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괴물 백과 -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류싱 지음, 이지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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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키르케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키르케는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마녀이다. 키르케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사이렌이나 스킬라, 키메라 같은 이름은 많이 들어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이 책에는 이 모두를 포함한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괴물의 모습은 불가사의한 존재라기보다는 현실에 존재하는 형상에 상상이 더해져 기괴하거나 신비롭게 그려진다. 어쩌면 그래서 더 흥미롭고 관심을 갖게 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익숙한 괴물도 많지만 처음 들어보는 전혀 알지 못하는 괴물도 많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특히 동서양의 연결고리가 되는 부분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이 지역의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을 읽다보면 실타래가 풀리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수도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를 예로 든다면 미노타우로스는 소와 인간의 모습을 합쳐놓은 것이며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 크레타섬은 고대에 황소숭배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해리포터로 인해 더 궁금해진 그리핀은 평생 짝을 한 마리만 가지며 교회에서 재혼을 반대하는 표지로 사용하기도 하며 사자와 독수리의 특징을 가져 비행동물과 육지동물의 특성을 모두 지닌것은 인간인 동시에 신인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들은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긍정적인 상징이니 해리포터도 그리핀도르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다보면 훨씬 더 재미있는 괴물 백과가 된다. 


이 책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괴물의 겉모습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전설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같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좋았던 것은 괴물의 모습이 화가의 작품이나 고대의 유물, 벽화 혹은 책에 삽입된 삽화를 인용하여 삽입하고 있는 것이다. 

괴물의 탄생 배경, 상징적인 의미, 지역적 문화와의 연관성 등을 읽다보면 금세 책 한권을 읽을 수 있다. 처음엔 그저 흥미와 신기함 정도로 관심을 가졌는데 한번 읽고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책장에 꽂아두고 신화나 전설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 꺼내어 참고할만한 도서로 읽는다면 그것 역시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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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고 스페인 하숙을 검색하니 한 권의 책이 뜬다.

오늘은 검진 받으러 어머니가 서울 가시는 날. 비행기 시간 여유가 있어 스페인 하숙 재방을 보고 있는 중.

나도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루에 걷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걷는 연습을 해야지, 하다가. 가방에 책 한권도 담지않고 물 반병 넣은것도 부담 되고 무겁던데.
오늘은 백팩말고 에코백을 들고나가야되겠다, 라는 생각을 방금했는데 이 무슨 일이란말인가.

...

나는 버킷리스트는 안만들어, 라고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나름의 리스트를 품고 살고있는게 맞는것같아.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렇지만 언젠가 아씨시에는 반드시 다시 가보겠다는 것도. 성당문 닫을 시간이라 조토의 프레스코화를 못보고 발길을 돌리면서 다음에 올 이유를 남기는거라했는데 벌써 십년이 지나고있네.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라는것은 코로나보다 건강이 더 발목을 잡지않을까 생각하게된다. 차근차근 돈도 모으고 건강도 쌓아놓고. 기회가 오면 바로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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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20-10-27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 우리 둘이 같이 걸을까요? ㅎㅎ
 
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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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를 떠올리면 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잠시 멈칫,하고 떠올려보면 정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명성왕후가 떠오르고 그 다음은 온갖 암투와 정치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보다는 정쟁의 빌미가 되는 원인제공자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몇몇 왕비가 떠오를뿐 뚜렷하게 각인되는 왕비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왕비로 산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감에 책을 펼쳤는데 의외의 이야기들에 역사의 또 다른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새로웠다.


이 책은 조선의 역사 속에 존재했었던 왕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왕비는 왕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왕비가 되기도 하고 왕비가 되었다가도 금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왕비가 되기 위해 갖은 계략을 꾸미다가 오히려 궁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신분상승으로 왕후의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역사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은 궁 안에서 가문의 희생양이나 권력의 야욕에 빠져있거나 왕의 승은에 힘입은 신분상승, 그래서 왕의 마음에 들기 위한 암투, 시기와 질투에만 가득 찬 부정적이고 나약한 모습들 뿐이었다. 

그런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왕비로 산다는 것'을 읽어보는 것은 역사에 대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으로써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조선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궁금하고 많이 알려진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그 부분부터 펼쳐봤다. 고종의 실사사진과 초상화 자료는 많지만 그녀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안타까웠다. 사극의 단골 주제가 되는 왕비에 대해서는 인현왕후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장희빈 혹은 드라마 동이를 떠올리는데 사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존재감에 대해 전혀 몰랐을 것이다. 왕뿐만 아니라 왕비 역시 권력의 중심이 되지 못하면 궁에서 쫓겨나고 스트레스로 인한 병으로 일찍 사망하기도 하고 심지어 사약을 받기도 하며 거꾸로 죽음 이후에 왕비로 추대되기도 한다. 

