 마음속에 있는단어가 뭔지 알아내려고 하는 이들이라면・・・・・・ 그냥 열어주렴."
그래서 소년은 그렇게 했다. 소년이 암호로 정한 것은 좋아하는 책의 제목, 자신의 생일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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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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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이라고 되어 있지만 인문학보다는 여행서의 느낌으로 가볍게 읽어 볼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시칠리아라는 섬에 대해서는 이탈리아의 구두코에 있는 섬이며 마피아의 근원지이고 이탈리아의 전통음식인 아란치니의 본고장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시칠리아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이야기나 마피아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는 하지만 아란치니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면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가 싶어지지만 무어인의 머리(!) 옆에는 꼭 시칠리아 여인의 머리 장식 화분이 한쌍으로 같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너무 급하게 이야기를 꺼내느라 떠오르는대로 시칠리아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이 책에서는 시칠리아의 원주민에 대해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저자도 제주도와 비교하듯 말하공 있지만 시칠리아는 제주도의 14배나 되는 큰 섬이고 에트나 화산은 한라산과는 달리 활화산이다. 제주의 설문대할망이나 삼성혈의 고양부 성씨에 대한 기원 같은 설화가 있는 것처럼 시칠리아 역시 기원신화가 존재한다. 물론 그리스 로마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이탈리아가 로마를 중심으로 도시국가로 번성한 국가라는 걸 생각해보면 시칠리아 역시 그들만의 국가를 이루고 군주정치가 있었으리라 예상해볼수도 있었을텐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랍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시칠리아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침략과 수탈의 역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더 놀라울뿐이었다. 로마의 역사이야기를 읽을 때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아프리카 원정을 떠나 승리하 것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시칠리아의 역사 이야기를 읽다보니 교두보같으 위치에서 시칠리아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유레카로 유명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시칠리아의 시라쿠사 출신이라는 것 역시.


시칠리아의 역사를 시기별로 구분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 중에 한가지만 더 언급해본다면 노르만의 정복(!)시기 로저2세의 통치하에 그가 남긴 문화적 공허 중 하나가 유럽 역사상 최초로 종이를 사용해 문서 기록을 남겼다고 하는데- 아랍의 파피루스가 시칠리아에서 페이퍼가 되었다고 한다 - 아랍의 지리학자 아드리시가 1154년 제작한 '로저의 책'에 신라가 표기되어 있는 지도가 있다는 것이다. 경주의 옛 이름인 계림의 아랍식 표현인 카이와라는 도시에 대해, "그곳을 방문한 여행자는 누구나 정착하여 다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곳이 매우 풍족하고 살기 좋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도 괜히 마음에 든다. 


직접 여행을 가보지는 못하지만 지중해의 멋진 섬에 대하 풍경을 기대해보며 가볍게 읽어보려다가 뜻밖에 시칠리아의 역사 이야기를 읽게 되어 깊이있게 읽기보다는 조금은 훑어가듯이 읽어 본 이야기였지만 시칠리아라는 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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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아홀로틀 이야기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린다 분데스탐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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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아홀로틀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홀로틀이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의 이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멕시코에 사는 도룡뇽의 이름이래요. 동화책의 표지에 떠억하니 조명을 받고있는 아홀로틀은 작가 '린다 분데스탐'이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아홀로틀을 그린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시대의 지구에 살고 있는 아홀로틀의 초상화를 그려넣은 듯한 사실감 넘치는 그림이었어요. 그러니까 지구에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같이 살아가고 있단 말이지요.


"옛날 옛적에 지구가 태어났어요. 뒤이어 바다와 땅이 생기고 작은 생명체들이 와글와글 재잘재잘거렸어요"

이렇게 '보송보송하고 까끌까끌하고 맨들맨들하고 따끔따끔한 덩어리'가 생겨나고 지구가 나이들어가면서 새로운 동물들이 생겨났는데 바보 같은 동물들만 점점 많아졌지요. 어느 날, 저 멀리 햄버거탑 뒤쪽 멋진 호수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희귀하고 아름답고 작은' 아홀로틀이 태어난 것이지요. 


987개의 알에서 유일하게 태어나 물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홀로틀은 세상 한구석에서 잘 지냈지요. 가끔 물 위로 올라가 우스운 바보들도 구경하면서요. 그 바보들이 호수에 흥미로운 보물을 던졌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홀로틀에게 정말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나는 아닐꺼라고 생각했지만 아홀로틀이 구경하는 그 우스운 바보, 아무 생각없이 아홀로틀의 생활터전인 바다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게 바로 나와같은 인간종이니까요. 

아홀로틀은 호랑이도롱뇽들과 친구가 되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물밖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다시 혼자가 되어 하루하루가 지루해져버렸어요. 호랑이도롱뇽으 찾아 다녔지만 만날 수 없었던 어느 날, 물이 이상하게 따뜻해지고 ......


물은 왜 따뜻하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의 아홀로틀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신기한 생명체 아홀로틀의 세상살이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속에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야기와 여러 생명체들 중에서 바보같은 인간이 아름다운 지구를 어떻게 망쳐가고 있는지, 그리고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잔뜩 화가 난 괴물 파도가 아홀로틀을 세상 밖으로 내 던지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림과 글 모두가 좋았던 아홀로틀 이야기,를 꼭 읽어보면 좋겠어요. 괴물 파도의 등장으로 세상이 무서워지는걸까, 싶겠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는 것이 참 좋았어요. 


"지구상의 생명체가 얼마나 끈질기게 살아남는지 모른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살면서 이 행성 전체를 뒤덮고 있다. 생명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 - 미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에드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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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 - 장마리아 그림에세이
장마리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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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감과 색채를 수놓는 화가, 장마리아"의 그림 에세이라고 하는데 이름도 작품도 알지 못하는 사람의 글이라니...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에세이를 읽을 때 작가를 알아야 글을 읽는 것은 아닌데 화가의 글이라고 다른 건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물론 요즘 극찬을 받는 화가라는데 어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장마리아라는 이름은 본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톨릭 세례명을 이름으로 쓴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날 때 거꾸로 들어선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기적을 바라자며 희망을 주었던 간호사의 이름이 마리아였기에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가 되었다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특별한(!) 이름을 받고 태어난 장마리아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림에 대한 이력 역시 평범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장마리아 자신의 삶의 모습과 그녀가 그려내고 있는 그림의 연결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의 그림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고 있어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글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인의 느낌으로만 감상을 하는 수준이라 장마리아의 그림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운데 초반에 실려있는 그림들은 솔직히 감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스프링 시리즈를 보고 있으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무채색의 추상화에서 시작해 점차 화사함으로 변해가는 그림들이 그저 색의 변화만은 아닌 것 같아 더 좋은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멸하던 회색빛 반워은 이제 봄의 아지랑이가 되었다. 불운을 행운의 표식으로 바꾸는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128)라는 해답을 찾은 장마리아의 그림을 보면 "망막에 맺히기 시작한 회색빛 반원이 스프링 시리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말에 다시 한번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게 되고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화가에게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저하가 시작된다면 더 이상 화가로서의 삶이 끝나는 것일까,가 아니라 그 시점으로 시작된 스프링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긍정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태어날 때부터 거꾸로 자리잡고 있던 위치를 바로 잡아 무사히 이 세상에 나온 그녀가 아니었던가.

자신의 삶이 글과 그림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던 장마리아의 그림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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