역사적 시간의 흐름대로 순차적으로 읽어보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쉽지만 관심이 가는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그 부분을 찾아서 읽어볼수도 있는데 조선 왕조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왕비'를 중점으로 역사적 사실을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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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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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라는 제목에 이어 이 소설은 판타지로 분류되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게 판타지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비현실적인 엔딩의 모습은 판타지가 맞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소설을 읽어본지 오래되어서 그런것일까. 그냥 좋았다. 미스터리 요소가 담겨있어서 비밀을 풀어나가듯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면서 자꾸만 모두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숲과 별이 만날 때'라는 소설의 제목은 처음 시작부터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다 읽고난 후에는 왠지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그 말을 느껴보게 된다.


조류학 박사학위를 따려고 하는 조는 유리맷새의 생태 연구를 위해 키니 교수의 별장에 임시 머물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고 그녀 역시 암으로 가슴을 절제하고 난소를 적출수술을 받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되었으며 암생존자로서 우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그녀 앞에 헤라예트라는 별에서 왔다는 얼사라는 소녀가 나타나고 얼사는 다섯가지의 기적을 보고나면 지구를 떠나 고향별로 돌아간다고 한다. 어린 꼬마인 얼사는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여 그녀의 집을 찾아주려 하는 조의 물음에도 일관되게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며 조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데 그런 얼사를 씻겨주다가 얼사에게서 아동학대의 흔적을 발견한다. 

한편 조의 이웃에는 달걀장수인 게이브가 파킨스병을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그에게는 광장공포증과 그에 더하여 가족의 비밀이 있는데...


어설프고 뭔가 불안정해 보이는 조와 얼사와 게이브가 함께 하면서 각자가 가진 상처와 아픔이 무엇인지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어 가는지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판타지가 미스터리가 되며 그 미스터리가 다시 판타지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좋았던 것은 상처와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소외되고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인식을 깨우쳐주는 대화가 곳곳에 산재해있다는 것이었다.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해야했던 조에게 친구 태비는 병원에 어린 양을 데리고 들어와 젖병울 물려주면서 그깟 젖꼭지가 무슨 소용이냐며 우유를 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있는데! 라는 말로 웃음과 위로를 주는데 이 짧은 에피소드에서 외형이 여성성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이해해버리게 한다. 거기에 더해 좋은 부모의 기준이 뭔지에 대한 물음에서 동성애부부에 대한 언급도 단 한 줄 나오는데 나는 이런 것이 좋았다. 일상의 대화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편견없는 세상을 향한 손짓같은 느낌 말이다. 

오랜만에 읽은 느낌이 좋은 판타지 소설에 대한 소감은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도의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린 여전히 소통하고 싶은 생각들은 뇌 속에 가둬 두고, 꿀꿀대는 거로만 표현하는 유인원에 불과하죠."(196) 라는 소설 속 게이브의 말을 떠올리며 이만 꿀꿀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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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도의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린 여전히 소통하고 싶은 생각들은 뇌 속에 가둬 두고, 꿀꿀대는 거로만 표현하는 유인원에 불과하죠. 196


그게 얼마나 헛소리예요? 왜 그게 더 낫다는 거죠? 그러면 동성커플은요? 과연 저들이 그걸 고려할까요? 471



그녀는 부모님이 갖고 있던 철학을 대부분 흡수했다.그중 하나는 "아이도 가능한 한 진실을 알아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494





수의학과에서 대형 동물 전문이거든요. 연구에 사용하는 가축 중에서 양 한 마리가 어미를 잃는 바람에 태비가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면서 키웠어요. 내가 자신이 돌보는 가축 새끼들을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우유와 함께 그 양을 차에 태우고 시카고로 와서, 내가 가슴 절제 수술하고 누워 있는 병실에 몰래 데리고 들어왔다니까요! 숄더백에서 조그만 양을 꺼내서 내 침대에 올려 놓고 젖병을 내밀면서 '젖꼭지가 다 무슨 소용이야? 우유를 줄 수 있는 다른 훌륭한 방법들이 있는데' 라고 말했어요.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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